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텐트
"게임의 분위기가 망쳐지는 걸 막으려다 게임의 흐름을 망친 꼴이죠."
축제가 한창인 장터.
늘어선 점포를 따라 시끌벅적한 인파가 끊임없이 왕래하는 와중...
지휘관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서성이고 있었다.
......
5분 전.
그리폰 "라이칸 클럽"에서 멤버 모집 중!
거기 지나가는 멋쟁이 지휘관, 관심 있어?
지휘관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가와 품에 깔끔한 디자인의 전단지를 품에 쑤셔넣었다.
바로 히죽히죽 웃는 얼굴의 Five-seveN이었다.
지금 "라이칸 클럽" 멤버십에 가입하면 내가 친히 1 대 1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입비는 지휘관 수중의 카드 단 한 표! 오늘 밤 한정인 절호의 찬스야!
하하, 고맙지만 사양할게.
에~이 그러지 말구우~
덤으로 말하자면 나, "라이칸 클럽" 부회장이자 자타공인 탑 플레이어다?
내가 아무한테나 게임 가르쳐 주겠다 하는 줄 알아?
정말 드문 기회인데 좀 더 생각해보는 건 어떠시려나~?
"부회장"이라...
그럼 혹시 회장은 스프링필드니?
응? 어떻게 알았어?
적당히 찍었지.
스프링필드가 그리폰 제일의 카드 게임 플레이어란 얘기는 자주 들었거든.
히힛, 그건 그래.
근데 있잖아...
...?
Five-seveN이 지휘관에게 바짝 다가오더니,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파면?!
아니 왜?
Five-seveN는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스프링필드는 카페 일 때문에 "라이칸 클럽"을 관리할 시간도 없는걸.
게다가 오늘 오후에 있었던 게임에서 치명적인 미스를 저지르는 바람에 [마녀]면서 주민을 독살했다구.
안 그래도 많은 클럽 멤버들이 스프링필드가 딱히 뭘 하지도 않으면서 회장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거에 불만이었는데.
아마 곧 파면시키자는 말이 나올 거야.
지휘관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앞에 있는 점포를 바라봤다.
마침 지휘관이 서 있는 곳이 스프링필드의 "마녀의 텐트" 점포였다.
스프링필드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자신 있는 게임에서 실수를 범하고, 다른 멤버들에게 클럽 회장직 파면을 요구당한다면...
분명 매우 속상해하고 있을 터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지휘관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점포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아 또 누구야 오늘 장사 안 한댔지! 늑대인간은 왼쪽! 주민은 오른쪽으로 나가!
배웅 안 해 줄――
엥...?
WA2000이니?
그 말에 한 쌍의 붉은 눈동자가 테이블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 새빨개진 얼굴로 허둥지둥댔다.
지휘관?!
아니, 그게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 여기 쳐들어와서 소란 피우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지휘관한테 한 말 아니야,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소란이라니, 누가?
그리고 여기 점주는 스프링필드 아니니? 걘 어딜 가고 네가...
주위를 둘러봐도, 좁은 점포 안엔 WA200 한 명뿐인데다 이상하게 조용했다.
그 헛소리하는 녀석들 때문에 스프링필드 언니가 가게에 안 돌아오는 거라고...
대체 무슨 일인데?
뭐야, 아직도 몰라?
앞에서 [늑대왕]이 전단지 뿌리면서 떠들어댔잖아.
지금 언니가 클럽 회장직 파면이네 뭐네 소문이 아주 온 동네에 퍼져서 다들 불구경할 생각 잔뜩일 거라고!
아... 그거였구나.
그런데 그게 그렇게나 심각한 일이야?
지휘관의 질문에 WA2000은 다소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피했다.
...게임하러 왔지?
언니는 아까 기분 전환한다고 산책하러 나갔어. 지금 부를 테니까 잠깐 기다려.
오면 네가 꼬... 꼭 위로해 주라고! 알았어!?
...적어도 네가 위로해 주면 기운 차릴 거 아니야.
알았어, 내가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지.
WA2000은 지휘관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이 없다가, 통신기를 꺼내 스프링필드에게 연락했다.
삐이——
통화 상대가 서비스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엉?
어...? 뭐야, 왜 연락이 안 돼?
내 걸로 걸어볼게.
......
삐이——
통화 상대가 서비스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엑... 어떡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쩌지!?
나갈 때 뭐라 말하고 갔어?
