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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2 · 라이칸의 성역

지정 함정

"마흔 번 넘게 시도해도 당첨 제비가 안 나왔잖아? 이게 바로 그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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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C-PDW의 점포는 어째선지 웅성거리는 인파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때, PPD-40이 대뜸 세상 억울 표정으로 인파를 가르고 어디론가 향했다.

지휘관이 왔음을 발견한 것이었다.

PPD-40

지휘관! KAC가 당첨 안 뽑히게 수작 부려 놓곤 그냥 재수가 없어서 못 뽑았을 뿐이래!

여기 있는 애들 다 사기당한 피해쟈야!

저 같잖은 사기 행각을 폭로할 사람은 지휘관밖에 없어!

지휘관

뭐어?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사기를...

PPD-40

KAC이 여간 교활해야지! 얼른 와 봐!

KAC-PDW

<size=50>우와아—— 드디어 왔구나 허니——!!</size>

KAC-PDW도 지휘관을 발견하자마자 쏜살같이 테이블 앞으로 달려 나와 지휘관에게 안겨들었다.

그러자, 웅성이던 인파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휘관은 열 명이 넘는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된 것을 느꼈다...

지휘관

...우선 설명부터 해 주겠어?

PPD-40

저 제비뽑기 통! 무슨 수작이 가해진 게 분명해! 아무리 뽑아도 꽝만 나온다고!

KAC-PDW

에――이, 네 운이 나쁜 걸 내 탓하면 안 되지.

PPD-40

웃기지 마, 어떻게 100연속 뽑기가 전부 꽝일 수가 있어!? 이건 확률적으로도 말이 안 돼!

KAC-PDW

운 없으면 다 그런 거지 뭐, 죽 먹어도 체한다는 말 못 들어봤어?

아직 시도 횟수가 모자란 거면 어쩔래? 아님 행운 보존의 법칙인가 뭔가라던가. 자아 허니, 얼른 뽑아 봐!

PPD-40

그래 지휘관, 어서 뽑아!

지휘관

아, 알았어. 이거 그냥 흔들면 되지?

지휘관은 제비뽑기 통을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통은 평범한 원통형에, 뚜껑 쪽에 작고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만 있을 뿐 바닥도 측면도 튼튼한 금속이었다.

KAC-PDW

히히... 룰은 간단해 허니. 속에 든 제비는 총 20개 중 하나만 당첨이고 나머진 다 꽝이야.

당첨이면 상으로 [선량함의 증표] 100장, 꽝이면 나한테 [늑대들의 명패] 5장을 내야 해.

지휘관

그냥 확률 문제 같은걸... 스무 번 안에 당첨을 뽑기만 하면 본전이잖아?

G41

주인니임...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요오...

지휘관

그래, 그래...

지휘관은 훌쩍이는 G41을 쓰다듬어 주곤 제비뽑기 통을 고쳐 잡고 서투르게 앞뒤로 흔들었다.

찰랑찰랑——

찰랑찰랑찰랑——

——툭!

이윽고 제비 하나가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테이블을 에워싼 구경꾼들은 결과를 보려고 앞다퉈 고개를 들이밀었다.

PPD-40

당첨...이라고...?!

말도 안 돼!

PPD-40이 경악하며 지휘관의 손에서 통을 낚아채 다시 흔들어 보았지만...

그녀의 뽑기 결과는 "꽝"이었다.

G41

후에엥... 역시 우린 운이 나쁜가 봐요...

어안이 벙벙해진 구경꾼들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KAC-PDW

어머나~ 허니는 역시 행운의 여신한테 가호라도 받았나 봐!

자아 이거 받아, 당첨 경품인 [선량함의 증표] 100장이야!

의심과 질투 어린 눈총을 배경으로, 지휘관은 KAC-PDW에게서 두툼한 카드 뭉치를 받았다.

KAC-PDW

운수 좋은 날이니까 이따 나한테 꼬옥 투표해 줘야 해~ 알았지 허니~?

지휘관

아... 응, 알았어.

KAC-PDW

아싸! 허니 최~고!

허니 곁에 있으면 나도 평생 행운이 따라다니겠지?

