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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 4
이틀 전, 마테우스. 전선에서 철수한 임시 거점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은 곧 투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쟁은 기다림이다."
직... 지지직...
지휘부, 지휘부. 여기는 7번 인형보병분대 350109호, 지원 요청합니다, 지원 요청합니다!
지지직... 뚝.
지휘부, 들립니까? 지휘부!
분대장님, 그만 힘 빼시죠, 우린 버려진 겁니다.
아주 처절한 패배예요, 우리는 물론이고 방금 퇴각하는 길에 많은 인간 부상병들이 그대로 바닥에 버려진 것을 봤어요.
......
이제 어떡합니까?
잠시 생각해볼게요.
비좁은 참호 속에 웅크린 채 저는 하늘을 바라봤어요.
거의 쉬지 않고 울리는 포성 속에 어두운 하늘이 번쩍번쩍거렸죠. 마치 죽기 직전에 반딧불이가 발하는 불빛처럼요.
그리고 우리도 저 부서진 밤하늘처럼 바스러지기 직전이었어요. 제자리에 있어봤자 죽을 뿐이고, 그렇다고 명령 없이 살길을 찾으려 하면 탈영병으로 취급되어 즉결처분될 운명이었죠.
아님 그냥 도망쳐서 불법인형이 되는 건 어떻습니까?
불법인형들로 구성된 용병 조직이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 수준이면 분명 문제 없을 거라고요!
불법인형!? 군 소속 정예 인형인 우리가 어떻게...
정예면 뭐가 다르냐? 길가 배수구에 버려져 죽는 건 매한가진데.
......
그 제안은 거절하겠어요.
분대장님, 자신을 위해 사는 생활이 어떨지 생각 안 해보셨습니까?
다신 쓰레기처럼 버려지지 않고 안정적이고 조용한 삶을 살 수 있다고요.
조그만 집도 갖고, 잘하면 고양이도 키우고...
그 인형은 포복으로 제 곁에 다가왔습니다. 얼굴은 이미 숯검댕이였지만 두 눈에선 여전히 빛이 반짝였죠.
그 제안은 불확정 요소가 너무 많아요. 여기까지 오면서 초소가 얼마나 많은지 봤잖아요. 멀쩡히 빠져나가서 불법인형이 되는 것도 불가능해요.
...그럼 이대로 여기서 죽는 겁니까?
......
그 인형의 눈 속의 빛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그녀는 제자리에 돌아가지 않고 제 어깨에 기댔죠.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있다고요...
우린 여기서 안 죽어요, 적어도 아직은요.
다같이 기도하죠! 인간들처럼 기적이 일어나길 빌자고요!
그 인형은 질퍽한 참호 바닥에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도사를 읊어댔어요.
다른 한 명도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이 요란한 전장 속의 기도에 참여했고요.
둘 다 몸이 진흙으로 지저분할 대로 지저분한데도, 둘에게선 뭔가 마음이 진정되는 힘이 퍼져나왔어요.
......
직...지직...
지휘부!?
지직... 여기는 레이너드 대위다, 현재 흩어진 병사들은 모두 들어라.
아직 싸울 수 있는 병사들은 즉시 레이너드 대위의 지휘 거점으로 이동해라, 좌표는...
레이너드 대위? 그건 우리 직속상관의 상관의...
쉿.
지휘부에 보고. 여기는 7번 인형보병분대, 즉시 지휘부로 이동해 전투에 합류하겠습니다.
수신 양호, 즉시 다음 좌표로 이동하라...
우리... 우리 또 지휘자가 생겼어!
하아, 불법인형은 물 건너갔네.
불법인형 같은 허튼 꿈은 잊으세요, 새로운 임무가 생겼습니다.
......
전쟁은 무수한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다음 전장을 기다리고,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다음 기적을 기다리고,
다음 패배를 기다리는 것이죠.
라에의 표정이 확 복잡해졌어요.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저를 바라봤죠.
너네가 그 희생양이 된 인형 소대였어?
네, 레이너드 대위의 명령을 받아 주요 교통로상의 적 화력을 유인했죠. 대위가 적 거점에 진입할 때까지.
......
정신이 나갔어.
다른 선택이 없었으니까요.
이틀 전, 마테우스. 적 거점 주요 교통로 외곽.
콰앙——!
근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 불빛이 주위를 대낮처럼 밝혔어요.
