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MOD 3
...미안.
너 진짜 남 성질 건드리는 데 도가 텄구나?
그 일에 관해서 얘기하기 싫은 건 나도 이해해. 한 대 맞을 각오도 이미 했어.
하지만 꼭 물어보고 싶었어... 지금 내 처지가 처지라서, 더더욱.
어휴... 그러니까, 인형이 진정한 죽음과 마주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고 싶다, 이 말이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역경은 나도 많이 겪어봤어. 하지만 매번 내 마인드맵의 "죽기 싫다"는 두려움이 날 옭아맸지.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죽을" 각오를 한 적도 없고, 죽고 싶지도 않아. 다시 말해, 난 죽는 게 무서워. 엄청.
...그거 거의 정신병 아니야?
그런 상황인데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으라 하다니, 나름 고생이 많구나.
!
XM3가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서류를 멀리 치웠다.
흥...
AR-15는 그 모습을 보며 또 한숨을 쉬곤 잔을 비웠다.
내가 보기엔, 넌 그냥 사서 고생 중이야.
응?
내가 죽음과 마주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냐고?
그걸 물어서 어쩌려고? 그걸 알아서 뭐하게? 안다고 뭐가 바뀌어?
나도 그때 무서웠다 하면, 네가 좀 덜 창피할까 봐?
내가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다면 뭐, 너한테 용기가 나기라도 해?
진짜, 웃기지도 않아 정말.
난...
XM3는 말을 잇지 못했다.
AR-15의 말이 맞았다. 그걸 알아서 무슨 소용일까?
모든 것은 M4A1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그녀를 알게 된 후 그녀의 과거를, 그리고 AR-15의 과거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 그녀들의 경험이지, XM3와는 일말의 관계도 없는 것이다.
...지금 내가 마주한 문제는, 퇴역이냐 개조냐의 기로야.
어느 쪽을 선택하든, 어느 한쪽의 "나"는 죽는 거지.
XM3도 술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하지만 군인으로서의 삶은 절대 포기 안 해. 논외야.
이제 와서 나보고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라 하면, 분명 못 참고 손님의 머리를 깨버릴걸?
하, 총싸움이 의외로 중독성 있긴 하지.
그러니, 마인드맵 업그레이드가 최선의 선택이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야, 지금 이 꼴로 개조를 받아도 될지 모르겠어.
그리고 개조를 받는다면, 필수적으로 마인드맵 백업도 하게 돼. 그럼 여태까지의 내 고집이 얼간이의 헛짓거리가 되어 버려.
계속 고집부리는 건 헛짓거리가 아니고?
M4A1한테서 네가 말을 그렇게 재수없게 한다곤 못 들었는데.
재수없게 들리는 건 그게 사실이라 찔려서라더라.
......
지금 네 문제는 백업하느냐 마느냐가 아니야.
괜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민에 빠지고선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단 거지.
쓸모없는...
너, 자신을 너무 인간이랑 동일시하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내 말은, 우린 인형이라고.
인간과는 태생부터가 달라.
막말 좀 할까? 애초에 우린 목숨값이 좀 더 싸.
인간이 손가락 좀 다쳤다고 바로 일을 엎어버리던?
스스로 제약을 걸어서, 뭐 조금이라도 다치면 그대로 콱 그냥 죽어 버리겠다는 인간 봤어?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사리분별 못하고 날 인간처럼 여기고 있다는...?
바로 그거야 이 멍청아.
쓸데없이 "한 번뿐인 목숨"이라고 자기세뇌하고 있잖아.
뭐, 확실히 훈련으로 친다면 효과 발군이겠네. 하지만 거기에 과몰입하면 선을 넘는 거지.
넌 지금 마인드맵 백업을 하면 그 극한에 몰린 상태가 풀려서 컨디션이 급속 하락할까 봐 걱정하는 거지?
...부정하진 않겠어.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으니까.
과학적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되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풀리면 얼마나 해이해질지 모르는 일이잖아?
그리고 그런 방심이 전장에선 아무리 사소해도 치명적이란 걸, 너라면 누구보다 잘 알 거 아니야.
풋, 여태까지 들어본 말 중 제일 웃기네.
네가 지금까지 헤쳐나왔던 싸움들은 다 가짜라고 그럼? 받은 훈련도 허구고? 네 지식, 네 기술이 바로 네 힘의 근본이야. 긴장감 따윈 그냥 덤터기에 불과해.
너한텐 그딴 거 필요없어.
하지만 넌 그때 네가 살아남을 수 있으리란 생각은 조금도 안 했을 터잖아?
그런 상황에서 인형과 인간의 차이는 뭐야?
...그 목숨이 창조해낼 수 있는 가치의 차이겠지.
가치...? 그게 무슨――
아무튼 정신적으로 압박해서까지 자신을 지탱하려 할 필요가 없다고.
그런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 괜한 생각을 하니까야.
할 말은 진짜 여기서 끝.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네가 알아서 해.
XM3의 마지막 질문을 무시하고, AR-15는 한 번 더 따랐던 술잔을 비우곤 카페 밖으로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