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stavaM21
MOD 2
……그리폰 인형 숙소, 복도.
…이해가 안돼.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살짝 지친 Zas의 모습을 비춘다.
결론적으로 이해가 안돼.
모처럼 나와 비슷한 인형을 만났는데…
겨우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숙소 문을 열고 싶지 않아…
내가 지나치게 자신했던 건가?
Zas가 고개를 들자 금속 문패에 '1121'이란 숫자가 비쳤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일주일간의 추억도 떠올랐다…
처음 이틀은 분명 화기애애했다.
43M의 결심은 말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부분의 집안일을 자발적으로 맡았으니 말이다.
43M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인형이었다.
하지만 Zas는 곧 43M과 자신이 추구하는 완벽이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예를 들면 신발 정리 순서.
Zas는 색깔을, 43M은 사이즈를 기준으로 정리하려 했다.
결국 두 인형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문제로 다퉜고,
그 외에도 설거지, 옷 정리, 화분의 위치까지...
사실상 방 안의 모든 것이 논쟁거리가 되었다.
이 숙소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지휘관에게 다른 인형으로 바꿔 달라고 해서 다시 예전의 상황을 되풀이할까?
하지만 그러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애시당초, 이렇게 43M과 고집 싸움을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Zas는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43M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Zas는 늦은 밤까지 밖을 배회하고 있었다.
……
이 시간이면 43M도 자고 있겠지.
귀찮은 일은 내일로 미루자.
새벽 1시. Zas가 마침내 숙소 문을 열었다.
익숙한 실루엣이 시각 시스템에 포착되면서 그녀의 졸음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Zas는 방금 전 자신의 판단을 강하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내일로 미루자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앗! Zas 씨, 어서오세요!
요즘 바쁘신가요? 거의 마주치지 못했네요.
……
하지만 괜찮아요. 히힛.
Zas 씨가 바쁘실 땐, 숙소는 제게 맡겨만 주세요.
항상 완벽하게 유지할 테니까요.
43M이 방긋 웃으며 몸을 살짝 옆으로 젖혔다.
Zas의 콧속으로 매니큐어의 향이 강하게 파고들었다.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AnnaSheri의 매니큐어 세트였다.
……!
Zas 씨?
표정이… 갑자기 무섭게…
괜찮으세요?
…
숙소 숙지사항.
제 1조.
……응?
숙소 숙지사항 제 1조, 개인의 물건에 손 대지 말 것.
특히 매니큐어.
네? 그게 무슨… 저요?
이 방에 저와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이라도 있나요?
……Zas 씨가 매니큐어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아요.
그리고 전 일상적인 정리만 했을 뿐, 함부로 손 댄 적 없어요.
병의 사이즈를 정밀하게 측정해서 작은 것부터 큰 순서로, 그리고 간격까지 연구했다구요.
현 상황에서 가장 완벽한 정리예요.
이딴 게 무슨 "완벽"이라 생각 안 해요.
당신이 매일 어수선하게 정리하는 신발들도.
그게 저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는거죠?
……
Zas의 차가운 시선에 43M도 엄숙해졌다.
그래서 Zas 씨는 제가 틀렸다는 건가요?
항상 자기가 현실주의자라고 말씀하시면서.
규칙만 잔뜩 만들어 놓고 숙소를 내팽개치고 나가계시잖아요.
제게 뭐라할 처지는 아니지 않나요?
"내팽개쳤다"?
나라고 유령처럼 밖에서 지내는 게 좋은 줄 아세요? 숙소 생활을 잘해보려고 애쓰는 게 누군 줄 아세요?
애초에…
Zas는 "이렇게까지 하라고 부탁한 적 없다"라는 말을 삼켰다.
방금 자신이 43M에게 했던 말들도...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예전 몇몇 룸메이트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과 비슷했다.
애초에?
……
Zas는 그 익숙한 말들을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그녀를 휘감는 낯선 불쾌감.
그 불쾌감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앗! Zas 씨? 대체 어디 가는…
신경 끄세요.
쾅——!
Zas는 돌아서서 방 문을 닫았고, 43M의 목소리도 멀어져갔다.
......늦은 밤, 술집.
마스터, 여기 모히토 한 잔.
헷, 미안.
오늘 메뉴는 이것뿐이야.
와인 한 잔이 바 테이블에 가볍게 놓였다.
Zas는 눈쌀을 치푸리며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는 선명한 빨간 가죽 재킷과 그에 어울리는 따뜻한 미소가 보였다.
어서 오라고, 고민 많은 아가씨!
PM-06……
그리폰의 인형이 바텐더도 겸직하고 계신 건가요?
그냥 바쁜 친구를 도와주고 있을 뿐이야. 돈을 받거나 하지도 않고.
그래서 오늘 밤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레드 와인으로 바꿨지.
어쩐지 손님이 없더라니.
……
그래서 여길 고르긴 했지만요.
오~? 인도어파로 소문난 ZasM21 씨가 새벽 2시에 조용한 곳을 찾는다고 술집에 오다니.
뭔데, 혹시 43M이랑 사이가 틀어진 거야?
Zas는 잠시 침묵하며 손에 든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었다.
흐릿한 조명이 술에 비치며, 그녀의 얼굴에 아른거리는 빛이 번졌다.
……부정은 못 하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근거가 뭐죠?
강박증 있는 둘을 붙여 두면 서로 기준에 맞춰주지 못해서 틀어지는 게 뻔하지.
43M의 정리정돈 방식이 잘못됐어? 아니면 그쪽이 네가 시간표대로 생활 하지 않는다고 따졌어? ...하, 어느 쪽이든 상관 없겠지.
가장 끔찍한 건, 네가 점점 43M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거겠지.
네가 43M에게 불만인 행동들이 사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했던 짓들이라는 거... 그게 네가 고민하는 이유지?
Zas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고개를 숙여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맛있네요.
저에게 룸메이트는 몇 입 먹고 버릴 수 있는 통조림 같은 거예요.
그들의 감정엔 관심 없어요.
단지 지휘관님의 업무를 더 이상 늘리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엥?! 이게 무슨 이중적인 발언이지?
Zas, 츤데레는 유행 지나서 안 먹혀!
……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침묵의 빈 틈을 적절히 채워줬다.
혹시 말인데, 개조할 생각은 없어?
소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김에 강박증에 시달리는 네 마인드맵 시스템을 고칠 수도 있을 거야.
일석이조잖아.
그렇다면 당신의 빨간색 집착증을 먼저 치료받아야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필요 없어요...
작전 임무 신청한 게... 심사 통과했거든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43M 보기 싫다고 자진해서 임무를 신청할 정도라고?
그냥 43M 씨와 싸우고 싶지 않은 거예요.
이걸로... 한동안 지낼 곳 걱정은 없어졌죠.
Zas는 와인잔을 들어 PM-06에게 잔을 부딪치는 동작을 취했다.
평안한 앞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