아니면 어딘가 이상해 보이진 않았어?
어... 그러니까... 기분이... 기분이 엄청 우울해 보였어.
응, 우울해 보였어... 어, 언제든지 무너질 것처럼!
WA200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
너무 걱정 마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프링필드잖아? 아무 일 없을 거아.
하지만 연락이 안 되니, 직접 찾아볼 수밖에.
알았어!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자!
나는 바닷가를 찾아볼 테니까, 지휘관은 장터 안을 찾아봐!
찾으면 바로 연락해!
............
약 20분 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 점포를 나오는 지휘관은 근심걱정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게 마지막 점포인데 아무도 스프링필드를 못 봤다니...
얘가 대체 어딜 간 거지?
설마... 에이 설마...
거기 가는 멋진 지휘관님, 많이 우울해 보이시네요.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 어떠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지휘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고개도 번쩍 들어 보니, 더없이 익숙한 눈웃음을 한 얼굴이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프링필드?
눈을 끔뻑끔뻑 몇 번 깜빡여 헛것이 아님을 확인한 뒤에야, 지휘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응? 왜 그러세요 지휘관님?
평소답지 않은 지휘관의 모습에, 스프링필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천천히 사라지고 이내 걱정스런 표정이 되었다.
이야기는 들었어, 스프링필드.
그러니까... 누구나 완벽할 순 없어.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야.
네겐 충격이 컸을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자신감을 잃지 마렴.
한 승부에서 실수했다고 자신을 부정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
스프링필드의 표정이 곤혹스러움에서 놀라움으로, 그리고 웃을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으로 변화하는 것을 본 지휘관은 문득 깨달았다.
속였구나 스프링필드!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자아, 계속 위로해 주세요. 저 지금 무지 속상해서 자기부정 모드란 말이에요♪
하아...
스프링필드의 웃음에 지휘관은 다시금 안도하면서도 한숨밖에 안 나왔다.
어쩐지 WA2000이 이상하게 시선을 피하더라니... 하긴, 세상이 뒤집혀도 네가 침울해지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간다.
그래도 이렇게 절 찾아와 위로해 주셨잖아요?
저 엄청 감동받았어요.
그래서,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니?
조금 전 어느 손님이 "코코넛 아이스 아메리카노 Ver. 스페셜 블렌딩"을 주문해서요.
G36과 G28 둘 다 만들 줄 몰라서 제가 도와줬답니다.
스프링필드는 복잡한 표정인 지휘관에게 커피를 건넸다.
WA2000이 뭐라 말하던가요?
네가 오늘 낮의 게임에서 실수한 일 때문에 클럽 회장 자리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더라.
마냥 거짓말만 하진 않았네요.
그 애는 일부러 지휘관님을 속이려 한 게 아니라, 제가 걱정돼서 그랬을 거예요.
스프링필드는 뭔가 떠올랐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지기 싫어서기도 했을 테고요.
그게 무슨 뜻이야?
그저 제 추측일 뿐이지만, 그 애가 친절한 지휘관님의 동정심을 이용하려 한 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지휘관님에게서 표를 많이 받는다면 파면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
지휘관은 얼굴을 긁적였다.
...그럼 너는?
네?
그건 다 WA2000의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러는 너는 어떤데?
모두에게 의심받고, "라이칸 클럽"의 회장 자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겨도 상관없어?
의외라는 듯, 스프링필드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미안, 굳이 얘기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후훗... 아뇨, 괜찮아요.
지휘관이 또 먼저 사과하니, 스프링필드도 또 쓴웃음을 지었다.
상관없다 한다면 오히려 거짓말이겠죠. 애초에 열정이 없었다면 회장직을 맡지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분들 말도 일리는 있어요, 제가 지금 이 지경으로 내몰린 건 단지 게임 한 판 실수했기 때문이 아니니까요.
근본적인 이유는, 제가 맡은 일들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한 탓이에요.
하하하... 네가 맡는 일이 엄청 많긴 하지.
이렇게 지휘관님까지 저를 위로한다는 것이 제 일이 맡은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로 많다는 뜻이랍니다.
그럼 제가 맡은 일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지휘관은 할 말을 잃었다.
스프링필드는 이를 보며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이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걱정해 주시는데 이런 소리나 하고...
아니, 괜찮아.
네 그런 모습은 정말 드물어서 조금 놀랐을 뿐이야.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 줘서 조금 기쁜걸?
