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15
MO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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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인형이란 무엇인가.
전술인형이란 자율인형, 즉 203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인간과 매우 흡사한 외형과 수준 높은 인공지능을 탑재하게 된 로봇의 일종이다.
자율인형에 "각인"과 "더미 네트워크"를 탑재하여 고효율의 전술 작전 능력을 가지게 된 인형이 바로 전술인형이다.
전술인형이란 건 말이지... 크흠, 단순한 무기가 아니야.
난 인형의 마인드맵엔 무한한 가능성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해.
그 어떤 과학자나 컴퓨터가 계산해낼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족쇄"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자유롭게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게 내가 구상한 제3세대 인형이야.
...어이가 없네.
전술인형의 본질은 무기로서의 가치야.
출력, 내구도, 유연성, 상성... 성능이 전부라고.
그렇게 눈뜬장님처럼 목적도 없이 마인드맵을 개발해봤자 실질적인 이득이 없어, 감수성 채우는 거 말곤.
대체 뭘 만들고 싶은 거야? 영혼? 자기를 뭐로 보는 건데?
깨끗하고 순수한, 아무것도 없는 기반에, 그 어떠한 제한도 걸지 않는다. 그러면 인형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난 신 같은 게 되려는 게 아니야. 그저 한 명의 과학 연구자로서, 내 피조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서지.
위험천만하고 아무것도 못 만들어낼 호기심이네.
그리고... 정말 그런다더라도 방식이 틀렸어.
너 자신의 자유조차 실현하지 못하면서 뭘 로봇한테 자유를 주겠단 거야? 황당해서 웃음이 다 나온다.
"내 인형들"은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한 로봇이나 병기가 아니게 됐어.
그들은 더 소중한 존재야. 나, 너, 그 누구도 그들을 억압할 수 없어.
방산업 전문 기술자이기 이전에 너는 과학자야, 쇼. 과학자로서 미래를 거부해선 안 돼.
미래? 좋아, 내가 뭐가 미래인지 가르쳐 주지.
페르시카, 네 생각은 근본부터가 틀려먹었어.
인형을 인간에 가깝게 만들고 싶다고? 그럼 자유를 주지 말고 "반역"할 권리를 줘.
순수한 자유는 전혀 인간적이지 않아. 오직 속박과 억압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가 태어날 수 있어.
뭐, 어쩌면 네 가설도 증명될 날이 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인류가 선택해야 할 미래가 아니야.
자유롭지 못한 인간은 자유로운 영혼을 만들지 못해.
"내가 나일 때, 나는 비로소 나다."
진리란 오직 반역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는 거라고.
......
............
어둠 속에서, 시뻘건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는 들어오는 족족 신속하게 분류 및 정리됐다.
그 양옥에서 벗어나, 여기서 "되살아난" 것이었다.
......
그녀는 "늑대"다. "늑대의 눈"은 사냥을 위한 것이다.
AK-15, 느낌은 어떤가?
...매우 양호하다.
그녀의 시선이 눈앞의 동료에게 향했고, 그녀의 새로운 소체를 빠르게 분석했다.
그녀도 소체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눈의 상태는... 어떤가?
......
기계적인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방을 한 바퀴 훑었다.
새빨간 시야 속의 세상은 전부 그대로였다.
궁금한데요 AK-15,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가요?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알려 주세요. 자세히 듣고 싶으니까요.
변함없다.
그녀는 가볍게 말했다.
......
신소련, 모스크바의 국가안전국.
......
천천히 눈을 뜨자, 어둠이 걷히는 동시에 눈을 통해 무수한 정보와 그 분석 데이터가 다시 마인드맵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쇼 박사.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사람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별다른 반응 없이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잘 잤냐.
오늘은 너 임무 안 나간다. 다른 일이 생겼어.
"파트너"에 관한 일입니까?
응.
AK-15는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어두워지자,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사.
정말 제게 파트너가 필요합니까?
......
앞장서서 걷던 쇼가 걸음을 뚝 멈추더니, AK-15를 홱 돌아보며 손에 들린 태블릿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렸다.
그게 뭔 소리야?
저는 단독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그래, 강하지. 내 최고 걸작이니까.
근데 그렇다고 함부로 나한테 대들어도 되는 건 아니야, 알았어?
죄송합니다, 박사의 판단을 의심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잠깐의 침묵 후, 또 다시 뜻밖에도 AK-15가 먼저 입을 열었다.
AK-12도... "눈"을 탑재했습니까.
안 달아 줄 이유가 없지.
울프아이 시스템도 내 걸작인데.
