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6C
MOD 1
어둡고, 먼지가 자욱한 방. 그곳에서, IOP의 402번 기술자는 의자에 꽁꽁 묶인 채 최후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초점을 잃은 흐리멍덩한 눈으로 머릿속의 오만가지 소음에 난타당하는 와중에도,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한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에게... 알려 줘야 하는데...
어떡해서든... 알려 줘야...
천장의 전등은 계속되는 진동으로 미세하게 흔들렸다.
들려오는 총성과 바닥에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이윽고 나타난 그림자가, 기술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아... 역시 당신이...
나는... 대체 무슨 짓을...
정말 이럴 수밖에 없니?
...여태까지 너 혼자 속으로 삭였나 보구나.
............
그래도 언제나 착하고 얌전한 너답지 않아.
대체 뭐가 너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니, 응?
G36C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고, G36은 그 침묵 너머에 깊은 고민이 있음을 느꼈다.
그녀도 널 이해해 줄 거야.
마인드맵을 쓸데없는 의심이나 하는 데에 쓰는 것보단 훨씬 홀가분해질 테니.
언니...
언니한텐 결국 들키겠지...
하지만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이야...
그리폰 작전 지휘실.
수사에 따르면, 근일 발생한 IOP의 기술자 납치 사건은 기술을 주로 다루는 암거래 조직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린존의 경찰도 이미 인력을 동원한 상태지만, 해당 조직이 매우 뛰어난 역정찰 능력을 가져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카리나 씨, 새로운 임무인가요?
응, 특별 의뢰야. 뉴스 보면 뭔지 대략적으로 감이 오지?
파견된 선발 소대가 목표의 위치를 파악했대.
이제 남은 일은 쳐들어가서 기술자를 구출해 오기만 하면 돼.
선발 소대요?
어... 대원분들은 누구인가요?
59식이랑 PSG-1이랑 MG3.
음... 그럼 대충 제가 할 일이 뭔지 알겠네요.
힘든 임무가 되겠지만, 선배들과 함께니 긴장은 덜 될 거 같아요.
그래도 방심하지 마, 저 암거래 조직은 보안국마저도 조심스럽게 상대하게 만들 정도야.
그 작자들은 기술자가 가진 IOP의 기밀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게 분명해.
기술자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나요?
계속 암호화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흘리고 있는 걸 보면 아직은 괜찮은가 봐.
납치당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진 몰라도, IOP의 기술자니까 뭐...
아무튼 이거 좀 봐 줄래? 기술자가 보낸 지형도인데...
아니 진짜, 납치됐으면서 3D 스캔은 또 어떻게 했대?
이 구조... 진지 방어용 벙커처럼 보이네요.
후우... 만약 언니도 함께였다면 틀림없이 정면 돌파하자고 했겠죠...
이런 돌파전은 G36C가 특기니까지~
그, 그건 언니가 뒤에서 잘 봐줘서...
에이, 더 자신감을 가져야지! 단독 임무도 여러 번 해봤으면서~
그리고 언니의 보살핌도 좋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하, 하지만 임무 수행할 땐 항상 언니처럼 과감해지고 싶단 생각이 드는걸요...
흐음... 그럼 이번에 그 문턱을 넘으려 노력해보는 건 어때? 네 판단력을 살려서.
......네.
한번 해볼게요.
그런데 여기, A 루트와 B 루트 전부 X자가 쳐져 있는데, C 루트로 진입할 계획인가요?
맞아. 다만 문제가, 그놈들이 벌써 여기다 방어 시설을 잔뜩 설치해놨어. A, B 루트는 놈들이 진작에 폭파해서 틀어막았고.
어쩌면 더 안전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어.
지금 59식이랑 PSG는 외부에서 놈들의 거동을 감시 중이니, 네 임무는 MG3를 엄호하면서 C 루트를 돌파해 기술자를 찾아내는 거야.
MG3 씨를 엄호하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네 특기를 살리는 거지. 각자 적합한 일을 맡아야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잖아.
그리고, 지휘관님도 이런 중요한 임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걸 바라지 않으셔. 지휘관님도 너를 꽤 신경쓰신다고.
...알겠습니다.
지휘관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어요.
구출 작전으로부터 1주일 뒤, 작전에 참여했던 인형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 너희도 받았어?
오오... G36C가 우리에게 선물을?
진짜 착한 애라니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아, 선물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G36C가 홀로 임무를 완수한 것 자체가 도저히 믿기질 않아요.
설마,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건 아니겠죠?
뭐어... 하긴, 나도 그런 건 처음 봤어.
걔 혼자 쳐들어갔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다시 나오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지. 말 그대로 기적이야.
어쨌든 임무를 성공이니 된 거 아니야?
게다가, G36C는 원래부터 강했는걸? 이상할 게 뭐 있다고.
모의작전 때만 컨디션이 영 안 따라 줬나 보지.
혼자서 열 대가 넘는 자동 포탑의 대구경 기관총 세례를 받았는데도요? 전술인형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방어 능력을 지닐 수가 있는 건가요?
설령 정말 그렇다 해도, 그걸 계획 구상 단계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더욱 말이 안 돼요.
너무 무모했다고요. 이번 작전에서 우린 들러리였다는 것마냥...
야 PSG, 이번에 G36C가 무모한 짓을 벌여서 화난 건 알겠어.
하지만, 난 그냥 G36C가 MG3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 믿어.
생각해 보라고, 원래 계획은... MG3가 거기서 완파되는 것까지 상정했을 정도였잖아.
59식이 그리 말한다면 더더욱 이 선물을 곱게 받을 수 없어요.
제가 궁금한 건 그녀가 지금 어떤가지, 추측의 영역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고요. 아무리 봐도 수상한 점이 너무 많단 말이에요.
카리나도 이번 임무는 변수가 많다고 했잖아?
G36C가 막상 돌입하고 보니 그 기관포탑들이 전부 고장났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아니 그건 더 말이 안 되네. 아무튼――
못 들어주겠네 진짜, 정 그렇게 궁금하면 추측은 그만하고 직접 가서 물어보면 되지!
할 수 있으면 진작에 그랬죠. G36C가 일주일 내내 숙소 밖으로 나오질 않고 있단 얘기 못 들었어요?
엥, 진짜?!
으음... 그러고 보니 임무 마치고 돌아오고 나서부터 걔를 다시 본 적이 없네.
그렇다면 확실히 좀 이상한걸.
오늘 밤 있을 작전 성공 기념 파티에 카리나 씨가 모두를 초대했으니, 그때 제대로 물어보려 해요.
흐으음...
어... 그래도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묻지는 말자.
네가 뭐든지 직구인 건 알지만...
안 그래도 소심한 애인데, 마음에 상처 입을지도 몰라.
......
맞아 맞아, 내 말이.
아, 내친 김에 G36한테 엄청 큰 케이크 만들어 달라 하자! G36C가 제일 좋아하는 걸로!
그러고도 입 안 여나 어디 한번 보자고.
아... 어... 어휴, 알았어요.
저도 "정도껏"이란 말도 모르는 인형으로 보여요?
밤이 되고, 그리폰 숙소의 중앙 홀.
중앙 홀의 창가에 카리나와 G36이 앉았지만, 어째선지 둘 다 특별히 단장하지 않았고, 홀의 분위기도 평소와 별다를 바 없었다.
모두 오고 있습니까?
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지금 G36C가 어떤 상태인지 매우 궁금하겠죠.
하아... 하지만 지금 걔네한테 알려 줄 수 있는 거라곤...
예,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