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19
MOD 4
휴게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차고에서 쉼터까지 폭풍이 휩쓸고 간 듯 엉망이었고, 수습하느라 바쁜 직원들과 한탄하는 여객들로 온통 혼란스러웠다.
셜리——!! Alfa——!!
어딨어? 대답해——!!
PP-19의 외침에도 대답은 없었고, 그저 아수라장을 수습하는 사람들 몇몇이 돌아보기만 했다.
셜리... 우리 셜리...!
어, 어떡하지?! 내가 한눈판 사이에 우리 공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면 어떡하지?! 무슨 얼굴로 애 엄마를 봐!?
진정해, 아저씨.
셜리가 어디로 갔는진 몰라도, 혈흔은 없으니 무사할 거야. 내가 꼭 찾아올게.
침착해... 침착하자, PP-19...
Alfa도 반푼이가 아니야. 총성이 없었으니, 적어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어.
청각으로 단서 잡히는 건 없을까?
울면 뭐해 이 녀석아, 얼른 뚝 그쳐! 저거 다 네 아빠가 물어내야 한다고!
우에엥...
큰일이다, 납치범이야!
납치범!?
웬 험악한 목소리가 아저씨한테서 돈 뜯어내겠다고 하고 있어.
돈이라면 있어!
여기, 내 지갑이랑 카드 가지고 가. 비밀번호는 셜리한테 "엄마 아빠의 기념일"이 뭐냐고 물으면 말해 줄 거야.
그럴 필요 없어, 납치범은 내가 해치울게.
아가씨가 강한 건 알아, 하지만 그놈이 우리 셜리를 방패로 삼으면 어떡해?
정 안 되면 몸값을 내서라도 셜리를 데려와 줘! 알거지가 되더라도 우리 딸 다치는 꼴은 못 봐!
...알았어.
소란 속에 몸을 숨기고, PP-19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신속히 접근했다. 바로 휴게소 책임자의 사무실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여자애가 훌쩍이는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울지 말라니까!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계집애가 철이 없어서 사고나 치고, 네 아빠 오면 내가 단단히 혼을 내 줄 거야!
적외선 스캔... 내부에 열원은 단 둘뿐.
신중해야 해, 지난번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돼.
PP-19가 손을 들어,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안녕하세요, 셜리 때문에 돈을 내러 왔는데요.
아, 언니다!
허? 바로 돈 가지고 오다니 눈치가 빠르구만.
네가 이 애 보호자냐?
네, 그 아이의 임시 보호자입니다.
돈은 넉넉히 가져왔는데, 얼마를 원하시나요?
지금 이게 돈으로 다 해결되는 문제인 줄 알아?!
너네 계집애가 말이야, 어? 뭘 보고 자랐는지 몰라도, 어? 마법의 주문이 어쩌고 하면서, 어?
소들이 다 구해 주네 뭐네 이 지경으로 만들고! 지금이 몇 년도인데 아직도 그딴 얘기가 나와!? 아오 열받네, 일단 들어오기나 해!
그 남성이 문으로 다가왔고, 문이 열리는 동시에 PP-19가 몸으로 문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문의 유리창이 깨져 바닥에 흩뿌려졌다.
으악?!
문 뒤의 남성은 비명을 질렀지만, PP-19의 예상과는 달리 날아가지 않고 오히려 육중한 체구로 문고리를 단단히 잡아 버텼고, 다른 손을 등뒤로 뻗었다.
놔둘 거 같냐!
하지만 PP-19는 전광석화처럼 안으로 돌입해, 남성이 총을 뽑기도 전에 손목을 꺾어 멋지게 제압했다.
아직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셜리는, PP-19가 자신보다 곱절로 거대한 남자를 바닥에 짓누르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으윽... 이거 놔!
어, 언니...?
안심해 셜리! 다 해결했어, 이 망할 자식은 너한테 손가락 하나 못 대!
