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typeR
MOD 3
이게 다 그 하드웨어 고장 때문이야. 틀림없어, 정비팀이 확인해봐도 그게 원인일 거야.
그런데 왜 이렇게 처리가 늦어?! 그 녀석이 바깥을 나돌아다닐수록 녀석이 "진짜 56식 반"이란 잘못된 인식이 굳어질 텐데!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단 말이야!
솔직히 그냥 정비팀이 해결법을 알아내길 기다려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은데...
안 된다니까?! 당장 내일이 그 무슨 공연인가를 하는 날인데,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그런 56식 반을 받아들이고, 난... 난...!
56반아, 우선 좀 진정해.
56-1식이 양손을 56식 반의 어깨에 얹었다.
......
일이 어떻게 되어도 난 네 편이야.
56-1... 고마워...
하지만, 하지만 그 녀석은 반드시 막아야겠어!
알았어, 대신 너 자신과 싸움이라도 벌일 셈이라면 난 안 거들 거다?
그렇게 번거로운 짓 안 해. 마인드맵만 회수하기만 하면, 이 소동은 그대로 끝이야.
난, 반드시 나여야만 해!
...응, 고마워. 걔 지금 대강당에 있대. 정말 공연 준비하는 모양인가 봐.
고마워, 얼른 가서 해치워버리자!
56식 반은 기세등등하게 대강당으로 향했다.
문제는, 가는 도중 다른 인형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 것은 물론, 직접 와서 말을 거는 인형까지 있었다.
오륙아!
아니, 난...
<Size=35>사태를 해결하기 전엔 네가 "2명"이란 건 안 들키는 게 좋을 거 같아.</Size>
으으... 알았어.
응~ 오륙이야~!
......
...이렇게 보니 좀 징그럽다.
<Size=35>나도 소름 끼쳐 죽겠으니까 얼른 가자!</Size>
오, 오륙아!
응?!
<Size=35>침착해, 침착!</Size>
아, 미, 미안...
그냥... 너한테 고맙다 말하고 싶어서...
어제 네가 활동실에서 그렇게 모두 앞에서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다면... 네, 네가 나처럼 마음속에 많은 걸 쌓아 두는 사람인 줄 몰랐을 거야...
그, 그래...?
네가 전부 털어놓으니까... 나도 격려받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나도 내 소대 동료들한테 솔직하게 말했더니, 모두 자기 생각을 말해 주더라... 알고 보니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이었어!
이, 이렇게 장애물이 없어진 기분은 처음이야, 엄청 기뻐!
아... 사이좋게 됐다니 다행이네, 그래도 나한테 감사할 것까진...
모두 잘 들어라!
힉!?
네, 대장!!
진정해, 너 부른 거 아니야.
다들, 오륙이의 활약은 똑똑히 봤겠지?
그녀처럼 대원들과 서로 아무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신뢰가 우리에게 부족한 점이었다!
그렇습니다, 대장!
좋아, 우리도 오륙이를 본받아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알아 가자!
오오!!
그 인형들은 그렇게 하늘을 찌르는 열정을 품고 임무에 나섰다.
세상에... 오륙이의 영향력 장난 아니네?
...그러게.
......내가 틀린 걸까?
......
어휴, 겨우 대강당에 도착했네. 다들 너한테 너무 열렬한 거 아니야?
...아, 아니지, 그 오륙이한테.
...그러게.
자아 그럼, 이제 이 문을 연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해.
56식 반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
...안 들어가?
......
만약에... 나보다 쟤의 존재 가치가 더 높다면, 정말 사라지게 해야 할까?
어... 그건 자신을 인정한단 뜻이야, 부정한단 뜻이야?
모르겠어.
그럼 나야 더 모르지.
......
숙소에서 대강당까지 별로 멀지도 않은데, 엄청 먼 길을 걸어온 것만 같아.
"오륙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하지 못할 일을 엄청 잔뜩 해낸 거 같고.
