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나의 거짓말
LWMMG
크리스마스 파티가 예정된 당일.
어... 내가 왜 잠들었지...?
LWMMG는 선물 더미 속에 파묻힌 몸을 일으켰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잖아. 서둘러서 일을 마치자.
선물 정리 작업... 응, 다 끝났다.
그럼 다음 일은...
저기, 계획은 어떻게 됐어?
이론상으론 완벽해.
마지막 단계를 시작하자.
OK. 이제 남은 건... 녀석뿐이구나.
...다음 할 일이 뭐였지? 해야 할 일이 아직 잔뜩 있을 텐데.
지금이야, 준비...
셋 세면 나가는 거야. 하나... 둘...
잠깐, 상황 발생!
럼 씨, 여기 계셨군요.
또 럼이라고... 아, 그전에 먼저 사과할게.
네?
내가 갑자기 캐시 메모리 정리를 진행한 탓에 선물 정리가 예정보다 1246초 늦어지고 말았어.
하지만 걱정 마, 지체된 시간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스프링필드가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요, 럼 씨.
이건 작전도, 임무도 아닌걸요. 겨우 20분 정도 늦어졌다고 아무도 럼 씨를 나무라지 않아요.
아니, 무슨 일이라도 진지하게 임해야 해. 그리고 아직 내가 할 일이 잔뜩 있을 거 아니야.
스프링필드는 드물게 뜸을 들이더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흐음... 먼저 럼 씨의 일정표를 확인하는 게 어때요?
일정표? 어... 어라? 내 일정표가 어디 갔지?
제가 마침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으니 없어도 괜찮아요. 제가 현장으로 안내할게요.
먼저 Zas 씨 쪽으로 가죠.
알았어.
같은 시각...
갑자기 이상한 여자가 튀어나와서 계획이 어긋나 버렸어... 어떡하지?
어휴 정말, 간발의 차이로 이렇게 됐네.
일단은 계획을 속행하자. 정 안 되면 저 여자까지 한꺼번에 해치우지 뭐.
그러니까... 저 여자의 것까지...?
그래, 같이 해치우는 거야.
스프링필드? 돌아왔구나.
네, 도와줄 사람을 불러왔어요.
LWMMG야, 도와주러 왔어.
양말 뜨개질 힘들죠? 럼 씨가 왔으니 좀 편할 거예요.
또 럼이라고...
에이, 임무에나 집중하자.
양말이라면 다 만들었어.
네...?
기지의 인형들 모두에게 나눠줄 분량을... Zas 씨 혼자서 다 만드셨다고요?
ZAS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나가던 동료가 도와줬어.
아하, 그렇군요.
근처의 한구석.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탐지되지 않을까? 저 여자한테 들키기 싫은데.
걱정 마, 기지 내의 탐지 시설쯤이야 나한테 걸리면 식은 죽 먹기라고.
해킹했어? 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는걸.
아니, 그냥 다 부쉈어.
......
아무튼, 최종 단계를 실행하자.
하나... 둘... 어?!
럼 씨,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하죠. 도움이 필요한 인형은 아직 많이 있으니까요.
어디 보자... NTW 씨에게 가볼까요?
알았어.
스프링필드는 LWMMG의 손을 덥석 붙잡더니 기지의 정문 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저 여자... 또 훼방을 놓다니...
분명 우리를 눈치챈 거야. 그 사람한테 연락해.
진심이야? 신중하게 생각해, 만약 그 사람이 협조하지 않으면...
나도 알지만, 저 여자를 막을 수 있는 건 그 사람밖에 없어.
너희... 그렇군, 눈싸움하러 왔지?
눈싸움이요...?
아뇨, 제설 작업을 도우러 왔어요. 청소해야 하는 공터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설? 아, 그건 벌써 끝났어.
다른 인형이 와서 도와줬거든. 그러니 여기서 눈싸움을 하든 뭘 하든 마음대로 해.
그럼, 여기선 도울 일이 없나요?
응, 지금 도움이 필요한 일은 없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무래도, 여기의 작업도 끝난 모양이에요. 이번엔 Five-seveN 씨에게 가보도록 해요.
스프링필드가 다시 LWMMG의 손을 붙잡고 걸음을 뗐다. 하지만...
잠깐, 스프링필드. 물어볼 게 있어.
무슨 일이죠?
나한테 뭐 숨기는 게 있지?
네가 다음 장소를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10dB 정도 높아지는 걸 확인했어.
나한테만 말하는 거라면, 일부러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잖아.
그러니... 넌 지금 다른 누군가에게 다음 이동 장소를 알려 주려는 거야.
하하... 럼 씨는 역시 예리하군요.
역시나. 가는 곳마다 누가 선수를 쳤는데, 그 작업들 다 네가 일방적으로 받으려는 것들뿐이었어.
대체 무슨 꿍꿍이속이야?
좋은 질문이네요, 하지만 다른 속셈을 품은 사람은 제가 아니랍니다.
직접 설명하자면 길어지니, 같이 직접 보러 가요.
스프링필드는 어디론가 통신을 보내고, LWMMG와 함께 이번엔 Five-sevN이 있는 로비로 이동했다.
어머나, Five-seveN 씨가 흡족한 표정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없네요.
아무래도 청소가 다 끝나서 먼저 떠났나 봐요.
이건 대체...
지휘관, 여기서 뭐 하고 있어?
그리고... SAW랑 Mk48은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거야?
아하하...
지휘관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네 일을 도와주고 있었어.
뭐어?
그게 그러니까...
......
