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향해서
G36C
그리폰 기지.
그럼,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니?
아뇨, 그게... 이걸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그러니까...
G36C는 결국 말꼬리를 흐렸고, 대신 홍보 전단지를 G36에게 건넸다.
"웨딩드레스 패션쇼"... 그렇구나. 그리폰의 얼굴마담으로 선정된 걸 축하해.
설마 지휘관님께서 제게 이런 임무를 맡기실 줄은 몰랐어요.
언니도 작년에 비슷한 임무를 맡으셨으니, 혹시 특별히 주의할 점이라도 있나 여쭤보려던 거예요.
그런 거 없어.
...네?
주인님께서 널 지명하셨으니, 너는 그저 임무 기간 동안 시간 맞춰 현장에 도착하면 돼.
나머지는 스태프분들의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아니, 그런 것 말고요... 사전에 준비할 점 같은 건 없나요?
없어. 디테일은 좀 다르겠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스태프분들 모두 전문가에 업무에도 충실하니까, 다 알아서 처리할 거야.
언니가 그렇게 말해도... 대체 뭘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골치 아파요.
제게 이런 임무는 전투보다 훨씬 난감한걸요...
도저히 자신이 없으면... 지휘관님께 전 이 임무에 부적격이라고 말씀드리는 게 나을까요?
그렇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적격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아니라 그쪽의 전문가들이 판단할 거야.
네가 생각하는 만큼 거창한 일도 아닌걸? 그리고...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G36C의 얼굴을 보니, G36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우리 전술인형에게 있어 그리폰에 오기 전 쌓은 경력을 제외한다면, 이런 전투가 아닌 경험을 얻는 건 정말 드문 일이잖니.
모처럼 받은 민간 의뢰니까, 이왕이면 새로운 걸 배울 기회라 생각하고 힘내렴.
힘... 내볼게요.
며칠 후, 분장실.
움직이지 말고, 그 자세로 가만히 있어, 옳지...
......
어...? 지휘관님...?!
문을 열기가 무섭게 쏟아져 나온 눈부신 하얀 빛 때문에 잠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은빛 머릿결에 뽀얀 피부를 지닌 G36C가 새하얀 비단옷을 입었으니, 그녀 자체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한참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방 안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보, 보시면 안 돼요! 아직 준비가...!
다 됐다.
네?
사전에 수치를 재보긴 했지만, 역시 실물에 입히고 본 다음 수정하는 편이 낫겠네.
한번 일어나서 움직여볼래?
아, 네.
방을 계속 돌아다녀 보고, 불편한 곳 있으면 스태프한테 미리 말해주렴.
그럼 난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도구함을 정리한 뒤, 다음 작업 현장을 향해 달려나갔다. 덕분에 방에는 나와 G36C 단둘만 남게 되었다.
정말 예쁘구나.
다, 다 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분들 덕분이에요.
그래도 내용물도 아주 중요하지.
지휘관님...
그 말에 G36C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였고, 뺨도 살짝 발그레해졌다.
멋진 드레스네.
네, 카탈로그의 홍보 문구를 봤을 땐 너무 과장된 글이 아닌가 했는데... "신부의 꿈을 전부 이루어준다"라는 게 허풍은 아니었나 봐요.
그럼 네 꿈도 이루어졌니?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그래도 꽤 즐거워요.
그것보다, 지휘관님이 왜 여기 계세요?
이번 임무는 우리 회사의 이미지에도 매우 중요한데다, 너희가 무대에 오르는 만큼 나도 끝까지 지켜봐야지.
너도 이런 임무는 처음이지? 새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소감은 어때?
언니가 말한 것처럼,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전문적이고 진지해서 거의 다 그분들이 알아서 해주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뭔가 잘못한 점은 없는지 계속... 걱정이 돼요.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노력만으론 부족한 일도 있는 법이란다.
하지만...
협력이란 따지고 보면 마치 연애와도 같은 거야. 아무리 혼자서 열심히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지. 사랑이 맺어지기 위해선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야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사랑을 바치기만 해서는 안 돼.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선 그리폰과 기획사가 함께 노력해야 하고, 실패하더라도 양측이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하지.
물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넌 그저 용기를 내서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충분해.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저를 격려하려고 이렇게 특별히 시간까지 내서 오신 거였군요.
자, 어서 가봐. 난 무대 아래서 지켜볼 테니, 지금까지의 노력의 성과를 모두에게 보여줘.
G36C는 고개를 끄덕이곤, 분장실을 나섰다.
얼마 후,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G36C가 런웨이에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수한 카메라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너무나도 눈부신 광경에 눈을 똑바로 뜨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하고 있구나, G36C.
......
런웨이가 끝나 다시 분장실로 돌아가니, 장미 부케를 든 G36C가 종종걸음으로 뛰어와 나를 반겨주었다.
지휘관님! 보셨어요? 오늘 제 모습은 어땠나요?
솔직히... "나아졌다"라고 말하긴 어렵네.
아... 제가 너무 들떴군요... 죄송해요...
하하, 그런 뜻이 아니라, 넌 처음부터 더 나아질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는 말이야.
정말요...? 계속 노력이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런웨이에서도 어떻게 보였는지 자신이 없었는데요...
노력해서 나아질 수 있는 일이라도. 80점에서 90점으로 오르려는 노력과 90점에서 100점으로 오르려는 노력은 차원이 달라.
그리고 네가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더는 오를 곳이 없을 정도라는 뜻이란다.
네게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는 용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널 이번 임무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안심이에요... Vielen dank, 지휘관님.
참, 한 가지 더 여쭈어도 될까요?
그래? 말해보렴.
지휘관님은, 지금 제 모습과 평소의 제 모습 중... 어느 쪽이 더 좋으세요? 말해주실 수 있나요?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더 아름다워.
아... 그건 의외의 답변이네요...
전장에서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보여.
후훗, 저도 동감이에요. 전장이 제 진정한 무대이니까요.
언제 어디서든지 최고로 아름다워 보이는걸?
우으... 지휘관님, 정말 비겁하시네요...
아무튼, 오늘 지휘관님의 말씀에 많은 걸 배웠어요.
앞으로도 저희를 이끌고 나아가 주세요. 저도 최선을 다해 지휘관님을 따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