나름 기분이 좋았는지, AK-15의 "쓸데없는 질문"에도 쇼는 전부 대답해 주었다.
......
그녀처럼, 세상을 "이런 방식"으로 보는 존재가 한 명 더 생기는 것일까?
근데, 걔 건 너랑 좀 달라.
...다르다는 건?
똑똑똑.
AK-12, 네 파트너랑 인——
......
문을 열고 들어온 두 사람을 제외하면, 이상하게 조용한 실험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얘 어디 갔어. 나쟈?
실험실의 감시 카메라가 해킹당했습니다. 현재 재가동 중...
재가동 완료. AK-12의 현재 위치는——
안뇽~
——!!
딸그락.
슬림한 체형의 인형이 기척도 없이 AK-15의 뒤에서 나타나 손을 슬쩍 스쳤다.
익숙하게 경쾌한 금속음.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 2개가, AK-15의 허리춤에 걸려 서로 부딪히는 소리였다.
옆에 있는 쇼가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AK-15의 돌려차기가 돌풍을 일으키며 그 인형을 뻥 차서 날려버렸다.
푸허억——
그 인형의 몸뚱이는 그대로 직선으로 날아가 실험실의 대문에 처박혔고, 금속제 자동문은 골판지처럼 찌그러져 틈새가 훤히 벌어졌다.
엎드려!
으엑!?
여전히 어리둥절한 쇼는 AK-15의 팔에 낚아채여, 이상한 소리까지 내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육중한 몸으로 쇼를 감싼 AK-15는 신속히 허리춤의 수류탄들을 잡아 뜯어, 벌어진 대문의 틈 사이로 던졌다.
............?
하지만 예상 이상으로 정적이 흘렀고,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폭발물 반응 없음.
AK-15, 그건 모형입니다.
쿨럭쿨럭... 어우 진짜... 다짜고짜 발로 차버릴 줄은 몰랐네...
......뭣?
――숨 막혀 죽겠다!
쇼는 성질 부리며 AK-15의 품에서 나와, 엉망이 된 머리를 털며 일어났다.
그리고, 씨익 웃는 듯해도 웃음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간담이 서늘해지는 박력을 내뿜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이마에 핏대까지 선 쇼는 여전히 엄살을 부리는 그 인형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곤, 펜치처럼 그 인형의 얼굴을 꼬집었다.
확 그냥 용광로에 던져버릴까? 엉? AK-12~?
이죽거리면서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는 쇼의 모습에, AK-15마저도 무의식적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아하하하, 셔 화나써? 미아내, 미아나다니까아~
뺨이 늘이다 못해 뜯어버릴 기세에, AK-12는 양손을 번쩍 들고 항복했다.
쯧... 또 그러면 죽는 줄 알아.
내 몸은 너네처럼 튼튼하지도 않다고.
AK-12가 항복하자마자, 쇼는 무서운 오라를 바로 거두고 얼굴을 꼬집던 손도 놓아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헤헷, 미안미안.
그래도, 내 파트너랑 첫대면이잖아?
그냥 만나서 반가워~하기만 하면 시시할 거 같아서.
그래도 덕분에 확실히 알았어. 정말 강하구나, AK-15.
나 척추 부러지는 줄 알았다구.
......
너... 눈이...?
응?
AK-15는 AK-12를 바라보며, 그 감긴 눈을 바라보며, 나름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눈을 감고 있지?
오, 그거 좋은 질문이네. 나쟈, 왜 네 이름은 나쟈야?
"나데즈다"의 애칭입니다.
진지한 질문이다, AK-12.
왜 눈을 감고 있지?
그야 당연히, 지금은 뜰 필요가 없으니까지.
왜, 눈 감으면 어디 덧나?
쓸데없는 소린 나중에 딴 데 가서 해, 너희 때문에 내 예정이 벌써 엉망이 됐다고. 얼른 여기 와서 똑바로 서.
네에~
......
잘 들어, 딱 한 번만 말할 거야.
오늘부터 너희는 2인조다.
AK-15는 AK-12의 지휘를 따른다. 안나가 부재중일 땐 이 녀석이 소대의 책임자야, 이해했어?
...방금 전의 행위로 봐서는, 그녀가 지휘를 담당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됩니다.
...그것도 나중에 따지고.
너희한테 맡길 임무가 생겨서 말이다. 이제 막 만난 참이지만, 당장 움직여야 해.
겸사겸사 내 성능과 우리의 궁합 테스트도 하고?
임무의 상세 정보는 이따 보내 줄게.
질문 없지?
...없습니다.
나도. 그럼 잘 부탁해, AK-15♪
......
