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의 꿈
Thunder50
......
그리폰 숙소.
[전술인형 썬더, 새로운 일정이 배정되었습니다.]
[일정 내용 - 내일 열릴 연회에 참석할 것. 세부 사항은 첨부 파일을 참조.]
[추가 사항 - 예복을 입고 참석할 것.]
새로운 임무...
실수 없이 완수해야 해.
[지휘관 송신.]
(지휘관님? 왜 지금 연락을...)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퇴근하지 않으셨나요? 혹시 야근 중이신가요?
네가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되서. 뭐... 야근이라면, 야근이라고 할 수 있지. 추가 수당은 없지만.
오해요? 임무가 아닌가요?
역시나. 그래, 임무가 아니야. 그냥 편하게 놀고 오면 돼.
다른 인형들도 함께 가겠지만, 굳이 함께 행동할 필요는 없어.
놀러 가라고요?
일하지 않고, 편하게 놀아라...
그럼, 휴가인가요?
맞아.
친구를 데려 가도 될까요?
그 친구가 임무 중이 아니라면야 얼마든지.
누굴 데리고 가고 싶은데?
캘... M950A요. 시간 되나요?
확인해볼게.
카리나, 이번 연회에 M950A도 참석할 수 있을까?
M950A요? 어디 어디... 아... 딱 그날 파견 임무가있네요.
돌아올 때쯤이면 연회도 다 끝난 무렵일 거예요. 아까워라.
...일정을 수정할 수는 없나요?
미안해 썬더, 벌써 출발했어. 조금만 더 빨리 말하지...
어쩔 수 없겠네. 다른 사람은 없니?
없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가서 그 애 몫까지 실컷 즐기고 오렴. 아, 물론 그리폰을 대표해서 참석하는 거니까 적당히 눈치보면서.
...알겠습니다.
예복을 갖춰 입고 집합 시간에 맞춰 가겠습니다.
친구랑 같이 못 가서 속상하니?
괜찮아요.
이미 정해졌으니, 참석하겠습니다.
알았다.
그래도 즐겁게 놀기를 바라, 썬더.
지휘관과의 통신이 종료됐다.
썬더는 침대에 누워, 둘만의 통신 채널을 열었다.
지휘관님께서 나보고 연회에 참석하래.
[통화 상대가 임무 중이므로 통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너와 함께 가고 싶어.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응답이 오길 기다렸다.
10분... 20분...
통신 채널에선 아무 응답도 들리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나고... 썬더는 눈을 감았다.
[새로운 통신 요청을 받았습니다.]
[연결 중...]
아, 그 주년 연회 말이구나? 좋겠다. 아쉽지만 난 그때까지 못 돌아갈 것 같아. 이번 임무가 좀 성가셔서 말이지... 그래도 제시간엔 돌아갈 거야!
잘 즐기고 와, 정말 어쩌다 한 번 있는 기회니까.
......
지휘관님은 많이 즐거워 보이셨어. 나도 연회에서 즐겁게 놀기를 바라셨고.
하지만...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간단해. 연회는 자신을 마음껏 표출하는 곳이니까,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나도 그렇게 했어.
하지만 난 하고 싶은 일이 없는걸.
하긴, 지금 당장 정하긴 힘들지.
평소에 하고 싶었는데, 기지에선 하지 못했던 일이 있으면 연회에서 하면 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즐기다 와!
알았어.
이런, 적이 또 나타났네.
지금 전투에 집중해야 하니까, 다음에 보자.
응.
참, 나 돌아가면 연회에서 있었던 일 전부 다 말해줘야 해, 알았지?
그럼 나도 같이 간 거나 마찬가지잖아.
[통신 종료.]
응, 그럴게.
[통화 상대가 임무 중이므로 통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다음날 밤.
연회가 시작되자, 항상 도도한 모습이던 사람도 그 뜨거운 분위기에 웃고 떠들며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썬더를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일 줄 알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를 발견했다.
디저트 코너 옆에서 요리사 차림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의외의 모습에, 난 곧장 끼어들지 않고 요리사가 떠나기를 기다렸다.
안녕, 썬더.
아, 지휘관님.
손에 든 접시는 디저트가 잔뜩이었고, 표정도 상당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방금까지의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표정은 순식간에 평소의 사무적인 얼굴로 돌아와서, 순간 내가 잘못 본 건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정말 예쁜 옷이구나.
감사합니다. 오늘 지휘관님도 정말 멋지시네요.
즉답이네... 사전에 매크로 답변이라도 설정했나?
얘가 그리폰에 오기 전에 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런 설정이 남아있을 법도 하고...
디저트는 어때, 맛있어?
이거랑, 이거랑, 그리고 이거랑, 또.... 네, 다 맛있어요. 지휘관님도 맛보시겠어요?
"씁쓸한 로큰롤"입니다. 드셔 보세요.
"씁쓸한 로큰롤"? 아까 그 사람이 요리사인 거 같은데, 네이밍 센스 참 독특하구나.
