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stavaM21
MOD 1
그리폰 기지, 지휘부.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오늘 후방지원부에서 새로운 서류가 왔어요. 확인해주세요.
카리나가 건넨 「1121호실 숙소 교체」 신청 서류를 받아든 지휘관의 눈썹이 들썩였다.
……
새로운 서류?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서류 이번 달에만 4번째 보는 것 같은데.
그게……Zas는 거금을 들여서 데려온 인형이니까, 개성이 뚜렷한 것도 정상이잖아요!
데이터베이스에서 Zas 룸메이트의 메세지를 뽑아봤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그래… 알겠어.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서도, 보고서의 두께가……
지휘관은 서류 끝을 쥐고 있는 손가락을 자신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고생 많았어, 카리나.
마음을 다잡고, 지휘관은 글자에 눈을 돌렸다.
"Zas M21은 제가 본 인형중에 가장…. 으윽, 자율적인 인형이었어요"
"하루에 창문은 8번, 바닥은 6번씩 닦고, 옷은 반듯하게 접어야만 하고, 강박증에 결벽증이 합쳐진 궁극의 혼종…"
"깨끗한 건 좋지만, 제 엉덩이를 졸졸 따라다니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Zas는 제 설거지를 도와주었어요. 아마 저의 위생을 걱정해주는 것 같아요…"
"그치만그치만, 겨우 1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 푸딩을 그대로 버리다니!"
"ㅠㅠ…내 푸딩, 다 못 먹었는데…"
"Zas와 함께 대청소를 하기로 약속한 날, 약속했던 시간에 단 몇 초 늦었는데…"
"Zas가 내 알람이 문제라고 단정 짓고는 1시간… 정확히 1시간이나 교정시켰어!"
"이해가 안 돼. 그렇게까지, 해야 해?"
……
…………
가지각색의 고발을 읽은 지휘관은 묵묵히 문서를 내려놓았다.
…우리 인형들은 확실히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지. 감성적인 로맨티스트도 있고, Zas처럼 이성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도 있고.
각자의 소중한 "인간성"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Zas의 강박증은 너무 심한 것 같은데?
저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인형들의 메세지들을 보니 사소하게 넘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음……
Zas의 행동이 좋은 의도에서 나오긴 했지만,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게 문제네.
이걸 깨닫게 해야 하는데.
지휘관은 눈을 감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오른손에 모자 챙 뒤의 단추가 스치며 차가운 감촉이 전해진다.
그 순간, 익숙했던 법칙이 머리에 떠올랐다.
"같은 극은 밀어내고, 다른 극은 끌어당기지?"
카리나!
지휘관님~ 분부가 있으신가요?
Zas에게 새 룸메이트를 찾아줘야겠어.
다정한 성격에 1주일 살았다고 나눠지는 일이 없는 사람으로.
Zas가 단체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휘관님. 이 메시지 사이에도 성격 좋은 인형들이 있다는 건 아시죠?
카리나는 보고서의 익명 M과 익명 N을 가리켰다.
G36C, DP28. 이 둘이 1121호실에서 지낸 기간은 각각 7.5, 8일이에요.
…또 익명을 밝히면 어떡해?
저는 숙소의 평화를 위해 배려하고 있는 거예요!
지휘관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구요!
요점은 Zas가 성격 좋은 인형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흠흠…
제가 벌써 적합한 인형을 찾아 뒀답니다~
…응?
똑똑똑.
지휘관의 다음 질문을 막는 노크 소리가 울렸다.
카리나가 입구를 가리키며 사악한 미소를 띄었다.
히히, 지금 가요!
43M 맞지? 어서 들어와~
——43M?!
이름을 들은 지휘관은 의자에서 미끄러질 뻔 했다.
43M은… 그리폰의 또 다른 강박장애 인형일 텐데?
지휘관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카리나님도 좋은 아침입니다!
히히, 좋은 아침이야 43M. 역시 시간 딱 맞춰 왔구나.
네! 오는 거리와 이동 속도를 계산하여 8시16분 53초에 문 앞에 도착했고, 카리나님과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했습니다!
지금 지휘관님께 무기 정비 신청 승인을 요청하면 되나요?
엥?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요…
하아… 괜찮아… 흠흠!
