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416
MOD 4
으... 음...
아, 일어났구나.
어지러워... 데레, 이 기계 멀쩡한 거 맞아?
나도 설마 마인드맵 검사가 G11보다 2배는 더 걸릴 줄은 몰랐어. 나도 기다리다 지쳐서 한숨 자고 왔다고.
난 머리가 텅 빈 잠탱이와는 달라. 기억할 게 잔뜩이라고.
그래? 검사해 보니 너 마인드맵에 여유 공간이 무지 크던데?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니 아니, 그런 뜻은 절대 아니야. 여유 공간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지.
보니까, IOP가 처음부터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많이 남겨놨더라. 45 그 녀석은 연산 프로그램만 해도 빠듯한데 말이야.
증강형 유탄 발사기 조작 모듈, 전자전용 다중 연산 업데이트, 공수 전환 가능한 최신형 마인드맵 방화벽 프로그램...
네가 자는 동안 진짜 있는 대로 다 깔았는데도 공간이 남더라.
데레... 나, 이 옷은 언제 갈아입었어?
응? 네가 일어나기 조금 전에. 왜?
......
HK416은 바로 총을 들어 데레에게 겨눴다.
으아아아아! 오해야 오해! 이상한 짓 안 했어!
그리고 그 옷은 제레가 만든 거라고!
제레가...? 왜?
아까 제레가 지나가다 검사 중인 널 보더니 "숙녀라면 숙녀다운 옷을 입어야지"라더니...
3D 재봉기를 끌고 와서는 그 자리서 새 옷을 디자인하고 너한테 입혔어! 내가 아니라 제레가!
처음엔 닮은 점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는 너희가 어떻게 함께 작업실을 운영하나 했는데...
괴상한 취미가 있는 점에선 정말 네 친누나구나.
전혀 칭찬으로 안 들리지만 뭐어... 이해하면 됐어. 어휴 진짜, 신기능을 잔뜩 설치해 줬는데도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어차피 넌 말보단 돈이잖아.
하, 돈이라면 너희 말고도 수리해 달라는 인형이 줄을 섰거든?
마인드맵을 정밀 검사하는 것도 다 돈 받고 해야 하는데, 이렇게 그냥 해 주는 데는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나저나 G11은? 검사가 나보다 먼저 끝났다면서.
아, 검사해 보니까 악화된 점도 없고 다 정상이야. 단지, 마인드맵에 영구적으로 손상된 부분도 많고, 불량 섹터도 있어서...
신기능을 넣을 여유가 없어서, 그냥 가볍게 정비만 해 주고 오락실로 보냈어.
데레가 눈길을 주었다. 정비대 옆의 감시 카메라 화면에는 G11이 메이드 인형과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 아! 앗! 이겼다아! 메이드 너도 "마스크드 파이터"를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어!
데레 도련님께선 항상 바쁘셔서 평소엔 혼자 놀았는데, 이렇게 같이 하니 정말 재밌네요.
또 무슨 게임 할 줄 알아? 얼마 전에 나온 "바이오 크라이시스 2" 리메이크판 해봤어? 그거 협력 모드로 같이 하자!
저야 좋죠. 지옥 난이도 어때요?
오오...! 우리 분명 좋은 친구가 될 거야!
지금 부를까? 아니면 네가 가서 데려올래?
...됐어, 저대로 놔둬.
저대로... 놔둬도 돼.
G11은 메이드 인형과 같이 놀면서 즐겁게 웃었다.
모니터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HK416의 표정은 점점 부드러워졌고, 입가도 살짝 올라갔다.
지금 널 보고 있자니...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나네. 너 진짜 G11을 아끼는구나.
그러는 너도 쟤 좋아하지 않아? 메이드 인형도 G11이랑 똑같은 모델로 골랐으면서.
아... 어... 그건 내가 처음으로 개조한 인형이니까, 그걸 기념하는 의미에서 고른 거야.
아무튼... 나랑 약속한 거 잊지 않았지? 이 일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르게 한다. 걱정 마.
그럼 됐어.
사실, 너희가 날 찾아왔던 그 날 엄청 놀랐어. 인형이 누군지도 모르는 다른 인형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
다 옛날 일이야. 녀석도 이제 전술인형이니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알아야지.
45 녀석의 계략만 아니었어도, 나도 G11도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응? 걔가 너한테 말 안 했어?
...무슨 말?
뭐야, 다 아는 줄 알았더니만. 네가 G11을 데리고 나한테 왔던 날, UMP45가 미리 화기관제 코어를 2개 주문했어. G11의 수복까지 요구하면서 말이야.
물론 모자라긴 했지만, 그때 지불한 돈은 아마 걔가 그때까지 모은 전 재산이었을걸? 그래서 내가 외상으로 쳐줬지.
...근데 그때 외상해 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젠 녀석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외상을 요구해도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그러니까... 45 녀석은 처음부터 G11을 도울 셈이었다고?
그건 본인만이 알겠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
...솔직하게 말해 줄게. 45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널 도왔다고는 안 믿겠지만, 그 녀석은 예전부터 널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했어. 아마 여기로 오기 전에 같은 부대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아닐까?
나라면 그걸 이유로 녀석을 죽여버렸겠지.
하지만... 그래, 예전의 나라면 네가 45한테 협박당해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나도 녀석의 방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어.
많이 부드러워졌네. 거봐, 마인드맵 검사를 자주 하면 감정과 기억 정리에도 도움이 되고 심리 건강에도 좋다고.
45도 시간 날 때 검사 좀 받았으면 좋을 텐데. 어쩌면 그 괴팍한 성격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오호라... 데레는 내가 괴팍하다고 생각하는구나?
흐악!?
소리도 없이 옆에 나타난 UMP45에 데레는 화들짝 놀라 안전거리라도 확보하려는 것 마냥 뒷걸음질 쳤다.
한숨 자고 나니 어때, 416?
딱히 달라진 점 없어. 여전히 눈 뜨자마자 짜증 나는 얼굴이 보이고.
멀쩡하네. 어서 장비 챙겨, 열차 타러 가야 해.
열차라... 처음엔 너와 한 열차를 타는 건 아주 잠시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자 UMP45는 잠깐 멈칫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왜, 먼저 내리려고?
난 상관없어. 하지만 그전에 모두에게 인사는 하고 가도록 해. 네 말을 대신 전해 주기는 귀찮아.
아니, 난 내릴 역을 놓쳤어. 아무래도 한 바퀴 돌아서 가야 할 것 같아.
바보 같기는. 뭐, 너다운 실수네.
가자. 9도 깨우고 G11도 오락실에서 끌고 나와야지.
UMP45는 어깨를 톡톡 치고 밖으로 향했고, HK416도 흥 하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물론, 그리폰으로 돌아가겠다는 바람을 버리진 않았어.
하지만 그날... 철수하는 헬기에 오르지 않기로 했을 때, 스스로 다짐했어. 404의 일원으로서, 그들과 함께 여행하겠다고.
우리가 모두, 저마다의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