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typeR
MOD 2
......
이... 이게 대체 뭐지...?
다음 날 아침, 막 일어난 56식 반은 자신의 방 문 앞에 산처럼 쌓인 알록달록한 꽃다발들을 발견했다.
한순간 조화인 줄 알았지만, 한편에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도 잔뜩이어서 분명 그렇고 그런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아침부터 누가 장난이라도 친 걸까?
......
아니, 장난이라면 선물 같은 건 없었겠지. 상자 위의 이건... 편지?
받는 사람은... 오, "오륙이"?!
당황하며 뜯어 본 편지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다 읽은 56식 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이... 이이이, 이 무슨...
뭐 이리 해괴망측해!?
56반아, 좋은 아침~
우와아, 이게 다 뭐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랑 관계없는 것들이야!
크흠크흠... 그나저나, 모두 훈련 시작했어?
훈련? 무슨 훈련?
어제 밥 먹으면서 오늘 같이 훈련하자 했잖아.
아 그거? 네가 나중에 뭔 데뷔 공연인가 한다면서 취소했잖아. 벌써 잊었어?
아, 취소했구나... 알았어.
............
...내가 뭐라고?!
......
꺄아~ 오륙이 너무 귀엽다~!
......
그치그치~ 같이 임무 나가서 옆에서 지켜 주고 싶다아~!
.......
이봐 너희들, 그렇게 좋으면 너희도 "56 팬클럽"에 가입할래? 벌써 회원수가 200명을 넘었어!
게다가 지금 가입하면 회원비 할인에 팬클럽 공식 깜찍한 오륙이 열쇠고리도 증정! 어때?
...정말 대단한걸.
근데, 왜 어제 그 차림이 아니야? 지금은 아무도 못 알아보겠다.
아니 난 진짜 모르는 일이라니까!?
하지만 다들 네 얘기를 하는걸? 그리고 우리도 어제 네가 활동실에서 공연하는 거 봤어, 밤새도록 분위기 끝내줬다고.
난 어제 일찍 자러 갔는데?!
뭐? 그럼 어제 그건 대체...?
나도 알고 싶어!
쾅!
56식 반이 힘껏 문을 열자 드러난 활동실은 바깥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을 따라, 인형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그 뜨거운 열광의 도가니에 56식 반은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그래도 문이 열리는 큰 소리에, 무대 위의 그 모습을 포함한 모두가 눈길을 그쪽으로 돌렸다.
자아~ 우리 모두 함께 저 하늘의 별이 되어봐요!
꺄아아아――!!
바로 그 기세예요! 오륙이도 모두의 힘이 느껴져요!
...어라?
?!!
엥... 56반이 둘이잖아!?
흥겨운 음악이 뚝 끊기고, 현장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야! 너 누구야? 왜 내 행세를 해?!
내가 누구냐니, 당연히 오륙이지.
그딴 농담 하나도 재미 없거든!?
농담 아닌데? 잘 봐~♪
무대 위의 "56식 반"이 한 바퀴 빙글 돌며 화려한 치마를 팔락이자, 관객들에게서 다시 한번 비명이 터져나왔다.
꺄아아 오륙이 너무 귀여워――!!
나랑 결혼해 줘――!!
그 발칙한 "자신"의 공연에, 56식 반은 그 편지의 내용이 왜 그토록 낯뜨거웠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만해 이 가짜 녀석! 당장 내려와!
아이 참, 내가 가짜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속임수도 잠깐일 뿐이지! 56-1, 너도 딱 보면 알지? 저 녀석은 날 흉내내는 가짜란 걸!
엑, 나보고 판단하라고?!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못 믿겠다면... 56-1, 우리가 그저께 잔존 반란군 기갑 병력을 섬멸하는 임무에 나갔잖아?
그때 내가 막바지에 지뢰 매설 지대에 들어갔다가 소체가 70% 이상 파손됐었는데, 그 직전에 내가 뭐랬어?
엉? 그, 그랬지.
그때 네가 한 말은...
"후방에서 도주하는 적을 발견! 추격해야 해!"랬잖아.
그치?
아, 맞아 맞아.
흐흥♪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내가 위험한 걸 알고서도 지뢰 지대에 들어간 이유는, 그쪽에 자동화 박격포로 구성된 화력진지가 탐지돼서였어.
만약 그게 가동됐다면 전선에 있던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테니까.
