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type
MOD 2
단오절 당일, 56-1식은 쫑즈가 나오는 달콤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56-1식은 애증 어린 화초를 포함해서 재료 준비를 다 마치고, 룰루랄라 주방으로 향했다.
어라, 이 향기는...
복도에 진한 쫑즈의 향이 풍겼다, 56-1식은 맡은 순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른자 고기 쫑즈의 향인 것을 알아챘다.
김이 자욱한 유리창 너머로 먹음직스러운 쫑즈들이 56-1식을 간절히 바라보며 푹푹찌는 솥 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것이 보였다.
쫑즈들아 내가 간다!
56-1식은 쏜살같이 향기의 근원지로 달려가 고압솥을 열었다.
솥 안에서 쫑즈 하나를 꺼내서 잎사귀를 깔끔하게 벗겨내 윤기가 좔좔 흐르는 찹쌀을 드러내어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너무 맛있다... 우으음~ 너무 행복해...
한입에 하나씩, 멈추지 않고 먹다 보니 솥 안에 하나도 안 남았다. 그때 자신이 가져온 쫑즈 재료에 눈이 갔다.
이건 이 쫑즈의 주인한테 남겨주자, 이렇게 솜씨 좋은 사람인데, 분명 한 번 더 만든다고 개의치 않을 거야!
56-1식은 혼자 묘안이라면서 재료를 솥 옆에 두고 해명하는 쪽지를 남겨뒀다.
그리고 56-1식은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
......
성난 노크 소리가 56-1식을 깨웠다.
이 시간에 벌써 훈련이야? 오늘 공휴일인데... 후아암~
56-1식은 눈 비비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
뭔가 56-1식의 얼굴 정면에 맞았다.
아얏! 어, 뭐야? 92식...? 너 개조받았어?
너랑 상관 없어.
92식의 얼음장 같은 반응에 56-1식은 졸음이 확 달아났다. 눈앞에 있는 건 영락없는 폭주 92식이었다.
아이고야, 설마 저번에 얼굴에 재채기한 것 때문에...
무슨 일 없으면 문 닫을게... 하하...
한 대 더 맞을래?
56-1식은 얌전히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92식이 바닥을 향해 입을 삐쭉 내밀자, 56-1식은 헐레벌떡 자신 얼굴에 맞은 물건을 집었다.
그것은 약 80cm가량 길이의...
...영수증?
어전 연지쌀, 지중해 트러플, 바다오리 초산알 노른자, 방목 흑돼지 고기, 전통양조 60년 간장...
56-1식은 위의 몇 줄만 읽었는데도 복잡한 이름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게 다 뭐야?
네가 먹어버린 쫑즈의 재료.
쪼, 쫑즈...?
그래, 네가 그딴 쓰레기로 값을 때우려고 한 쫑즈 말이야!
92식은 꾸깃꾸깃한 쪽지를 벽에 팍 찍어 폈다.
위에는 "56-1식이 잘 먹었음, 대신 쫑즈 재료를 두고 감!"이라고 쓰여 있고, 제일 아래에는 56-1식이 히죽 웃는 얼굴까지 그려져 있었다.
그걸 본 순간 56-1식은 바로 떠올렸다, 그 기억은 꿈이 아니었다...!
망했다, 92식한테 잡혀버렸어!
어어, 그걸 막 쓰레기라고 하면 안 되지, 하하하...
내가 두고 간 거에도 고기 있지, 노른자 있지, 화초 있지...
56-1식은 말하자마자 흠칫했고, 역시나 92식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잘도 화초 이야기를 꺼내?
92식이 56-1식한테 시커매진 화초 한 봉지를 던졌다, 봉투에는 크게 세 글자 "초와자"라고 쓰여있었다.
이 불량품이 네가 산 거고, 네가 나한테 "준" 물건이 내가 산 화초라고! 게다가 내 얼굴에 대고 잔뜩 침을 날리고...
이게... 내 거라고?
흥, 그때 따지지 않고 넘어가 줬더니, 내 세상에서 유일한 슈퍼 디럭스 육해공 노른자 고기쫑즈를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웠어?!
너 같은 요리 맞볼줄 모르는 녀석 뱃속에 몽땅... 진짜 낭비야 낭비!
92식은 이를 갈며 56-1식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안 그래도 상황을 다 파악 못한 56-1식의 머릿속이 더 어지러워졌다.
그만 흔들어, 나 토하겠어...
재채기 세례를 당해봤던 92식은 바로 56-1식을 뿌리치고 약간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무튼, 저 영수증 봤지? 어떻게 물어낼 거야?
56-1식은 침을 꿀꺽 삼키고 영수증 끝의 숫자를 보더니 눈앞이 깜깜해지고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
...몸으로 때우면 안 될까?
안 돼.
좀 더 생각해 줘봐! 나 실력 좋다고, 식당에서 줄서기라면 날 뛰어넘을 녀석이 없다고.
앞으로 네가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대신 맛 봐줄게. 네가 먹고 싶은 거 내가 다 먹어준다고!
꺼져! 처먹는 거 말고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네가 내 돈으로 밥 처먹는 게 무슨 배상이야!?
흐에엥... 그럼 어떻게 물어내라는 건대?
슈퍼 디럭스 육해공 노른자 고기쫑즈 한 솥, 네가 먹어치운 거하고 한점 차이없이 똑같게.
...물어내지 못하면?
92식이 섬뜩하게 웃었다.
그럼 네 배를 째서 그 쫑즈가 아직 안에 있는지 볼 수밖에.
56-1식은 바로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배를 감쌌다.
알았어?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