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EMK1
MOD 1
2050년 X월 X일, 제67사령부.
센트럴 막스 텔레그래프, 조지 J 존슨의 기록.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
2050년 11월 13일, 현재 시각 오후 6시.
내 이름은 조지 J 존슨이며, 제67군부 제3군검찰청에서 이 기록을 남긴다.
5분 전, 전국의 주목을 받았던 "검은 숲 작전" 재판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부스럭.
나는 이 결과가 잘못됐다 생각한다.
사건의 실상은 분명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CSD-119A"에 대한 조사 및 판결은 공정하지 않았다.
내 이름은 조지 J 존슨. 내 정신과 신체가 온전한바, 나의 의지로 이 기록을 남긴다.
나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조사를 계속할 것이다.
이상, 기록 끝.
......
2064년, S09 구역 그리폰 기지의 카페.
오늘도 카페는 북적이는지, 멀리서 오는 길인 카리나에게도 떠들썩한 목소리가 다 들렸다.
다만 오늘따라 유난히 흥분한 웅성거림이라는 것이 평소와는 다른 점이었다.
어... 다들 좋은...
......점심?
아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러워어어!!
――아아 왜 이 엄청난 일을 밝혀낸 게 내가 아니냐고오오...
풉, 애초에 기자도 아니면서 뭐래.
으음...?
대체 무슨 일일까?
카리나는 카페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빠르게 카운터 앞에 앉았다.
스프링필드!
어서 오세요 카리나 씨~
오늘은 커피로 하시겠어요, 홍차로 하시겠어요? 오늘은 특별히 로열 밀크티도 된답니다.
엥, 스프링필드까지 신났어?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래? 아 특별이라니까 밀크티로 할게.
어머, 뉴스 아직 안 보셨나 봐요?
카리나에게 갓 우린 따끈한 밀크티를 내오는 스프링필드도 보기 드물게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다.
뉴스?
흐음... 생각해 보니 카리나 씨는 잘 모를 수도 있겠네요.
저희 인형들한텐 세기의 빅 뉴스지만요.
또 뜸 들인다! 궁금하니까 얼른 말해 줘!
카리나 씨...
"검은 숲 작전", 들어보신 적 있나요?
검은 숲...? 그게 뭐야?
아마 역사 교과서에도 실렸을 거예요.
공식적으로 알려진, 인형의 이상 행동으로 인한 최초의 실패 사례로요.
3차 대전 도중 일어났던 사건이라 상당히 파장이 컸답니다.
아아... 그렇게 말하니까 생각났다.
카리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크루거 씨한테 들은 적 있어.
3차 세계대전 중후반기쯤부터 각국이 전술인형을 전선에 대거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사건이 있은 후로는 "인격 모방도"가 높은 인형은 사용이 제한되었다고.
맞아요, 지금이야 이렇게 마음껏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저희 인형들에겐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던 사건이었어요.
그렇구나... 응?"그때"? 스프링필드 너 출고된 지 그렇게 오래됐어?
군대에서 인형이 상관의 명령을 무시해 부대 전체가 희생된 대형 사건이었으니까요.
전술인형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도 당연해요.
스프링필드는 카리나의 물음을 은근슬쩍 무시하고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갑자기 판결이 뒤집혔다지 뭐예요?
우와 스프링필드 그렇게 웃으니까 되게 무섭다아... 아무튼, 갑자기 뒤집혔다고? 왜?
............
...어, 리엔필드?
그제서야 카리나도 카운터 한구석에서 홀로 앉은, 묘한 저기압을 퍼뜨리는 인형을 눈치챘다.
리엔필드는 주위의 들뜬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아주 음울한 표정으로, 손의 녹슨 훈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카운터 위에 내버려둔 채인 찻잔에선 여전히 가득인 홍차가 주위의 요란한 소리와 진동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리엔필드는 시선을 손 안의 작은 훈장에 고정한 채, 엄지손가락으로 그걸 매만지기만 할 뿐이었다.
......?
카리나는 스프링필드에게 입만 움직여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다.