지휘관은 고개를 저었다.
네 말이 전부 옳아. 그런데...
왠지 그게 나한테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네.
너 자신도 설득하려는 말처럼 느껴진달까...
역시 조금은 분하지?
아하하... 지휘관님은 정말 못 당해내겠다니까요.
나도 너를 꽤 잘 아는 편이니까.
반쯤 남은 커피잔을 매만지며, 스프링필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WA2000한테서 제가 오늘 게임 도중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단 말은 들으셨죠?
응,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무슨 일인지는 들었어.
네가 독약으로 같은 편을 독살했다며.
그때 어떤 상황이었냐면요...
몇 시간 전, "라이칸의 성역" 게임 중.
밤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으세요.
자아, 늑대인간은 눈을 뜨고 서로를 확인하세요.
소곤소곤... 소곤소곤...
한 쪽에서 낮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
늑대인간 팀, 오늘 밤에 살해할 사람을 정하세요.
근데 왜 ...... 통신으로 ......
소곤소곤...
안 돼 안 돼! ......엔 가장 ...... 녀석을 ......
......
늑대인간 팀, 아직 안 정했나요?
...... 죽여, 안 그럼 나 ......
뭐 어때 ...... 나름 재밌......
소곤소곤... 소곤소곤...
......
늑대인간 팀의 차례가 끝났습니다. [마녀]는 눈을 뜨세요.
......
오늘 밤, 이 사람이 죽었습니다.
카리나가 G36을 가리켰다.
[마녀]의 수중엔 해독약이 한 개 있습니다. 구하겠습니까?
스프링필드는 뜸을 들이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수중에 독약이 한 개 있습니다. 사용하겠습니까?
스프링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11시 방향을 바라봤다.
AA-12, WA2000, KAC-PDW가 나란히 앉아 있는 그곳을.
세 명을 천천히 훑어본 뒤, 스프링필드는 천천히 손을 들어 가운데, WA2000을 가리켰다.
OK!
[마녀]의 차례가 끝났습니다, 다시 눈을 감으세요!
......
그렇게 된 거였어...?
스프링필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런 마피아류 게임은 논리적인 추리와 속임수의 맞대결이 재미의 핵심이잖아요.
오직 초보만이 "저쪽에서 소리가 났다" 같은 이유로 표를 던지죠.
그래서 저도 그런 행위는 지양하지만... 가끔씩은 어쩔 도리가 없을 때가 있답니다.
그건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늑대인간 팀이 누군가를 죽일 때, 어느 쪽에서 소리가 났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라 잘 아는 베테랑일지라도 생각이 유도당하고 말아요.
다른 요인이 개입하는 그 순간, 일은 돌이킬 수 없게 되고요.
그래서 제가 시작 전부터 토론은 따로 통신 채널을 만들어서 거기서만 하라고 누누이 당부했는데...
말이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왜 하필 WA2000을 처리한 거니?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었음은 통감해요.
그때 저는 단순히 "문제를 제거해야겠다"란 생각밖에 안 했죠.
그때, 지휘관은 깨달았다.
WA2000이 소리를 내서 먼저 죽이자 생각했구나?
도리어 자충수가 되었죠.
WA2000이 늑대인간인지 아닌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소리가 그쪽에서 들렸단 이유만으로 탈락시켰다는 거네.
게임의 분위기가 망쳐지는 걸 막으려다 게임의 흐름을 망친 꼴이죠.
지휘관님이 말씀 안 하셔도 제가 바보 같았단 거 알아요.
왜 다른 사람들에게 말 안 했어?
그러면 제가 소리를 낸 애들을 탓하는 것처럼 같잖아요.
스프링필드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하...
이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셨겠죠.
보답으로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휘관님?
얼마든지.
제 점포로 돌아가시면 꼭 거기서의 게임이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해 주세요.
우리 WA2000이 계획이 실패했단 걸 알면 엄청 속상해서 엉엉 울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 투표 말이야?
그 애는 불쌍한 척하면 지휘관님이 절대 내버려두지 않고 저희에게 잔뜩 투표해 주실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거든요.
걔다운 발상이네...
얼마나 착하고 순진한 아인데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절 신경써 준 거니 너무 나무라지 말아 주세요.
으음...
지휘관은 잠깐 망설였다.
만약에 말이야, 스프링필드. 만약에...
