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W20
MOD 2
자정,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범죄 집단의 본거지.
안 보이네...
이상하네... 그 사람들이 자주 쓰던 비밀 금고까지 전부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없어...
어떻게 된 거지? 그럼 그 소자들을 어디다 둔 거야?
어쩌면... 애초부터 이곳에 없었을지도 몰라.
그럴 수도... 특히나 교활한 인간들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지휘관에게 연락이 닿지를 않으니...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겠지.
혹시 모르니까, 안전을 위해서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가자.
뭐? 만약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곧 사람들이 소자를 회수하러 올 거야.
지금 여길 떠난다면, 목표물 확보에 실패할 수도 있어.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우린 저쪽에서 누굴, 몇 명이나 보낼지, 어떤 무장을 하고 있을지 아무것도 몰라.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매복하는 건 너무 위험해.
무섭다면 나 혼자라도 남겠어.
무섭고 안 무섭고의 문제가 아니야, NTW. 우린 한 팀이잖아.
그래, 아까 메이플 시럽이 어쩌고 했지...
아, NTW도 역시 내 메이플 시럽이 마음에 들었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철수하자. 이건 명령이야.
......
알았어.
새벽 1시 30분, 범죄 집단의 본거지.
NTW는 보초를 서다 말고, 또다시 몰래 빠져나와 건물 안에 잠복했다.
이제 30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놈들이 고급사통소자를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낼 수 있어.
이송 도중 가로챈다면, 인간과 마주칠 일도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지.
사냥하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목표를 노리기만 하면 돼...
NTW-20은 텅 빈 로비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렇게 20분이 지나고...
바깥에선 발견한 게 없는 건가...
그때,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왔나!?
NTW-20은 숨을 죽이고 조준경으로 현관 쪽을 주시했다.
NTW, 어서 나와.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왜 또 너희들이야?
너야말로 왜 또 혼자 빠져나왔어?
맞아... 그 인간들처럼 종잡을 수가 없어...
인형들이 현관을 넘는 순간, 보안 경보가 울리며 차단문이 닫혔다.
엑, 이게 무슨...?
어... 함정이라도 건드린 거 아닐까?
모두가 어리둥절해 할 때, 방송 스피커가 먼지를 털어내며 소리를 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야, 안 그래?
복수하고 싶어서 매일 이를 갈았는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오다니 말이야.
......
당했다.
마침 조직을 재건하려는데 자금이 부족했거든? 그런데 이게 웬걸, 끝내주는 인형이 넷이나 나타났네.
덕분에 조직을 다시 크게 만들 수 있겠어, 흐흐흐...
너희가 통 크게 베풀어 줬으니, 우리도 보답해 줘야겠지. 10분 후에 보자고 아가씨들, 그동안 기도나 해.
......
스피커의 전원이 꺼졌다.
NTW-20은 들어왔던 창문의 차단문을 부수려 했지만, 너무 단단했다.
으으으... 그 인간들한테서 내가 어떻게 도망쳤는데, 또 잡혀가게 됐어...
대장, 이제 어떡하지?
후우... 잠깐 생각 좀 해볼게...
TEC-9, 정문 외에 다른 출구는?
없어... 우으...
10분 뒤에 보자고 했지...?
TEC-9, 저놈들이 어떻게 인형을 처리하고 코어를 적출하는지 알아?
키... 킬러. 인형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인간들이야. 보통 2인 1조로 행동하는데...
민수용 인형은 그냥 때려 부숴서 해체업자한테 보내는데...
전술인형은... 비싸니까 마인드맵만 초기화할지도...
어떡하지? 지휘관님의 허가가 없으면 인간을 쏠 수가 없잖아...
그렇지... 하지만 도망칠 길도 다 막혀 버렸으니...
놈들을 따돌리고 빠져나갈 수밖에 없겠네...
TEC-9, 넌 어떻게 놈들에게서 도망쳤어?
그게... 해체하러 이송되는 와중에 우연히 깨어나서...
그들이 잠깐 차를 세워서 쉬는 틈을 타서, 몰래 차에서 내려서 산비탈을 따라 굴러 내려갔어...
그리고 지휘관님이 날 주워 주셨고...
전혀 참고할 수가 없네...
그렇다는 건... 놈들에게 넌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인형이란 뜻이지?
방법이 하나 떠올랐어.
무슨 작전일지, 왠지 모르게 예상이 가네...
새벽 2시, 건물 현관.
삐익——
램프가 초록색으로 변하고, 두꺼운 차단문이 올라갔다.
하하하, 싱싱한 코어가 4개! 이렇게 큰 건수라니 대체 얼마 만이냐!
뭘 벌써 들뜨냐 이 멍청아.
