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19
MOD 3
......
잠깐의 침묵 후, 화물칸이 덜컥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AK-Alfa가 나와, 화물칸 문가에서 PP-19와 셜리를 내려다보았다.
아! 그 언니다!
이런 어린애한테 들키기나 하고, 너도 별거 아니구만.
그 애가 쫓아올 거라 생각은 안 했으니까... 뭐, 내 실수인 건 맞지.
그래서, 언제까지 내려다볼 거야? 목 아프니까 내려와.
AK-Alfa가 화물칸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셜리는 신기해하며 AK-Alfa의 옷을 만져보려 했지만, AK-Alfa가 슬쩍 몸을 피했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마, 나 무기 있어서 위험해.
그치만 언니 엄청 이쁜걸요!
이 녀석 칭찬해봤자야.
근데, 뭐하러 따라왔어? 지휘관이 시킨 거야?
응, 네 백업이자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심사위원으로.
그래서, 결과는 나왔어?
대화의 로직이 전보다 훨씬 유연해졌고, 사고 범위도 꽤 넓어졌네.
작전 수행 능력은 아직 자료가 없으니 평가 불가능이지만.
꽤 본격적이네... 그래, 이거 가지고 유치하게 성질부릴 순 없지.
지휘관은 아직도 내가 걱정되나 봐?
다 "밤 비" 때문이지 뭐.
......
언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 언니랑 얘기 좀 하려는데 셜리 먼저 휴게소로 돌아가 있을래?
싫어요...
언니들 지금 엄마 아빠랑 싸우려 할 때랑 똑같아요...
싸우는 거 아니야, 그냥 셜리는 들으면 안 될 말이라서 그래.
정말요?
정말이야, 약속해. 금방 갈 테니까.
셜리는 망설이며 자리를 떠났다.
미소로 셜리를 보낸 PP-19는, 셜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무서운 표정으로 AK-Alfa를 홱 째려봤다.
쟤, 그때 임무 보고에서 봤던 부상당한 애랑 닮았어.
아니, 전혀. 저 애는 활발하고, 뭐든 신기해하고, 눈치도 빨라.
뭐... 나도 그 아이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나도 결과 보고서만 봤지, 그 작전에 참여하진 않았어.
그때 일이 그리도 궁금해? 좋아, 그럼 말해 줄게. 하긴 뭐 딱히 숨길 일도 아니니.
아주... 악랄한 테러 사건이었지.
사회에 대한 보복을 명분 삼아 일어난 악질 테러 사건...
그리고 그 테러의 인질 구출 작전, 작전명 "밤 비". 사망자 1명, 부상 85명.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야.
그 당시에 넌 다른 임무 중이었지? 아무튼... 그래, 난 그 작전에 투입됐어.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확실히 마카로프 말대로 더 얌전한 수단을 썼어야 했는데. 섬광탄이라든가...
하지만 넌 인질이 감금된 위치 가까이에 수류탄을 던졌지.
...그 테러범들, 보급소 안쪽으로 몰아세워지니까 인질 한 명을 죽이고 창밖으로 던져서 위협했다고.
이대로 가다간 나머지 인질들까지 죽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더는 가만 있을 수가 없었어...
설마 폭발이 벽을 뚫다 못해 날려버릴 줄은 몰랐지! 그래도 나머지 인질들 목숨은 구했...... 그래, 지휘관이 널 보낸 것도 타당해.
확실히 변했구나.
뭐가?
예전 같았으면 분명 달리 방법이 없었다, 사소한 실수였다고 변명만 늘어놨을 텐데.
음... 그렇네.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이것도 업그레이드 덕에 변해선가?
셜리를 봤을 때부터 지휘관이 일부러 이 임무를 준 거란 생각이 들었어.
지휘관도 그때 그 애를 봤으니까.
그 다친 아이?
응... 인간이 다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은 인형이랑 다르잖아? 그런 거 처음 봐서, 충격에 그 애가 우는 걸 바라보기만 하고 어떡하질 못했어.
결국 마카로프가 달려와서 그 애를 현장 구급팀한테 데려갔고.
하지만 넌 이제 달라졌잖아.
와, 고고한 아가씨가 위로도 할 줄 알아?
...그게 무슨 뜻이야?
허구한 날 하늘만 바라보고 아무한테도 말 안 거는 엘리트 인형이 너 말고 더 있겠냐.
딱히... 할 말이 없으니까.
어휴 진짜, 귀여운 구석이 없다니까.
......
AK-Alfa가 입을 다물자,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PP-19가 먼저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 먼저 휴게소로 돌아갔던 셜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셜리? 무슨 일이야?
언니! 아빠 구해 주세요! 시장에서... 시장에서 아빠가 강도한테 붙잡혔대요!
...!
애랑 트럭은 나한테 맡겨, 어서 가.
...부탁할게.
셜리를 AK-Alfa에게 맡기고, PP-19는 전속력으로 시장으로 달려갔다.
고함과 욕설, 비명...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PP-19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등에 멘 총을 풀어 손에 쥐고, 강도들을 본 순간 바로 하늘을 향해 위협 사격을 가했다.
꼼짝 마――!!
엥, 저건 또 뭐야? 우린 총 없는 줄 아냐?
총 꺼내라 얘들아!
너네들 눈치 있으면 위협할 생각 말고 얌전히 인질 풀어라!
야 거기 너! 한 발만 더 움직여 봐, 발목에 구멍 뚫어 줄 테니까!
인형이잖아?
아니, 무슨 인형이 말주변이 저리 좋아...?
누구네 새 장난감인가? 에이 뭐 어때, 우리 쪽수가 몇인데 너 같은 거 못 잡겠냐? 당장 해치워!
......
5분 후, PP-19는 유리안을 부축하며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이야아, 요즘 전투 인형은 정말 대단하네!
완전무장한 놈들이었는데, 역시 돈 들이길 잘했어.
총 있음 뭐해, 훈련도 안 받은 어중이떠중이들인데.
그때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지.
그때?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휴게소 쪽 분위기가 심상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