이에 스프링필드는 귀띔 대신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곤, 리엔필드에게 다가갔다.
딸그락.
스프링필드는 다정하게 리엔필드 앞의 차를 따뜻한 새것으로 바꿔 주었다.
오늘은 차가 입맛에 안 맞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리엔필드는 훈장을 움켜쥐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스프링필드도 못 이기겠다는 듯 멋쩍게 웃으며 카리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카리나도 이번만큼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기만 했다.
결국 스프링필드는 하는 수 없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마음은 정했어요?
그 말에 카리나도 간신히 기억해냈다.
아!
맞아맞아 리엔필드 너 개조 거부했다며?
왜? 무슨 일 있어?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오...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 했습니다.
이거하고 관계 있는 생각인가요?
스프링필드가 손가락 대신 시선으로 리엔필드의 움켜쥔 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
리엔필드는 말없이 손을 폈다. 손 안에서 빛나는 훈장은 굉장한 인력이라도 지닌 듯, 그녀의 시선을 깊숙이 끌어들였다.
그녀의 의식이 그날, "한 프랑크 빌라"에 처음 발을 디뎠던 오후로 돌아갈 만큼 깊숙이.
그 당시만 해도, 리엔필드는 그곳에서의 모든 일이 이후로도 계속된 그녀의 오랜 삶에서 그리폰 다음으로 중요한 시간이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
2051년 X월 X일, 이스트 오브 잉글랜드 어딘가의 한 프랑크 빌라.
마을의 모두가 밭일로 바쁜 계절이 되면, 할일 없는 어린 소년 소녀들은 항상 이곳으로 모였다.
그들은 대다수의 시간을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도로변이든 밭 한가운데든 아무데서나 불쑥 나타나 무한한 활력과 장난기로 젊음이란 존재감을 모두에게 과시하곤 했다.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왔어?
어... 왔다 왔다, 한 방 먹여 주자고!
쉬이잇!
뚜벅, 뚜벅, 뚜벅...
조용한 복도 위를 키 큰 그림자가 걸었다.
그늘 속의 소곤거림은 모르는 듯, 그 그림자는 천천히 복도 끝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바닥에 아주 작게 "X"자가 그려진 곳을 밟는 순간――
바, 받아라아아아!
철썩!
모퉁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소녀가 그 그림자를 향해 양동이에 한가득인 물을 뿌렸다.
너, 너 같은 거 필요 없어! 당장 꺼......?
어라?
그런데 복도만 물바다가 됐을 뿐 확실하게 노렸을 터인 그림자가 안 보이자, 소녀는 제자리서 어리둥절해했다.
복도에 청소 목적 외로 물을 뿌리면 안 됩니다.
히익!?
낯선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리고서야 소녀는 어떻게 된 일인지를 인지했다.
그리고 곧장 도망치려 했지만, 채 반응하기도 전에 팔을 단단히 붙잡히고 말았다.
셀레나를 놔 이 자식아아아아!!
투두두두두두――
......!
그들 옆으로 활짝 열린 창 밖에 한패인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손에 든 기관단총으로 키 큰 그림자를 향해 마구잡이로 난사했다.
...물총?
그림자는 가볍게 소리를 내곤 붙잡은 소녀를 당겨 옆구리에 꼈다.
그리고――
엥, 으에에엑?!
그리고 벌어진 광경에, 소년은 놀라 물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마저 잊어버렸다.
소년이 쏜 물방울 탄환은 하나도 목표에 맞지 않았다. 그림자는 몸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 높이 튀어올라, 천장과 벽을 연달아 박차 눈 깜짝할 사이에 창문을 넘어 소년의 코앞에 착지했다.
허가 없이 발포 금지.
어...? 아, 이거 그냥 물총――
아앗 내 총!
모습을 드러낸 늘씬한 여성의 상당히 "군사적"인 말투에, 홀쭉한 소년은 놀라 허둥지둥 총구를 다시 들었지만 곧바로 무기를 압수당했다.
이야압——!!
다시 한번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나무 뒤에 숨어 기회를 노리던 덩치 큰 소년이 불쑥 튀어나와 막대기를 휘둘렀다.