WA2000의 의도대로 네가 투표에서 1위를 한다면...
지금의 네 입장이 나아질까?
...어쩌면요.
제가 이기면 주민 팀도 자동적으로 승리하게 되니까요.
결과적으로 이긴다면, 저의 "사소한" 실수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게 될지도요.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요.
...하지만 솔직히, 저도 이대로 물러나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태만했다는 사실도 깨달았으니 말이에요.
기회가 있다면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요.
...알았어.
뭐하다 이제 오는 거야 지휘관!
WA2000의 목소리가 지휘관을 사색에서 끄집어냈다.
고개를 들어보니, 지휘관은 어느샌가 [마녀]의 점포 앞에 와 있었다.
어... 어땠어? 스프링필드 언니 기운 차렸어?
응, 잘 얘기했어.
안심해, 내가 꼭 스프링필드를 응원해 줄 테니까!
언제 돌아왔는지, 스프링필드도 점포로 돌아와 고개를 기울여 지휘관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제나처럼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마력이 있는 미소였다.
그 마법 같은 미소에 지휘관도 그녀의 마음에 물들어, 천천히 [마녀]의 점포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마녀의 텐트"에 잘 오셨습니다♪
......
삐익.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어쨌든 성공은 성공이네요.
내가 뭐랬어, 그냥 눈물 짜는 편이 직빵이라고 했지!
그렇게 에둘러서 괜찮다 안 괜찮다 말을 빙빙 돌리면 어떡해?
지휘관이 안 낚였으면 어쩌려고!
그야, 지휘관님의 성격을 잘 아니까죠.
안 어울리는 연기를 해봤자 지휘관님은 비상한 감의 소유자시니 금방 들켰을 거예요.
차라리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는 편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지휘관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답니다. WA도 잘 기억해 둬요.
이... 내가 지휘관을 잘 모른단 거야 뭐야!?
언니 진짜 나한테 죽었어!
어머? 미안해요 미안, 내가 잘못했어요~
통신 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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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한창인 장터.
늘어선 점포를 따라 시끌벅적한 인파가 끊임없이 왕래하는 와중...
지휘관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서성이고 있었다.
......
5분 전.
<size=50>그리폰 "라이칸 클럽"에서 멤버 모집 중!</size>
거기 지나가는 멋쟁이 지휘관, 관심 있어?
지휘관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가와 품에 깔끔한 디자인의 전단지를 품에 쑤셔넣었다.
바로 히죽히죽 웃는 얼굴의 Five-seveN이었다.
지금 "라이칸 클럽" 멤버십에 가입하면 내가 친히 1 대 1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입비는 지휘관 수중의 카드 단 한 표! 오늘 밤 한정인 절호의 찬스야!
하하, 고맙지만 사양할게.
에~이 그러지 말구우~
덤으로 말하자면 나, "라이칸 클럽" 부회장이자 자타공인 탑 플레이어다?
내가 아무한테나 게임 가르쳐 주겠다 하는 줄 알아?
정말 드문 기회인데 좀 더 생각해보는 건 어떠시려나~?
"부회장"이라...
그럼 혹시 회장은 스프링필드니?
응? 어떻게 알았어?
적당히 찍었지.
스프링필드가 그리폰 제일의 카드 게임 플레이어란 얘기는 자주 들었거든.
히힛, 그건 그래.
근데 있잖아...
...?
Five-seveN이 지휘관에게 바짝 다가오더니,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size=50>파면?!</size>
아니 왜?
Five-seveN는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스프링필드는 카페 일 때문에 "라이칸 클럽"을 관리할 시간도 없는걸.
게다가 오늘 오후에 있었던 게임에서 치명적인 미스를 저지르는 바람에 [마녀]면서 주민을 독살했다구.
안 그래도 많은 클럽 멤버들이 스프링필드가 딱히 뭘 하지도 않으면서 회장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거에 불만이었는데.
아마 곧 파면시키자는 말이 나올 거야.
지휘관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앞에 있는 점포를 바라봤다.
마침 지휘관이 서 있는 곳이 스프링필드의 "마녀의 텐트" 점포였다.
스프링필드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자신 있는 게임에서 실수를 범하고, 다른 멤버들에게 클럽 회장직 파면을 요구당한다면...
분명 매우 속상해하고 있을 터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지휘관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점포 안으로 발을 들였다.
