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sh41
MOD 1
어느 겨울.
전쟁에 휘말려, 지옥으로 변한 변방의 한 도시.
불바다가 된 거리에는 "아군이 아닌 것"을 찾는 군용 인형들의 행렬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저만치 멀어진 뒤에야, 허물어진 벽 뒤로 숨어있던 파파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후우.
이 앞일 텐데...
파파샤는 폐허 사이에서 방향을 확인했다.
그 와중에도 도시 여기저기서 수시로 일어나는 폭발이 발밑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폐허의 무너져 가는 벽돌 더미가 눈물처럼 모래 먼지를 흘리고, 찬바람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눈앞의 광경에, PPSh-41은 이틀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리폰 지휘실.
의뢰 임무의 내용이 파파샤의 시각화 화면에 띄워졌다.
구출 작전인가요?
방산업 기술 전문가 파블로프. 의뢰인이 속히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를 바라는데, 문제는 브리핑 내용대로 그가 지금 위험지대에 있다는 거야.
변방에서 무장 봉기를 일으킨 반군이 국도에 인접한 도시까지 진격했는데, 수비군은 현재 반격을 준비 중이라 바빠서 우리에게 의뢰했어.
그렇군요.
파블로프 본인도 이 의뢰를 알아. 그러니 접선 위치로 지정한 아파트에서 그와 합류해 후방까지 안전하게 호위해 오기만 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것뿐인가요, 지휘관님?
그래, 그게 다야. 다만 결코 쉬운 임무는 아니란다, 파파샤.
말이 반군이지, 놈들의 무력 수준은 정규군에 견줄 만한 데다, 장악한 구역을 철통 봉쇄 중이라 조금만 실수해도 발각당하고 말 거야.
그렇다면...
파파샤의 마인드맵이 빠르게 회전했다.
그렇다면, 신호를 차폐하고 통신 침묵을 유지하면 문제 없겠네요.
적의 이목을 끌 행동도, 사소한 충돌도 최대한 피하도록 할게요.
비상사태 시 현장의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렴.
알겠습니다!
타타타탕――
......!
난잡한 폐허 너머로, 드디어 저 멀리 그 아파트의 윤곽이 보였다.
그런데 접선 위치여야 할 그곳에서 지금 총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저기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어...
감지되는 신호로 봐서는... 두 무리가 대치 중. 한 쪽은 적 군용 인형 2기고, 다른 쪽은... 인간인가?
수는 10여 명. 음, 파블로프 씨도 있을지도 몰라.
빨리 가서 확인해야 해.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파파샤는 걸음을 서둘렀다.
성치 않은 그 아파트에 가까워질 수록 총성도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별 탈 없이 교전이 벌어지는 위치까지 접근한 파파샤는 잔해 사이로 몸을 굴려 숨어, 틈 사이로 적대적 신호의 근원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역시 반군의 군용 인형 2기.
그리고 교전 중인 상대는... 어? 군장도 없네?
민병대가 진지에 몸을 의탁해 필사적으로 반격하고 있었다.
단 2기뿐인 군용 인형에게 그들이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였다.
이대로는 저 사람들이 위험해...
파블로프 씨가 저들과 함께인진 몰라도, 내버려둘 순 없어!
이미 열세였던 민병대가 결국 후퇴하기 시작하자, 군용 인형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전진했다.
지금이다!
그리고 파파샤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군용 인형들이 엄폐물을 벗어날 때, 그들의 측후방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
반군의 군용 인형은 옆의 동료가 기습으로 쓰러지기가 무섭게 뒤돌아 반격하려 했지만, 이미 파파샤의 수류탄이 그 발밑에 정확히 던져진 후였다.
콰앙!
폭발과 함께, 방금까지 우위를 점하던 군용 인형들은 고철이 되어버렸다.
한편, 후퇴하느라 정신이 없던 민병대는 갑자기 적이 쓰러지자 잠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대는 그들을 향해 파파샤가 멀리서 손을 흔다, 의뢰인이 제고한 사진 속 인물과 일치하는 얼굴이 보였다.
찾았다, 파블로프 씨.
정말 여기 있었구나...
......
반갑습니다, 저는 그리폰의 전술인형 파파샤입니다.
민병들과 합류한 파파샤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 아니었음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었어요!
천만에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인걸요.
혹시 수비군이 보낸 지원입니까?
아뇨,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누구를... 말인지?
파파샤는 말 대신 사람들 사이서 부상자에게 붕대를 감아 주고 있는 파블로프를 가리켰다.
그러자 시선을 눈치챈 듯, 파블로프는 고개를 그들 쪽으로 돌렸다.
그도 다른 민병들처럼 무기를 들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의 가슴팍에는 구식 훈장 2개가 달려있었다.
파블로프 씨, 이 인형 아가씨가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파블로프는 부상자의 조치를 끝낸 뒤 다가왔다.
파블로프 씨,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그리폰의 전술인형 파파샤입니다.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호송을 위해 왔습니다.
파파샤라. 방금 전의 지원은 대단히 감사하네.
별 말씀을요. 그 전투로 이곳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았어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당신을 이 분쟁지대에서 수비군 주둔지의 후방까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
보통, 구출받는 사람은 이 말을 들으면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하지만 파블로프는 딱히 기쁜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곁의 동료를 잠깐 바라보곤, 다시 시선을 파파샤에게 돌렸다.
말은 고맙네만... 아직은 갈 수 없네.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