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공주와 무표정 오소리
PDW
이 생쥐 녀석!!!
거기 안 서!?
......
모처럼 만의 크리스마스인데, 가능하면 아침부터 골머리 썩이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건만.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야?
소란스럽길래 와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복도가 엉망진창이군...
아, 지휘관... 드디어 왔구나.
AA-12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에, 나를 보자마자 해방이라는 듯이 한숨을 쉬는 걸 보니, 아무래도 한참을 시달린 모양이네.
AA-12... 그럼 방금 그 소리는 역시 MP7이니?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나도 몰라. 아무튼 직접 가서 확인해.
난 말려들기 싫어...
그래, 네 심정은 이해해... 벌써 어떤 일인지 대충 짐작은 간다만.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아껴둔 막대사탕이 계속 없어지는 것 같다 싶었더니, 역시 네 생쥐 짓이었어!
베이트한테 생쥐라니 말 다 했어!?
거 봐, 저 둘이지...
자 자... MP7, 허니뱃저, 둘 다 그만 소리지르고 진정해. 여기서 내 사무실까지 다 들리더라.
우선,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아, 사육사 씨! 내 말 좀 들어봐!
글쎄, 이 생쥐 녀석이 자기 애완동물이 내 사탕을 훔치는 걸 알고도 방치하고 있었지 뭐야!
베이트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내 파트너라고! 그리고 누구더러 생쥐라는 거야! 그 전에 네가 먼저 베이트를 때렸잖아!
싫어!
그럼 이걸 참으라고?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고작 사탕 가지고 뭘 그래?
고작이라고? 너 말조심해라!
왜, 내 말이 틀렸어? 어린애도 아니고 겨우 사탕 가지고 노발대발이라니, 창피하지도 않아?
뭐야!?
그만!
양보는커녕 아주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우네, 이걸 어떡한다...
그나저나, 베이트는 또 왜 하필 MP7의 사탕을 훔친 거야? 일부러 화나게 하려고?
너희 둘, 사이가 나빠도 너무 나쁜 거 아니야...?
당연하지! 이 녀석이 제일 질색이야!
사돈 남 말 하시네.
너어어어!
둘 다 조용!
이번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는걸. 얘들아, 내 말 잘 들어...
......
지휘관이 두 인형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뭐라고?!
사육사 씨 머리 다쳤어? 왜 내가 내 사탕을 훔친 녀석한테 선물을 줘야 하는데?!
저도 이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죠?
이딴 녀석과는 선물을 교환해봤자라고 생각합니다!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진정해.
이런 식으로 둘이 계속 다퉈봤자 끝이 없잖아?
그러니, 그럴 바에야 공평한 조건으로 승부를 가리는 게 좋겠지. 그리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지?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잖아.
잘 알고 있네. 크리스마스에 결투장을 열기는 싫으니까, 명절 분위기에 맞는 방식으로 대결하는 게 낫지 않겠어?
시간제한은 오늘 밤 자정까지, 상대가 찍소리 못할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진 사람은 이긴 사람한테 제대로 사과하고.
싫어! 내가 왜 이 생쥐 녀석한테 시간과 돈을 들여서 선물을 줘야 해?!
MP7...
설마, 이런 식으로 겨루면 못 이길까 봐 그래?
......
뭐어?
걸려들었다.
바보는 아니지만, 도발에 너무 쉽게 넘어간다니까.
잘도 그렇게 말했겠다... 사육사 씨 간이 부었구나?
좋아, 하자고! 누가 질까 봐!?
야, 생쥐! 목이나 깨끗이 닦아 두라고!
지휘관의 도발 아닌 도발에 넘어간 MP7은 씩씩대며 떠났다.
......
시선이 따갑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승부를 내는 것 자체에는 이의 없습니다. 어떤 방식이라도 저와 베이트는 지지 않아요.
지휘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이상,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녀석에게만큼은 절대 지기 싫으니까요.
......
전부터 궁금했는데, 너랑 MP7은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
글쎄요... 원한이 있다 할 정도는 아니라 봅니다.
그저, 성격차가 조금 있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 수준이 아니잖아...
MP7의 성격이야 원래부터 저랬지만, 나쁜 아이는 아니란 건 너도 알잖니.
그리고 허니뱃저 너도 항상 믿음직하고... 그래 그래, 베이트 너도.
그래서 저희를 "선물 교환"으로 화해시키려 하시나요?
뭐, 그런 셈이지. 승부는 그냥 핑계고, 가능하면 너희가 이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사이가 좋아지길 바라.
너희가 하루가 멀다고 싸워대서 골치 아프다고.
지휘관님의 견해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역시 헛수고일 거라 봐요.
어째서?
그 녀석이 진지하게 선물을 준비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냥 안 쓰는 물건 중에서 대충 적당한 걸 가져오거나, 저질스런 함정 장난감으로 절 골탕 먹이려 들걸요?
정말 그럴까?
걱정하시는데 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만..
저와 녀석의 악연은 그렇게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더 걱정되잖아.
난 MP7이 그런 짓을 하리라곤 생각 안 해.
말했지? 성격이 좀 삐뚤어지긴 했어도, 나쁜 아이는 아니라고.
흐음... 저 녀석을 아주 신뢰하시는군요.
지휘관인데 너희 모두를 믿어 줘야지.
그건 너도 예외가 아니야, 너희들 중에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어.
그럼, 저와 내기하시겠어요?
내기?
녀석이 과연 진지하게 선물을 준비해 올지요.
...그런 건 내기할 정도는 아니라 보는데.
저희를 믿는다 하셨잖아요.
그럼 한번 보자고요. 지휘관님의 신뢰가 옳은지, 저와 녀석 사이의 갈등이 더 심한지를요.
만약, 지휘관님이 이기신다면...