저는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거울 조각을 꺼내 전방을 엿보았죠.
탱크 잔해가 거울 속에서 활활 불타고 있었어요.
목표 격파 성공, 다른 한 대의 위치 파악에 집중하세요.
239481호, 복귀해요.
......
녀석의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
알아요, 가죠. 가서 그녀의 코어를 회수하면서 탱크 안에 생존자가 없나 확인해요.
대원이 따라오질 않자, 저도 걸음을 멈췄어요.
어디 문제 있나요?
우리 도망쳐요.
왜요?
왜냐니, 우리 전력은 세 명뿐이잖아요! 다른 임시 편성된 인형들을 합쳐도 저런 화력 앞에선 한 방도 못 버틴다고요...
게다가 지금은 우리 둘밖에 안 남았잖아요... 겨우 탱크 한 대 잡느라 모두가 목숨을 내던졌는데... 239481호의 정찰에 따르면 아직 한 대가 더 남아있고...
성공할 리가 없다고요!
우리 전부 여기서 죽진 않을 거예요, 어떻게든 다른 탱크의 발을 묶고 있으면 레이너드 대위가——
우린 애초에 대포 사료 역할이잖아요!
대위는 우리가 적을 해치울 거라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우리의 목숨으로 시간을 끌기만을 바란다고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 여기서 죽게 하진 않겠어요.
알면서도... 왜 전혀 화를 내지 않는 거예요!
이 전쟁 내내 우리는 계속 총알받이였어요, 어딘가가 전황이 안 좋아지면 그리로 보내고, 죽고 또 죽고...
......
마지막 대원은 엄폐물 뒤에 꿇어앉았어요. 눈은 완전히 빛을 잃어 작동이 멈춘 폐품 같았죠.
일어나요, 아직 지지 않았어요.
......
......
다 끝나면 군대를 그만두고 합법 용병이 되자고요, 어때요?
당신 말처럼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의뢰를 받고, 조그만 집을 장만하고, 상황이 좀 나아지면 고양이도 키우고...
희생한 동료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제가 그들의 코어를 잘 보관하고 있으니까요. 다 나아질 거예요, 우리가 함께라면...
......
저를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 네?
삐이—— 그때 239481호가 설치한 적외선 탐지기가 반응했습니다.
......
다른 탱크가 나타났어요, 239481호가 남겨준 선물을 헛되이 하지 말아요.
네.
340848호는 총알을 재장전하고 일어나 저를 바라봤어요.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저를 지나쳐 저 멀리 공허한 곳을 향했죠.
우린 집에 돌아갈 거예요.
우리에게... 정말 집이 있나요?
......
340848호는 제 어깨를 스치고선 혼자 적을 향해 걸어갔어요.
저는 길모퉁이의 엄폐물에 숨어서 적의 상황을 살펴봤어요.
여태까진 239481호가 부대의 눈이 되어줬는데, 지금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죠.
시야가 더 좁아졌어. 340848호에게 239481호의 포지션을 잠시 맡기고 나는 선봉을 맡아 화력을 유인하며 폭파할 기회를 노린다...
성공률은 30% 미만이지만 시도해 볼 만해.
기존 계획을 수정하고 하나 남은 대원에게 전송했지만, 그녀는 수신을 거부했어요.
340848호? 통신에 문제 생겼나요?
아뇨.
작전계획 공유한 것 확인하세요, 일부 수정했습니다.
보나마나 분대장님을 희생하고 저를 살리는 계획이겠죠.
......
그런 게 아니에요.
계속 죽으러 다니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요. 죽어서 가는 게 지옥인지 살아있는 게 지옥인지조차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에 흐르는 소극적인 기운에 저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침착한 척을 했어요.
340848호, 즉시 돌아와요, 들리나요? 당장 돌아와요.
분대장님이 살아남는다면 그냥 도망치세요.
자유로운 불법인형으로 살아요. 뭐 그 성격으로 큰돈은 못 벌겠지만, 평온한 삶쯤은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조그만 집에서, 잘하면 고양이도 키우면서...
그만 말하고 일단 돌아와요, 빨리!
저는 더는 가만 있지 못하고 직접 340848호를 끌고 오기로 했어요.
