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type
MOD 4
56-1식은 손을 풀고 정신을 바로 잡았다. 드디어 이날을 맞이했다.
【쫑즈신권 지옥훈련편 종장】
이른 아침부터 쌀을 씻고, 간을 맞추고, 반죽하고, 오와 열을 맞춘 쫑즈 안에 담는 일련 과정은 이미 술술 외웠다.
56-1식이 완성된 작품을 92식에게 제출하러 한 걸음씩 내딛지만 뭔가 찝찝했다.
재료를 사느라 지갑을 텅텅 비웠고, 한 달 동안 고생하며 수련해서 지금 이 쫑즈 한 접시에 자신의 생사가 달렸다.
이런 중요한 시험에선 아무리 만전의 준비를 했어도, 답안지를 제출할 때면 꼭 어딘가 실수한 듯한 기분이 든다. 56-1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쪽에 이거 각도가 살짝 틀어지지 않았나? 저쪽 거는 좀 작아보이는데!
아아아아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고칠까? 괜찮을까 괜찮을까?
왔다리 갔다리, 지금 무슨 탱고 추냐?
미안 미안!
에라 모르겠다, 그냥 부딪치는 수밖에!
56-1식은 이를 악물고 쫑즈를 내밀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92식의 얼굴을 볼 엄두가 안 났다.
......
어?
56-1식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방금 92식이 뭐라고 말한 것 같았다.
못 들었어? 그럼 생각 바꿀게.
아니아니아니, 들었어 들었어! 합격! 합격한 거 맞지!?
응, 다 삶으면 통신 걸어.
알았어!
56-1식은 바로 날아갈 심정으로 쫑즈들을 품에 안고 92식이 썼던 커다란 압력솥에 넣었다. 그녀의 눈에 쫑즈들은 하나같이 귀여웠다.
물이 쫑즈의 배까지 차오를 때, 56-1식은 마치 쫑즈들이 나른하게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옳지 옳지, 물을 뽀글뽀글 끓이고~
56-1식은 콧노래를 부르며 압력솥을 지키면서 쫑즈가 다 익길 기다렸다.
한 번 맡으면 평생 못 잊을 그 향기가 다시 배기 밸브에서 새어나왔다.
그와 함께 물이 격렬하게 끓는 소리도 들렸다, 지금 솥 안에서 쫑즈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겠지.
또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내 배꼽시계 소리는 아니고...?
56-1식은 어리둥절해하며 몸을 숙여 소리를 따라 다가갔다, 그러다...
퍼——엉!
솥이 통째로 폭발했다, 파편, 끓는 물, 쫑즈가 사방으로 튀고 창문이 박살났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쫑즈가아아아아!!
56-1식의 처절한 비명이 그리폰 상공에 오래도록 맴돌았다.
그리하여, 그리폰에서 처음으로 쫑즈를 삶다가 소체를 교체하게 된 인형이 탄생했다.
소문에 의하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하러 실려가는 중에도, 인사불성인 56-1식은 쫑즈를 계속 마음에 두고 있어 같은 소리를 질러댔다고 한다.
난 신경쓰지 말고 쫑즈를 구해줘!
......
1주일 후, 56-1식은 임무를 받고 전장에 복귀했다.
야, 새 소체엔 익숙해졌어? 일단 난 아직 네 모습이 낯설거든.
하하, 지금의 나와 함께 싸우는 느낌에 빨리 적응하라고.
그래,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받은 거 축하한다. 이따 정면 전장은 너한테 맡길게, 내가 폭발을 일으켜 널 엄호할게.
좋지, 나도 스트레스 풀 셈이었다고.
그럼, 달려!
97식 산탄총은 날렵하게 지면을 스치고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서 수류탄으로 적의 후방을 노렸다.
56-1식은 마인드맵을 빠르게 굴려, 전방의 두꺼운 적의 수비망에서 순식간에 뚜렷한 공격 루트를 분석해냈다.
서로 호흡이 척척 맞게 97식 산탄총이 수류탄을 던지는 순간 56-1식도 땅을 박차고 달렸다.
적 졸병들은 97식 산탄총의 기습에 자세가 무너졌고, 당황하는 사이에 56-1식에게 길이 뚫려버렸다.
56-1식의 새 소체는 한 순간의 경직도 없이 총알을 퍼부으며 워밍업을 했다.
조심해, 적의 주력 부대가 나타났어!
56-1식이 응답하기도 전에 적의 지원 사격이 날아왔다.
한 발은 앞을 가로막고, 또 한 발은 뒤를 가로막고, 마지막 한 발이 56-1식에게 정확하게 명중했다.
하지만 위기일발의 순간 56-1식은 탄약상자를 열어 상자 덮개로 기습을 막아냈다.
덮개는 그대로 박살났지만 56-1식이 숨돌릴 시간을 만들어 줬다.
괜찮아, 지금이 바로 반격의 시간이야!
56-1식은 탄약 상자에 손을 넣어 재장전하려 했다가 제자리에 몸이 굳었다.
뭘 멍때리는 거야, 56-1식!
뭐야, 설마...
56-1식은 탄약 상자 안의 모습을 확인하고선 제자리에 꿇어앉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56-1식이 탄약 상자에 넣고 전장에 가져온 것은...
상자를 가득 채운 쫑즈였다.
등 뒤의 굉음을 들으며, 56-1식은 한순간 자신이 전장에 있는지 주방에 있는지 구분이 안 갔다.
쫑즈쫑즈쫑즈쫑즈, 왜 또 쫑즈냐고오오오!
진정해, 56-1식!
이걸 어떻게 진정하라고? 내 총알이 다 쫑즈가 됐다고!!
그게 뭔 말이야? 너 마인드맵이 망가지고 안 고쳐졌어?
정말이라니까! 아마 밤새 연습하던 중에 정신이 살짝 나가서 집어넣었나 봐...
인형 살려, 다신 전투식량에 쫑즈 넣어달라고 안 할 거니까아아——!
적은 당연히 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97식 산탄총을 겨누던 총구를 56-1식에게 돌렸다.
탄약이 바닥난 56-1식은 헐레벌떡 탄약상자를 들고서 피하느라 바빴다.
그럼 어떡해, 후퇴해?
지금 이 상황에선 후퇴하기도 힘들어!
내가 엄호해줄게!
97식 산탄총이 크게 고함을 지르면서 화력을 더 매섭게 퍼부어 꽤 많은 적 졸병의 주의를 끌어서, 56-1식을 향한 화망에 빈틈이 생겼다.
찬스다!
56-1식은 이대로 퇴각하려다, 몇 초 망설이더니, 발을 돌려 반대쪽으로 달렸다.
그 방향은 바로 적의 본진이었고, 이미 탄약이 바닥난 56-1식에게 그 행위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
56-1식, 너 미쳤어!?
걱정 마! 총알이 없는 것뿐이지.
나는 가혹한 굶주림을 견디고 그 지옥 같은 훈련까지 수료한 56-1식이라고!
56-1식이 그동안 연마한 집중력은 적의 화망을 손쉽게 돌파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56-1식은 이미 적 두목이 있는 곳에 뛰어들었고, 졸병들은 전혀 반응도 못했다.
......
97식 산탄총이 먼지구름 속에서 56-1식을 다시 봤을 때, 56-1식은 이미 적의 두목을 쫑즈처럼 꽁꽁 묶어서 연행하고 있었다.
헤헤, 특훈이 꽤 쓸모 있었지?
가자고, 그리폰에 가서 내가 쫑즈 사줄게!
아니, 다른 거 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