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MOD 4
......
죽음이 끝은 아니다. 의지의 소멸이야말로 진정한 끝이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목숨이 단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형은 아니다.
이는 인형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죽음을 경외하는 자,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죽음을 피하려는 자만이...
역경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어.
만약 인생이 언제든지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게임이라면, 목숨은 한낱 저렴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런 "저렴한" 목숨에, 지킬 가치란 것이 있을까?
여태까지, XM3는 줄곧 그런 고민을 품었다.
인형의 목숨은 인간의 것과 근본부터가 다르다. 그렇다면, 난 그저 인간을 따라하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던 걸까?
콰앙!
XM3! 멍때리지 마!
멍!
아... 아, 미안.
냐하하!!
XM3가 우리랑 작전 뛰는 게 오랜만인 건 알지만!
그렇다고 너무 흥분해선 안 된다냥!
XM3, 괜찮아?
왠지 정신이 딴 데 팔린 거 같은데.
별거 아니야, 잠시 딴 생각 좀 했어.
그나저나, 방금 그 폭발음은 뭐야?
노상강도야?
에이 설마, 지금 우린 일반 식량을 호송 중이라구.
별로 돈도 안 되는 걸 뺏으려고 누가 폭발물까지 쓰겠어?
그래도 경계는 하자, 폭발이 꽤 가까웠어.
그래도 이 식량의 목적지는 난민 구호 센터다냥!
이거 못 갖다주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거다냥!
......
XM3이 천막을 젖혀, 차로의 양측을 경계했다.
현재 위치는 매우 험준한 지형이었다. 그녀가 강도라면, 분명 이곳에서 기습할 것이다.
그나저나 XM3, 왜 갑자기 이런 쉬운 임무를 맡았어?
여태까지 활약 엄청 했잖아!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말이지, 위험성 높은 임무에는 당분간――위험해!!
콰앙!!
적습이다!
목심아!
크르릉!
냐냥?!
저, 정말로 강도가 나타났다냥!
어서 피해! 박격포다!
위험해!
으아아 브레이크――!!
쾅!
콰앙!!
콰아앙!!!
......
X...
으으...
XM3! 정신차려! XM3!
쿨럭... 콜록콜록... 어, 어떻게 된 거야...?
보다시피, 습격이야. 아무래도 강도는 아닌 것 같아.
식량이고 뭐고 죄다 날려버리려 하고 있어.
대체 뭐가 목적이길래 저런다냥!?
어쩌면... 저 난민 구역을 개발하려고 교섭하던 사업가일 수도 있어.
지휘관도 전에 그 사람의 배경이 좀 수상하다 했는데...
난민들을 쫓아내려고 이런 수단까지 동원하는 건가?
헤헷, 그럼 사람 아주 잘못 건드렸네!
침착해, M500.
박격포까지 끌고 온 놈들이야, 우리만으로 상대하긴 힘들어.
우선 후퇴하자.
그럼 저 식량 전부 버려야 하잖아!
놈들 의도대로라고!
이대로 여기서 버텨도 승산은 없어!
...잠깐.
XM3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온 걸 보면 놈들도 초조한 게 분명해.
여기서 신원이 발각된다면, 놈들의 계획도 다 허사가 되어 버리겠지.
공권력이 개입하면 놈들에게 좋을 거 하나 없을 테니까.
XM3?
시간은 우리 편이야.
우리가 충분히 오래 버티기만 하면 저쪽이 먼저 알아서 내뺄 거야.
대신 몰골이 말이 아니겠지만, 아하핫!
뭐 어때, 크게 다쳐도 소체 교체하면 될 일인데!
하지만...
LWMMG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XM3를 보았다.
그 눈빛의 의미를, XM3는 단박에 이해했다.
카리나가 말해 줬어?
미안... 카리나한테 널 부탁받았어.
......
사정을 모르는 다른 두 동료의 주의가 딴 데 향한 것을 확인하고, LWMMG는 XM3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있잖아, 우린 네가 개조를 받길 바라.
하지만 우선 네가 살아서 돌아가야만 해.
넌 지금 마인드맵 백업도 없잖아, 그 소체의 의식이 유일해.
만약 네가 여기서 전사했는데, 우리가 네 코어를 회수하지 못한다면...
...무슨 뜻인지, 알지?
그녀가 정말로 "죽는다"는 의미였다.
심장이 없음에도, XM3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더러... 혼자 철수하라고?
지금의 넌 우리와 같지 않잖아.
우린 여기서 죽더라도 그대로 끝이 아니야.
하지만 넌... 네가 여기서 죽으면... 정말 끝이나 다름없어.
......
그렇구나.
내가 잘못한 거였어.
럼...
XM3는 고개를 저으면서 LWMMG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니, 그럴 순 없어.
누구의 목숨도 특별하지 않아. 너도 나도, 같은 인형이야.
내가 여기서 도망친다면, 너희만으로는 더더욱 이 식량 트럭을 지킬 수 없어.
무엇보다, 난 절대 내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지 않아.
이 세상엔...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래도...!
내가 정말 오늘 여기서 죽더라도...
XM3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말을 이었다.
내가 날 이 꼴로 만든 건, 위험할 때 도망칠 핑계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야.
내 목숨을 더 조심해서, 더 신중하게 다뤄서 다시는 무의미하게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이제 깨달았어.
인형은 목숨을 이런 식으로 속박할 필요가 없단 걸. 오히려 인형으로서의 내 능력을 제한시킬 뿐이란 걸.
이 세상엔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걸 헷갈린 것이다.
살기 위해서 목숨을 아낀 것이 아니라, 무의미하기 죽지 않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죽음은 그냥 죽음이야.
그건 누구한테다 다 똑같아.
중요한 건, 내 죽음이 누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느냐지.
인형이기에 "되살아날"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기에 그 기회를 더욱 소중히, 더욱 감사해야 한다.
"무한한" 목숨을, 남이 거저 준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알았어.
XM3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곤 무기를 들었다.
모두, 식량 트럭을 사수한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는다!
이 싸움이 끝나면 돌아가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겠어!
엑?! 야, 이럴 때 그런 위험한 플래그 세우지 마!
냐하하하핫!! 보디가드는 나한테 맡기라냥!!
콰앙!
......
이게 정답이겠지...? AR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