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선녀
MG34
가구 전시회장 바깥.
정말 죄송해요, MG34 씨...
뭘 사과하고 그래? 네 잘못도 아닌걸.
그리고 가구 전시회 홍보쯤이야, 나 혼자서도 충분해.
안심하고 치킨 광고 촬영 열심히 하고 와.
네... 그래도 혹시 제가 도울 일 있으면...
꼭 제게 말해 주세요...
통신 종료.
언니, 정말 괜찮겠어여?
출발 전까지만 해도 그냥 단순한 새해 맞이용 의복 구매 임무였는데...
와서 보니까 내용은 완전히 바뀌고, 같이 간 동료는 다른 곳으로 차출되고...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전술인형으로서의 기본 소양이야.
게다가 가구 전시회를 홍보해서 손님을 끌어들이는 게 전부인데, 뭐가 어렵겠어?
나 혼자서도 문제 없을 거야.
전 그런 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여.
갑자기 익숙치 않은 임무로 언니가 힘들까 봐 걱정돼여.
그래도 언니가 괜찮다니, 분명 다 잘 될 거에여!
그래, 이 언니만 믿어.
넌 좋은 소식만 기다리면 돼.
네! 그럼 저도 군수지원 임무에 전념할게여!
통신 종료.
자아... 그럼 나도 이제 옷 갈아입고 시작해야지.
사람으로 북적이는 거리.
그러고 보니, 나 혼자서 인간과 직접 접촉하는 임무는 처음이네...
그래도 별문제 없겠지? 그냥 전시회를 홍보하는 거니까...
괜히 시비 붙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임무 방침은... 일단 인형에게 가구는 컨디션 향상을 위한 도구인데...
인간에게는...?
그리폰&크루거 안전계약사에서 새로 입고한 가구입니다! 우수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
100만? 아니죠~ 10만? 아~니죠! 첫 주 한정 특가가 무려 39,800 크레딧!
단돈 39,800 크레딧으로 이 가구를 저~언부 가져가실 수 있어요!
세상에, 시장가 50만인 상품을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가격을 깎은 거죠?
가게 망하라고 이러는 걸까요? 책임자 당장 나오세요!
천연 티크목 100%로 제작된 이 수제 책상 좀 보세요! 튼튼한 건 물론이고, 표면에 은은하게 감도는 이 광택! 그리고 천연 목재의 향기까지~
과연 경매에서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낙찰된 물건이라니까요!
오... 알았다, 아무튼 숫자를 강조해서 가구 자체의 가치로 눈길을 끄는 거구나.
구제척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방침은 정해졌으니 일단 제1단계 실시!
목표 지점으로 이동!
MG34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웅성대는 인파 속으로 돌입했다.
과연 대도시의 중심가... 행인의 밀도도, 교류 속도도 홍보하기에 최고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홍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역시 한 곳에서 자리 잡고 하는 편이 더 좋겠지?
카리나 씨가 사전에 노점 자리를 맡아 둬서 다행이야.
행렬을 따라가면서, MG34는 금세 일렬로 죽 늘어진 홍보용 노점가에 도착했다. 젊은 인간 여성 몇 명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열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신선한 장미와 촉촉한 갯벌, 그리고 상큼한 알로에의 향기를 함께 맡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 회사의 신제품 향수를 한번――
마지막으로 직접 펜으로 글을 쓴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시나요?
생활은 갈수록 편해져 가지만, 전자제품에 의존하기만 해서는 안 된답니다. 저희――
언니, 운명을 믿으시나여...?
엑... 경쟁이 저렇게 치열해? 카리나 씨가 명당자리를 확보했댔는데, 저래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겠어.
우선 저 포위망부터 뚫고 들어가야만 해. 모두 내가 전시회장으로 손님들을 보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죄송합니다, 실례할게요. 여기 제 자리예요.
그 말에 판매원들의 시선이 MG34에게 집중됐다. 적대심과 경쟁심을 한 몸에 받으며, MG34는 잔뜩 긴장한 채로 자신의 노점을 준비했다.
저기 언니, 뭘 홍보하러 왔어?
인간이 먼저 말을 걸어왔어! 예의 바른 태도로 대응...
안녕하세요, 저는 가구 전시회를 홍보하러 왔어요. 3차 대전 이전부터 전해져 온 고급 가구들인데...
와아, 이런 데에 고급 가구를 홍보하러 왔다고?
아, 고급이지만 비싸진 않아요. 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합리적인 가격? 그 합리적이란 기준은 뭔데?
동전 한 닢 없는 사람에겐 책 한 권 사는 것조차 사치인걸.
