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W20
MOD 1
트란스발 교외.
모래바람이 부는 황야 위를 달리던 소녀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래서... TEC-9는 왜 메이플 시럽 범벅인 샌드위치를 그 인간의 얼굴에 던진 거야?
우으... 그, 그게 인간은 너무 무섭단 말이야!
손등에 보이는 핏줄이 우리랑 똑같아!
자아, 울음 뚝. 그 인간분은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야...
...적어도 네가 샌드위치를 얼굴에 던지기 전까지는.
그리고, 왜 넌 먹는 것마다 메이플 시럽을 뿌려?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메이플 시럽으로 구원할 수 있으니까!
NTW-20은 체념하고 모래 위에 누웠다.
동료란 건 다 이렇게 성가시고 끈적끈적한 것들뿐인가?
1주일 전, 그리폰 지휘실.
지휘관, 이번 트란스발 원정 임무 말인데...
응? 질문 있니? 말해 봐.
난 지금까지 항상 혼자서 임무를 수행해 왔어. 그리고 그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고 생각해.
그래, NTW는 우수한 전술인형이지.
그럼 왜 이번 임무에 팀원을 3명이나 붙인 거지?
이번 임무는 흉악한 범죄 집단과 관련되어 있어서야. 인형을 납치해서 쓸 만한 건 되팔고, 나머진 전부 해체해 버리는 등, 수법이 잔인한 족속들이지.
각 지역의 소굴을 수 차례 소탕해서 납치됐던 인형들도 모두 회수했지만, 아직 잔당이 남아 있어.
그리고 이번 임무는 그 잔당 놈들보다 먼저 놈들의 본거지를 급습, 그곳의 희귀 부품을 회수하는 거지?
최근 놈들의 행동 범위를 분석한 바로는, 놈들과 정면충돌할 확률은 6.3%밖에 되지 않아.
나도 네가 행여라도 실수해서 놈들에게 발각당할 거라 생각하진 않아. 단지, 여태까지 단독 임무만 해왔잖니. 너도 팀워크란 걸 배워 봐야지.
......
알았어.
참, 그리고 너와 함께할 인원 중 TEC-9는 그놈들에게 이용당한 적이 있어.
다행히 그 아이는 인간을 너무 무서워해서 암살 임무 같은 걸 수행하지 못해 추방됐지.
하지만 그 범죄 집단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으니, 귀 기울여 듣도록 해.
그렇군. TEC-9의 안전에 주의하겠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이번에 차출된 네 동료들은 모두 저마다의 장점이 있으니까. 다들 임무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좋아, 계획했던 대로 목표 지점에 거의 다 왔어.
시간 낭비하지 않게 조금만 더 힘내서 달리자!
가자!
응!
NTW! 빨리 따라와!
저물어가는 석양 속으로 달려가는 세 인형의 그림자를 향해, NTW는 힘껏 소리 질렀다.
너희들...!
반대 방향이야!
2시간 후, 범죄 집단의 본거지 근처.
휴우~ 드디어 도착!
악의 조직의 본거지라 해서 으리으리하게 생겼을 줄 알았더니...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 임무를 시작할 수 있겠어.
으으... 또 인간들을 상대해야 한다니...
얘도 참, 그렇게 인간이 무서워?
걱정 마, 저 녀석들은 이미 여러 번 소탕당해서 이제 몇 명 남지도 않았으니까.
응... 나도 알아...
하지만, 여태까지 안 잡히고 남은 사람들이라는 건... 분명 훨씬 까다로울 거야...
그래... 아주 힘겨운 싸움이 되겠지.
NTW-20은 본거지 건물의 창문을 주시했다.
그러니까 먼저 식사부터 하고 정찰하자♪
찬성!
그래, 한참 달렸으니 잠깐 쉬어야지.
......응?!
지금 당장 돌입하는 게 아니라?
PTRD가 황당함에 굳어 버린 NTW-20의 어깨를 토닥였다.
걱정 마 걱정 마, 임무는 제대로 수행할 테니까.
하지만 배고픔에 장사 없다잖아?
...알았어.
TAC-50은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메이플 시럽통을 꺼내, 온갖 식재료에 듬뿍 끼얹었다.