줄창 꽝만 뽑아댄 저 운 지지리도 없는 루~저들처럼이 아니라!

지휘관을 제외한 자리의 모두가 이를 갈며 KAC-PDW를 노려보던... 그때였다.

???

좋은 밤입니다, 주인님.

구경꾼들 사이로 길이 열리더니, G36이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G36

즐기시는 와중 실례하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을 위해 주방에서 음료를 준비해 왔습니다. 마음껏 드세요.

일촉즉발이던 분위기가 G36의 난입 덕분에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다.

으르렁대던 모두는 잠시 머뭇대다, 이내 줄을 서서 차례대로 G36의 쟁반에서 음료수를 집었다.

G41

아, 위쪽 쟁반 비었다! 제가 G36 언니 대신 내려놓을게요!

G36

고마워요 G41.

G41는 쇠붙이 쟁반을 테이블에 툭 놓았다.

덜그럭.

일동

? ? ?

데구르르르...

모두의 앞에서, 테이블 위에 놓인 제비뽑기 통이 돌연 구르기 시작했다.

점점 속도가 붙은 통은...

――터엉!

G41

우와! 통이 쟁반에 달라붙었다!

쟁반과 철썩 달라붙은 통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됨과 동시에 기이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G36

죄송합니다, 주방에 유리 쟁반이 부족해서 알루미늄 합금 쟁반으로 가져왔습니다.

...만, 아무래도 아닌가 보군요.

PPD-40

하... 하하하...

PPD-40

<size=60>아하하하하!!!</size>

PPD-40이 갑자기 박장대소했다.

PPD-40

정말 잘 와 줬어 G36! 네 덕분에 수수께끼가 풀렸어!

PPD-40 의기양양하게 제비뽑기 통을 덥석 집더니, 그대로 뚜껑을 뜯어버렸다.

KAC-PDW

어? 야!!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면――

PPD-40

포기하시지 KAC! 이게 네가 속임수를 썼다는 증거다!

통 속의 제비 20개가 전부 테이블 위에 놓아졌다.

그리고 통의 바닥도 뜯어 살펴보던 PPD-40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씨익 웃더니, 통의 바닥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비에 갖다대자...

타악!

당첨 제비가 벌떡 일어나, 그대로 통의 바닥에 달라붙었다.

일동

<size=50>??!!</size>

G41

우와아 신기하다! 이건 무슨 마술이에요?

PPD-40

설명해 줄게 G41, 너랑 내가 마흔 번 넘게 시도해도 당첨 제비가 안 나왔잖아?

이게 바로 그 비밀이야!

이 제비뽑기 통의 바닥과 당첨 제비의 끝부분엔 자성이 있었어!

그래서 우리가 뽑을 때, 이 당첨 제비는 자성 때문에 바닥에 붙어서 절대 나오지 않은 거야!

그것도 모르고 우린 계속 꽝만 뽑아대며 KAC에게 카드만 바친 꼴이 됐지!

우릴 속였어 이 빌어먹을 사기꾼!

지휘관

그럼... 난 왜 당첨을 뽑은 거지?

PPD-40

그거야——

PPD-40

――?!

보라색 돌풍을 일으키며, KAC-PDW는 그대로 수풀로 숨는 작은 짐승처럼 인파 속으로 뛰어들었다.

G41

......아!

<size=50>잡아라――!!!</size>

KAC-PDW

힉...!

꺄아아악!!!

<size=50>이거 놔!! 놓으라고 이 재수없는 것들아아아!!!</size>

하지만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G41과 성난 피해자들에게 붙잡혀 꽁꽁 묶여버렸다.

PPD-40은 고고하고 냉혹한 미소로 G36의 쟁반을 가지고 KAC-PDW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PPD-40

지휘관, 왜 지휘관만 당첨을 뽑았는지에 해답은 바로 이거야.

<size=50>터엉!</size>

KAC-PDW

<size=50>끼야아아악——!!!</size>

살짝 던져진 금속 쟁반이 KAC-PDW의 오른손을 맹렬한 기세로 들이받아, 보던 지휘관마저 움찔했다.