SAW와 Mk48이 계속 나 몰래 내가 맡은 일을 대신 했다니...
스프링필드는 그 점을 눈치채고 일부러 다음 장소를 크게 말했구나.
하지만 지휘관까지 부를 줄은 몰랐어요.
이해가 안 돼, 왜 저 둘이 내 일을 대신 했지?
분명 내 임무인데...
얘들은...
M249 SAW와 Mk48은 지휘관의 어깨에 기댄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네 부담을 덜어 주고 싶었던 거야. 여태까지 너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며?
그래서 네가 오기 전에 일을 해치웠어. 널 돕겠다고 다른 약속까지 미뤘다니까?
일이 다 끝나면 파티에 같이 가자고 초대할 셈이었다는데... 그러긴 힘들겠네.
뭐야 그게... 그럼 나한테 직접 말하면 됐잖아. 왜 이렇게 몰래...
자기들이 나서서 럼 씨의 일을 돕는 모습을 들키면, 럼 씨가 분명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려고 고민할 테니까 그런 거겠죠.
이런 식으로 럼 씨에게 빚을 지울 생각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
스프링필드, 그렇게 다 말해 버리면 얘들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잖아.
천만에요, 애당초 다 둘이 해야 할 일이었거든요.
뭐...?
아하... 그런 거였구나.
네, 럼 씨 생각대로예요.
잠깐만, 이젠 내가 궁금해졌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지휘관님, 럼 씨, 그리고 Mk48과 SAW 모두 제게 속았답니다.
럼 씨에게 말한 작업은 사실 처음부터 Mk48과 SAW가 해야 할 일이었어요.
다른 약속이 있다느니 한 말도 그냥 일하기 싫어서 핑계를 댄 거였고요. 근무태만을 두고 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파티 준비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나도 일정표는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못 찾은 거였어.
자아, 이제 준비 작업도 거의 다 끝났으니, 미리 여러분께 메리 크리스마스.
파티 시간에 늦으시면 안 돼요~
나까지 스프링필드한테 속았다니... 무시무시한 잔머리네...
스프링필드, 잠깐만. 의문이 한 가지 더 있어. 그 계획엔 치명적인 불안정 요소가 있어.
만약 내가 도중에 내가 맡은 일이 선물 정리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어떡할 셈이었어?
럼 씨, 눈치가 빠른 것이 가끔은 독이 되곤 한답니다. 정말로 답을 듣고 싶으세요?
일상에서의 불안정 요소는 작전 수행 시 적에게 이용당할 위험성도 있으니까, 없애고 싶을 뿐이야.
좋아요, 그럼 힌트를 드릴게요.
럼 씨가 왜 캐시 메모리 정리를 했는지 떠올려 보세요.
내가 잠깐 잠든 이유... 이상하다, 왜 안 떠오르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면 힌트를 하나 더 드릴게요. "속임수".
자아, 여기까지니까 더 이상 캐물어도 대답 안 할 거예요.
뭐, 뭐라고?
속임수?
그러고 보니, Mk48이 양말 뜨개질이랑 제설 작업을 하러 갔을 땐 이미 거의 다 된 상태였다 했지?
우리도 여길 청소할 때 단순하게 대걸레질밖에 안 했고...
——!
무서운 생각이 LWMMG의 머릿속에서 스쳤다.
설마, 내가 두 사람에게 어울려 주려고 일부러...?
내가...
으음, 역시 힌트를 너무 많이 줬나 보네요.
곤란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럼 씨. 그냥 제가 멋대로 지어낸 거짓말이었어요.
어?
아니, 정말로 다 거짓말이라면...
제 거짓말을 믿으셔도 되고, 두 사람이 깨면 진실을 물어봐도 돼요.
하지만 부디 럼 씨와 어깨를 맞대는 분들을 더 믿어 주세요, 그도 그럴 게――
우리의 결속이 내 힘의 원천이야. 그러니까 안심해, 나는 계속 나아갈 테니...
어라...? 왜 이 말이 떠오르는 거지...?
갑자기, LWMMG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머릿속에서 치열한 전투가 스쳐 갔다. 빗발치는 총알과, 쓰러진 동료들...
LWMMG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MK48과 M249 SAW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럼 씨, MK48과 SAW 씨가 어디 갔는지 아시나요?
알고 있어, 방금부터 통신 채널에서 어떻게 나 몰래 대신 일을 해줄지 토론하는 중이야.
어머나... 그럼 왜 말리지 않는 건가요?
이유가 좀 있어서, 나도 그 둘의 "계획"을 성공시키고 싶어.
물론 그 둘이 아직 자기 일을 마치지 않은 것도 알고 있어, 그 둘의 일도 내가 책임지고 마칠게.
과연 럼 씨는 너무나도 상냥하다니까요... 계속 그렇게 무리하다간 마인드맵이 무너지고 말 거예요.
이번 파티의 책임자로서, 그 의견은 절반만 동의하겠어요, 그 둘의 일은 그 둘이 직접 해야 해요.
이렇게 하죠, 럼 씨.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나요?
나 자신을 속이라고?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란 말이야?
네, 그 속임수로 모두의 소원을 이룰 수 있어요.
그랬구나, 난 자신을 속인 거였어.
이 둘에게 그 전투의 기억은 없는 거야?
그건...
...아니, 신경 쓰지 마. 그냥 혼잣말이야.
나도 아무 기억이 없어.
지휘관, 업무 일정 일부를 유예해 줄 수 있을까? 얘네가 깰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남은 크리스마스를, 둘과 함께 즐기고 싶어...
물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