모두들 "56식 반"과 함께하는 신나는 미래를 기대하는 게 분명한데, 그건... 내가 아니잖아.
으음... 그건 말이지...
있잖아, 모두가 오륙이를 좋아한다 해서 네가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걔도 너도, 따지고 보면 같은 "56식 반"인걸?
오히려 더 잘된 일이지 않을까?
뭐어...? 이게 어떻게 잘된 일일 수가 있어!
아니 봐봐, 이 세상에 너처럼 "자기자신"과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는 행운아가 얼마나 되겠냐고.
그러니까, 다 잘될 거야. 용감하게 발을 앞으로 내디뎌! 난 여기서 응원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
으...
......
결국, 56식 반은 대강당 안으로 들어왔다.
넓은 대강당은 평소와 다름없이 썰렁했다.
단지, 저 앞의 무대 위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선객이 있단 점만 제외한다면.
56식 반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강당을 가로질러 무대 위로 올라 그녀를, "또 하나의 자신"과 대면했다.
왔구나.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56식 반의 마인드맵 백업이 차지한 신형 소체는 모두에게 "오륙이"라 불리며 일약 인기인으로 추앙받았다.
그런 그녀도 "본인"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활짝 웃으며 56식 반을 맞이했다.
드디어 단둘이서 이야기하게 됐네!
...응.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자기자신과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맞지?
응! 엄청 신기하네!
...그리고 엄청 무서워.
너도?
그야 당연하지, 우린 "나"니까.
너도 진작에 깨닫지 않았어?
내가 어떻게 알아...
기지의 모두가 네 팬이 돼서 시종일관 네 얘기만 하고, 숙소엔 너한테 주는 꽃다발과 선물이 잔뜩인데!
그런데... 넌 별로 안 기뻐 보인다?
새장 밖으로 빠져나오는 그 순간, 마음에 두었던 모든 감정을 노래로 쏟아내고 싶지?
그런데 어제, 내가 이 새로운 모습으로 56-1이랑 다른 애들을 봤을 때,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에 위화감이 들었어.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내 모습이 내 마인드맵이 기억하는 "나"와는 정반대처럼 느껴졌어.
그러다 널 처음 봤을 때...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떠올랐어.
"내 눈앞에 내가 있어. 그럼 난 누구지? 어째서 내가 존재하는 거지?"
수복 시설에서 고장이 있었던 일을 모르는구나, 넌 그때 생겨난 오류야.
아하... 그랬던 거였어?
역시, 나야말로 뜬금없는 존재였구나...
...방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좀 고민 중이야.
네 성격, 네 모습... 네 존재 그 자체가 내가 되고 싶었던 바로 그 모습이니까. 너도 나니까 이해하지?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너로 인해 변화한 동료들을 잔뜩 봤어. 넌 이미 내가 된 거야.
어쩌면... 네가 "56식 반"이 되는 게 맞을지도...
......풉.
뭐야 그게, 결국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한 거네?
그야 같은 마인드맵이니까.
그래, 같은 마인드맵이지.
......!
그래!
서로가 서로로 되면 되겠네!
뭐...?
오륙이가 56식 반의 손을 잡았다.
나는 너지만, 완전한 너는 아니야.
그리고 너도 나지만, 나처럼 되고 싶지?
그럼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겁낼 이유가 없어, 우린 본디 하나잖아!
본디... 하나?
헤헤헤, 어쩌면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우리가 마주보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
두 손을 맞잡은 오륙이가 아주 오랜 옛날의 노래를 불렀다.
56식 반은 그걸 가만히 듣다가, 그리운 느낌에 자신도 덩달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 전 잃어버렸던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
노래가 끝나자, 56식 반과 오륙이는 더 가까워졌다.
그럼... 이제 서로가 되자.
응, 진정한 나 자신이 되자.
서로의 이마가 맞닿았다.
클라우드 마인드맵 동기화.
덮어씌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