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트리니티
BrenMK
그래, 죽음! 죽음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해, 하하하하!
꺄아아아아아!!!
(SAT8은 뭘 저렇게 호들갑을... 이게 저 정도로 반응할 만한 건가?)
몇 분 후.
자... 잠깐만... 마음 좀 진정시키고... 마인드맵이 약간...
다, 다음은 브렌 씨죠? 미리 준비해 주세요...
SAT8은 창백한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닥의 빨간 가루가 묻은 천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휴우... 놀라 죽는 줄 알았어.
히히히...
MDR, 지금 무슨 속셈인지는 다 알고 있어!
오늘 일을 그불게에 올렸다간 가만 안 둘 거야!
아 왜애~ 모처럼 SAT8이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줬는데에~
나만 믿어, 이거면 게시판 베스트 입성은 따놓은 당상이라구!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만약 지휘관이 우리가 몰래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단 걸 알았다간, 넌 일주일 내내 게시판을 구경하지도 못하게 될걸?
마, 맞아!
게다가 우릴 도와준 카리나 씨까지 피해를 보면 어떡해!
쯧, 그불게에 안 올리기엔 너무 아까운데...
오늘을 위해서 정말 한참을 준비했단 말이야.
MDR은 휴대폰을 닫았다.
고마워요, 브렌 씨.
별거 아니다. 나도 손해 보기 싫어서 한 말이야.
저... 브렌 씨, 너무 무서운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괴담이 무섭지 않으면 의미가 있나?
맞아요, SAT8 씨. 뭐든지 첫 경험이 중요한 법이잖아요.
이제 하나 들었으니, 마음의 준비도 좀 되셨겠죠?
하, 하지만 몇 번을 들어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인걸요...
...여러분은 귀신 같은 거 안 무서우세요?
무서울 리가. 오히려 전술인형이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상상해 보세요... 뒤죽박죽 이상한 통로로 가득 찬 끝없는 미로라든가, 귀신들린 어두운 공간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라든가!
어떤 장면이든 마인드맵이 마비될 정도예요...
뭘 그리 애써 자신을 겁주고 그래?
만약 내가 그런 곳에 빠진다면, 즉시 그 귀신들을 해치워 버릴 거다. 그러면 만사 해결이지.
하지만 그래서는 재미가 없잖아요...
저라면 구석구석을 탐험하면서, 미궁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 진정한 승리를 거머쥘 거예요!
이상 상황과 마주하면, 그걸 배제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핼러윈은 원래 이상해야 하는 거라고요.
브렌 씨가 이 모임 활동에 참여한 것도, 평소에는 겪어보지 못할 스릴을 느끼고 싶어서 아닌가요?
너희랑 같은 취급하지 마.
난 그저 할 일이 없던 참에, 어느 겁쟁이 주최자가 인원수를 채운답시고 끌고 와서 여기 있는 거다.
저기저기, 그만하고 하던 거나 계속하는 게 어때?
그렇게 딴 얘기 하는 동안 괴담 게시글 하나 작성했겠다.
오늘 밤의 일을 올리면 안 된다고 했어!
아 예에예에. 다음 이야기나 얼른 시작하자구. 브렌, 빨리 해봐!
좋아, 그럼 시작하지.
브렌은 아직 꺼지지 않은 촛불을 들었고, 희미한 촛불이 일렁이며 브렌의 얼굴을 비췄다.
이건 어느 극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
방금 그건 뭐였지?
전등이 고장 나기라도 한 걸까요?
지금은 멀쩡한 것 같군. 계속하지.
연극이 없는 날이면, 밤마다 텅 빈 홀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관계자들은 그 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계속해서 찾았지만, 아무리 샅샅이 둘러봐도 소리의 근원을 알아낼 수가 없었지.
그러던 어느날,극장을 리모델링하던 중 벽을 허물었다.
그런데 극장의 낡은 벽 속에서 나온 것은...
......
갑자기 대량의 데이터가 마인드맵 속으로 쏟아져 들어와, 브렌의 의식이 잠시 끊어졌다.
그리고...
여기는...?
방금까지의 창고는 온데간데없고, 브렌의 눈앞에는 화려하고 거대한 극장이 펼쳐져 있었다.
이 텅 빈 극장에, 브렌을 제외하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으으...
이 목소리는... SAT8?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니, SAT8이 좌석들 사이에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으으... 어떻게 된 거지?! 여긴 또 어디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야아아!!
SAT8! 정신 차려!
지금 나도 같이 있어! 진정해!
브렌 씨...! 다행이다...
죄송해요, 마인드맵이 혼란스러워서... 잠깐 상황 정리 좀 할게요...
몇 분 후.
그러니까, 우린 지금 정체불명의 레벨 2 플랫폼 데이터베이스 속을 헤매고 있단 거야?
네, 이론상으론 그래요.
아마 다른 분들도 말려들었을 거예요.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해.
다른 녀석들이 어딨는지 파악은 되나?
아니요,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밖에 확인이 되질 않아요... 정확한 위치도 알 수가 없어요.