TEC-9은 PTRD의 품에 안겨 인간이 주인공인 공포 소설을 읽으며 덜덜덜 떨었다.
그래... 이것도 나쁘진 않아. 다들 제자리에 얌전히 있으면, 불필요한 변수 예측을 할 필요가 없어.
내가 먼저 목표물인 부품을 찾아내 회수하면, 바로 복귀할 수 있어.
NTW-20은 모두가 식사를 준비하는 틈을 타 몰래 건물로 향했다.
1시간 후, NTW-20은 건물의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침투할 수 있었다.
길을 조금 헤맸지만, 내부로 진입에는 성공했군.
생물체 반응... 없음. 계속 전진.
NTW-20은 숨을 깊게 들이쉰 뒤, 천장을 발로 차 뛰어내렸다.
어라? NTW 너 어디 갔다 이제 왔어?
......응?!
마침 잘 왔어, 메이플 문이 건물의 스캔을 끝마친 참이야.
건물 구조도를 공유할게.
NTW, 모습이 왜 그렇게 엉망이야? 혹시 인간이라도 만났어...?
난...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상황은 어떻지?
대충 수색해 보니까 파기된 컴퓨터가 몇 대 있더라. 지금 TEC-9가 데이터를 최대한 복구해 보는 중이야.
다시 넷으로 늘었으니까, NTW 넌 나랑 다른 곳을 더 뒤져보자. TAC-50은 여기서 TEC-9를 도와줘.
범죄 집단 본거지의 지하.
NTW, 왜 아무 말도 없이 이탈해서 단독으로 행동한 거야?
불만이 있다면 얘기해 줄래?
불만은 없어.
그럼 왜 그랬어?
그게 무슨 문제지? 난 항상 이렇게 해 왔어.
지휘관한테 들어서 알아, 네가 지금까지 단독 작전만 수행했다는 거.
하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 소대로서 함께 움직이는 거야, 알겠어?
알았어.
NTW-20은 말로는 즉답했지만, 시선은 구석에 놓인 낡은 바이크에 향해 있었다.
PTRD는 NTW-20의 고개를 자신에게 돌린 뒤, 메이플 시럽으로 범벅인 샐러드를 그녀의 품에 쑤셔 넣었다.
듣기 좀 거북한 비유를 할게.
우리 네 명은 이 시럽 범벅인 샐러드처럼 서로 끈끈하게 붙어 있어야 해.
NTW-20은 동정심 어린 눈빛으로 샐러드를 보았다.
네가 혼자 이탈하는 건... 이 시럽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방울토마토 같은 짓이야.
시럽을 뿌리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뒤에 시럽을 잔뜩 흘리면서 가는 거지.
흘린 시럽을 따라가면 바로 찾아낼 수 있어.
TAC-50의 메이플 시럽에는 위치 추적 기능도 있는 거였어?
......
NTW, 시럽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어?
그게...
그때, 통신기가 울려 분위기를 깼다.
TEC-9의 복구 작업이 끝났어. 대부분이 완전히 파손됐지만, 정말 중요한 정보를 하나 복구해냈어!
무슨 정보인데?
"본부에 저장한 마지막 물자를 17일 새벽 2시, 매입 측이 지정한 장소로 이송한다."
그 인간들... 내일 여기에 와서 중요한 물자를 가져갈 셈이야!
고급사통소자...
그래서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회수하러 오려는 거구나.
너흰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 난 지휘관에게 연락해서 현재 상황을 보고할게.
PTRD는 통신을 종료하고 지휘관에게 원거리 통신을 보냈다.
...하지만 신호가 잡히질 않았다.
들어올 땐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 주변은 신호가 전혀 안 잡히네...
지휘관이랑 연락이 안 돼.
예상했던 상황이야. 여긴 지형이 복잡해서 신호가 좋지 않을 것 같았어.
그리고 이 건물도 신호 차폐 처리가 되어 있으니, 될 리가 없지.
하아... 우선 다른 애들이랑 합류하자.
응, 올라타.
묵직한 엔진음에 PTRD가 고개를 돌리니, 시동이 걸린 바이크에 NTW-20가 의기양양하게 타고 있었다.
그런데... 메이플 시럽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