<size=50>아 또 누구야 오늘 장사 안 한댔지! 늑대인간은 왼쪽! 주민은 오른쪽으로 나가!</size>
<size=60>배웅 안 해 줄――</size>
엥...?
WA2000이니?
그 말에 한 쌍의 붉은 눈동자가 테이블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 새빨개진 얼굴로 허둥지둥댔다.
<size=50>지휘관?!</size>
아니, 그게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 여기 쳐들어와서 소란 피우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지휘관한테 한 말 아니야,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소란이라니, 누가?
그리고 여기 점주는 스프링필드 아니니? 걘 어딜 가고 네가...
주위를 둘러봐도, 좁은 점포 안엔 WA200 한 명뿐인데다 이상하게 조용했다.
그 헛소리하는 녀석들 때문에 스프링필드 언니가 가게에 안 돌아오는 거라고...
대체 무슨 일인데?
뭐야, 아직도 몰라?
앞에서 [늑대왕]이 전단지 뿌리면서 떠들어댔잖아.
지금 언니가 클럽 회장직 파면이네 뭐네 소문이 아주 온 동네에 퍼져서 다들 불구경할 생각 잔뜩일 거라고!
아... 그거였구나.
그런데 그게 그렇게나 심각한 일이야?
지휘관의 질문에 WA2000은 다소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피했다.
...게임하러 왔지?
언니는 아까 기분 전환한다고 산책하러 나갔어. 지금 부를 테니까 잠깐 기다려.
오면 네가 꼬... 꼭 위로해 주라고! 알았어!?
...적어도 네가 위로해 주면 기운 차릴 거 아니야.
알았어, 내가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지.
WA2000은 지휘관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이 없다가, 통신기를 꺼내 스프링필드에게 연락했다.
삐이——
<color=#00CCFF>통화 상대가 서비스 지역을 벗어났습니다.</color>
...엉?
어...? 뭐야, 왜 연락이 안 돼?
내 걸로 걸어볼게.
......
삐이——
<color=#00CCFF>통화 상대가 서비스 지역을 벗어났습니다.</color>
엑... 어떡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쩌지!?
나갈 때 뭐라 말하고 갔어?
아니면 어딘가 이상해 보이진 않았어?
어... 그러니까... 기분이... 기분이 엄청 우울해 보였어.
응, 우울해 보였어... 어, 언제든지 무너질 것처럼!
WA200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
너무 걱정 마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프링필드잖아? 아무 일 없을 거아.
하지만 연락이 안 되니, 직접 찾아볼 수밖에.
알았어!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자!
나는 바닷가를 찾아볼 테니까, 지휘관은 장터 안을 찾아봐!
찾으면 바로 연락해!
............
약 20분 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 점포를 나오는 지휘관은 근심걱정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게 마지막 점포인데 아무도 스프링필드를 못 봤다니...
얘가 대체 어딜 간 거지?
설마... 에이 설마...
거기 가는 멋진 지휘관님, 많이 우울해 보이시네요.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 어떠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지휘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고개도 번쩍 들어 보니, 더없이 익숙한 눈웃음을 한 얼굴이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프링필드?
눈을 끔뻑끔뻑 몇 번 깜빡여 헛것이 아님을 확인한 뒤에야, 지휘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응? 왜 그러세요 지휘관님?
평소답지 않은 지휘관의 모습에, 스프링필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천천히 사라지고 이내 걱정스런 표정이 되었다.
이야기는 들었어, 스프링필드.
그러니까... 누구나 완벽할 순 없어.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야.
네겐 충격이 컸을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자신감을 잃지 마렴.
한 승부에서 실수했다고 자신을 부정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
스프링필드의 표정이 곤혹스러움에서 놀라움으로, 그리고 웃을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으로 변화하는 것을 본 지휘관은 문득 깨달았다.
속였구나 스프링필드!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자아, 계속 위로해 주세요. 저 지금 무지 속상해서 자기부정 모드란 말이에요♪
하아...
스프링필드의 웃음에 지휘관은 다시금 안도하면서도 한숨밖에 안 나왔다.
어쩐지 WA2000이 이상하게 시선을 피하더라니... 하긴, 세상이 뒤집혀도 네가 침울해지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간다.
그래도 이렇게 절 찾아와 위로해 주셨잖아요?
저 엄청 감동받았어요.
그래서,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니?
조금 전 어느 손님이 "코코넛 아이스 아메리카노 Ver. 스페셜 블렌딩"을 주문해서요.
