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pardM1
MOD 2
......
으으....
머리를 찌르는 이명에 게파드 M1이 눈을 떴다.
곧장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두 다리였다.
정신이 드나?
리엔필드?!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니 리엔필드가 있었다. 지금 그녀는 훨씬 허약해졌고, 옷차림도 더욱 엉망진창이 되었다.
힘겹게 일어난 게파드 M1은 자신이 아주 멀리까지 끌려왔음을 깨달았다.
군부대는!? 우리 방금... 분명 놈들이랑...
...그 부대는 섬멸했다.
하지만 포탄이 지근거리에 착탄해, 충격으로 네 소체가 강제 패닉 모드로 들어가 잠시 마비되었어...
콜록 콜록...!
리엔필드... 부상이 심하잖아...!
...가벼운 상처다. 이보단 빨리 여길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야.
우릴 쫓던 놈들은 응답을 못하고, 소리도 들었으니 더 많은 적들이 몰려올 터.
그럼 바로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아채겠지.
우릴 곱게 보내 주려 하진 않을 거다.
하, 하지만 네가...
게파드 M1은 급히 자신의 소체 상태도 체크했다.
리엔필드가 묘사한 심각한 상황에 비해, 자신의 소체는 꽤 멀쩡했다.
반면, 리엔필드는...
......
리엔필드는 총으로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으면서도 침착한 얼굴로 통신기를 꺼내 게파드 M1에게 건냈다.
다음 방어선까지는 거리가 있어.
추격자들이 바짝 쫓아오고 있으니, 지금 나로서는 놈들을 따돌릴 수가 없다.
그러니, 어서 가라. 내가 여기서 시간을 벌겠다.
그 말에, 게파드 M1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동료를 보며 경악했다.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제안을 냉큼 거절하지 않는 자신에게.
타타탕!!
목표를 발견! 외견 설명과 일치하는 그리폰 인형 2기를 발견했다!
놓치지 마라!
제길, 추격대가 아니라 순찰대인가...! 게파드! 당장 뛰어!
내가 놈들의 주의를 끌 테니 다음 방어선까지 뛰어! 어서!
나... 나는...!
리엔필드는 총의 노리쇠를 당기고,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콰아앙!!!
......
그리폰 기지, 카페.
가져온 거 여기다 차곡차곡 쌓으면 돼요.
으쌰아아아 배송 의뢰 완료오오오!!
힘들어 죽겠네 정말... 대체 왜 내가 이런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건데!
......
게파드 M1은 말없이 손에 든 컨테이너를 평소에는 쓰지 않는 창고에다 내려놓고서, 뒤이어 들어와 입으로는 불평밖에 안 늘어놓으면서도 일은 열심히 하는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은 카리나 씨가 병가 중이라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은 기지의 크고 작은 일을 전부 헬리안 씨가 도맡아 처리하고 계시잖아요?
몰래 하지 않으면 저희가 뭘 하는지 바로 들킬 거예요.
대체 몇 명이나 동원했길래?
그야 물론 기지의 모두죠.
이 물건들은 전부 NTW 씨나 그리즐리 씨처럼 출장 임무를 나가셨던 분들이 돌아오는 길에 가져온 거에요.
그리고 리엔필드와 톰슨 씨에게 헬리안 씨의 동향을 지켜봐 달라 부탁해서,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고요.
호오... 춘전이는 역시 기획의 천재라니까.
모두 열심이구나...
창고의 문을 잠그고 나온 게파드 M1은 일행을 보며 담담하게 읊조렸다.
어휴 힘들어... 그래도 뭐, 사육사의 사육사 씨를 위한 일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생쥐 녀석보다 일 못했다는 소리 듣는 건 절대 용납 못해.
뉘예뉘예 그러시겠죠~ 그래도 스프링필드 말이 맞긴 해.
지금 기지 분위기 영 꽝이잖아. 기회도 생겼겠다, 환기 좀 시켜 줘야지.
......
그 말을 듣던 게파드 M1이 시선을 둘 너머의 스프링필드에게 돌렸다.
나, 리엔필드한테 보급품 전달하러 갈게.
