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19
MOD 2
......
지휘관님, 정말 비존 혼자 보내도 괜찮겠어요?
정보에 따르면 최근 그 근방에 강도 무리가 나타났대요.
겨우 100km 거리인데 뭘, 별 문제 없을 거야.
그리고 정말 강도가 나타나더라도, 비존이라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잖아.
그거 보고 "플래그"라 하는 거 아시죠?
하하, 그런 클리셰가 정말 통한다면 아예 K5한테 지휘를 맡기는 게 낫지.
농담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 그래, 나도 알아. 따로 한 명 더 보냈으니까 안심해, 별일 없을 거야.
......
아직 오염이 심각하지 않은 황무지 위에서, 트럭 한 대가 조용히 움직였다.
트럭 앞좌석의 PP-19는 무릎에 어린 여자아이를 앉힌 채, 지루하단 표정으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바깥 풍경이 신기한가 봐?
응, 이렇게 나쁜놈 하나 없는 황야를 보긴 드물거든.
허허, 아가씨처럼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는 전투 인형은 처음이라 나도 희한한 느낌인걸.
게다가 단순히 주위 경계가 아니라 정말 흥미를 가지고 보는 거 같고 말이야.
그런가? 내 회사 동료들 모두 개성적이라 희한하다 생각한 적 없었는데.
그나저나 아저씨는 PMC 고용한 게 이번이 처음이야?
맞아, 2년 동안 고생고생해서 지갑 사정이 좀 나아진 덕분이지.
예전같았으면 이렇게 뒤숭숭한 날엔 부랑자들한테 습격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해서 트럭도 못 몰았다고.
이상하네, 부랑자가 아무리 막무가내라도 어떻게 이런 트럭에 덤벼?
맞아요 아빠! 이상해요!
에이, 강도가 어떻게 정면으로 덤벼들겠어?
놈들이 얼마나 교활하고 악랄한데. 평범한 떠돌이랑은 비교도 안 돼.
예를 들면?
도로에다 함정을 놓아서 타이어를 터뜨리고, 운전자가 내리는 순간 어디선가 튀어나와 물건을 털어 간다던가...
과장 좀 보태서 조난당한 탐험가 흉내를 내서 차를 얻어 타는 순간 총을 꺼낸다던가... 쓸데없이 창의력이 좋아서 절대 방심하면 안 되지.
우와, 무섭다! 아빠도 당한 적 있어?
하하하, 이 아빠는 운이 좋아서, 그런 일 있었으면 이렇게 우리 공주님 데리고 엄마 보러 가지도 못했어요.
그럼 아빤 맨날맨날 운이 좋아야겠다!
그래, 셜리를 위해서 아빠 힘낼게.
정말 만난 적 없어? 말하는 게 마치 직접 봤다는 투인데.
놀랍게도 정말 없었어, 다 동업자들한테 들은 이야기야. 뭐, 적어도 목숨은 부지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생물 샘플이 그렇게 돈이 돼?
그야 물론이지, 붕괴 감염이 없는 산 것은 어디서든 아주 불티나게 팔린다고. 특히나, 이번 건 청정지대서 방목하던 거라 부르는 게 값이지.
다만 저 녀석들 성깔이 보통 더러운 게 아니라서, 운송하려고 차에다 태우는 것부터가 고난이었다니까.
하지만 짐칸에서 별 소리 안 들리는데? 마취했어?
어떻게 이렇게 오래 마취해 두겠어? 다 내 운전 실력과 공간 분할, 그리고 최첨단 기술의 집대성 덕분이지.
자랑은 아니지만, 이 트럭에 들인 돈만 해도 아가씨 같은 인형 3명은 만들 수 있을 거야.
우와아... 비결이라도 있나 보네?
하하, 그렇지! 모의 환경 구성 시뮬레이션으로 녀석들이 지금도 원래 자기가 살던 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수 년을 들여서 차의 진동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운전 노하우까지 터득했거든.
내가 이 업계에 발을 들이고 3년 넘게 수습생으로 선배 밑에서 일하면서 배웠지. 이 차도 선배 걸 따라 만든 거야.
역시 잘 모르겠네, 그럼 이 차가 저 뒤의 동물들보다 비싸?
어... 만약 저 녀석들도 내가 기른 거라 마진을 나 혼자서 독식한다 치면, 한 5번 정도 뛰면 이 차 한 대 사겠네.
마진 엄청나네!
내 말이. 그래서 우리 같은 운송업자들은 부랑자들 눈엔 토실토실한 먹잇감이란 거지.
놈들은 우리가 그저 한탕 장사하는 줄로만 알고, 기회만 생기면 뺏으려 든다니까.
최근에 또 강도 무리까지 나타났다던데, 연말만 아니었어도 셜리 데리고 애 엄마 보러 가지도 않았어...
무서워...
걱정 마 셜리, 내가 꼭 지켜줄게.
언니 세요?
이 언니가 가늘어 보여도 엄청 강하다고!
그딴 강도들이 총을 들이밀어 봤자, 나 혼자서 열 명은 식은 죽 먹기지!
언니들은 다 그렇게 대단해요?
언니들?
그... 언니처럼 그리폰에서 일하는 언니들!
당연하지, 모두 강해.
그럼 언니는 얼마나 세요? 언니보다 센 사람 있어요?
꽤... 많지. 하지만 나도 충분히 강하니까 안심해.
강도가 나오기만 하라지, 내가 그놈 총을 분지르고 나무에다 매달아버릴 테니까.
응!
1시간 후, 트럭이 휴게소에서 멈춰섰다.
잠깐 쉬다 가자.
우으으... 어지러워...
셜리 멀미 났어? 그럼 여기서 쉬고 있으렴, 아빠는 저기 시장에서 장 좀 보고 올게.
같이 갈까?
아니, 여기 시장에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으니 나 대신 셜리랑 차를 지켜 줘.
저 녀석들 무지 사나워서, 누가 안 지켜보면 큰일나기 쉽거든.
알았어.
빨리 돌아와야 해요 아빠!
유리안은 딸을 꼬옥 껴안았고, 셜리는 쪽하고 아버지의 뺨에 뽀뽀했다.
유리안이 시장으로 가고, 잠시 후.
셜리, 나 말고 다른 언니 봤어?
네! 출발하기 전에 봤어요.
어떻게 생긴 언니였어?
으음... 연보라색 머리에, 검고 하얀 옷에, 엄청 큰 어깨 가방을 메고 있었어요.
날씬하고 예뻐서 선녀 같은 언니였어요.
와아, 정말 선녀 같은 언니였겠네. 그 언니가 어디로 갔는지도 봤어?
우리 차 뒤쪽으로 갔어요.
그래서 따라가 봤더니 획하고 사라졌어요.
어쩌면 잘못 본 게 아닐 수도 있겠네. 한번 확인해볼까?
응!
두 사람은 웃으며 휴게소의 쉼터에서 나와, 트럭 옆까지 왔다.
모의 환경 조성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 외에, 화물칸에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이리 와 봐 셜리, 언니가 마술 보여 줄게.
마술?
그래, 마술. 잘 봐... 마술의 제1원칙, 마법의 주문은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
<Size=55>당장 나와 AK-Alfa! 여기 있는 거 다 알아!</S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