하지만 일어난 순간 340848호가 이미 탱크 앞 절호의 위치에 있는 것이 보였어요. 탱크 밑으로 몸을 굴려서 폭탄을 설치하고 나오면 임무를 마칠 수 있는 자리였죠.
340848호의 얼굴에 걸린 해탈한 미소가 절 불안하게 했어요.
340848호...
동작 그만! 당장 동작 멈춰요!
여태까지 쓴 적 없는 분대장 권한으로 그 인형의 움직임을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한발 늦었어요.
340848호는 이미 폭탄을 껴안고서 적의 총알세례를 뚫고 탱크 밑으로 몸을 던졌어요...
콰앙——!
거대한 불꽃이 눈앞에서 터져 그 작은 모습을 집어삼켰어요.
분대장님이 살아남는다면 그냥 도망치세요.
자유로운 불법인형으로 살아요. 뭐 그 성격으로 큰돈은 못 벌겠지만, 평온한 삶쯤은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조그만 집에서, 잘하면 고양이도 키우면서...
그게 당신의 소망인가요...
썰렁한 전장엔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만 남았고, 제 그림자는 불빛에 투명해질 정도로 옅어졌습니다.
제가 그대로 사라져도 아무도 추궁하지 않았을 거예요.
군의 정예 인형소대라 해도, 정식 군용인형과 달리 저희는 임시적으로 징병된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어차피 다시 양산할 수 있고.
이대로 암시장으로 도망쳐서 불법 용병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테죠.
하지만...
저는 코어를 단단히 움켜쥐었어요.
여기서 도망치는 건 과거와 선을 확실히 긋고 과거와의 모든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뜻이었죠.
여태까지의 웃음, 눈물, 동료의 얼굴, 함께 담소를 나누며 했던 말들을 전부 잊어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적의 거점 근처의 밀림.
저는 레이너드 대위의 계획에 따라서 그녀가 있을 법한 곳으로 갔어요. 우리의 희생으로 과연 어떤 결과를 얻어냈나 보려고 했죠.
하지만 그곳엔 핏자국만 가득했고, 처참한 광경에 저조차도 눈살이 찌푸려졌어요.
아직... 생존자 있나요...
피가 스며든 땅, 피가 묻은 나뭇잎, 피에 물든 강물...
저는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지나치다 레이너드 대위 앞에 멈춰섰어요.
레이너드 대위...
제 앞에서 온갖 오기를 부리던 어리석기 짝이 없던 여자는 그렇게 처참한 꼴로 이름 없는 숲에 죽어 있었죠.
얼굴의 상처는 근거리에서 권총탄에 맞은 것이었고요.
아마 프래깅이었겠죠.
이것으로 저는 지휘자를 완전히 잃었어요.
마지막 대원의 목소리가 귀에 살며시 메아리쳤죠. "도망쳐요."
......
희생한 대원들의 모습이 나무들 사이로 어른거렸어요. 절망할 때의 어둠과 희망찰 때의 광채가 그 눈빛들 속에서 반짝거렸죠.
전 도망치지 않아요.
......
끝까지 싸우겠어요.
여러분의 몫까지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서 있겠어요.
대원들의 환영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저는 이미 마음을 굳히고 몸을 숙여서——
레이너드 대위의 제복을 벗기고, 벗겨진 방탄모를 다시 주웠어요.
그리고...
대위의 제복을 입고 대위의 방탄모를 썼어요.
길가의 깨진 거울에 제 모습이 비쳤어요.
대위 신분으로 몸을 꽁꽁 둘러싼 인형.
레이너드 렌필드의 이름으로 승리를 거머쥘 인형.
어떻게든 상층부를 속여넘기고서 군용인형 몇 기를 조달받았어요.
명의상으론 저의 수하였지만 사실상 저를 감시하는 카메라였죠.
레이너드 대위는 진작에 상층부의 신뢰를 몽땅 잃었던 거예요.
어쩐지 날 놓아주지 않더라니.
당신은 정말 강해요, 마테우스에서 죽기엔 아까워요.
......
저와 함께 가요. 이대로 개죽음하는 건 우릴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뜻을 저버리는 거예요.
여기서 빠져나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는 고향을 잃었고, 너는 애초에 집이 없는 인형이고. 그저 다른 수라장으로 도망칠 뿐이잖아.
저는 라에의 손을 쥐고 아네트의 회중시계도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어요. 차가운 총알과 회중시계가 서로 뭉쳐 과거의 한 순간에 영원히 멈췄습니다.