자기 업무도 있는데 헬리안 씨 감시까지 해야 되니까 분명 식당에 들를 시간도 없을 거야.
어머, 그거 좋겠네요. 잠깐만요.
스프링필드는 손뼉을 치며 MP7과 MDR을 근무지로 돌려보내고, 게파드 M1에게 전달할 보급품을 챙겨 주려는 듯했다.
저도 같이 갈게요.
응...?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애써 티내지 않으려 했건만, 그 작은 위화감을 읽혔으니까.
다만, 스프링필드는 더 뭐라 하지 않고 그저 싱긋 웃으며 게파드 M1에게 다가와 막대 사탕을 주었다.
이거, MP7이 당신에게 주는 거예요.
......
그 비닐로 포장된 사탕을 보며, 게파드 M1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걔 사탕 엄청 아끼잖아.
게파드 씨가 불안해하는 게 느껴져서 신경쓰였나 보죠.
내가... 불안해한다고? 정말?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도 받고 정말 멋지게 변했지만...
왠지 표정 관리는 전보다 더 못하게 된 느낌인걸요?
그렇게 눈에 띄어...?
게파드 M1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MP7도, MDR도, 그리폰의 모두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억지로 행사 준비에 참여시켜서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후훗, 게파드 씨는 말은 매정해도 마음씨는 상냥하다니까요.
정말 싫어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잖아요?
다 정이 많기 때문이랍니다.
...내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잖아요.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모두가 바쁠 때 몰래 트리를 다듬어 줬죠?
그리고 아까도, MP7과 MDR이 투덜댈 때 물건을 정리해 줬잖아요.
그건... 딱히 할 게 없었으니까...
......
게파드 M1은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돌렸지만, 여전히 미소짓는 스프링필드는 말을 계속했다.
오면서 다른 두 분과 말도 안 했잖아요.
대화가 당신에게 넘어와도, 그냥 건성으로 대답해서 넘겨버리고.
왜 그랬어요? MP7과 MDR하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면서.
......
제가 맞춰볼까요? 게파드 씨는... 확실히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은 그런 연유로 친구들과 멀어지려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반대로 그것이 떠나려는 이유와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어때요?
난...
네, 말해 주세요.
난... 새삼스레 느꼈는데...
모두와 함께 있으면 엄청 어색해.
어색하다니, 어떤 점이요?
설마, 누구한테 따돌림받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럴 리가, 다들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변했는데. 무슨 일을 겪든, 그리폰의 모두는 다 믿음직한 동료인걸.
...나도 그렇길 바랐어.
그런 부조리한 일을 겪었어도, 그리폰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어.
그럼... 당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일이 있었나요?
다들 하나도 안 변했는지만... 다른 모든 게 변했어.
홍차 팩과 커피 원두 사이에서 고민하다, 게파드 M1은 홍차 팩을 집었다.
리엔필드라면 필시 홍차를 더 좋아할 테니까.
그리폰은 내게 있어 아주 편한 직장이었어.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마음 놓고 "힐링"할 수 있는 곳.
다른 애들도 다 같은 생각인 줄 알았어. 인형을 이렇게나 존중해 주는 고용주는 진짜 하늘의 별 따기잖아.
지휘관처럼 인형한테 월급 꼬박꼬박 챙겨 주는 사람도 엄청 드물고.
게파드 M1이 홍차팩을 집은 것을 본 스프링필드는 두 사람의 입맛에 맞는 빵을 골랐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지휘관님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죠.
난... 내가 몸을 사리지 않던 이유가 그래서인지 모르겠어.
아니, 내가 정말 목숨을 바칠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어.
계속 고민하던 것이 그거였나요?
...도저히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어.
스프링필드, 이런 생각이나 하는 나도 그리폰의 일원으로 있을 수 있어?
난... 너희보다 자신을 아깝게 여기는 거 같아.
게파드 씨...
복도의 모퉁이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스프링필드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게파드 M1을 돌아보았다.
뭔가 말하려고도 했지만, 모퉁이 너머에서 다른 목소리가 흐름을 끊었다.
스프링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