원래는 비밀로 하려 했는데, 내가 진짜 "56식 반"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해 주는 거야!
으아아 그걸 왜 말해!!
뭐야, 그런 거였어? 우릴 지키려다...
아니 잠깐, 누굴 보고 말해야 되는 거야 이거...
당연히 나지!
이제 알겠지? 나는 나, 모두의 오륙이란 사실을!
아직도 못 믿겠으면 비밀을 더 말해볼까? 지지난번 임무에선 말이지...
안 돼애애애! 저 녀석 분명 메인 서버의 기밀 전투 기록을 훔쳐본 게 분명해! 당장 붙잡아서 지휘관님께―― 꺄아!?
56식 반이 눈앞의 "가짜"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난데없이 그 "가짜"가 56식 반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았다.
오오옷!?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56식 반은 빙그르르 화려한 스핀을 하고 왕자와 공주처럼 다른 56식 반의 팔에 안겨 몸을 뒤로 젖힌 포즈를 취하게 되었다.
머, 멋지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역시 오륙이는 귀여워!
으으으...!
헤헤, 모두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기분이 어때?
너어어...! 나한테 죽었――
아아아 잠깐 잠깐!
<Size=35>56반아, 일단 스톱!</Size>
56-1 넌 왜 갑자기...?
<Size=35>암 말 말고 지금은 나한테 맡겨.</Size>
크흠! 자 자~ 여기까지 오늘 공연의 마지막 무대, 오륙이와 더미가 선보인 연극이었습니다!
뭐어?! 난 더미가 아니――
여러분! 내일 있을 공연을 기대해 주세요!
네에~ 오륙이의 정식 공연을 많이많이 기대해 주세요~ 무대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뭐야, 오륙이의 더미였구나.
오륙이가 정말 두 명이 된 줄 알았네.
푸하핫, 그럴 리가 있겠어?
아무튼 내일 공연이 기대된다~!
56-1식의 해명을 납득한 인형들은 저마다 떠들면서 활동실을 떠났고, 56식 반 눈앞의 이 "가짜"도 몇 발짝 물러나더니 활동실에서 나가려 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도망이라니? 난 내일 아주 성대한 공연을 열 거야, 그러니 준비하러 가야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잖아?
그래도 "우리"의 비밀을 전부 털어놓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럼 나중에 보자, 또 하나의 나~!
야! 거기 안 서!? 기다리란...!
56식 반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가짜"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사라졌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정비팀의 답변이 왔는데... 원인 불명이래.
그 "오륙이"는 네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위해 준비된 새 소체인데, 대체 어떻게 멋대로 가동한 건지 모르겠다더라.
"마인드맵 다운로드 과정에서 하드웨어 고장으로 인해, 데이터 스트림이 다른 단말로도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데...
지휘관도 당연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하고, 정비팀이 지금 방법을 찾는 중이라지만 시간이 걸릴 테니 혹시 네가 해결법을 알아내면 직접 처리해도 된대.
......
하지만 지금으로선 뾰족한 수가 없겠지?
하긴, 마인드맵이 완전 똑같은 인형이 두 명 이상 나타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애초에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인데.
아, 잠깐만... 읏차!
56-1식이 조심조심 선물 더미를 넘어 56식 반 곁에 다가갔다.
후우.
아까 그 "공연"이 너무 성공적이었나? 선물이 더 많아진 걸 보니 팬이 또 늘었나 보네.
하지만 이렇게 방에 쌓아 두기만 하면 안 되지.
...그건 내가 아니야.
아니, 그거도 너 맞아. 일맥상통하는 소체에 동일한 마인드맵인데.
개성이 좀... 천지 차이인 것만 빼면, 내가 보기엔 똑같은 56식 반이야.
좋은 일 아니야? 모두가 널 엄청 좋아해 주잖아!
애들이 좋아하는 건 다른 56식 반이잖아.
나랑은 완전 딴판이야, 꾸밀 줄도 알고, 내가 잘 모르는 일도 아는 거 같고, 그런 상황에서 춤도 출 수 있고...
<Size=35>게다가 엄청 예쁘고...</Size>
...응? 마지막에 뭐라고?
저런 "나"는 상상도 못 해봤어. 저렇게... 인기 많은 나를.
만약... 만약 모두가 저런 56식 반을 좋아한다면, 내가 존재할 의미가 있을까?
5, 56반아...
......
나, 이대로 사라지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