무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총받침의 길이를 0.001mm만 줄일 수 있을까요?
총받침이 너무 길면 제 사격 정확도에 영향을 끼쳐서요…
기동성과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0.01mm? ……그게 그렇게 심각할 정도야?
네, 지휘관님! 0.01mm가 아니라 0.001mm지만요!
제 몸에 맞지 않는 장비를 억지로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다운될 위험이 있습니다...
협박처럼 들리실 수도 있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에요...
지휘관님, 43M은 확실히 사이즈 문제로 다운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점에 대해서는 확실해요.
어, 어라…… 카리나 씨, 고… 고마워요……
그런데 43M, 그거 알아?
이 정도 수준의 미세조정은 할인해줄 수가 없어.
그런 상황도 이미 대비해 놓았어요!
아니 아니, 돈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되는데…
지휘관님~ 그렇죠?
……
카리나의 광기 어린 암시에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모자 뒤의 단추를 매만졌다.
음…
다른 극으로 상쇄될 수 없다면...
그렇다면 같은 극끼리 묶어서 자기장이 서로 약해지길 바라야겠지...
……그리폰 인형 숙소,1121호실.
43M이 캐리어를 끌면서 1121번 방문을 열자, Zas는 창가에 앉아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
Zas 씨,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룸메이트가 되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Zas는 고개를 들어, 예의는 지키면서도 그다지 흥미 없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당신은… 43M? … 응. 자료에 있는 정보와 일치하네요.
이렇게 빨리 다음 피해자를 찾아내시다니. 지휘관님도 참 일 열심히 하시는군요.
네? 제가… 피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는 헛소리에요.
…어떤 의미에선 오히려 제가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설마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건 아니겠죠?
저기… 제가 알아야 할 게 있나요?
43M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Zas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며 전송창을 천천히 열었다.
띠--
43M은 상세한 주석이 달린 그림과 텍스트가 적힌 초대형 이메일을 받았다.
일단 이것부터 읽어주세요.
불편하다면 인쇄해 놓은 것도 있어요.
마음에 안 들면 지금 나가셔도 되고요.
「1121호실 숙소 숙지사항」…
Zas 씨, 이건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건가요?
아뇨, 당신에겐 관심 없어요.
제가 숙소에서 지내면서 정리해 놓은 내용이에요. 이게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죠..
누군가는 첫 부분만 읽고 짐을 싸서 나가더군요. 그 덕에 시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절약했죠.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잖아요, 그렇죠?
어… 그렇죠…
넵, 자세히 읽어볼게요!
고마워요.
답변 기다리고 있을게요.
Zas는 다시 창가에 앉아 솜, 세정제, 손톱깎이, 매니큐어를 꺼내 손을 다듬었다….
다가오는 이별을 정성껏 준비하는 의식처럼,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
……
Zas가 마지막 새끼손가락을 다 칠했을 때, 43M은 고개를 들어 서류를 다 읽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후~
Zas 씨의 요구사항이 많긴 하네요.
하지만 다 읽어보니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되는 거네요?
...뭐?
Zas가 흠칫 놀랐다.
바닥은 하루에 6번, 창문은 8번 닦고, 옷과 신발은 가지런하게…
그리고 나머지 페이지의 위생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저는 이견 없습니다!
게다가 쓰레기봉투의 용량과 색상까지 나와 있고, Zas 씨의 꼼꼼함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잠깐만.
그러니까, 이 조건들을 다 받아들인다고요?
네! 마음에 들어요!
아, 그리고 아까부터 매니큐어를 아주 고르면서도 예쁘게 바르시더라구요.
컬러의 채도도 공백도 빈틈도 없이 일정해요.
이런 분은 거의 없죠!
…진심이에요?
그냥 칭찬 하는 거라면 소용없어요.
Zas 씨의 세심한 배려와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에 엄청 공감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제가 동경하던 숙소 생활이에요!
오늘부터 사이좋게 지내봐요!
…
…네.
신선한 반응이네요. "사이좋게 지내자"같은 말은 오랜만에 들었어요.
앞으로의 숙소 생활에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
일단 악수라도 할까요?
네! Zas 씨, 영광입니다!
마주 잡은 두 손이 가볍게 포개진다.
저 자신감… 언제까지 이어질까?
일단 지켜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