반대로 부자들에겐 자동차를 사고파는 것도 일이 아니잖아.
그건... 저...
당신네들, 또 신참 괴롭히기에여?
다들 파는 것도 다르면서 뭘 그렇게 경쟁하고 있어여.
휴우... 살았다...
하여간 남 걱정은 잘해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노점 하나가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계가 있다고.
노점이 늘어날수록 우리의 홍보 성공률도 떨어져.
아무리 저마다 파는 물건이 다르다 해도, 엄연한 경쟁 관계야!
내 말이!
그러니까, 시간 낭비 그만하고 다시 제 할일이나 하자고.
저... 어쩌면 서로 협력하는 편이 더 효율이 좋지 않을까요?
저 녀석들 겨우 신경 껐는데 다시 시비 걸지 마여.
언니는 언니의 가구 전시회 홍보 힘내세여.
네... 고마워요, 예쁜 아가씨.
헤헤헤, 천만에여. 저는 새이라고 해여.
엑, 4, 42?!
언니는 이름이 뭐에여?
어, 음, 저, 저는 34...
산삼...? 재밌는 이름이네여.
저기 저 인상 더러운 애들은 "헤인"이랑 "리히"라 해여.
모르는 사람한테 쓸데없이 함부로 이름 가르쳐 주지 마.
내 말이.
네에 네에, 됐으니까 다들 할일이나 하자고여.
네!
나도 지지 않을 거야...
인간과 직접 접촉한 적이 많지 않은 MG34는, 인간 여성이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내부 구조는 물론 생활 방식까지, 인형과 인간은 정말 많이 다르구나...
그런데... 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듯한 기분이지? 외모가 비슷해서 그런가?
아아, 잡다한 생각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임무가 있잖아!
안녕하세요, 현재 3차 대전 이전부터 전해져 온 고급 가구 전시회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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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혹시 고급 가구에 흥미 있으신가요?
가구 전시회?
3차 대전 이전의 고급품이라는데?
오, 쟤 치파오 차림이 예쁘네...
아아아, 손님들이 전부 저쪽으로 몰리잖아!
저거 반칙 아니야!? 몸매에 자신 있다고 망측하게 입기나 하고 말이야!
웃기고 있네여...
얼마 안 가, MG34의 노점은 수많은 행인들에게 둘러싸였다.
가, 감사합니다, 밀치지 마세요!
전시회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 이 QR코드를 스캔하면 확인하실 수 있어요!
그, 그리고 저는 상품이 아니에요...
고객 탈환을 위해, 헤인과 리히도 MG34의 포위망에 끼어들었다.
시시한 가구 말고 향수는 어떠신가요?!
우아한 장미향을 시작으로 바닷가의 짭짜름한――
으아악! 어디서 남의 얼굴에 대뜸 향수를 뿌려대!?
너무 빨라진 현대 생활에 지친단 느낌은 안 드시나요!? 조금 더 느긋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으신가요?!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쓰는 게 얼마나 낭만적인지――
우와악! 펜으로 내 눈 찌를 뻔했잖아!
뭐지? 내 고객을 뺏어갈 셈인가?
그렇겐 안 돼! 아무리 상대가 인간이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어!
그래...! 숫자로 눈길을 끄는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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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거 저 주세요!
방금 내 얼굴에 뿌린 거 봐줄 테니까 나도 하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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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 오늘 무슨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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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온갖 파격적인 제안에, 강물 같던 행인들의 행렬이 순식간에 해일로 바뀌었다.
미, 밀치지 말아 주세요!
꺄아아——!!
와글와글 몰려드는 인파에 휩쓸려, 사방에서 짓누르고 밀치는 통에 MG34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과한 판촉 전략이 역효과를 부른 건가?
설마 이대로 실패하는 건 아니겠지...?
42...
실패하게 되면 기지에서 무슨 면목으로 너를 보지...
세차게 고개를 젓고, MG34는 짓밟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인파 밖으로 빠져나오려 애썼다.
그때, 여린 손이 그녀를 붙잡고 사람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꺼내 주었다.
허억... 허억...
42... 아, 아니, 새이 씨? 고마워요...
별말씀을여.
혼란을 틈타 고정된 노점이 없는 홍보업자들까지 끼어들어, 광란에 빠진 시장을 가로챘다.
녹초가 된 MG34는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그 옆의 노점에는 마찬가지로 엉망인 꼴의 헤인과 리히가 늘어져 있었다.
......
제길, 겨우 잡은 고객마저 저 길거리 놈들에게 뺏겨 버렸어...
오늘 실적도 꽝인가...
