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type
MOD 1
단오절 전, 그리폰의 창고.
천장에 작은 드래곤보트를 걸어두고, 벽에는 쫑즈의 실루엣을 붙여두고, 공기중에도 진한 찹쌀향이 풍기는 것 같았다.
인형들은 길게 줄을 서서 올해 단오절 선물을 받으려 기다렸다.
이날을 가장 기다린 것은 당연히 가장 먼저 줄을 선 56-1식이다.
56-1식의 눈은 피곤하면서도 투지로 가득하여, 언제든지 쫑즈 더미에 뛰어들어 헤엄칠 기세였다.
한편 56-1에게 끌려온 97식 산탄총은 하품을 연달아 했다.
아니, 다 한 몫씩 나눠받는 건데 뭐가 그리 급해?
56-1식은 검지를 흔들며 혀를 찼다.
쯧쯧쯧, 순진하네. 지금은 정보전의 시대라고!
응?
내가 들었다고, 카리나가 지휘관한테 올해 나눠주는 건 예전과 다르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일반 고기소 말고도 밤소, 땅콩소, 매실장아찌소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늦었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른자 고기 쫑즈를 다 뺏기면 어떡해!
97식 산탄총은 56-1식의 장황한 연설을 가차없이 잘랐다.
개꿈 꾸지 말고, 바로 네 쫑즈가 왔어.
카리나가 작은 카트를 밀면서 둘의 앞을 지나갔다. 56-1식은 카트 위의 종이 상자를 뚫어지라 바라봤다.
그 뜨거운 시선으로 종이를 뚫고, 댓잎을 뚫고, 안에 무슨 속인지 보려는 듯이.
모두들 잘 잤어? 헤헤, 다들 선물을 기대하고 있지?
작년에 모두 쫑즈 맛이 하나뿐이라고 마음의 편지로 각종 쫑즈를 먹고 싶다고 제의했잖아.
그래서 올해는 우리가 한참을 고민해서, 모두에게...
노른자노른자노른자노른자노른자노른자노른자...
단오 보너스를 주기로 했어!
...어디선가 마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오오오!?
뭐라고요오오!?
두 경악한 외침이 창고를 뒤흔들었다.
56-1식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92식과 시선을 마주치고 동병상련의 비장한 감정이 복받쳤다.
콜록, 모두의 입맛을 맞춰주는 건 힘들어서 정하기 힘들고, 그리고 최근 재정 상황도 빡빡해서...
다른 수 없어요? ...작년의 남은 쫑즈로도 괜찮으니까요!
작년 거를 먹을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매년 남은 쫑즈는 네가 다 먹어치웠잖아?
그쵸, 우으으으으...
...들리는 소문으론, 그날 56-1식은 비통함을 식욕으로 바꿔 식당에서 도시락을 한 끼에 12인분이나 먹어치워 신기록을 달성했다.
마지막 닭갈비뼈까지 발라먹고서 56-1식은 여전히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귀청이 나갈 외침을 질렀다.
쫑즈 없는 한해는 완전하지 않아! 결심했어——
노동자의 지혜와 창의력을 발휘하여 직접 쫑즈를 만들겠어!
......
며칠 후, 그리폰 숙소.
에~~취! 뭐야 이 냄새는?
97식 산탄총은 코를 쥐었다. 냄새는 56-1식 탁상에 있는 택배 봉투에서 나는 것 같았다.
히히, 꿔바오로우만 먹는 인형이 화초의 매력을 알겠냐!
56-1식은 화초를 한 웅큼 쥐고 향을 크게 마셨다, 마치 자신이 쫑즈 삶는 냄비에 들어간 기분으로.
9천 9백에 이렇게 잔뜩 주다니 아주 인심 좋은 가게야.
내가 사천요리는 잘 모르지만, 그 많은 화초를 죄다 쫑즈에 넣을 셈이야?
아니아니, 아무리 나라도 이건 치사량이지!
아참, 92식도 쫑즈 먹고 싶어했잖아? 걔한테 좀 나눠주는 게 어떨까?
괜찮겠지, 이 화초가 그 "사천요리 경찰" 눈에 맞길 바라지...
92식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식재료는 확실히 적지만, 56-1식은 자신의 화초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56-1식이 92식을 본 순간 그녀는 주춤했다.
92식은 그날 유난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게 마치 이동하는 주피터포 같았다.
머리카락에 시한폭탄을 매달고 다니는 것처럼 툭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았다.
어째서? 폭주 92식이라니 어째서? 대체 누가 쟤의 성질머리를 건드린 거야?
아, 혹시 아직도 쫑즈를 받지 못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까?
56-1식은 그럴싸하다고 생각해, 바로 달려가 92식의 어깨를 토닥였다.
92식, 설마 너한테 충격이 그렇게 클 줄은 몰랐어... 하지만 날 믿어, 나도 네 기분 완전 이해하니까.
...네가 내 기분을 어떻게 안다는 건데?
에이, 당연히 알지! 내가 너한테 선물도 챙겨왔다고.
56-1식이 화초를 한 봉투를 꺼내 웃으며 건넸다.
이거 어디서 난 화초야?
92식은 그 화초 봉투를 받고 살짝 안색이 풀어졌다.
92식은 화초를 요리보고 저리보고, 한 줌 집어서 손바닥 위에 놓고서 손가락으로 문질러봤다.
역시나 92식, 전문가네! 어때? 품질 괜찮지?
하지만 92식은 가면 갈수록 인상을 찌푸리고 표정이 어두워지며 생각에 잠겼다.
56-1식은 어리둥절해 하며 92식의 손바닥에 코를 대고 화초의 향을 맡아봤다.
어디 맘에 안 들어? 이거 내가 "초와자" 쇼핑 샵에서 산 거야, 가성비가 엄청...
초, 와, 자?
그 단어에 금지된 스위치가 켜진 듯했다.
92식은 눈을 부릅뜨고선 손에 힘을 주더니 손바닥의 화초를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56-1식의 머리를 움켜잡고서 부들부들 떨었다.
에에에에에엑, 에취!
켁켁켁...
......
정면으로 재채기 세례를 맞은 92식은 깜짝 놀라 56-1식을 놓았다.
화초가루가...! 에취! 에취!
56-1식은 한 손으로 코를 쥐고, 한 손으로 92식의 손을 가리키며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다.
92식은 어리둥절해하며 손바닥을 펴보니, 거기에 약간 남은 화초가루가 묻어있었다, 나머지 더 많은 가루는...
56-1식의 코 안에 들어간 듯했다.
인형의 예민한 후각 모듈을 통해 진한 화초의 향이 56-1식의 몸을 꿰뚫고 마인드맵에 직격했다.
너 이 @#¥%&*...
92식이 뭐라뭐라 잔소리를 하지만, 56-1식은 자신의 재채기 소리 말곤 아무것도 안 들렸다.
에취! 에취! 잘 안 들려! 지금 뭐라고?
에엑... 에취! 안 되겠다, 나 코 씻으러 갈게! 안녕!
...그날 오후, 숙소 안의 모두가 56-1식이 끝없이 재채기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