G36과 G28 둘 다 만들 줄 몰라서 제가 도와줬답니다.
스프링필드는 복잡한 표정인 지휘관에게 커피를 건넸다.
WA2000이 뭐라 말하던가요?
네가 오늘 낮의 게임에서 실수한 일 때문에 클럽 회장 자리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더라.
마냥 거짓말만 하진 않았네요.
그 애는 일부러 지휘관님을 속이려 한 게 아니라, 제가 걱정돼서 그랬을 거예요.
스프링필드는 뭔가 떠올랐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지기 싫어서기도 했을 테고요.
그게 무슨 뜻이야?
그저 제 추측일 뿐이지만, 그 애가 친절한 지휘관님의 동정심을 이용하려 한 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지휘관님에게서 표를 많이 받는다면 파면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
지휘관은 얼굴을 긁적였다.
...그럼 너는?
네?
그건 다 WA2000의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러는 너는 어떤데?
모두에게 의심받고, "라이칸 클럽"의 회장 자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겨도 상관없어?
의외라는 듯, 스프링필드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미안, 굳이 얘기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후훗... 아뇨, 괜찮아요.
지휘관이 또 먼저 사과하니, 스프링필드도 또 쓴웃음을 지었다.
상관없다 한다면 오히려 거짓말이겠죠. 애초에 열정이 없었다면 회장직을 맡지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분들 말도 일리는 있어요, 제가 지금 이 지경으로 내몰린 건 단지 게임 한 판 실수했기 때문이 아니니까요.
근본적인 이유는, 제가 맡은 일들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한 탓이에요.
하하하... 네가 맡는 일이 엄청 많긴 하지.
이렇게 지휘관님까지 저를 위로한다는 것이 제 일이 맡은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로 많다는 뜻이랍니다.
그럼 제가 맡은 일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지휘관은 할 말을 잃었다.
스프링필드는 이를 보며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이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걱정해 주시는데 이런 소리나 하고...
아니, 괜찮아.
네 그런 모습은 정말 드물어서 조금 놀랐을 뿐이야.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 줘서 조금 기쁜걸?
지휘관은 고개를 저었다.
네 말이 전부 옳아. 그런데...
왠지 그게 나한테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네.
너 자신도 설득하려는 말처럼 느껴진달까...
역시 조금은 분하지?
아하하... 지휘관님은 정말 못 당해내겠다니까요.
나도 너를 꽤 잘 아는 편이니까.
반쯤 남은 커피잔을 매만지며, 스프링필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WA2000한테서 제가 오늘 게임 도중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단 말은 들으셨죠?
응,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무슨 일인지는 들었어.
네가 독약으로 같은 편을 독살했다며.
그때 어떤 상황이었냐면요...
몇 시간 전, "라이칸의 성역" 게임 중.
밤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으세요.
자아, 늑대인간은 눈을 뜨고 서로를 확인하세요.
소곤소곤... 소곤소곤...
한 쪽에서 낮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
늑대인간 팀, 오늘 밤에 살해할 사람을 정하세요.
근데 왜 ...... 통신으로 ......
소곤소곤...
안 돼 안 돼! ......엔 가장 ...... 녀석을 ......
......
늑대인간 팀, 아직 안 정했나요?
...... 죽여, 안 그럼 나 ......
뭐 어때 ...... 나름 재밌......
소곤소곤... 소곤소곤...
......
늑대인간 팀의 차례가 끝났습니다. [마녀]는 눈을 뜨세요.
......
오늘 밤, 이 사람이 죽었습니다.
카리나가 G36을 가리켰다.
[마녀]의 수중엔 해독약이 한 개 있습니다. 구하겠습니까?
스프링필드는 뜸을 들이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수중에 독약이 한 개 있습니다. 사용하겠습니까?
스프링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11시 방향을 바라봤다.
AA-12, WA2000, KAC-PDW가 나란히 앉아 있는 그곳을.
세 명을 천천히 훑어본 뒤, 스프링필드는 천천히 손을 들어 가운데, WA2000을 가리켰다.
OK!
[마녀]의 차례가 끝났습니다, 다시 눈을 감으세요!
......
그렇게 된 거였어...?
스프링필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런 마피아류 게임은 논리적인 추리와 속임수의 맞대결이 재미의 핵심이잖아요.
오직 초보만이 "저쪽에서 소리가 났다" 같은 이유로 표를 던지죠.
