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6C
MOD 2
한밤중의 그리폰 숙소.
중앙 홀로 향하는 세 인형들은 정성들여 화장한 데 더해, 59식은 커다란 케이크를 실은 카트도 밀었다.
빨리요, 시간 거의 다 됐어요. 어쩌면 벌써 파티장에 사람 꽉 찼을지도 몰라요.
아 걱정 붙들어 매셔~ 서프라이즈란 원래 좀 늦어야 제맛이라구!
헤헤헤, G36C가 깜짝 놀란 표정은 어떨지 기대되는구나~!
얼레, 왜 이렇게 조용하지? 뭔가 좀 이상한데...
오옷, 설마 G36C가 역으로 우리에게 서프라이즈를 기획한 건가!?
...아뿔싸.
특제 케이크 주문했단 말이 새어 나갔나 봐!
진짜 뭔가 좀 이상한데요... 일단 들어가 보죠.
홀의 문을 연 세 인형은 그자리에 굳어버렸다.
에엥...
축하 파티는...?
...뭐야, 벌써 끝났어? 시간 잘못 봤나?
파티가 열린다던 중앙 홀은 텅 비어 있었고, 무거운 표정의 G36과 카리나만이 그녀들을 맞이했다.
얘들아, 진정하고 들어줘.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니까... G36C는 오지 않는다고요?
네... 현재 상태가 좋지 않아,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더불어, 여러분께 설명드릴 것이...
그리폰 숙소.
......
...제대의 전열로서의 고민이니?
전열로서, 대다수의 상황에서 넌 그저 화력을 받아내기만 하면 되지만...
그것만으론 네 가치를 충분히 증명할 수 없단 생각이라도 들었어?
......
너 또 그러면 언니 속상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했잖니.
......
G36C...
G36이 동생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댔다.
G36C는 그런 언니의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다,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니, 그럼 뭔데? 말 좀 해보렴, 응? 말해 주지 않으면 언니가 어떻게 알아, 혹시 발성 모듈이 고장난 거니?
그때, G36의 손에 들린 태블릿 PC가 은은히 빛을 발하면서 화면에 문자를 띄웠다.
"제가 선택한 거예요."
이건...
G36C, 지금 이걸로 대화하잔 거야?
언니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G36C는 뭔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그저 힘겹게 문자로 표현하려 했다.
이를 본 G36이 동생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이게 무슨 뜻이야? 네가 선택한 거라니, 뭘 선택했는데?
G36C, 어서 말해! 대체 무엇이 널 지금 이렇게 만들었어!?
...안 되겠네, 당장 카리나 씨한테 가자. 검진을 부탁해야겠어.
기술자 구출 작전 개시 24시간 전...
그리폰 훈련장.
또 실패야? 얼마 안 남았는데 아까워라...
모두 수고가 많아, 잠깐 휴식하자.
G36C, 아직 괜찮니?
어? 너, 다리가...
숨을 헐떡이던 G36C가 바들바들 떨리던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모의 훈련장에 구현된 이 실물 비율의 시설은 목표까지의 마지막 30m가 난공불락이어서, 작전 계획을 구상하는 모두의 애를 먹이고 있었다.
아, 제2차 데이터 스트림 분석 완료됐다. 어디 어디... 엑, 이 열상 감지 자동 기관포탑, 수가 기존의 예상을 아득히 넘었잖아...?!
기술자가 아까 보낸 시설 구조도도 다시 검토해봐야겠는데...
후우... 역시 결론은 똑같나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여기를 통과해야만 해. 하지만 너만으로는...
이렇게 그물보다 촘촘한 화망을 어떻게 돌파해? 인질 구출 자체가 어불성설이야 이거.
중상 확률 80%에, 최악의 경우엔 인질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해킹이든 뭐든 어떻게 저 자동 터렛들 무력화 못 시켜?
진작에 시도해봤지... 폐쇄 회로라서 뚫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진짜 한다 해도 아주 구식의 특제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그걸 구해올 시간도 당연히 없고...
이거 답이 없구만...
G36C도 더는 좀 무리지?