아아, 저한테 제대로 된 전자전 모듈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평소에 쓰지도 않을 물건까지 달고 다니진 않지.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출구를 찾는 것에 집중하자. 어차피 같이 들어왔을 녀석들의 실력이라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
네...
SAT8, 지금 네 표정이 매우 안 좋아.
전혀 모르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근처에 심상찮은 것까지 있는 것 같아요.
심상찮은 것?
저, 전자 유령이라던가...
뭐?
오늘이 핼러윈이라서 이런 심령현상이 일어난 거잖아요?
우리는 인형이니까, 인간의 유령 대신 전자 유령을 만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그런 괜한 생각을 할 여유가 있나...
네 메모리는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려고 있는 거야?
어... 그건...
출구 찾는 일에나 집중해. 정말 네가 말한 "전자 유령"이 나타난다면, 맞서 싸우면 되니까.
네, 맞아요... 그럼 가요.
두 인형은 극장에서 나와,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참 커다란 극장이네요.
그렇군.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극장이지...)
...앗!
SAT8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려는 것을 브렌이 붙잡았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호박 장식에 발이 걸린 것뿐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많이 가져오지 않는 건데...
물론 알 수 있었을 리가 없지만요, 하하...
너... 정말 괜찮은 것 맞아?
그리폰의 엘리트 인형인 만큼, 이런 돌발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줄 알아야 할 것 아니야.
죄송해요, 폐를 끼쳤네요... 침착하도록 노력할게요.
이 복도도 참 기네요...
(극장이라...)
브렌 씨, 저 소리 들리세요?
저 앞에 뭔가가...
(내가 이야기 중 "극장"을 말할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건...)
(설마...)
브렌 씨!
아...
브렌 씨, 괜찮으세요? 계속 멍하니 있고...
괜찮아, 좀 생각난 게 있어서.
어쩌면,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건 나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무슨 뜻이죠?
브렌이 자신의 생각을 SAT8에게 말했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브렌 씨의 이야기가 지금의 심령현상의 트리거를 건드렸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건 나의 책임이야.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은 브렌 씨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죠.
그냥 브렌 씨의 이야기가 "우연히" 트리거가 된 거예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중 누구라도 지뢰를 밟을 수 있었어요. 그쵸?
일이 벌어진 이상, 책임은 모두에게 있어. 그러니 나도 이 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지...
......
SAT8?
책임이 어쩌고는 나중에 말하죠, 그 심상치 않은 것이 나타났어요!
......
SAT8과 브렌의 호박 투척 덕분에, 주위를 에워싸던 전자 유령들을 모두 따돌릴 수 있었다.
그 후, 조용해진 전자 공간에서 출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좋아, 이제 곧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처리할 게 약간 더 있거든요.
서두를 것 없으니 천천히 해.
브렌 씨, 또 무슨 고민이 있나요?
아까는 네 덕분에 우리 모두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어.
같은 기지의 동료잖아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네게 무례하게 군 것에 대해 사과할게.
좀 더 일찍 눈치챘다면...
하하, 브렌 씨는 이런 면엔 참 진지하네요.
뭐가?
제가 보기엔, 이번 일에는 사실 무거운 "책임"이고 뭐고 없어요.
이게 무슨 임무도 아니고... 서로 즐기자고 모여서 이야기를 한 거잖아요.
......
그러니까, TAC50 씨처럼 핼러윈을 즐겨요.
그러고 보니, TAC50 씨는 지금쯤이면 "핼러윈다운 일이 일어났다!"면서 엄청 신났겠죠...
...그게 너희 엘리트 인형과 나 같은 인형의 차이인가.
에이, 엘리트냐 아니냐와는 상관없어요. 그냥 브렌 씨가 평소에도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항상 너무 긴장하고 있다고?
네, "훈련실짱"이라고 소문이 쫙 퍼졌는걸요?
그건 또 어디서 난 별명이야...
아무튼, 쉴 땐 푹 쉬는 거예요. 강해지기 위해선 휴식도 중요해요!
지휘관님도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예요.
쉴 땐 푹 쉬어라... 나쁘지 않군.
이왕 이런 전자 귀신의 집에 빠졌으니, 전술인형으로서 이 특별한 모험을 마음껏 즐겨야겠지.
하하... 전 이런 거 잘 못 견디겠지만, 핼러윈이니까 어쩔 수 없겠죠?
그럼, 지금부터 다시 구석구석 탐험해볼까?
네엣?!
...싫음 나중으로 미루고.
휴우... 이런 상황에서 놀래키지 마세요, 브렌 씨.
널 놀래키는 일도 조금 미뤄야겠군.
자, 어서 나가자... 아직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잖아.
네! 그럼 어서 가요!
......
............
그렇게, 우리는 영문 모를 한밤중의 추억을 만들었다.
SAT8은 결국 듣는 괴담마다 소스라치며 놀랐다. TAC50이 말한 충격요법이란 것도 효과만점이기만 한 건 아닌가 보다.
그리폰은 오늘도 시끌벅적하고 위기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녀석투성이다... 그래도, 나쁘진 않아.
적어도, 강해지는 방법을 또 하나 배웠으니까... 수확이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