그래서 저도 그런 행위는 지양하지만... 가끔씩은 어쩔 도리가 없을 때가 있답니다.
그건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늑대인간 팀이 누군가를 죽일 때, 어느 쪽에서 소리가 났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라 잘 아는 베테랑일지라도 생각이 유도당하고 말아요.
다른 요인이 개입하는 그 순간, 일은 돌이킬 수 없게 되고요.
그래서 제가 시작 전부터 토론은 따로 통신 채널을 만들어서 거기서만 하라고 누누이 당부했는데...
말이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왜 하필 WA2000을 처리한 거니?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었음은 통감해요.
그때 저는 단순히 "문제를 제거해야겠다"란 생각밖에 안 했죠.
그때, 지휘관은 깨달았다.
WA2000이 소리를 내서 먼저 죽이자 생각했구나?
도리어 자충수가 되었죠.
WA2000이 늑대인간인지 아닌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소리가 그쪽에서 들렸단 이유만으로 탈락시켰다는 거네.
게임의 분위기가 망쳐지는 걸 막으려다 게임의 흐름을 망친 꼴이죠.
지휘관님이 말씀 안 하셔도 제가 바보 같았단 거 알아요.
왜 다른 사람들에게 말 안 했어?
그러면 제가 소리를 낸 애들을 탓하는 것처럼 같잖아요.
스프링필드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하...
이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셨겠죠.
보답으로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휘관님?
얼마든지.
제 점포로 돌아가시면 꼭 거기서의 게임이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해 주세요.
우리 WA2000이 계획이 실패했단 걸 알면 엄청 속상해서 엉엉 울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 투표 말이야?
그 애는 불쌍한 척하면 지휘관님이 절대 내버려두지 않고 저희에게 잔뜩 투표해 주실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거든요.
걔다운 발상이네...
얼마나 착하고 순진한 아인데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절 신경써 준 거니 너무 나무라지 말아 주세요.
으음...
지휘관은 잠깐 망설였다.
만약에 말이야, 스프링필드. 만약에...
WA2000의 의도대로 네가 투표에서 1위를 한다면...
지금의 네 입장이 나아질까?
...어쩌면요.
제가 이기면 주민 팀도 자동적으로 승리하게 되니까요.
결과적으로 이긴다면, 저의 "사소한" 실수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게 될지도요.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요.
...하지만 솔직히, 저도 이대로 물러나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태만했다는 사실도 깨달았으니 말이에요.
기회가 있다면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요.
...알았어.
뭐하다 이제 오는 거야 지휘관!
WA2000의 목소리가 지휘관을 사색에서 끄집어냈다.
고개를 들어보니, 지휘관은 어느샌가 [마녀]의 점포 앞에 와 있었다.
어... 어땠어? 스프링필드 언니 기운 차렸어?
응, 잘 얘기했어.
안심해, 내가 꼭 스프링필드를 응원해 줄 테니까!
언제 돌아왔는지, 스프링필드도 점포로 돌아와 고개를 기울여 지휘관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제나처럼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마력이 있는 미소였다.
그 마법 같은 미소에 지휘관도 그녀의 마음에 물들어, 천천히 [마녀]의 점포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마녀의 텐트"에 잘 오셨습니다♪
......
삐익.
<color=#00CCFF>계획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어쨌든 성공은 성공이네요.</color>
<color=#00CCFF>내가 뭐랬어, 그냥 눈물 짜는 편이 직빵이라고 했지!</color>
<color=#00CCFF>그렇게 에둘러서 괜찮다 안 괜찮다 말을 빙빙 돌리면 어떡해?</color>
<color=#00CCFF>지휘관이 안 낚였으면 어쩌려고!</color>
<color=#00CCFF>그야, 지휘관님의 성격을 잘 아니까죠.</color>
<color=#00CCFF>안 어울리는 연기를 해봤자 지휘관님은 비상한 감의 소유자시니 금방 들켰을 거예요.</color>
<color=#00CCFF>차라리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는 편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지휘관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답니다. WA도 잘 기억해 둬요.</color>
<color=#00CCFF>이... 내가 지휘관을 잘 모른단 거야 뭐야!?</color>
<color=#00CCFF><size=50>언니 진짜 나한테 죽었어!</size></color>
<color=#00CCFF>어머? 미안해요 미안, 내가 잘못했어요~</color>
통신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