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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 1
1년 전, 마테우스 거점 안. 점령된 적 지휘소.
"아무 의미도 없어."
그녀는 아네트가 또다시 귓가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회중시계를 꺼내 보니, 시계는 8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거점 점령 성공, 임무 완료.
이제 집에 갈 수 있다.
...하.
그래요?
비꼬는 듯한 쓴웃음을 짓고서, 그녀는 회중시계를 돌벽에 내리쳤다.
시계는 그 순간 멈춰버렸다.
왜 그러는 거지?
레이너드 대위...
그녀는 자신의 총을 레이너드 대위에게 겨눴다.
총 놓고 손 들어.
......
레이너드 대위는 몸이 몇 초간 굳었다가, 천천히 손 안의 총을 내려놨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는 아나?
......
병사는 입술을 깨물고, 행동으로 결심을 표현했다.
타——앙!
이것은 저의 이야기입니다.
마인드맵에 숨겨둔 채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지만, 한시도 잊은 적 없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마치 몇 년 전에 책갈피에 끼워둔 낙엽처럼, 책을 다시 펼치면 마른 낙엽 더미에서 불처럼 붉은 단풍을 주운 오후가 바로 눈앞에 떠오르듯 생생한 기억입니다.
비록 단풍은 완전히 색이 바래 갈색이 되고, 그 오후로도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지만요.
모든 일의 발단은 아무래도... 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군요.
전선까지 아직 거리가 있지만 이미 초연 냄새가 어렴풋이 풍겨 왔습니다.
저는 총을 내려놓고 눈앞의 싸움을 거의 감상하듯이 지켜봤습니다.
본부에서 새로 보낸 군용인형 다섯이 인간 한 명을 둘러싼 채 신중하게 전투 방식을 고르고 있었죠.
그때까지 몇십 분에 걸친 포위 끝에, 열화상카메라의 우세 덕분에 저희는 폐허 속에서 목표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잡은 건 또 수십 분 후의 일이었죠.
힘조절 잘해라, 산 채로 잡는다.
예!
이 빌어먹을 인간...
저는 일 대 다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목표를 조용히 관찰했습니다. 그녀는 은엄폐의 달인이고, 아마 야외 수렵 경험도 풍부하며, 군용 전술인형의 수색에 대한 대응법까지 알고 있었죠.
저 사람을 전력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임무 성공률이 크게 오를 것이 분명했어요.
......
꽉 눌러!
목표가 순간 방심한 사이 인형들은 바로 목표를 제압했습니다. 그녀는 의미없는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 끈질긴 레이디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게 됐죠.
목표는 성인 여성이었어요. 잔뜩 흥분한 표정을 보아선 적지 않은 자극을 받은 듯했죠. 몸에 휴대한 무기는 없고, 복장을 봐선 피난 중인 일반인 같았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의 모습만 봐도 절대 그렇게 단순한 신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죠.
보고, 이 자는 탈영병입니다. 몸에서 병사 인식표를 찾았습니다!
"라에 프리지"...
저는 여자의 인식표를 받아, 적혀 있는 이름을 읽었습니다.
말해라, 어느 부대 소속이지? 무슨 이유로 탈영한 거냐!
전시 탈영은 즉결 처형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겠지!
...하하하.
군용인형 몇 기가 자신을 짓누르는 상태인데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었습니다.
잡아뗄 셈이냐!?
네 부대는? 남은 사람은 어떻게 됐냐?!
군용인형이 개머리판으로 그녀의 몸을 찍었습니다. "라에"라는 그 여성은 급소가 노출되어도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코트의 주머니만은 양손으로 꼭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됐다, 그만해.
대위님, 그냥 사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탈영병에 대한 경고로 길가에 묶어둡니까?
아니, 부대에 재편성해.
예?! 하지만...
탈영에 대해선 나중에 군사법정에 맡기면 돼.
하지만 지금 우린 경험 있는 병사를 모아 반격해야 한다. 인형 소대가 적의 방어선을 뚫은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저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라에 옆에 쪼그려 앉아, 그녀가 움켜쥐고 있는 주머니에서 낡은 회중시계를 꺼냈습니다.
제법 정교하게 만든 물건이지만, 유리는 이미 깨져 있고 바늘도 돌아가지 않아 팔아도 돈이 되진 않을 물건이었죠.
하지만 제게 시계를 뺏긴 라에는 괴성을 지르며 그것을 되찾으려고 했습니다.
몹시 사나워 보입니다, 대위님을 공격할지도...
주의하지.
그럼 병사, 일어나 부대에 복귀하라.
......
그 목소리... 엄청 귀에 익어...
여자는 땅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절 마주봤습니다.
그 두 눈은 마치, 깊은 밤 마른 숲에 거친 바람이 불어 죽은 나뭇잎이 떨어졌을 때 나뭇가지에 숨어 있던 동물이 부릅뜬 눈 같았죠.
오늘, 포르츠하임 마을의 한 술집.
날은 아직 완전히 저물지 않았고, 술집 안에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내 앞의 술잔에 맺힌 물방울을 어루만지며 지휘관이 입을 열길 기다렸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네가 한 탈영병을 구한 것부터 시작됐다?
그런 셈이죠.
1년 전에 끝난 전투라면서 왜 나는 들어본 적이 없지? 자료에 따르면 엄청난 규모의 소모전이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작은 거점에서 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니...
아주 사소한 사건이라 별로 주목한 사람이 없었어요. 지휘관님이 모르시는 것도 이상할 것 없죠.
검색 엔진으로 찾아봐도 대부분의 보도는 "레이너드 렌필드"라는 대위에 관한 것이었어.
지휘관은 잠깐 뜸 들이며 나의 반응을 관찰했다.
살짝 확인해 봤는데 아직도 작전 중 실종 상태더라.
나는 싱긋 웃으며 술잔을 들어, 상쾌한 맥주가 약간 씁쓸한 향기를 밀어내는 것을 즐겼다.
내가 아무 말이 없으니 지휘관은 종이 한 장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것은 한 엽서의 복사본으로, 엽서에는 8시 55분을 가리키는 회중시계가 그려져 있었다.
친애하는 병사에게,
마테우스 거점 전투가 끝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그 전투에서 자네가 이룬 공헌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이에 자네를 오늘 포르츠하임에서 열리는 기념 행사에 초대한다.
——레이너드 렌필드 대위
나한테 뭐 말해야 될 거 없어?
먼저 지휘관님이 왜 제 엽서의 복사본을 가지고 계신지 알려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 이건...
네가 걱정돼서... 아무 말도 없이 기지에서 사라지니까...
지휘관이 드물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눌러 참았다.
보나마나 MP41이 준 거겠죠.
......
말이 좀 샜네, 다시 본론으로 가자.
카라비너, 네 프로필에는 네가 그 대위 휘하의 부대에서 복무했던 걸로 나와 있는데, 오늘 기지를 나가서 여기에 온 건 그 사람을 보기 위해서야?
......
넌 원래 오늘 개조를 받을 예정이었잖아. 그걸 안 받고 빠져나온 건 혹시 레이너드 대위가 기억하는 그 모습으로 만나기 위해서?
야직 이야기가 막 시작한 참인데 벌써 답부터 알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야, 답은 마지막 순간에 공개돼야 재미있지.
저와 같은 생각이시네요.
다시 술잔을 들어 지휘관과 잔을 부딪치고, 나는 1년 전 초연이 자욱했던 오후로 돌아갔다.
이야기의 서술엔 여러가지 방식이 있지만, 역시 라에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겠죠.
그녀를 처음 만나고 나서 거리를 좁히는 건 그렇게 순탄치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