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MOD 2
그리폰 카페.
하아아...
카운터 앞에 앉은 카리나가 땅이 꺼져라 푹 한숨을 쉬었다.
......
미안해, 괜한 고생 시켜서.
괜찮아 괜찮아...
GSh-18도 네 사정을 모르니까 그런 식으로 말한 거야. 너무 마음에 두지 마.
내가 왜? 전문가의 정론이었는걸.
내게 무슨 고충이 있든, 그녀는 그녀 입장에서 올바른 말을 했을 뿐이잖아.
아하하...
카리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조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렴.
...응.
카리나는 잠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XM3를 바라보다 자리를 떠났다.
......
남겨진 XM3는 아직 차가운 음료수잔을 쥔 채 참았던 한숨을 내뱉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에 닥치니 당혹스러웠다.
지금 자신에게 놓인 선택지는...
......
시간은 흘러, 그날따라 손님이 많지 않던 카페는 더욱 한적해졌고, 스프링필드도 종합근무팀의 업무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모두 각자의 일이 있으니, XM3와 계속 있어 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
그렇게 한참을 홀로 카페 카운터 앞에 앉아, XM3는 눈앞에 놓은 서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총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스프링필드 없어?
XM3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누군가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XM3는 순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 것으로 착각했다.
쿵.
옆자리의 그 사람이 챙겨 온 술병을 카운터에 올려놓으면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응, 바쁜 일이 생겼나 봐.
XM3는 대충 대답하면서, 총알을 손에 쥐고서 고개를 슬쩍 돌려 상대를 보았다.
......!!!
땡그랑.
총알이 XM3의 손에서 미끄러져, 테이블에 떨어지면서 경쾌한 쇳소리를 냈다.
XM3의 눈은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다.
설마 오늘, 그것도 이런 곳에서 그녀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 없으면 오히려 잘됐네.
AR팀의 AR-15였다.
AR-15...?
음? 너, 나 알아?
물론, 갑자기 이름이 불렸음에도 AR-15는 딱히 경계하지 않았다.
여긴 그리폰 기지고, 상대는 그리폰의 전술인형이니까.
그녀는 언제나 동료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특별 케이스가 아닌 이상은.
아, 응, 너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거든.
그래? 그거 영광이네.
AR-15 역시 대충 대답하면서 술병의 뚜껑을 열었다.
술 마실 줄 알아?
...조금은.
AR-15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능숙하게 카운터 밑으로 손을 쭉 뻗어 유리잔 두 잔을 꺼냈다.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고민이 있나 봐?
이렇게 둘이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고민 있음 들어줄게.
...안 그래도 그러려던 참이었어.
XM3는 고개를 끄덕이며 AR-15에게서 술잔을 건네받았다.
잔에 술이 가득 채워지고, AR-15가 잔을 들어 입에 대는 것을 보고 나서야 XM3가 입을 열었다.
난 예전에 M4A1의 호위 임무를 맡은 적이 있어.
그 후로 난 마인드맵 백업을 거부하고 작전마다 위험한 줄타기를 해 왔지.
푸웁!?
AR-15가 마시던 술을 뿜었다.
켁켁...
그 폭탄 발언에 사레가 들린 AR-15는 입가를 슥 닦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 있는 동료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지금 뭐라고...?
군과의 연합작전 당시, 막 회복한 M4A1이 그리폰에 복귀 요청을 보냈어.
그래서 난 지휘관의 명령으로 그녀를 전장까지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지.
도중에 철혈의 기습으로 나를 비롯한 동료들은 파괴됐지만, M4A1은 직후에 나타난 군부대와 합류해서 떠났고.
그리고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나보단 네가 더 잘 알겠지?
케흠... 그 일은 나도 아는데, 그거 말고 마지막에 말한 거.
마인드맵 백업을 거부했다고? 어째서?
...호위 임무 도중, M4A1에게 허울 좋은 소리를 지껄였어.
그런데 결국 철혈한테 순식간에 당해서, 전장을 이탈할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반성하다, 실패한 원인이 내가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우리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형은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권리가 있고, 그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야.
일부 상황에선 분명 장점이지만... 난 깨달았어.
죽음의 두려움을 모르면 훌륭한 병사가 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마인드맵 백업을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긴장감을 줬다?
이건 또 참신한 바보네. 너 머리에 문제 있어?
...그럴지도.
하아아... 간만에 술친구 먹을 만한 애를 찾았나 싶었더니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지뢰였다니.
처음 만난 사이인데 대뜸 이런 말을 꺼내서 당혹스럽게 만든 건 미안해.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언제 널 볼 수 있을지 몰랐어.
일부러 날 찾았단 소리로 들리는데.
어느 정도는.
AR-15는 머리를 긁적이다, 손에 쥔 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럼 이제 나한테 엄청 실례되는 질문을 할 셈이겠네?
예리하네.
예리고 뭐고, 네 얼굴에 지금 대놓고 쓰여있단 말이야...
에라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내 성질 건드려서 무슨 꼴을 당하든 다 네 책임이니까 각오해.
그야 물론이지.
XM3는 용기를 내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
그때의 실패 이후로, 난 인형의 죽음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했어.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작전 중에 안일하고 경솔했다는 거였지.
그런 해이한 마음가짐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포탄에 맞은 거라고.
만약 내가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고 신중했다면, 분명 상황은 달랐을 거라고.
그래서 난 결심했어.
마인드맵 백업을 포기해서, "무한"한 인형의 목숨을 유한하게 만들었다...
술잔을 쥔 AR-15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웃기지도 않아서 정말.
그딴 터무니없는 짓을 잘도 저질렀구나.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니까, 나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강해졌어.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보고 뭘 어떡해 달라는 거냐고.
난 엔지니어도, 심리상담가도 아니야.
굳이 내가 조언해 주길 원한다면, 그냥 가서 백업이나 해.
그 이상 할 말 없어.
물론 이런 걸로 널 귀찮게 할 생각은 없어.
네게 묻고 싶은 건 다른 거야.
뭔데?
넌 무슨 심정으로 자폭하려 했어?
쾅!
그 말을 듣자마자 AR-15가 술잔을 테이블에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