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었습니다
MG3
어느 인형 숙소의 문 앞.
오호, 이거 좀 재밌겠는걸?
MG3은 지나가다 발견한 포스터를 주의 깊게 살펴봤다.
핼러윈 기념 그리폰 담력 시합 개최 공지... 일시는 모레고, 관심 있는 인형은 포스터 하단의 QR코드를 스캔해 신청서를...
재밌어 보이긴 하지만, 역시 이런 것보단 운동이지.
삑.
그때, 스캔하는 소리가 들렸다. MG3는 설마 실수로 스캔한 건 아닌가 당황했다.
켁, "참가 인원이 너무 많아 접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 있진 않을까 해서 보러 왔더니만, 머피의 법칙이란 게 정말 있긴 한가 보네.
반장도 그림만 잘 그리지, 연산 능력은 아직도 힘내야겠어.
응? 이거 호크가 주최하는 시합이었어? 참가자가 엄청 많은 모양이네.
당연하지, 이렇게 놀 기회는 흔치 않잖아.
어때, 넌 흥미 없어? 원한다면 내가 직접 참가자 명단에 넣어 줄게.
됐어, 오늘 10km 달리기를 아직 못 했거든.
하루라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살이 안 빠진다고.
살이라니, 너한테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래?
있잖아, 여기.
MG3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뭐어!? 거길 왜 빼?!
난 부러워 죽겠는데...
바보야, 우린 인간도 아닌데 이딴 게 무슨 소용이야?
인형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임무와 명령이라고!
"그리고 식사도!"
헤헤, 56-1식 같은 애들이라면 이렇게 덧붙였겠지.
하아... 호크는 고민 없어서 좋겠다.
고민이 없어 보인다니 너무하네.
인생에는 항상 고민이 따르는 법이야. 나도 마찬가지라고.
그래? 하지만 우린 인형이니까 꼭 인간의 철학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하하,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고민해야 하는 과제지.
그래서, 어때? 담력 시합 참가할래?
그리하여... 나는 호크에게 낚여 시합에 참가하게 되었다.
왜 "낚였다"고 하냐면...
참가자 수가 진작에 만원이어서, 호크가 날 보안 팀으로 빼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가끔은 이렇게 꾸미는 것도 괜찮겠지.
저기... MG3 맞지...?
아, Model L이 내 파트너구나?
생각보다 빨리 왔네?
Model L은 본 적 없는 MG3의 옷차림에 놀라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몇 마디 나눈 뒤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으으... 어째서 이런 일이!
Model L, 저 소리 들었어?
응, 분석 중이야... 식별 완료. MP40의 신호네.
좌표도 확인했어. 어서 가자!
1시간 후, Model L과 MG3은 MP40의 부탁을 해결하고 한숨 돌리려 했다.
하지만 기지개를 켜기가 무섭게, 다음 지원 요청 신호를 받았다.
Model L, 또 말썽이 생겼나 봐. 이번엔... 북서쪽의 보급소네.
나도 수신했어. 빨리 가자.
OK!
왜 이리 늦었어! 한참을 기다렸잖아!
흐흐, 온 게 지휘관이 아니라 실망했어?
무, 뭐!? 아니거든?! 지휘관이 오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지, 진짜라고!
MG3, 다들 뻔히 아는 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봐.
아... 또 지원 요청 신호가 들어왔네.
야,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았어. 어디 보자, 다음은...
MG3와 Model L은 신호원의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뭐가 다들 뻔히 아는 일이란 거야아아!
죄송해요, 제 옷은 제가 직접 찾으러 가야 하는데...
괜찮아, 이게 오늘 우리의 일인걸.
근데 AUG도 정말 대단하더라. 찾는 물건이 뭔지 바로 알아차렸잖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옷을 줬다니까?
MG3... AUG가 그건 비밀로 해 달랬잖아...
아차차! 미안 IWS,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줘. 아하하...
......
또 신세를 지고 말았군요...
야아아!!! 이게 뭐야아아!!!
또 어디에서 말썽이네.
아 진짜 쉴 틈을 안 주네... 잠깐이라도 수다 떨 여유도 없어.
으아아아악! 도움! 도우우우움!!!
이번엔 동시에 사건 발생이야?!
그러게...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사고가 더 자주 나는 것 같아.
넌 M870에게 가. 다른 쪽은 내가 맡을게.
알았어, 좌표 공유할게.
혼자 움직일 때는 조심해.
Model L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10분 후, MG3는 M870가 널브러진 곳에 도착했다.
이것 참 단단한 호박이네.
빨랑 꺼내 달라니까!
그럼 이럴 수밖에!
97식 산탄총이 총을 들었다.
잠깐잠깐, 다들 진정해 봐!
야 호크, 사람 가까이에서 총을 쏘려 하면 어떡해?