아뇨... 아직 괜찮아요... 더 할 수 있어요! 다시 해볼게요!
진정해 G36C, 어려운데 마음만 앞선다고 일이 해결되진 않아.
으으... 도저히 안 되겠으면 추가 인원을 소집해야 하는데, 그것도 시간이 필요하니...
아니, 그럴 것까진 없어. 내 말 좀 들어봐.
뭐어... 정신 나갔다 할 게 뻔해서 안 말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결국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었네.
뭔데?
우리는 원래부터 전열에서 화력 받아내는 역할은 못 맡지만 말이야...
만약 우리가 G36C 대신 아주 잠깐이라도 저것들의 화력을 유도한다면, 어떻게 승산이 보이지 않을까?
네에?! 안 돼요, 전 동의 못해요!
전열에서 모두를 지키는 게 제 역할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게다가, 그렇게 하면 여러분이...!
워워, 진정해.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책이야, 인질을 구해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바로 너라고.
우리가 엄폐물 역할을 하면, 최소한 너만이라도 C 루트를 돌파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무모한 도박이지만, 그게 내 스타일인걸 어쩌겠어! 하하핫!
MG3 씨... PSG 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상황에선 이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에요.
카리나 씨도 이번 임무에서는 적극적으로 임기응변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59식 생각은 어때요?
말벌집을 들쑤시는 건데 어쩔 수 없지 뭐~
......
너희 같은 애들과 함께라니, G36C도 복이 많구나.
그럼, G36C?
여태껏 모두에게 도움받기만 했는데, 결국 이번에도...
역시... 다 제가 모자란 탓이겠죠...
G36C, 이건 모두가 작전을 위해 구상해낸 최선책이에요.
모두가 벌어 준 시간을 살려 임무를 완수한다면, 자책할 것 없어요.
방금 MG3도 말했듯 인질 구출 성공 확률은 당신이 가장 높으니까요.
으... 하아...
알겠습니다... 힘내볼게요.
의견이 모였으면 그 방법대로 하자.
...보호장구는 최대한으로 챙기도록 해.
그럼 오늘은 이쯤하고 쉬도록 하자, 다들 수고했어.
으쌰! 힘내자, G36C!
우리 모두 당신을 믿어요.
부탁한다구!
정비실로 가는 길에서, 동생의 손을 잡고 이끄는 G36은 의구심이 들었다.
이상해... 저번 임무도 잘 완수했고, 카리나 씨도 너희에게 포상까지 신청했는데...
너도 부상이 경미했고...
대체... 뭐가 널 그렇게 만든 거니...?
그녀의 의구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태블릿의 화면은 점점 이해할 수 없는 깨진 글자로 변해 갔다...
난 외톨이가 아니야... 작전 끝나고 모두에게 선물도 보냈는데...
무식하다고? 그렇게 해서 모두를 지켜냈는걸!
아니, 네 존재 자체를 부정하진 않아. 전부... 내 선택으로 인한 결과니까. 다 내가 감당해야만 해.
충고하는데, 마인드맵 바깥의 나는 네가 지배할지 몰라도 내 생각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하지만, 이 힘으로 모두를 지킬 수 있다면... 이 힘이 그토록 값지다면, 받아들이겠어.
G36이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아도, 동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 흐릿한 눈동자 너머에서 누군가와 실랑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그리폰 공방.
네? 자체 파기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이 소포는 누가 보낸 건데요?
인근 황무지에서 402번의 소체를 발견했습니다.
자체 파기로 마인드맵이 포맷됐습니다만, 아무래도 따로 백업본을 남긴 것 같습니다.
소체에 마인드맵 포맷이라니, 그 기술자도 인형이었어요? 어쩐지...
으음... 그래서 이 소포는 그 402번 기술자가 보낸 거라고요?
예, 기록 확인 결과 그는 소포를 그리폰의 전술인형 G36C에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더불어, 보안 규정에 따라 이에 관한 귀사의 모든 조치를 전부 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G36C에게요?
예, 구출 작전에 참여했던 그 전술인형이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상황 전달받았습니다.
우선 이 백업으로 추정되는 것부터 검사해봐야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