이긴다면?
...아직은 비밀이에요.
뭐? 비밀이면 그게 무슨 내기야?
그래도 네가 납득할 수 있다면야 받아 주지.
그 대신, 너도 약속 하나 해 줘야겠어.
무슨 약속이요?
너도 진지하게 MP7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 올 것.
애당초 이번 일은 베이트가 MP7의 물건을 훔친 게 잘못이잖아.
승부와는 상관없이, 그 일은 꼭 사과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지휘관님을 민망하게 만들진 않겠어요.
하지만, 녀석이 절 망신 주려고 한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허니뱃저도 떠났다.
으음... 좋은 결과를 기도할 수밖에 없나.
두 사람의 사이가 얼마나 엉망인지는 알겠지만, 좋은 계기가 있다면 화해할 방법이 있을 거야.
둘 다 내 의견을 받아준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지.
나머지는 밤까지 기다리자.
......
그나저나 AA-12, 너 아직도 거기서 뭐 하니?
......
알면 좀 먼저 돌려보내 주지 그랬어...
크리스마스 밤.
지휘관님.
들어오렴.
실례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도착한 모양이군요. 그럼 제가 이겼나요?
아니 승부 내용은 그게 아니잖아.
그리고, 승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아침에 말했을 텐데?
글쎄요, 그 녀석한테는 승부가 전부일걸요.
너도 전혀 질 생각이 없어 보이는걸 뭐... 그래서, 어떤 선물을 준비했니?
당사자가 오기 전까진 비밀로 하겠습니다.
정말 선물을 꺼내야 할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만약 녀석 쪽에서 먼저 규칙을 어기려 든다면, 저도 다른 수단을 동원할 겁니다.
벌써부터 싸울 생각 만만이네... 그래도 일단은 안심이다, 적어도 선물은 제대로 준비했단 뜻이지?
물론이죠.
어디의 어린애 같고 유치해 빠진 녀석이랑은 다르니까요.
누가 어린애 같고 유치하다는 거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오는군요.
두 형용사 다 같은 뜻 아닌가...?
남 몰래 뒷담화나 까고, 너 말이야...
그래서 네가 질색이라고.
MP7는 여전히 화가 덜 풀린 상태였지만, 그 이상으로 시비를 걸진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평범한 크기의 선물 상자가 들려 있었다. 포장은 조금 어설펐지만, 그래도 꽤 예쁘게 꾸몄다.
허니뱃저도 이를 눈치챈 듯, 놀란 표정이었다.
크흠.
MP7, 허니뱃저를 찍소리 못하게 할 선물은 준비했니?
흥,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난 어떤 임무라도 완벽하게 완수한다고, 바보 사육사 씨.
허니뱃저가 살짝 동요했다.
흥... 말만 그럴싸하게 해 놓고, 깜짝 상자 같은 거로 날 놀래킬 생각이지?
쟤 아직도 저러네...
뭐, 확실히 생쥐한테는 쥐덫이 어울리지. 하지만 그것보다 승부에서 지는 게 더 싫어.
그리고... 사육사 씨가 말했잖아, 오늘은 크리스마스라고.
분위기 망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MP7이 선물 상자를 허니뱃저에게 건넸다.
......
이거 열면 폭발하는 거지?
당연히 아니지!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무슨 선물이니?
머리핀이랑 리본.
생쥐 녀석, 아침부터 요상한 옷을 입었잖아.
그래서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어울리는 물건을 준비했지.
내가 직접 만든 거니까 감사히 받으라고!
아하... 확실히 어울리네.
그럼, 허니뱃저는?
......
...자.
잠깐의 침묵 후, 허니뱃저도 정성껏 포장한 상자를 베이트의 등에서 떼어 MP7에게 주었다.
흥, 네가 뭘 준비했든 날 이길 수 있을 리가... 뭐야 이거?
막대사탕.
뭐?
내가 특별히 만든 크리스마스 사탕이야.
아침에 베이트가 네 사탕을 훔쳐 먹었잖아?
사과하는 뜻으로 주는 거니까, 그만 베이트를 용서해 줘.
네가... 나한테... 사과라고...?
뜻밖의 일에 MP7이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허니뱃저도 조금 민망했는지,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이제 생각이 좀 바뀌었니?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지휘관님이 옳았어요.
대화해본다면, 사이 나쁜 너희라도 분명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MP7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줘서 나도 기뻐.
신경 좀 썼구나?
지휘관님께서 저희를 이렇게 아껴 주시니, 저도 감사합니다.
저 녀석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준비하느라 머리를 좀 쓰긴 했습니다만... 이걸로 저희가 좋은 친구가 되리라 생각되진 않아요.
그래도 지휘관 말씀처럼, 뭐든지 첫걸음부터 내디뎌야 하는 법이겠죠.
허니뱃저가 다른 상자를 꺼냈다.
지휘관님과 한 내기도, 제가 졌습니다.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오, 나한테도 선물이야?
네.
아직 분위기가 괜찮은 참에 빨리 드려야죠.
지휘관님,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고맙게 받을게.
......
......잠깐만.
아직 분위기가 괜찮은 참에? 그게 무슨 뜻이야?
퉤에엣!
MP7...? 왜 그래, 사탕에 문제 있어?
히이이이익!! 입안에서 뭔가가 톡톡 튀어다녀!!!
사육사 씨! 벌레! 입안에서 벌레가 튀어다녀어어어어!!!
진정해 MP7! 그거 벌레가 아니라 팝핑 캔디야! 허니뱃저 너 이 녀석!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가자 베이트!
너 거기 안 서!?
으에에에 더 많아졌어어어어 안 돼, 내 혀 물면 안 돼애애애!!!
넌 진정하라니까!
분위기는 바로 혼란해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지기엔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