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MOD 2
숲속의 한 좁은 산굴 밖으로, F1이 빠져나왔다.
휘유~ 이 일대는 수색 완료다, 철수 철수!
F1은 허리를 툭툭 치며 가방 안에서 시집을 꺼내 들곤, 천천히 집합 장소인 보급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는 숲속은 감동적인 시를 읊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그 연못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하늘을 나는 소리가 들리니...
하늘을 나는 소리가 들리니...
...어라? 다음이 어떻게 되더라?
저 아름다운 모닥불을 보며, 소리 높여 나는 노래를 부르네.
왈츠를 추는 마틸다야, 이리와 나와 저 멀리 떠나자.
?!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웬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있었다. 두 눈에 초점이 없는 것으로 봐선 장님인 것 같았다.
아가씨, 방금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뭘 떨어뜨리지 않았나?
으아아 내 시집! 이런 옷은 물건 넣어 두기 진짜 어렵네...
고마워요 할아버지! 그런데 여긴 전장이에요,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요.
마음 속에서 싸움이 끊이질 않으면 세상 어딜 가든 전장이구먼 뭘.
그리고 난 나이를 먹을대로 먹어서 움직이기도 귀찮어.
오, 할아버지도 시인이세요? "마틸다" 좋아하시나 봐요?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지. 안 그런가 아가씨?
와아... 하지만 제 동료들은 제가 쓴 건 하나도 재미없대요...
허허허... 아가씨, 아가씨는 여기 이 나무가 어떻게 보이는고?
으음? 되게 평범한 나무로 보이는데요.
그래, 아가씨한텐 아주 평범한 나무겠지.
하지만 여기 사는 누군가에겐 고향의 이정표일 수도 있어.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야.
누구에겐 아주 소중한 것이, 다른 누구에겐 시시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어요. 아주 당연한 일이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들, 감정도 함께 진화하진 않으니.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시인은 세간의 존경을 받았는걸요! 저도... 저도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어요.
아가씨, 그 시인의 작품의 첫 독자는 누구라 생각허이?
음... 편집자요?
아니, 바로 시인 본인이야. 본인도 자기 작품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자극할지 몰라.
그저 자기 눈에, 자기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시시한가 아닌가는 다 세간의 평가일 뿐, 굳이 신경쓸 필요가 있을까?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역시 좀 분하단 말이에요.
그럼 아가씨는 그 시인의 작품이 좋은 겐가, 아님 그의 명성이 좋은 겐가?
당연히 그분의 작품이 좋은 거죠!
이미 잘 알고 있구먼.
...하하, 그렇네요. 고마워요 할아――
꼬르륵...
어이쿠, 오늘내일하는 몸뚱이다 보니 말 몇 마디 나눈 것 가지고 배가 아우성이구만.
으음... 누군가랑 이렇게 시에 대해서 말을 나눈 건 처음인데, 제가 식사 한 끼 대접해드릴까요? 좀 더 얘기도 하고 싶어요.
허허허, 그럼 그 호의 잘 받도록 하지.
M1897이 깨끗이 청소한 임시 보급고는 식탁을 놓을 공간도 있었다.
포장 뜯었어요, 드세요.
고마우이 아가씨. ...에잉, 우라질 총알 같으니. 뭐 보이는 게 있어야지.
그래서 내가 인형인 줄도 모르는구나...
응?
아뇨, 이렇게 할아버지랑 같이 밥 먹으니까 기뻐서요.
아 맞다, 할아버지도 "마틸다"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시인 한 분 추천해드릴까요? 할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예요!
호오? 한번 들어보고 싶군그래.
헤헤, 그분은 이 시대의 가자아아아앙 위대한 시인이에요! 아무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요!
찬양의 말이 F1의 입에서 술술 나왔고, 흥분과 감격이 멈추질 않았다.
허어, 거참 굉장한 칭찬이구먼. 그 사람 이름이 뭔가?
한스요!
......
그렇군.
그분의 이름은 한스예요.
아가씨는 그의 작품 중에 뭐가 제일 좋은가?
바로 이 책이요!
F1이 손에 든 시집을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겉표지의 음각으로 인쇄된 "숲속에서의 해후"란 큰 글씨를, 그도 손으로 더듬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런데 아가씨, 이게 그의 최고의 작품은 아닐 게야.
네에? 전 이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시인에게 있어 최고의 작품은, 언제나 그 다음에 지을 시 아닌감?
아하. 하지만 그분은... 엄청 오래전에 실종됐는걸요. 어느 전장에서 목격됐단 소문이 있어서 지휘관한테 요청해 파견도 나가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발자취도 찾지 못했어요.
그렇겠지, 이런 난세 속에서 사람의 행방이란 가을의 낙엽처럼 홀연히 휘날리는 법이니.
인간의 생명은 아주 연약하니까요.
무척이나 연하지만, 더없이 억세기도 해.
억세다고요?
아가씨가 그를 기억하는 것도 그의 삶의 연장선 아닌가?
그치만...
마침 내가 그가 쓴 시를 알거든.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건데, 흥미 있나?
정말요?! 네 네 네!!
그 말에, 노인은 옷의 안주머니에서 낡은 만년필과 색바랜 수첩을 꺼냈다. 그의 손은 떨렸지만, 글씨를 써내려 가는 그의 손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총과 시... 모순되는 주제가 이렇게 조합될 수 있다니... 우와아, 이거 엄청 굉장하네요!
할아버지 손글씨도 엄청 예뻐요! 앞이 안 보이면서 어떻게... 아차, 죄송해요!
괜찮어 괜찮어, 글 쓰는 건 아주 본능 수준으로 이골이 났거든.
아마... 이게 생애 마지막 시일 테지. 좋아하는 사람의 손에 쥐여 주게 돼서, 정말 기쁘구나.
흠...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이만 가봐야겠어. 목소리 예쁜 아가씨, 잘 지내시게.
노인은 조심조심 시를 적은 페이지를 뜯어 F1에게 건네곤 작별 인사를 했다.
그를 배웅한 F1은 다시 한번 그 시를 읽고, 들뜬 마음으로 시집에 끼워 넣으려다 우연찮게 시집의 후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눈과 손이 아니라, 직감과 느낌으로 글을 씁니다. 요즘처럼 출판업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때에 종이 서적을 보는 사람은 얼마 없겠죠.
그래도 나는 "책"을 고집합니다. 전자 신호가 닿지 않는 곳까지도, 글은 전달될 수 있으니.
역시 내 우상의 글이야, 후기도 감명 깊다니까! 그것도 수필로...... 어?
이 독특하게 구부러진 필체... 한스는 표준 폰트를 안 좋아해서 후기는 꼭 손글씨로 남겼는데, 이 손글씨... 이 시...
그 사람이다.
그 노인이 바로 한스다.
방금 같은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다!
아직... 아직 내 존경하는 마음도 못 전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그냥 떠나보낼 수 있어!
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
찾으러 가자!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한다.
드디어 만나게 됐는데...!
F1은 허겁지겁 종이의 귀퉁이를 찢어, MP5와 M1897에게 쪽지를 남겼다.
"내 담당 구역은 전부 청소했으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돌아가. - F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