인간에게 "의미"란 것이 무엇인지,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진 몰라요.
제가 아는 건, 죽으면 모든 게 사라지지만 살아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뿐이에요.
......
저는 라에에게 제가 모아둔 모든 인형의 마인드맵 코어를 보여줬어요. 체온은 없지만 몸에 지니고 있으면 따듯함이 느껴졌죠.
당신 말대로 인형에겐 "집"이란 개념이 없어요.
하지만 제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죠. 집이란 모두 함께 조그만 오두막에 모여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라고요. 사정이 좋으면 고양이도 키우면서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저는 집이라는 곳의 이미지가 생겼어요. 그건 분명 따듯하고 안전한 곳이겠죠. 언젠가 저는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을 거고요.
그 전제조건으로 살아있어야 한다, 이거지?
맞아요.
당신이 계속 죽고 싶어하는 것은 알고 있어요.
......
당신은 처음부터 제가 가짜 대위인 걸 알았죠. 하지만 당신은 신경쓰지 않았어요. 당신을 해방시켜줄 수만 있으면 누구든 상관 없었을 테니까요.
저의 전우도 당신과 같은 눈빛을 했어요. 전 그녀의 자폭 돌격을 말리지 못했죠.
그래서 나로 대신 위안을 얻겠다는 거야?
아뇨. 나중에 여건이 되면 그들을 되살릴 거예요.
인형은 인간과 다르게 코어만 멀쩡하면 어떻게든 되살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은 땅에 한번 쓰러지면 그 영혼은 겨울의 눈꽃처럼 진흙에 녹아 사라지죠.
눈꽃이라...
그러니까, 죽지 마세요.
살아서 저 대신 심부름을 해 주세요.
저는 벗은 대위의 제복을 라에에게 건넸어요.
이 제복을 레이너드 대위에게 돌려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이야기를 레이너드 대위가 용감하게 병사들을 이끌고 적진에 돌격하여 기적적으로 거점을 함락시킨 이야기로 바꿔 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적의 기습으로 장렬하게 전사한 거죠.
그럼 너는?
저요? 저는 이 역사에 지나가는 한 줄 기록으로 남겠죠.
"유일하게 생존한 인형은 레이너드 대위의 영광스런 위업을 지켜보았다."
맘에 안 드는 결말인걸.
이건 레이너드 대위의 결말이에요.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고요.
저는 군대를 그만두고 제 친구가 말한 "집"을 찾아다닐 거예요.
그리고 당신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죠.
너는 더 이상 350109호가 아니고, 나도 더 이상 라에가 아니고?
그날이 찾아오면 알려드릴게요.
......
그럼 조건이 있어. 정말 그날이 온다면 죽은 라에의 회중시계를 네가 보관해 줘.
레이너드 대위의 제복을 품에 안고서, 라에의 모습은 마테우스의 밤 속으로 사라졌답니다...
오늘, 포르츠하임 마을의 한 술집.
지휘관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컵을 두드렸다.
오늘 너와 만나자고 약속한 건 역시 라에였군...
지휘관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8시 50분이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엽서에 적은 시간이 곧 될 텐데.
아참, 그 라에 씨란 사람을 만나봐도 될까?
엄청 고집 센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지휘관을 만나고 싶은지부터 알아봐야죠.
어떻게 알아보는데?
삐이—— 지휘관의 통신이 울렸다.
어? MP41, 너 왜 약속한 시간에 연락 안 했어? 그리고 거기 왜 그렇게 깜깜하냐?
구해주세요! 지휘관님!
어떤 나쁜 여자가 절 납치했어요!
시, 십 분 뒤에 저를 뜯어서 팔아버리겠대요! 빨리 구해주세요!
무슨 일이야!?
엄청 급한 상황이네요.
살려줘요!! 제 지금 좌표는——
응, 위치 알아냈어, 바로 갈게.
카라비너, 더 급한 상황이 생겼다.
네, 들었어요.
지휘관은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헐레벌떡 술집에서 뛰쳐나갔다.
나는 급하게 쫓아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창가에는 어느새 익숙한 그 모습이 기대어 서 있었다.
오랜만이야, 350109호.
오랜만이에요, 라에.
온통 빗물이 묻은 유리 너머로, 나와 라에는 마주보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