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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3 · 퍼미션 리로딩

재수 계시록

"보답으로 빅 서프라이즈를 드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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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사의한 순백.

마치 처음 보았던 끝없이 펼쳐진 설원처럼, 밝은 빛이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가득 채웠다.

몸은 점점 가벼워졌다.

모든 것을 끌어내리는 만유인력에서 해방된 것처럼, 몸이 자유로이 저 위로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시스템

<color=#FFFF00>최종 스테이지 종료. 적 지휘부 공략도 - 90%.</color>

<color=#FFFF00>보충 시험 최종 평가 - 합격.</color>

<color=#FFFF00>시험 수고하셨습니다, 곧 로그아웃합니다...</color>

......

CMR-30

우리... 빠져나온 거야?

부스스 눈을 뜨고 책상에서 몸을 일으킨 CMR-30은 혹시 아직 프로그램 속일까 반신반의했다.

톰슨

여어, 신참! 귀환을 환영한다.

하지만 먼저 깨어나 양옆에서 기다리고 던 톰슨과 80식을 본 순간, 그 의심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CMR-30

서, 선배들...! 다행이다!

해냈다! 우리가 해냈다아아!!

CMR-30은 왈칵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둘을 와락 껴안았다.

80식

으악!? 이거 놔, 숨 막혀!

톰슨

하하핫, 좀 참아 줘라.

사랑과 열정으로 뜨거운 신참의 포옹인데.

그렇게 잠깐 있다, CMR-30은 코를 훌쩍이며 팔을 풀었다.

CMR-30

쿨쩍... 어라? 그런데 시노 선배는?

80식이 턱짓으로 가리킨 방향에...

시노가 총으로 시험장 정문을 막은 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눈빛으로 카리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카리나

아하하하하... 너희의 심정은 아주~ 잘 이해해...

카르카노 M91/38

글쎄요, 카리나 씨.

이렇게나 과한 징계 수위에 대해 우선 해명부터 해 주시겠어요?

카리나

징계라니 무슨 소릴! 이건 그냥 사소한, 진짜 사소한 프로그램 고장이었어!

80식

웃기고 있네! 무슨 프로그램 고장이 이 따위로 악랄해? 분명히 일부러야!

나랑 시노가 몇 번 시험지를 백지로 낸 게 그렇게 나쁜 일이었어!?

카리나

아니아니 얘들아, 진짜 그런 거 아니래도? 지휘관님이 직접 진심으로 사과하고 설명해 주신댔어!

톰슨! 같이 얘들 좀 달래 줘!

하지만 톰슨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톰슨

미안해 마담,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보스가 잘못했어.

카리나

CMR-30 양!

CMR-30

카리나, 이번 시험으로 나는 몸소 깨달은 사실이 한 가지 있어.

바로 그리폰의 선배들은 천하제일이라는 것! 이런 선배들을 괴롭힌 사람들은 벌받아 마땅해!

새하얀 등불이 모두의 얼굴을 비추니, 그 표정들에 담긴 감정이 더욱 돋보였다.

카리나

<color=#A9A9A9>전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휘관님, 나머진 맡길게요...!</color>

카리나

지, 지금 당장 지휘관님한테 가자!

걱정 마, 너희가 고생한 만큼 꼭 보상해 주실 거야!

그때, 카리나의 태블릿이 메시지 착신음을 내었다.

카리나에겐 그것이 절체절명의 순간 하늘에서 동앗줄이 내려온 것만 같았다.

카리나

지휘관님이다!!

얘들아 보렴! 지휘관님이 얼마나 진심이신지!

카리나는 곧장 메시지를 열어, 먼저 확인도 않고 두 손으로 태블릿을 척 내밀어 화면을 모두에게 보였다.

............

긴 침묵. 방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욱 무거워졌다.

이에 카리나가 어리둥절해 하며 태블릿을 뒤집어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지휘관 메시지

<color=#00CCFF>카리나, 오늘 일하던 중에 엄청 중요한 일이 떠올랐단다.</color>

<color=#00CCFF>작년 이월한 연차가 곧 유효 기간이 지나기 직전이지 뭐니!</color>

<color=#00CCFF>그래서 바로 크루거 씨께 7일 연차 신청해서 지금 외국에 나와 있어.</color>

지휘관 메시지

<color=#00CCFF>그리고 오늘 보충 시험에 관해선 내가 잘 생각해봤는데 말이다...</color>

<color=#00CCFF>관련 사항은 네게 전권 위임할게!</color>

<color=#00CCFF>의도치 않게 고생한 애들, 보상으로 그냥 뭐 해 달라는 대로 적당히 해 주렴.</color>

<color=#00CCFF>그럼 연차 갔다와서 보자!</color>

끝.

메시지는 그게 끝이었다.

80식

...다들, 지휘관이 뭐랬는지 봤지!?

네 쌍의 눈동자가, 동공이 지진난 듯 흔들리는 카리나를 향했다.

카르카노 M91/38

카리나 씨?

저 연차 2배로 주세요!

연봉도 2배로 늘려 주시면 더 좋겠네요!

CMR-30

나도 연봉 2배!

카리나

아, 아하하, 아하하하하, 무, 물론이지! 해 줄게...!

그 순간, 시험장이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 요동쳤다.

카리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마의 식은땀을 훔쳤다.

톰슨

이거 뜻밖의 횡재구만! 이렇게 기쁜 때엔 한잔해야지!

80식

그래애 우리 모두 이제 연봉 두 배인데!

실컷 마셔! 밤새도록 마셔!

CMR-30

가자~ 보충 시험 소대의 위대한 승리를 기념하러!

인형들은 왁자지껄 어깨동무하고 떠들며 "개선문"을 넘어 갔다.

반면 남겨진 카리나는 속으로 대강의 추가 비용을 계산하며 참담한 심정――

카리나

...잠깐. 나한테, 전권 위임이라셨지...?

――이다 말고, 불현듯 무언가가 뇌리를 스쳤다.

카리나

으흐흐... 지휘관니임~? 연차 자알 즐기고 오세요~

몰래 혼자 내빼신 보답으로 빅 서프라이즈를 드릴 테니까요...♪

카리나가 다시 해맑아진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콰앙!

시험장의 문이 힘차게 닫혔다.

그리고 바쁜 발소리가, 다가오는 폭풍우처럼 지휘실에 닥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