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type
MOD 3
잠시 후, 숙소.
헥... 헥... 뭔... 뭔 껌이 이렇게 끝도 없이 나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트부터 속옷까지! 총까지 두 번씩이나 분해 결합할 때마다 껌이 튀어나오는 게 말이 돼!?
56식이 봉투에 가득 담긴 껌을 신경질적으로 툭툭 치는 걸 보는 80식은 세상 억울한 눈빛이었다.
부조리야...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받게 도와 달라 한 게 누군데!
어휴 진짜, 간식 사 준대서 시작했지만 이젠 그 한심한 꼴을 봐서라도 가만둘 수 없겠어.
내 특급전사 육성 계획을 전부 달성하도록 아주 달달 볶을 거니까 각오해!
...야! 드러눕지 마!
개조 받기 전에 힘들어 죽겠어...
좀 더 편한 훈련은 없어?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좋아, 편한 거 말이지?
역효과 날 게 뻔해서 가장 나중으로 미뤘는데, 오냐 어디 한번 해보자.
뭔데?
이름하여 "선한 눈빛 대작전"!
대부분의 애들이 너랑 거리를 두는 이유는 역시 그... 눈초리 때문이잖아.
전에 듣길, 네가 전장에서 안경을 잃어버렸더니 팀워크가 수직 하락했다며? 분명 그 사나운 눈매가 원인이야.
사실 적한테 위협이 되도록 설계된 눈인데 말이지...
근데 어째 아군한테 더 잘 먹히는 거 같아...
엑... 뭐야, 설마 동료의 존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거였어?
그래서 애들한테 피해 주기 싫어서 안경 쓰고 다녀.
하지만 모두한테 그런 거 설명한 적 없지? 나도 지금 처음 듣는데.
계속 그러다간 모두와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질 뿐이야.
그러니까,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좀 더 부드러운 눈빛으로 동료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해!
모두가 네 시선에서 사랑과 희망, 친절을 느낄 수 있도록!
그러니까, 안경 벗고 다른 애들이랑 대화하라고?
으음... 상상만으로도 귀찮은데... 응, 역시 그만두자.
이것조차 못 하겠다는 거야 지금?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 거야.
후퇴하다 침낭 속으로 들어갈 지경이다 이 굼벵아!
내 노력을 허사로 만들 셈이야?!
포기해, 80식은 가망이 없어.
개조를 받을 기회도, 환영받을 기회도 없을 거야.
...아, 이젠 풍선껌도 없네.
으이구, 풍선껌 풍선껌 풍선껌... 아, 그래!
좋았어,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훈련을 하나 완수할 때마다 풍선껌 하나 돌려줄게. 어때?
......
성과 좋으면 한 번에 두 개!
응!
그래야지!
자, 안경 벗어.
아, 으, 응...
...어때?
힉... 괘괘괘괜찮아, 난 일단 거의 익숙해졌어.
......
왜 눈을 돌려?
그게.. 차, 창밖에 비행기가 지나가길래!
그렇구나. 그럼 이제 이쪽 봐.
그, 그야 물론이지...
......
......5분만 더 줄래?
5, 9, 식, 선, 배...?
59식~ 안에 있어?
임무 마치고 오다 스프링필드한테 들었는데, 어제 슈크림 잔뜩 먹고 돈 안 냈다며?
아 맞다, 완전 깜빡했네.
아차... 어제 내가 선배한테 사 준다면서 돈을 안 냈구나.
너 때문이니까 얼른 해결하고 와!
응, 지금 가서 계산할게.
어, 야! 안경 두고 갔어!
아, 안녕 63식, 지금 계산하러――
히야아아악!!
문을 열고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63식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 버렸다.
......
우오오, 성능 확실하네!
그 눈초리만 있으면 돈 떼어먹어도――
59식 선배...
...흠흠.
이건 그저 시행착오일 뿐! 잘못에서 교훈을 얻고, 좌절에서 경험을 얻으면서 길을 나아간다면 틀림없이 변할 수 있다!
...뭔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방금처럼 인사하면 되는 거야?
바로 그거야!
자, 어서 가 봐! 가면서 만나는 동료를 상냥한 눈빛으로 똑바로 보면서 인사하는 거야! 맛있는 풍선껌이 널 기다리고 있단다!
알았어.
......
......
꺄하하핫! 내 슬라임 함정에 걸린 바보는 누구일까요~
......