놈들은 그리폰의 전술인형이라고. 민수용이랑은 차원이 달라.
헤헤헤, 그게 뭐 어쨌는데? 인간한테 손가락 하나 못 대는 건 마찬가지잖아.
뭐, 그건 그렇지. 넌 2층을 살펴봐, 난 1층을 둘러보지.
하하하, 알았어!
같은 시각, 2층의 어느 방.
그놈들이야! 저 두 킬러는 특히나 위험해!
한 놈은 잔인하고 성질 급한 성격에, 다른 한 놈은 겉으론 웃지만 교활하기 짝이 없어...
NTW, 조심해...
걱정 마. 계획대로만 하면 돼.
3분 후, 2층.
어디 보자~ 2층에 어떤 귀염둥이가 기다리고 있으려나~
킬러A는 득의양양한 목소리였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디뎠다.
하하하, 빨리 나오세요 그리폰 아가씨들!
얌전히 나오면 안 아프게——
주위를 둘러보던 킬러A의 눈에, 웬 망가진 인형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들어왔다.
엥? 뭐야, 지들끼리 싸움이라도 났나? 어...? 이 녀석 왠지 낯익은데... 잠깐, 전에 조직에 있었던 인형 아니야?
킬러A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순간 TEC-9의 몸이 움찔하더니, 입과 눈에서 걸쭉한 노란 액체가 흘러나왔다.
우웩... 뭐야 이거, 기름인가?
근데 이상하네... 이 녀석, 예전에 해체장으로 보낸 거 아니었나?
킬러A가 TEC-9를 관찰하는 데에 정신이 팔린 동안, TAC-50이 메이플 문을 날려 보냈다.
소리 없이 날아간 메이플 문은 킬러A의 주머니에서 등록 카드를 꺼내, NTW-20에게 날아가 건넸다.
하지만 아무도 킬러A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잘했어, 메이플 문.
NTW-20은 바이크에 올라타, 킬러A에게서 빼앗은 카드로 문을 열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계획대로 소리를 질러 두 킬러를 유인해내려던 그 순간, 차가운 물건이 뒤통수에 닿았다.
그리폰이 적진에선 암호화 통신으로 대화하라고 안 가르치던?
하긴, 민수용 인형이 총을 들었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이럴 수가!!
타앙!!
탕! 탕! 탕!
NTW-20은 바이크에서 굴러떨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킬러B는 장비를 꺼내 그런 NTW-20의 기능 상태를 확인했다.
헤헤헤, 네 녀석들한테 인간을 해치지 못하도록 제약을 건 그리폰한테는 정말 감사해야겠어.
오호? 가까이서 총알을 몇 발 박아 넣었는데 아직도 살아있네.
킬러B는 NTW-20의 마인드맵 코어가 있는 부분을 겨눴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음... 이대로 망가뜨리긴 역시 좀 아깝지. 마침 잘 됐다, 실험이나 해볼까.
킬러B는 험악하게 웃으면서 NTW-20의 접속 단자를 열더니, 주머니에서 수상한 메모리 스틱을 꺼냈다.
...같은 시각.
뭐지? 방금 총소리가 들렸어.
NTW, 무슨 일이야?
NTW-20은 대답이 없었다.
TAC-50, 메이플 문으로 상황 좀 볼 수 있어?
알았어...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더니 총을 든 킬러A가 나타났다.
하하하! 그렇겐 안 되지!
아니!?
TEC-9!
으으... 미안해... 너무 세게 때려서 참지 못했어...
킬러A는 TEC-9를 방 안으로 던졌다.
예쁜 그리폰 아가씨들, 서로 둥글게 손 좀 잡아 봐.
손은 왜...
잡으라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PTRD는 다함께 손을 잡게 했다.
흐흐흐, 동료의 온기를 느끼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라 생각하라고.
NTW는 어딨지? 대체 무슨 짓을——
PTRD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킬러A는 전기충격기로 그녀를 찔렀다.
치지직!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5분 후.
엉? 야, 너 왜 빈손이냐?
킬러B는 피멍이 든 이마를 문질렀다.
XX, 놓쳤어.
새로 개발한 바이러스를 테스트해 보려 했는데, 꽂자마자 놈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 돌대가리를 내 이마에 박았다고!
정신 차리고 보니 바이크 타고 도망쳤더라.
괜찮아 괜찮아, 그리폰 인형들은 절대 동료를 버리고 가지 않는다니까 말이야.
분명 돌아올 거야.
하, 오든지 말든지.
일단 보스가 시킨 대로 이 세 개나 멀쩡하게 가져가자고. 마인드맵을 초기화하면 또 일손이 늘어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