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pardM1
MOD 1
게파드!! 어서 도망쳐!!
자, 잠깐――
동료의 외침이 귓가에서 채 멀어지기도 전에, 포탄이 게파드 M1의 코앞에 떨어져 폭발했다.
필사적이었던 동료의 얼굴은, 순식간에 불길에 집어삼켜졌다.
아아... 아아아......!!
목이 멨다. 총을 끌어안은 채로 얼어붙었다.
그녀는 전술인형이었다. 두려움을 느껴도 태연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몸이 얼어붙었다.
피해!!
또 한 발의 포탄이 게파드 M1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그녀도 산산조각 난 동료의 뒤를 따를 뻔했지만, 엄폐물 뒤에서 튀어나온 그림자가 그녀를 참호 안으로 끌어당겼다.
멍하니 뭐하고 있어!? 에러라도 난 거냐!
아니... 나, 난 괜찮... 리엔필드?
흙투성이인 리엔필드의 얼굴을 본 게파드 M1은 넋을 잃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그녀가, 이렇게 엉망진창인 모습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너... 너, 너 왜 여기 있어...?!
스프링필드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퇴각하던 중 적의 추격이 붙어 흩어져버렸다.
너희가 담당하던 17번 방어선의 상황은 어떻지?
......나 혼자야.
후퇴할 때 놈들의 소대 하나한테 들켜서 포격을 받았어.
그래서...
콰앙!!!
히익...!
상황은 파악했다. 당장 총을 들어라, 병사.
퇴각한다.
뭐... 뭐...? 퇴각해?
게파드 M1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리엔필드를 바라봤다.
우리... 우리... 살아남을 수 있어...?
...그건 장담 못하겠군.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살아있지.
"벽"까지 갈 수만 있다면, 지휘관과 합류할 수도 있을 거다.
겁에 질린 게파드 M1을 격려하려는 듯, 리엔필드는 표정을 풀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라, 내가 널 지켜 줄 테니.
......
그리폰 기지, 카페.
게파드 씨?
헉?! 아... 왜 그――
한적한 카페에서 멍때리던 게파드 M1이, 스프링필드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곤 움찔하다 앞의 커피잔을 엎질렀다.
으아아 미안해!
괜찮아요, 제가 치울게요.
스프링필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곤, 진작에 예상했다는 듯 허리춤에서 행주를 꺼내 매끄러운 테이블을 능숙하게 닦았다.
일을 만들어 미안한 게파드 M1은 의자를 뒤로 빼 스프링필드에게 자리르 비켜 주었다.
이런 일이야 카페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에요.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게파드 씨.
더러워진 행주를 싱크대에서 씻으면서, 스프링필드는 게파드 M1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저라도 무슨 일이든 가볍게 넘어가 주진 않는답니다?
으으... 미안해...
보아하니, 아직도 이유를 생각해내지 못했군요?
스프링필드는 손에 쥔 편지 봉투를 깨끗이 닦은 테이블에 내려놓고 게파드 M1에게 밀었다.
그렇다면 이 퇴역 신청서는 받을 수 없어요.
......
그녀답지 않은 아주 진지한 목소리였지만, 스프링필드는 게파드 M1에게 다시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내어 주었다.
잔을 쥔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게파드 M1를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미안해. 하필이면 이런 때에 제멋대로라는 건 나도 알아.
......
울적해하는 게파드 M1의 얼굴을 바라보며, 쟁반을 옆구리에 낀 스프링필드도 계속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제멋대로 굴지 말라는 말이 아니에요, 게파드 씨.
단지, 당신이 이유를 확실히 밝히지 않으니까죠.
이건 커피나 홍차 한 잔 달라는 수준의 일이 아니에요. 당신은 지금 그리폰을 떠나겠다는 거잖아요.
...응.
진심이세요?
......응.
게파드 M1이 고개를 들어 스프링필드의 눈을 마주봤다.
하지만 이유를 말 못하고 있잖아요.
당신의 상급자로서, 이유도 듣지 못하는데 이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의 상급자이기 이전에 전 당신과 같은 전술인형이에요.
제게 이런 걸 수리할 자격은 없어요.
그럼 누굴 찾으면 돼?
...지금 기지에서 이런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헬리안 씨뿐이겠네요.
......
게파드 M1은 코를 훌쩍이곤, 그 편지 봉투를 코트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자신의 새 소체에 손이 닿자 말로 하기 어려운 낯선 느낌이 잔뜩 들었다.
게파드 씨,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지금은 따로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많아요. 요즘 기지에 일손이 부족한 건 아시죠?
그야 당연하지... 뭔데?
마침 헬리안 씨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랍니다.
저는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요. 대신, 이번 일이 끝난 다음에 다시 얘기하는 걸로 부탁해도 될까요? 그 특별한 날이 지난 다음에요.
특별한 날?
곧 헬리안 씨의 그리폰 입사 10주년 기념일이거든요.
깜짝 파티를 열려고 하는데, 도와줄 사람을 급히 모집 중이에요.
10년... 헬리안 씨가 그리폰에서 10년씩이나 일했다고?
그렇다니까요. 기지의 모두에게 기운을 북돋아 줄 이벤트가 될 거 같은데...
어때요?
......
게파드 M1은 잠시 뜸을 들이며,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
...알았어,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