얼레...? 어째 좀 많이 떠들썩하다? 그렇게 요란한 게 아닌데...
P7이 구석에서 고개를 내밀었을 때, 웅성임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짜리몽땅한 모습이 복도에 나타나더니 P7을 본 순간 쏜살같이 달려왔다.
<Size=55>안녕 P7——! 밥은 먹었니——?</Size>
<Size=55>끼야아아아아아아악!!!</Size>
P7이 기겁하며 냅다 도망치려 했지만, 전력 질주에 가까운 속도로 다가온 80식에게 순식간에 따라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80식은 P7의 머리를 붙잡더니, 억지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게 했다.
어 디 가...?
<Size=55>미안해미안해미안해다신장난안칠게에에에에!!!</Size>
퍼엉!
으악! 켁켁... 여, 연막탄?!
P7, 너 괜찮... 어라?
연막이 걷히자, 80식의 손에는 P7의 두건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리고 P7 본인은, 꼬리에 연막을 달고 부리나케 상황실로 도망쳐버렸다.
어...
헥... 헥... 겨우 따라잡았네!
방금 연막탄 던진 거 P7이지? 경보 울릴 정도로 놀라다니, 오버하기는.
뭐 아무튼, P7까지 합해서 지금까지 도망친 사람이 26명, 기절한 사람이 7명! 엄청난 성적이야!
기뻐해도 되는 거 맞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구, 담력이 부족한 애들은 당연히 네 친절함이 낯설 수밖에 없어.
방금 톰슨 누님이랑 그로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줬잖아?
그치만 총을 꺼내던데?
사소한 부작용이지. 자자, 계속하자!
안 되겠어... 나 더는 못 뛰어...
......!
아 맞다! 성적 좋다며, 풍선껌 줘 풍선껌!
뭐어? 얼마나 지났다고 또 달래? 훈련은 아직 한참 남았다고!
싫어어 풍선껌 더 안 주면 힘 안 나서 못 해애애...
애처럼 바닥에 나뒹굴지 마!
아이 진짜, 못 이기겠네.
59식이 풍선껌이 담긴 봉지를 꺼냈고, 그 부스럭대는 소리에 80식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
어... 그런데 왜 경보가 아직도 안 그치지?
역시 좀 지나쳤나 보네, 순찰하는 애들한테 우리 짓인 거 들켰다간 번거로워지니까 우선 숙소로 돌아가서――
우와악!?
서두르던 59식의 발에 실이 걸리더니, 위에서 끈적한 점액이 가득 담긴 양동이가 떨어져 그녀 머리에 처박혔다.
아직 남았던 P7의 걸작, "슬라임 함정"이었다.
59식이 놀라 버둥대는 통에 봉지에 담긴 풍선껌까지 전부 바닥에 엎질러진 점액에 쏟아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청소 로봇이 나타나 감지한 "오물"을 깨끗이 청소하곤 유유히 사라졌다.
......
......
<Size=55>내 풍선꺼——엄!!!</Size>
얼마 뒤, 지휘실.
......
......
......
그래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을 기회를 얻고 싶다는 80식에게 59식이 훈련 계획을 짜 줬다고?
에헤헤... 시작은 순조로웠는데...
너희 계획이 너무 순조로워서 기지에 적잖은 소동이 일어났어.
죄송합니다!
피해는 없어서 망정이지... 아, 80식의 풍선껌 빼고.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만 있다면... 참을 수 있어.
80식, 노력은 가상하지만 개조 명단에 오르고 싶으면 겉으로 시늉하는 정도론 안 돼.
엣? 그, 그치만 탄피도 열심히 주웠는데...!
미안하지만 그것도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위한 평가 요소에 안 들어가.
우으으...
하지만, 네 업그레이드 일정에 대해서 더 일찍 말해 주지 않은 내 잘못도 있지.
......
어?
어어? 그럼 설마...?
그래, 80식은 전투 방면에서 향상될 여지가 많아서, 진작에 업그레이드 일정을 잡아 뒀어.
오늘 너희가 벌인 소동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헬리안 씨가 내 판단을 의심하셨을 거다.
우와아...!
고마워 지휘관!
오오?
아무래도 훈련의 성과가 조금은 있었나 봐.
그때, 80식의 눈은 분명히 귀여운 어린애처럼 반짝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