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
G36, M1903
그리폰 지휘실.
자원 배분 문제는 대충 처리했고... 이 다음에 일정 더 있어?
네, 주인님.
오후 3시, 최신 기수 인형들의 실전 데이터 수집 건으로 IOP의 인원이 방문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변방조사단 B104 소대가 오늘 밤 영지 복귀 예정인데, 주인님께서 직접 검품하셔야 할 물자가 있다고 합니다.
으음... 알았어.
참, 물품 발주는?
전부 일시 연기하였습니다.
상인은 보수적인 성향이 많아 인형과는 거래를 꺼려해서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발주량도 상당하니, 관련 업무에 익숙지 않은 제가 한다면 착오가 생길 수 있습니다.
카리나 씨가 직접 접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군... 수고했어, G36.
나머진 나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지금 일 끝나면 네 업무로 돌아가도 돼.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제 오전 후방 업무는 이미 전부 처리했습니다.
제 스케줄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관 업무를 하는 동시에 원라 자신의 일도 빠뜨리지 않다니...
물론 인형의 업무 효율은 인간과 비교 불가능이지만, G36의 수준은 차원이 다른 거 같네.
그리고, 일정에 카리나 씨의 병문안도 추가할까요?
어... 아니, 역시 안 가는 게 좋겠어.
왠진 몰라도 지금은 누굴 보는 게 싫은가 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병문안을 거절당했다더라.
아무래도 인형만 들여보내는 것 같은데...
오후의 일정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네가 나 대신 가 줄래?
알겠습니다, 주인님.
참, 가는 김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시죠.
스프링필드한테 이 카페 영업 재개 통지서를 전달해 줘.
카리나가 쓰러지고부터 스프링필드가 옆에서 계속 간호했거든?
하지만 그게 너무 길어져도 안 되니, 오늘 오후까지만이라고 했어.
스프링필드가요?
주인님께서 부탁하신 일인가요?
아니, 걔가 자발적으로 나선 거야.
...그것 때문에 자신의 업무를 소홀히했다고요?
뭐, 나한테 미리 통보를 안 하긴 했지.
하지만 갑작스런 긴급 상황이었잖니, 괜찮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G36은 지휘관에게 서류를 받아들고,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지휘실을 나왔다.
......한심해.
의무실.
앗, G36 씨.
카리나 씨를 보러 왔습니다만, 지금 가능한가요?
네, 상태가 많이 호전돼서 괜찮아요.
스프링필드 씨도 안에 계세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G36은 의사에게도 인사하고 곧장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앙——
어머, G36? 어서 와요.
——우음~♪
스프링필드는 병상의 카리나에게 사과를 깎아 먹여 주는 중이었다.
카리나는 입에 문 사과를 꼭꼭 씹어 목구멍으로 넘기고서야, G36이 온 것을 눈치챘다.
헉, G36?!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군요, 다행입니다.
아, 응!
심한 병에 걸린 것도 아니었는데 뭘...
부관 일은 어때? 잘 돼 가?
물론입니다, 다 카리나 씨가 잘 인수인계해 준 덕분이죠.
G36은 스프링필드를 힐끔 보곤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주인님께서 드리시는 병문안 선물입니다.
오오~ Lucky~!
헤헤헤, 지휘관님이 선물 고르는 센스는 참 좋으시다니까!
주인님께서 직접 병문안을 오고 싶어하시는데, 카리나 씨가 거절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주인님과 다투기라도 하셨습니까?
윽...
그런 게 아니에요.
그저, 카리나 씨가 쑥스러워서랍니다.
쑥스러워서...?
스프링필드!
뭐 어때요?
G36도 이런 걸로 남을 평가하진 않아요.
게다가, 저희는 "잘 모르는" 일인걸요.
그게 무슨 뜻이죠?
......
아무튼, 다음에 또 힘들거나 하면 꼭 지휘관님께 업무량 조절해 달라고 말씀하세요.
부끄럽다고 억지로 버티려 하지 말고요, 알았죠?
카리나 씨 성격에도 소중한 의료 물자를 개인적인 일로 소비하긴 싫으시겠죠?
아무리 그래도 두통약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요...
괜히 이런 일로 특별히 보살핌받거나 하기 싫은걸...
그리고, 나보다 더 두통약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정말 이상한 데서 고집이 세다니까요.
에휴... 너희가 진심으로 부러워.
너희는 나 같은 고민은 전혀 할 일 없잖아.
고민이라니, 질병 말인가요?
누가 뭐래도, 저희는 인간이 아니니까요.
아무리 비슷하더라도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선 다를 수밖에 없죠.
으으... 괜히 분위기만 우중충해졌네.
그냥 말하지 말걸.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리 카리나 씨랑 지휘관님이 저희를 "사람"으로 대하신다 해도...
저희는 결국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아이 참, 오늘 스프링필드 진짜 심술쟁이야!
난 단 한 번도 너희를 그냥 인형이라고만 생각한 적 없거든!?
후훗,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누가 가끔씩은 심술쟁이 역할을 맡아야 하는 법이랍니다.
G36도 그렇게 생각하죠?
저도 스프링필드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차별 없이 봐주시는 것에는 감사드리지만, 인간과 저희의 차이점을 확실히 염두에 두도록 하세요.
물론, 방금까지 무슨 대화를 나누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G36이 꼭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그러죠.
그럼, 우리와 상관있는 일을 얘기할까요?
스프링필드, 여기 당신 앞으로 온 서류입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