그럼 뭘 어째? 난 빨리 지휘관 찾으러 가야 한단 말이야.
그래, 지휘관! 지휘관이라면 분명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내가——
또 얼마나 기다리라고! 지금 상황 파악 안 되냐?!
대체 언제 꺼내 줄 셈이야?!
진짜 이게...
금방 갔다 올 테니까 5분만 더 참아!
같은 시각, 담력 시합장의 출발 지점.
호크랑 약속한 대로 시간을 내서 시합을 구경하러 왔는데...
이상하네... 여기에 이렇게 높은 계단이 있었나?
지휘관은 의아해하면서도 시합장의 계단을 올랐고, 그 꼭대기에 누군가가 있었다.
지휘관,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구나.
KSVK...?
아니야, 너는...
내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아. 오늘은 핼러윈인 만큼,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이런 오해를 부를 행위를 "서프라이즈"라 둘러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후후후, 걱정 마렴. 난 그저 너희들의 장난에 어울리고 싶을 뿐이니까.
그 말엔 미안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너의 전원을 내릴 수밖——으아악!!!
한걸음 위로 내디딘 지휘관의 발밑의 계단에 난데없이 구멍이 뚫렸다.
균형을 잃은 지휘관은 높은 계단의 옆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계단 바닥이 부서졌어!? 버러지놈들, 부실 공사도 정도가 있지!
이봐! 그리폰 지휘관!
...오호라,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었군. 그럼 굳이 나설 필요가 없지.
아직 포기하기엔 일러...!
......
지휘과아아안!
......
...무사하네?
뭐지? 뒤통수에 뭔가 부드러운 감촉이...
휴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이제 괜찮아 지휘관!
이제 보니 오늘은 보름달이 예쁘구나. 지휘관도 봐봐.
지휘관이 슬며시 눈을 떴고, 자신이 무얼 베개로 삼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바로 MG3의——
우왁!? 미, 미, 미안해!
지휘관은 허둥대며 벌떡 일어났다.
오, 그래?
그 말 들으니 무지 기쁘다!
어...?
그게 무슨 뜻이야?
나도 알아. 하지만... 난 인형인데...
왜 마인드맵의 연산 범주에 없는 짓을 하게 되는 걸까?
내가 싫어하는 이 "결함"으로 지휘관을 구했잖아.
그리고... 이걸 기쁘게 생각하다니.
나, 어디에 오류라도 생긴 걸까?
흐음, "결함"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
그건 인간과 똑같아서가 아닐까?
인간과 똑같다고?
그래. 만약 인간에게서 결함이 사라지고, 무슨 일이든지 척척 해결하고, 모든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면...
인간은 여전히 평화와 행복을 추구할까?
좋은 거 아니야? 적어도, 지금처럼 엉망인 세상보단 나을 거 같은데...
아니,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마음은 오히려 병들고 말아.
세상도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될 거야.
마음...?
응, 기뻐할 줄 아는 마음.
"결함"이 없다면, 삶에 대한 갈망도 생기지 않지... 그럼 평화와 행복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느낄 수 있겠어?
이미 엉망진창이 된 세상에 태어났으니... 자신의 "결함"을 메워 줄 것을 추구해야 해.
그리폰도 그래서 생겨난 거지.
......
하지만, 정말 인형도 똑같을까? 난 항상 이게 작아지기만 바라는데.
너 말이야...
지휘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MG3에게 다가갔다.
만약 네 그 "결함"이 정말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니?
그야, 더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지.
이거 때문에 장구류를 따로 교정할 필요도 없어지고, 전장의 최전선에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러니까 네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바로 인류의 행복이야.
으응? 내가 바라는 게...?
너 자신의 진심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네가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려는 거잖아?
그 "결함"을 인지하고, 스스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파악한 거지.
그래서... 날 구해서 기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런가...?
내 연산 모듈이 좀 낡은 거라 어렴풋이 밖에 이해하질 못하겠어.
그럼 이해하기 쉽게——
말하지 않아도 돼.
그래? 하지만 우린 인형이니까 꼭 인간의 철학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하하,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고민해야 하는 과제지.
나 스스로 고민해 볼게.
그래? 그럼 답을 찾게 되면 말해 주렴.
응!
밝은 보름달이 뜨고 별빛이 수놓은 밤하늘 아래서, 지휘관과 MG3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회장 안을 천천히 걸었다...
아마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
M870을 깜빡했다!
지휘관! 빨리 날 따라와!
무, 무슨 일인데?
호크가 M870을 쏘려고 해!
뭐라고!?
밝은 보름달이 뜨고 별빛이 수놓은 밤하늘 아래서, 지휘관은 MG3에게 전속력으로 끌려갔다...
아마 두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 좀 빨랑 이 망할 호박에서 꺼내 달라고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