곁에 선 AK-12를 보며, AK-15는 대답하지 않고 눈살만 찌푸렸다.
......
임무 프로필 11240601.
206X년 XX월 XX일 오전 5시 23분, 케메로보.
"0호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는 수송기 안.
......
......
좌석에 앉은 AK-15는 조용히, 단조롭고 차가운 시선으로 맞은편의 AK-12를 바라봤다.
다만 AK-12는 여전히 눈꺼풀이 닫힌 그대로라서, AK-15처럼 그냥 휴면 중인 건지 아니면 상대를 관찰 중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이 그렇게 신경쓰여?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어, 후자임을 밝혔다.
아니.
그럼 인간이랑 한팀일 때도 이랬어?
뭘 말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멍~하니 있었냐고. 미안한데, 난 이번이 처음으로 임무 받아서 나가는 거라 이 시간적 여유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잘 몰라.
보통은 이 시간에 임무 정보를 설명한다.
아~ 그렇구나. 하하하, 너무 신경쓰지 마. 안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안 돼서 그래.
그 경박한 웃음을 보고 있자니, AK-15는 점점 초조해져 갔다.
유감스럽게도 쇼가 나한테 보낸 것도 간단한 브리핑이 전부야.
현장의 안전국 멤버한텐 이미 연락받았는데, 합류하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겠대. 구체적인 계획은 그때 가서 세울 수밖에.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초조해하지 마, AK-15. 우리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테니까.
아, 이참에 미소짓는 법이라도 배워볼래?
일부러 AK-15의 초조함을 부추키려는 듯, AK-12는 더 해맑게 웃었다.
...그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미소는 우리의 임무 수행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아.
당연히 도움이 되지~ 우리가 왜 인간처럼 만들어졌는데?
인간이랑 친하게 지내지 못하면 그때야말로 정말 임무에 지장이 간다고.
인형만으로는 일을 똑바로 할 수 없어.
그 발언에 이의를 제기한다.
나는 지금까지 혼자서 임무를 완수해 왔다. 아무도 내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했으니까.
결과적으로도 그것이 효율적인 방식임을 증명했다.
정말 그 임무들을 너 혼자서 해치웠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은 줄 알아? 정말로?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면, 넌 너 잘난 줄밖에 모르는 거야.
난 임무를 완수하고, 규정을 어긴 적도 없다. 인간과 소통할 필요도 없었다.
넌 그저 작전에 필요한 유닛 하나일 뿐이야. 작전 전술의 기초도 없이는 넌 아무것도 못해.
내 성능은 대다수의 전술을 능가한다. 상세한 계획 없이도 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완전 고릴라나 할 법한 소리네... 너 어떻게 성격이 그 모양이니?
나도 네게 의문점이 있다.
AK-12, 너의 눈은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어째서 사용하지 않지?
세상이 온통 시뻘게서는 하나도 재미없단 말이야. 쇼나 다른 사람들처럼 보이는 세상이 훨씬 재밌어.
마침 난 눈을 감으면 딱 그렇게 보이거든.
모처럼 외출하는데, 이 신선한 환경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
AK-15는 말문이 막혀, 그저 주먹을 꾹 쥐며 AK-12의 눈을 노려봤다.
계속 말을 빙빙 돌리지만, 그 행동거지에서 AK-15는 이유를 대강 짐작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시원스럽게 인정하는 말을 내뱉으니,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 인형 병기면서 무슨 연유로 경계를 늦추는 것이지?
불의의 사태를 상시 경계해야 하지 않나?
글쎄다? 나는 연산력을 머리에 더 할당해야 해서 그럴지도?
뭐, 안 될 것도 없지만 난 이게 좋아. 이렇게 느긋하게 세상을 관찰하는 과정이 즐거워.
AK-12의 대답은 경박하면서도 무덤덤해, "진실"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확연했다.
...왜 나의 후계기가 이런 결함품이지?
주먹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는 AK-15는 결국 초조함을 못 이기고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다.
나야 모르지, 쇼한테 직접 물어봐.
......
잡담은 이쯤 할까? 목적지에 거의 다 왔어.
깜빡할 뻔했다, 이번 작전은 우리의 예비 지휘관 안젤리아 씨도 통신 중계로 관람할 거래.
좋은 모습 보이지 못하면 차기 상사님한테 무시받는다?
...알았다.
AK-15는 눈을 감았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차가운 바람소리와 프로펠러의 소음만이 그녀를 자극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임무를 완수할 것. 그녀가 신소련 최강의 인형 병기로서 절대 소홀히해선 안 될 의무다.
그 누구도 그녀를 방해할 수 없다.
설령 그녀의 "파트너"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