역시... 역시 서로 협력하면 윈-윈 아닌가요?
왜 다들 이 지경이 되도록...
손님을 독차지한 게 누군데!
그리고, 넌 왜 그렇게 손님을 쉽게 모아?
홍보 멘트도 완전 아마추어던데...
저도 당신들처럼 열심히 일해서 마땅한 보답을 받은 거겠죠!
어...? 가까이서 보니까 너, 피부에 모공이 없잖아?
이목구비도 완전히 대칭에, 비율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좋고...
......
너 설마...
인형이었어?
제가 노력하는데 인형이든 인간이든 무슨 상관이죠?
인형은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아선 안 되나요?
......
여기선 인형 안 받아. 좋게 말할 때 얼른 꺼져.
전...
저기여 당신들, 지금 남의 대기열에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은 것도 모자라서 이 언니가 말도 못할 정도로 겁까지 주는 거에여?
인형이면 어떻고 인간이면 어떤데여? 다 장사하면서 실적 쌓으려고 나온 거 아니에여?
그리고 이 언니도 제대로 수속 절차를 밟고서 장사하는 거잖아여. 의심 가면 직접 확인해 보던가여.
자 산삼 언니, 얼른 노점을 다시 정리해여.
네...
괜찮아여 언니, 인형인지 인간인지는 일하는 데 아무 상관 없어여.
고마워요, 또 도움받았네요...
에이 뭘여, 언니를 보고 있자니 왠지 제 친언니가 생각나서 더 챙겨 주고 싶어지는 거 같아여.
당신도... 제 동생이랑 많이 닮았어요.
우와, 인형도 자매가 있나여?
언니의 동생은 어떤 사람이에여?
음... 장난기 많은 응석꾸러기예요.
헤헤헤, 제 언니도 자주 저보고 그렇다던데.
인간과 인형인데, 우리 되게 많이 닮았네여.
......
크흠. 어... 저기, 네 텐트 내가 다시 세워 놨어.
아까는, 그... 미안해. 짜증나서 마음에도 없는 심한 소리가 나왔어.
나도 미안...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다 일일 목표치 달성하려고 마음이 급하잖아, 이해하지?
......
접객 업무는 당신께 맡길게요.
그래도 언니가 괜찮다니, 분명 다 잘 될 거에여!
인간과 인형인데, 우리 되게 많이 닮았네여.
인간과 인형은 서로 알게 모르게 경쟁하는 관계가 되었다지만...
생각보다 닮은 점이 많구나...
이해해요... 받은 임무를 완수해서, 동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힘을 합쳐요.
엑?
뭐라고?
저는 지금까지, 제 소대와 함께 일해 왔어요.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요.
그러니, 우리도 각자의 상품을 하나의 세트로 만들어서 홍보하는 게 어때요?
그럼 우리 넷이서 같은 목표를 두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힘을 합치면, 손님이 어느 노점을 방문해도 모두의 상품을 소개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거 꽤 좋은 생각인데...?
오늘 피크타임도 얼마 안 남았어.
할 거면 당장 해보자고!
좋아여! 바로 시작해여!
그렇게 모두가 힘을 합쳐, 좁은 길목에 모여 있던 작은 노점 4개가 하나의 커다란 노점으로 탈바꿈했다.
주변에는 은은한 향기가 퍼졌고, 탁상 위에는 펜과 타로카드도 놓여, 방문객들이 MG34가 회장에서 가져온 고급 벤치에 앉아 무료로 점을 보거나 수필 엽서를 받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현재 무료 서비스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시간 되신다면 신제품 향수를 한번――
어서 오세요~! 무료로 점을 봐드립니다~ 사은품으로 수필 엽서도 받아 가세요!
행인들 사이에서 홍보하던 MG34가 고개를 돌려, 노점의 상태를 살폈다. 지금까지 수백 번을 했던, 임무 도중 대원들의 상황을 파악하듯이.
모두 열심히 하는구나! 인간이지만 어째선지 다들 내 소대원들 같단 느낌이 드네...
좋았어, 나도 힘내야지!
안녕하세요! 혹시 저희 행사에...
얼마 후, 통신기가 소리를 냈다.
MG34 씨, JS 9입니다. 수고하셨어요, 회장 방문객 수가 목표치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복귀하셔도 돼요.
...네,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통신을 종료하고, MG34는 시끌벅적한 연합 노점을 바라보았다. 세 인간 소녀들 모두 계속해서 몰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들의 오늘 실적은 걱정 없을 것이다.
MG34는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무언가를 느낀 새이가 번뜩 고개를 들었지만...
손님들 너머로, 그 인형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