PPD-40

통에 별다른 장치는 없으니, 바닥의 자성을 조절할 순 없겠지. 그렇다면, 당첨 제비가 나오게 할 방법은...

바로 바닥보다 자성이 강한 물건을 두는 거야.

그걸 제비뽑기 통에 가까이 가져다대면 당첨 제비가 바닥에서 떨어지고, 잘하면 밖으로 튀어나오기까지 하겠지.

그리고 그 신비한 물건은 이 녀석의 오른손 장갑 속에 들어있었어.

그렇지, KAC?

KAC-PDW

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PPD-40

지휘관, 사기 행각이 입증됐으니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겠지?

일동

<size=50>맞아!</size>

지휘관

음... 너희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해 보렴.

PPD-40

우선 KAC는 사기쳐서 챙긴 카드 전부 원주인에게 돌려주고 정중히 사죄해야 해!

그리고 이는 엄연한 규정 위반이니 KAC의 점주 자격을 취소하고 점포도 닫기를 요구하겠어!

매섭게 따지려 드는 일동의 기세에 지휘관도 적잖이 당황했다.

그때, 식기가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테이블 옆에서 울렸다.

G36이 유리 접시를 정리하면서 낸 소리였다.

G36

오늘 밤은 축제의 시간... 주인님께선 모두가 즐겁게 놀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이번에 이렇게 휴가를 나온 이유도 그것이죠.

물론 KAC의 사기 행각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만...

G36

이미 테마가 정해진 점포를 변경하기엔 어려우니, 취소 대신 오늘 밤 여러분이 마시는 음료값은 전부 KAC이 내는 걸로 합시다.

모두 마음껏 드세요, 오늘 밤은 KAC이 쏘는 거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징계가 되겠죠. 어떠신가요, 주인님?

PPD-40

어...

G41

진짜 그래도 돼요 주인님...?

G41이 눈을 반짝이며 군침을 꿀꺽 삼켰다.

대답을 기다리는 일동의 마음도 G41의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들릴 터였다.

지휘관

그래, 그러자. 모두가 즐거운 밤이 되길 바라고 여기 온 거잖아.

그런데 이러면 G36과 주방의 애들이 꽤나 수고해야 될 텐데?

G36

모두를 위한 일이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G41

<size=50>만세――!!</size>

G36 언니, 저 망고 슬러시 주세요!

구경꾼 인형A

전 포도 주스! 얼음 넣어서요!

구경꾼 인형B

오오오...! 고마워 G36!

<size=50>그럼 난 수박 주스 10잔!!!</size>

......

PPD-40

크으윽... 어? 야! 왜 다들...!

아 진짜! 나 버리고 가기야!?

PPD-40과 모두가 시끌벅적하게 자리를 옮기는 뒷모습을 보며, 지휘관은 어깨를 으쓱하기만 했다.

KAC-PDW

허니이... 왜 나 안 구해 줘!?

꽁꽁 묶인 채로 남겨진 KAC-PDW는 울상이면서도 볼은 빵빵하게 부풀리고 지휘관에게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지휘관은 가볍게 한숨을 내뱉곤, KAC-PDW를 풀어 주며 침착하고 진지한 투로 그녀를 타일렀다.

지휘관

어깨를 맞대고 동고동락하는 동료들이잖니, 이번엔 너무 지나쳤어.

KAC-PDW

그치만... 그치만 난 허니만 있으면 되는걸!

게다가 지금 저것들 쥐꼬리만한 내 월급까지...!

지휘관

...내가 조금 대신 내 줄 테니까.

KAC-PDW

으아앙 역시 허니밖에 없어어――

KAC-PDW가 지휘관에게 와락 안겨 얼굴을 파묻는가 싶더니, 얼굴을 번쩍 들었다.

KAC-PDW

――근데 있잖아~

그것보단 그냥 나한테 몇 표 주면 좋겠는데♡

지휘관

<color=#A9A9A9>으이구 태세 전환 봐라!</color>

지휘관의 손을 꼬옥 붙잡고, KAC-PDW는 폴짝폴짝 뛰며 다시 점포로 돌아왔다.

KAC-PDW

이히히~ KAC-PDW의 "지정 함정" 코너 재오픈! 어서 와 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