뚜두둑!
조니 학생, 방과 후에 남으세요.
실제로 부상을 입힐 수 있었던 행위이니 부모님과의 상담을 고려해야겠습니다.
여전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 못한 "조니"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도 눈 깜짝할 새에 그가 휘두른 나무 막대기가 세 동강이 났다.
키 큰 여성은 그제서야 불쾌함을 드러내며 압수한 물총을 순식간에 부품으로 분해했다.
끝났으면 모두, 교실로 돌아가세요.
어... 어어...
세 아이들은 뭐라 말하고 싶어도 여성의 위압감에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대신 그들의 이상한 시선을 눈치챈 여성은 고개를 기울여, 수상하게 살짝 열린 교실 문을 바라봤다.
......
여성은 절레절레 고개를 젓곤 가볍게 창문을 넘어, 다시 복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교실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툭!
문이 열리자 위에서 분필 가루 범벅인 칠판 지우개가 떨어졌지만, 여성은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로 칠판 지우개를 쳐냈다.
우왁!?
칠판 지우개는 정확히 교실의 책상에 앉아있던 소년을 향해 날아들었고, 소년은 기겁하며 황급히 엎드려 간신히 이를 피했다.
무슨 짓이야 위험하게!
찰리 도련님.
늘씬한 여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번에 새로 고용된 가정교사입니다.
알아, 그러니까 이렇게 성대하게 환영식 해 주고 있잖아.
어휴 깜짝 놀랐네, 여태까지의 밥통들이랑은 확실히 다르구만?
......
찰리!
두 사람의 뒤로, 세 아이가 나란히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너 괜찮아!?
어, 엄청났어...
예전 선생님들이랑 엄청 달라...
그래? 난 모르겠는데.
찰리는 도발하든 눈앞의 늘씬한 여성을 쳐다봤다.
재주는 좀 있나 본데, 우린 교사 같은 거 필요 없어.
울 아버지가 교사를 몇 명이나 바꿨는지 알아? 벌써 17명이야.
그중 아무도 보름을 못 넘겼다고. 네가 그 사람들보다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냐?
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찰리는 짜증내며 손을 휘휘 저었다.
어디서 왔어? 옥스포드? 캠브릿지?
아버지가 얼마나 준대? 이렇게 귀찮은 일을 진짜 할 거야?
실은――
실은 말이다, 리엔필드 씨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단다.
...아버지.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그 주인공이 세 아이들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조니, 셀레나, 조던.
찰리의 위험한 장난에 자꾸 어울려 주지 말랬잖니. 어서 자리로 가서 앉으렴.
그럼 소개하마, 이 분은 전술인형 리엔필드 씨다.
새로 너희의 선생님이 될 분이시지.
그렇습니다.
......!
그 말에 찰리가 눈을 부릅뜨고, 책상 밑으로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영광스런 왕립 제6용기병연대 소속이었지.
모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마.
찰리의 반응과는 정반대로, 루시우스의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은 동경과 흥분으로 눈을 반짝였다.
전술인형! 군인이다!
그 군대 들어봤어요!
저, 정말 용기병이에요?!
우와아~!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죠.
지금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복도부터 깨끗이 정리하세요.
네, 선생님!
......
앞다퉈 교실 밖 복도로 달려나가는 친구들을 가늘어진 눈으로 보던 찰리가 갑자기 리엔필드에게 휙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책상 아래로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분에 겨워 팔만 부들부들 떨면서.
그가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고, 목소리도 어두워진 것은 리엔필드와 루시우스만 알아챘다.
전술인형이라고...?
찰리의 목소리는 그 어린 나이에게선 기대하기 어려운 분노와 증오로 미세하게 떨렸다.
리엔필드는 그저 당혹스럽기만 했다.
찰리가 갑자기 왜 저렇게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그녀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크흠.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엔필드 선생님.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기 전에, 루시우스가 가볍게 헛기침하고 고개를 저어 찰리에게 주의를 주었다.
...네.
찰리의 매서운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리엔필드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