손대긴 누가 손대?!
구차한 변명은 경찰한테나 하시지!
유리안 아저씨! 들어와!
셜리! 이제 괜찮아, 얼른 아빠한테――
엥, 매니저님?
......매니저?
소들 데려오느라 고생했네... 유리안 씨, 다치신 덴 없으신가요? 소들의 머릿수가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
...유리안 씨? PP-19? 이게 무슨 일이야?
......
......
그날 저녁, 그리폰 기지.
그러니까, 의뢰인 유리안 씨의 딸이 휴게소에서 아빠를 구한다면서 트럭의 소들을 몽땅 풀어버렸다고?
응...
그래서 휴게소가 난장판이 됐고, 거기 매니저가 셜리를 붙잡아 유리안 씨를 기다리던 걸, 넌 납치범으로 오해했고?
응...
인명 피해가 0이라곤 못하겠는걸... 휴게소 매니저의 손목을 탈골시킨 것도 부상이야, 비존.
배상금은 유리안 씨가 지불했어요, 비존만의 책임은 아니라면서요.
그래도 그 휴게소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는걸. 비존, 이번에도 너무 과격했어.
잘못했어, 내가 너무 성급하게...
어어? 우와 세상에, 비존 너 지금 네 잘못을 인정하는 거야?
엉?
마인드맵 업그레이드의 효과가 대단하네요.
이거 진짜 마법 같다! 아무튼 이번 임무 평가는 B로밖에 못 쳐 줘.
앞으로 더 노력해, 비존!
끄응... 알았어. 그럼 이제 소체 교체받아도 돼지?
나도 업그레이드가 꽤 효과 있다고 생각해.
물론이지! 새 소체는 이미 숙소에 뒀으니까 어서 가서 교체해~
숙소로 돌아가는 PP-19의 뒷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지는 걸 확인한 뒤, 카리나는 시선을 AK-Alfa에게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 Alfa 너도 반대표를 냈었지? 왜 지금은 찬성하게 됐어?
그땐... 본인이 싫다는데, 설득에 시간을 들일 바에야 다른 인형한테 기회를 양보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임무를 받은 것도 카리나 씨랑 지휘관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서였고요.
오~ 그런 이유였구나.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구나?
네, 어느 정도는요. 비존에게도 자신만의 반짝이는 점이 있었어요. 광활한 우주 아래에서, 인간 외에도 지켜볼 만한 게 또 있었네요.
카리나 씨, 쟤라면... 제 독서 친구가 되어 줄까요?
카리나는 손에 든 민원서를 보면서 헛웃음을 냈다.
아하하... 그건 역시 좀 많이 힘드려나... 에이, 그래도 가능성은 있지!
...천문학적이긴 해도.
그 우주의 특이점 같은 가능성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럼 서류 정리나 어서 끝내죠.
AK-Alfa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쾅하고 열렸다.
?!
깜빡했다!
와, 소체 벌써 교체했네?
으아아 서류 또 다 쏟아졌잖아... 이런 점도 신경써 줘, 비존...
미안해! 아무튼 AK-Alfa! 그때 네가 소떼한테서 셜리를 지켜준 거지?
그 애를 지키는 것도 임무였으니까.
어쩐지. 네가 없었다면 그때 분명 셜리가 크게 다쳤을 거야.
고마워, 겉보기만큼 도도하진 않구나!
그냥... 임무라니까.
에이, 그러지 말고. 날 봐, 이제 나도 너랑 동급이잖아?
그러니까, 다음에도 임무 같이 나가자! 더 뛰어난 내 모습을 보여주겠어! 어때?
...그보다, 너 맥주 좋아해?
맥주?
맥주든 공상과학 소설이든, 같은 취미가 없는 사람이랑은 호흡이 안 맞아.
오호라~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겨우 맥주 가지고, 얼마든지 마셔 주겠어! 지금 당장 가자!
잠깐!
서류는 정리해 주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