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pardM1
MOD 3
......
헉... 헉...
도주한 인형이 이쪽으로 숨었다! 전원, 산개해 수색한다! 절대 놓쳐선 안 된다!
게파드 M1은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긴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총을 끌어안았다.
탄약도 충분하고, 리엔필드에게서 폭약도 잔뜩 받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 고비만 넘긴다면, 정말 살아서 지휘관과 합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하지만 추격해 온 군 병사들의 발소리가 주위를 떠나질 않았다.
그들은 게파드 M1이 남긴 발자국을 쫓아왔다. 그저 어디 숨었는지를 모를 뿐, 이곳을 이 잡듯 들쑤신다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녀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멋대로 움직인 것에 대한 업보인가...
그저, 살아남고 싶었을 뿐인데.
――?!
......!!
탄식하던 그 순간, 그녀가 숨어있던 엄폐물이 갈라졌다.
순간, 사고 회로가 끊어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코앞의 병사가 돌리는 시꺼먼 총구가 강제로 그녀의 정신을 되돌렸다.
안 돼...!
타타탕!!
게파드 M1은 곧장 몸을 날려 손의 단검으로 병사의 목을 그었지만, 총탄 한 발을 다리에 맞고 말았다.
총성이다! 저쪽이다!
놓치지 말고 해치워라!
숫자는?
한 기다! 놈은 혼자다!
미안해... 리엔필드... 미안해... 미안해...
총을 집어 들 여유도 없었기에, 게파드 M1은 황급히 도주했다.
일개 인형인 그녀가 이런 전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살고 싶다"는, 보통이라면 인형에겐 없는 욕망을 품었다.
인형이 꼭 죽어야 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타앙!
......
어머, 리엔필드? 미안해요, 방해했나요?
아니. 현재 목표는 보고서를 정리하는 중이어서 괜찮다.
......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샌가 리엔필드와 Kar98k가 "목표"를 감시하는 위치까지 온 모양이었다. 대화 소리도 줄이지 않았으니,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게파드도 왔군?
아... 안녕 리엔필드. 여기서 헬리안 씨 감시 중이야?
"목표"라 지칭하세요, 초보자 씨.
알 거 다 아는 사람이 아마추어처럼 굴어서야 되겠어요?
으, 응...
게파드는 약간 불안해하며, 손에 든 홍차팩을 건냈다.
홍차라. 정말 고맙지만, 이거 티타임을 가질 여유가 있을진 모르겠군.
잠시 쉬라고 가져온 거야.
옆의 사무실에 찻잔이랑 온수기 있어.
게파드 씨 말이 맞아요, 쉬지도 않고 이런 추가 임무를 계속할 순 없지 않겠어요?
마침 목표도 일에 전념하고 있으니, 그동안만이라도 푹 좀 쉬세요.
하지만... 목표가 갑자 목표가 밖으로 나오기라도 한다면?
곧장 들킬 거다.
제 일에 누가 이의라도 제기했나요?
...그럼 내가 둘이 쉴 동안 교대할게.
게파드 씨?
그 말에 놀라 고개를 돌린 스프링필드는 게파드 M1의 얼굴을 보곤 깨달았다. 아무래도, 그녀는 조금 전까지의 대화를 계속하기 싫은 눈치였다.
네가?
흠... 그래,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정식 임무도 있는데 이런 중요한 일 때문에 여태 긴장 상태였지?
그럼 둘 다 휴식 시간이 필요할 거 아니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나도 좀 돕게 해 줘.
일리 있는 말이네요. 리엔필드?
그럼 그 호의, 감사히 받겠다.
스프링필드, 홍차를 끓여 주겠나?
물론이죠.
간단한 상의 후, 리엔필드와 Kar98k는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휴식을 취하러 스프링필드를 따라 옆의 사무실로 향했다.
리엔필드.
음?
그때, 게파드 M1이 리엔필드를 불러 세웠다.
있잖아... "그때"... 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다른 사람한테 듣기로는 우리가 같이 움직였다던데.
......
걸음을 멈춘 리엔필드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런... 미안하군, 나도 백업으로 복귀한지라 당시의 기억이 없다.
그 전장에서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해.
아... 그, 그랬구나... 나야말로 미안해, 괜한 걸로 불러 세워서.
천만에.
리엔필드의 뒷모습을 눈으로 배웅한 뒤, 게파드 M1은 심호흡을 하고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퇴역 신청서를 꼭 쥐었다.
그리고, 헬리안의 사무실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걸 내면, 지금 그녀에게 있어 가시방석과 같은 이곳에서 떠날 수 있다.
——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사무실 안으로 발을 들이는 게파드 M1은 퇴역 신청서를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게파드? 별일이구나, 무슨 일이지?
헬리안은 그저 말로 게파드에게 안부를 물을 뿐,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조차 들지 않고 손의 만년필로 산더미 같은 서류를 처리 중이었다.
그녀의 얼굴엔 까만 다크서클과 쌓일대로 쌓인 피로감이 역력했다.
저...
참, 개조 소체에는 익숙해졌니?
어......
하려던 말이 끊겨버린 게파드 M1은 입을 뻐끔거리기만 했고, 퇴역 신청서를 쥔 손도 얼어붙은 듯 움직이질 못했다.
신경써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요즘 기지의 사정이 좋지 않아 바빠서...
카리나도 없으니 나도 솔직히 좀 불안해.
게파드 M1을 보는 헬리안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다정했다.
그... 수고가 많으세요 헬리안 씨, 전 괜찮아요.
소체 상태도 양호하고, 훈련 평점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후훗, 그렇다니 다행이다.
이제 그녀는 "사표"를 거의 구겨버릴 듯이 꽉 쥐었다.
한편, 헬리안은 단안경도 벗고 눈을 비비면서 천천히 일어나, 다시 게파드 M1에게 미소를 지었다.
죄송하지만——
걱정 마렴, 네 휴가는 벌써 배정했어.
퇴역 신청서를 꺼내려던 손이 정말로 얼어붙어버렸다.
...네?
카리나가 병가로 떠나기 전, 내게 너희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정말 자세히 해 줬단다. 네 이야기도 물론 들었지.
야근과 휴가에 아주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걱정 마렴, 다 적절하게 계획해 줄 테니.
왜 저를 특별히 챙겨 주세요...?
회사를 재건하느라 바쁜 상황 아니에요? 지금 그런 여유 없잖아요?
너만 특별히 챙겨 주는 게 아니야.
물론, 우리 그리폰&크루거의 현재 상황이 나쁜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지휘관도 카리나도 한 명 한 명, 너희 모두를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잖니? 내가 좀... 딱딱해 보일지언정, 너희를 위하는 마음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단다.
인형에게도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있어야지.
......
게파드 M1은 넋을 잃고 헬리안을 바라보았다.
스프링필드의 계획은 확실히 아주 치밀했다. 헬리안은 인형들의 비밀 작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입사 10주년 파티를.
게파드?
10년...
게파드 M1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홍차 드리려고 왔어요. 헬리안 씨도 무리 말고 자주 휴식 취하세요. 그러다 몸 망가져요.
안주머니의 퇴역 신청서를 놓고, 대신 남는 홍차 팩을 꺼내 허둥지둥 헬리안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
어... 고마워?
부자연스러운 게파드 M1의 거동에 헬리안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그녀의 호의를 고맙게 받았다.
다 우린 차를 헬리안 앞에 두고, 게파드 M1은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