제가 지은 이름이에요.
어... 그렇구나. 잘 먹을게.
......
와, 엄청 맛있네.
저도 맛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세 번째 절색"이라 이름붙이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이건 "퍼피 샌드"고요. 이 동그란 거 두 개는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요.
하하, 다 재밌는 이름이네. 나름대로 연회를 즐기는 거 같아서 안심이야.
방금 그 요리사분이 주셨습니다. 아직 이름도 정하지 않은 시작품이래요.
이렇게 맛있는 걸 이름도 모르고 먹기엔 너무 아까워서,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먹으려고요.
나중에 오늘의 일을 떠올리면, 이것들의 이름도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지휘관님?
제 언행이 부적절했나요?
아, 그런 게 아니야.
정말... 낭만적이어서.
그리고 몇 년 전의 주년 행사 때, 캘리코도 그렇게 낭만적인 일을 했던 게 떠올랐거든.
무슨 일을 했나요?
궁금해요.
음...
파티의 막바지 무렵에, 아주 격정적인 노래로 꾸벅꾸벅 졸던 사람들을 다 깨웠어.
대뜸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모두들 내 노래를 들어줘!"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면서 말이야.
덕분에 분위기도 다시 불타올랐고... 지금 다시 떠올려도 눈부신 모습이었지.
그런 캘리코가 정말 좋아요.
모두에게 이쁨받는 아이지. 너도 그렇고.
이쁨받는 아이...
칭찬인가요, 아님 다른 뜻인가요?
그야 당연히 칭찬이지. 왜?
그럼 여기요.
썬더는 흉터투성이인 팔을 내게 불쑥 내밀었다.
...응?
참을 수 있어요. 지휘관님 마음대로 하세요.
아...
그런 뜻이 아니야. 여긴 네 "예전 직장"이 아니야, 썬더.
네가 거기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 그리고 난 절대 그런 짓을 네게 하지 않아.
썬더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래... 인간들 중엔 그런 놈들도 있지. 인형에게만이 아니라, 같은 인간에게까지 그런 역겨운 짓을 하는 쓰레기만도 못한 놈들이.
하지만 그리폰엔 그런 놈은 없어. 예쁜 옷을 마음껏 입고, 맛있는 디저트도 실컷 먹으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이 "씁쓸한 로큰롤"... 쓴 커피 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처럼, 앞으로는 달콤한 것들을 맛볼 수 있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절 위로하시는 거군요.
하지만 인형은 위로할 필요 없어요.
네게 사실을 일깨워 주려는 거야.
네가 과거에 겪었던 일은 그리폰에선 일어나지 않아.
내가 너에게 명령을 내린다 해도...
전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를 겁니다.
...네가 바라는 행복을 좇으라고만 명령하겠어.
왜 그런 명령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명령이라면 노력하겠습니다.
그걸로 네가 편해진다면, 명령이라 생각하렴.
그럼, 계속 디저트에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요?
물론이지. 휴가 동안엔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잖니.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렴.
알겠습니다...
...응? 썬더, 총은 왜 꺼내니? 도로 집어넣―― 으아아 멈춰! 여기서 쏘면 안 돼!!!
......
[썬더 님이 통신을 요청했습니다.]
[통신 연결 중...]
나 돌아왔어.
나도 지금 가는 중이야.
연회는 어땠어? 즐거웠어?
응, 즐거웠어.
아주 시끌벅적했지만, 편안했어.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했어.
그거 다행이네. 뭘 했는데?
훌륭한 요리사를 만났고, 디저트에 이름도 잔뜩 지어줬어.
사람과 인형들이 많았는데, 나하고 비슷한 인형을 보았어... 와인색 치마를 입은 예쁜 인형이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애였어.
괜찮게 즐기고 왔구나.
참, 너 지금 숙소야?
아니. 디저트에 이름을 지어준 보답으로 요리사가 선물을 줬어.
숙소에서 간식 먹는 건 안 좋으니까 카페에서 기다리는 중이야.
지휘관님이 휴가 중엔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어. 아직 휴가가 안 끝났으니까, 너에게도 맛을 보여주고 싶어.
달고 맛있어. 총알이 마인드맵을 꿰뚫는 것처럼 맛있어.
[통화 상대가 임무 중이므로 통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
카페의 문이 활짝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 익숙한 모습은, 비록 상처투성이였지만 활기차고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다녀왔어!
...어서 와.
어디 보자... 이 상자 맞지?
얼마나 맛있길래 네가 이름까지 다 지어준 거야?
그럼 포장 뜯는다?
...썬더?
......
아, 안 돼! 카페에서 총 쏘면 안 돼――!!!
그날 밤, 기지에 울려퍼진 한 발의 묵직한 총성에 소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난 자신의 급여로 수리비를 지불한 썬더를 뭐라 나무랄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미소로 수리비 청구서에 서명을 했으니, 분명 좋은 일이 있었던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