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B93
MOD 3
2주 후.
열기 가득한 훈련장의 한구석에서, m45와 M1887이 소리 낮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이야?
네, 저도 똑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 너희도 요즘 들어 RMB가 이상해졌단 느낌이 든단 말이지...
건단한 포위 돌파 작전이었는데도 계속 구석에만 숨어 있었으니까요...
반응도 느리고?
어떻게 그것까지...?
그 위탁 임무 실패하고 나서부터 계속 그 모양이거든.
네?! 혹시 병이라도 생긴 것 아닐까요?
설마. 그냥 아직도 그때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겠지.
불쌍해라... 정말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겠어요...
시간 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1887 씨도 같이 가실래요?
아니, 난 안 가. 마음의 응어리는 본인이 스스로 풀어야지.
상태가 호전된다면야 좋겠지만, 너도 너무 기대는 말아.
하, 하지만... 그 작전은 두 분이...
우물쭈물 눈치보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그... RMB 씨도 나름 고충이 있었을 거예요, 당시 상황은――
녀석의 경솔한 행동이 불러온 결과를 봐!
정화 시설이 파괴된 그린존은 오염지대가 시시각각 넓어지고 있어! 단순한 임무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고!
또 저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무고한 오염지대 난민들은 무슨 죄인데?
고충이 있었다고 무슨 잘못이든 용서하는 건 질책보다 더 가혹한 짓이야!
......
...미안, 내가 좀 흥분했네.
아뇨...
저... 제 말은 그러니까, 인형으로서 그 폭탄을 자기 의지로 터뜨렸다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내가 녀석을 심하게 대했다고?
난 언제나 작전 계획에 따라 판단해. 그게 전술인형의 본분이야.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눈앞의 목숨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부정은 않겠어.
잘 생각해보세요. RMB 씨에게도 잘 좀 해 주시고요.
지금 RMB 씨는 다른 사람보다 당신의 격려가 필요해요.
훈련이 끝난 뒤, m45는 간식을 챙겨 RMB-93의 숙소 문을 두드렸다.
RMB 씨! m45예요.
안녕.
들어가도 될까요?
신원 인증.
네...? 제 목소리도 못 알아보시겠어요?
그럴 리가. 내 직장 동료 m45잖아.
하지만 오늘 밤 너와 만나기로 한 기억 없어.
만약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지가 습격당했고 지금 넌 녹음된 음성으로 m45를 흉내내고 있는 거라면 어떡해? 얼른 인증해.
으에에... 하는 수 없지, 뭐가 좋을까...
아 참, 저번 달 보너스 나왔어요. RMB 씨 특근 수당 많던데요?
확인해 보실래요?
그러자 문이 벌컥 열렸다.
벌써?! 얼만데!?
후훗,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무안해진 RMB-93는 고개를 끄덕이며 m45를 안으로 들였다.
여기 앉을게요. 그리고 저 m45 맞으니까 그렇게 경계 안 하셔도 돼요.
......
RMB 씨와 얘기를 좀 하고 싶어요.
저는요,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저였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
그러니까 혼자서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모두가 있잖아요.
모두? 그러니까, 동료들 말이야?
어... 동료도 동료지만, 친구들 말이예요.
직장 동료들끼리는 작전 계획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고, 각자 맡은 바를 다하기만 하면 돼.
서로 협력한다 해도 친구라 할 정도는 아니잖아.
그럼 저는요? 저도 친구가 아닌가요?
음... 넌 직장 동료 중 좀 더 특별한 정도라고 할까? 아무튼 늦은 밤에 보러 와 줘서 고마워.
가까운 사람들까지 모두 "직장 동료"로 보게 된 걸까? 아니, 그 정도로 충격이 심할 리가...
나는... 먼저 나 자신을 납득할 방법을 찾고 나서야 동료들과 같은 입장에서 대화가 가능할 거야.
RMB 씨는 모두와 다르지 않아요.
또 다시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없어.
그럼 훈련에서 실력을 증명하면 되죠.
참고할게. 그나저나...
네?
나 아까 보너스 엄청 나왔다며? 주러 온 거 아니었어?
어...
정말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다음날, 훈련장은 모의 인질 구출 작전 시뮬레이션으로 떠들썩했다.
가상 인질을 둘러업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던 M1887의 눈에, RMB-93이 적을 사정없이 공격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M1887은 즉시 시뮬레이션을 중단하고 RMB-93의 멱살을 잡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RMB-93! 내 눈 똑바로 봐!
앗?! 이거 놔!
훈련 내용에 이런 거 있었어?
내용? 그래, 이건 인질 구출 훈련이지. 그러니까 인질만 구출하면 돼.
적을 싸그리 몰살시키려 드는 게 아니라!
미안,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지.
그래서 나까지 적으로 간주했어? 빗나가서 망정이지, 정말...
몹쓸 버릇이 또 나와버렸네...
그냥, 다신 실수 안 하려는 거야.
다시는.
...RMB, 좀 쉬도록 해.
......
카리나한텐 말해 둘게. 지금 넌 내가 알던 RMB-93이 아니야.
......
"테스트 3."
"도움을 청하는 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