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VAL
MOD 1
어느 숲속에 곰 세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곰 세 마리는 바깥세상과는 동떨어진 채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폰 지휘실.
솔직히 말해서, 깜짝 놀랐어.
좋은 의미인가요, 나쁜 의미인가요?
"좋다"로 평가할 수준을 넘어서, 단순히 "놀랍다"라고 해야 할 것 같구나.
철혈 거점의 위치, 순찰대의 규모와 순찰 시간, 방어 병력의 규모까지 이렇게 정확히 파악해내다니...
무엇보다, 마인드맵 기록상으론 이번 작전에서 총을 단 한 번도 쏘지 않았네?
잘했지? 이러면 보스도 총알 값 아낄 수 있잖아.
Val이 각종 위험요소를 교묘하게 피해 갈 수 있는 경로를 미리 설정한 덕분이에요.
지휘관님께서 "적을 정찰하되, 무사히 귀환하라"라고 명령하셔서... 그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그게 마음먹는다고 그대로 해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비결이라도 있어?
아마... 곰돌이가 곁에 있어준 덕분일 거예요.
그래...? 아무튼 좀 더 자신감을 가지렴. 넌 실력이 아주 뛰어나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당장 내일이 작전 결행일이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진행한 정찰이라 그렇게 큰 기대는 품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는 철혈에게 들키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렇게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와줬구나.
너희 덕분에 이번 작전에서 그리폰과 군의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야.
그럼 그냥 칭찬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포상 좀 해줄래?
급여 인상해줄래, 아님 보스가 한턱 쏠래? 둘 다 해주면 더 좋지만.
하하하...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이번 고비만 넘기면 내가 크게 한턱 쏴 줄게.
먼저 이번 작전을 마치고 난 다음 이야기하자. 일이 순조롭게만 돌아간다면, 이번 작전으로 철혈과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거야.
지휘관님 또 김칫국 마시고 있네요.
김칫국이라니. 이번엔 진짜 결전이야.
아무튼, 너흰 먼저 돌아가서 쉬고 있으렴. 이번 작전에는 그리폰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야 하니까, 너희도 빠질 수 없어.
방금 지휘관이 한 말 다 녹음했어.
정말 철혈을 전부 해치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스가 한턱 쏜다는데 놓칠 수야 없지... 그치, Val?
Val, 듣고 있어?
이번 일은 다 네 덕분이니까, 어디 가서 먹을지는 네가 결정해. 되도록이면 비싸고 가본 적 없는 데로!
내 덕분이라기보단...
네가 사양한다 해도, 곰돌이의 공로도 생각해 줘야지.
곰돌이의...
하지만 난....
......
그 후, 우리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참혹한 전투를 치르게 되었다.
그리고 전장에서 살아남아 돌아가는 순간마저, 곧이어 닥칠 재난의 시작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프로펠러와 엔진이 내는 소음만이 들리는 헬리콥터의 안.
그런 소음 속에서,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정말로 도움이 됐을까...?
뭐야, 갑자기 중얼거리기나 하고.
평소 조용한 Val 답지 않은데?
또 괜한 걱정을 하고 있겠지. 우리 셋 중 Val만 처음부터 끝까지 헬리포트를 지키면서 직접 싸우진 않았으니까.
Val, 네가 안전한 곳에 있어서 다행이야.
난 포위당했을 때 유언을 남길 정도로 절망했어... 네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지휘관님께서 전에 하신 말씀이 떠올랐어. 그리고 모두 기세등등하던 모습도.
그리고 지금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철수하는 상황을 보니...
그때 내가 더 많은 정보를 모았다면... 동료들이 몇 명이라도 덜 다치지 않았을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우린 인형이지, 무슨 영웅전의 주인공 같은 게 아니라고. 너도 나도, 혼자의 힘으로 판을 뒤집는 건 불가능해.
그리고 정말 그렇게 대단한 녀석이 있다면, 이렇게 팀을 짤 필요도 없잖아?
그래도...
74U 말이 맞아.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74U, 위험을 미리 감지해내는 Val, 그리고 지휘관님의 비밀병기인 나.
이렇게 완벽한 3인조는 그리폰에 둘도 없을 거야.
네가 정말 비밀병기라면 변두리의 벙커에 보내져서 포위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냥 현실을 인정해. 우리 모두, 벤치나 데울 뿐인 예비 부대라고. 만약 우리가 나서야 한다면, 그건 이미 한시가 위급한 상황이겠지.
솔직히 말하는데, 지휘관님이 소중히 여기시는 이 비밀병기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너처럼 말에 가시가 박힌 녀석은 이 헬리콥터에 탈 자리도 없었을 거야.
아 진짜, 입만 열면 지휘관 타령이라니까.
대체 9A91한테 난 무슨 존재인지 모르겠네. 그리폰 결사대가 상시 편제가 되면 얼마나 좋아?
AS Val은 AK-74U와 9A91의 말싸움에 끼어들지 못하고, 그저 안절부절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느닷없이 말싸움하는 이유를 금방 눈치챘다.
(내가 우울한 생각을 그만 두도록 화제를 돌리려는 거였구나.)
(...고마워.)
(곰돌이 말고도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줘서...)
콰앙!
무언가가 헬리콥터를 강타했고, 인형들은 그 충격에 벽과 천장으로 내팽개쳐졌다.
인형들의 비명과 찢어질 듯한 바람 소리, 미친듯이 울리는 경보음이 한데 뒤섞여 공포의 합창으로 화했다.
무, 무슨 일이야?!
추락하고 있어! 뭐라도 꽉 잡아!
...!!
세상이 멸망하는 순간, 사람들은 무엇을 붙잡을까?
몇 초 남지 않은 혼란 속에서, AS Val에겐 달리 선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