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동백꽃의 특별 서비스
APS
어느 도시의 카페.
으음... 그게... 어...
왜 그래? 안절부절못하다니 전혀 너답지 않은걸.
그야... 그건... 아하하...
따로 시간 내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자아 그럼,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추가 비용까지 내고 직접 보자 했잖아, "미스 동백꽃".
으아아 그렇게 부르지 마!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
며칠 전.
자신의 숙소에서, 스테츠킨은 단말기의 화면을 계속해서 새로고침했다.
8시에 발렌타인 파티인데, 왜 6시가 넘었는데도 초청장이 안 오냐고...
시스템에 버그라도 난 거 아니야?
그때, 타이밍 좋게 통신 요청이 들어왔다.
오, 왔다 왔어! 크흠, 음음...
여보세요?
스테츠킨, M950A야. 오늘 밤에 시간 되면 나 좀 도와줄래?
뭐, 시간이야 있지. 아직도 파티 준비 중인가 봐?
응? 아니, 그건 진작에 다 됐어.
오늘 밤에 예정 없지? 시간 되면 나랑 당번직 바꿔 줄래?
물론 거저로 부탁할 셈은 아니겠지?
그리폰 표준 시급대로 추가 수당 줄게.
내 현재 급여에 비례해서, 시급 2배로.
그러지 뭐. 그럼 수락한 거다? 바로 신청서 넣을게.
그러셔, 돈 버는 일을 내가 왜 거절하겠어.
...그런데, 바쁜 일이라도 있어? 당번직조차 못 할 정도로?
오늘밤 발렌타인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안 가긴 아깝잖아.
넌 안 가?
......
그런 시시한 파티엔 흥미 없어, 쓸데없이 꾸민다고 돈만 나가잖아. 너나 실컷 가.
음... 뭐, 사람마다 사고방식이 다른 법이지. 그럼 이만 끊을게, 오늘 관제실 당번 부탁해.
통신 종료.
......윽.
뭐야, 왜 난 초대 안 해?! 오늘을 위해 특별히 새옷까지 장만했단 말이야! 파티에서 잔뜩 뽐내려 했더니만!
나처럼 똑똑하고 예쁘고 귀여운 인형을... 우이씨... 몰라, 돈이나 벌러 가야지.
1시간 후, 스테츠킨은 대신하기로 한 당번직을 서러 갔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인형들의 파티에 관한 담소를 듣자니 이가 갈리고 주먹이 떨렸다.
어머, 스테츠킨? 기분 안 좋아 보이네?
......
RMB-93이구나. 근데 왜 너도 평상복이야? 파티 참여 안 해?
아아 알겠다, 너도 오늘 당번이구나.
그래, 파티장 외부 보안 임무를 맡게 됐어.
오늘 비번인 애들이 지휘관이랑 함께 웃고 떠드는 걸 밖에서 지켜보기만 한다니 정말이지...
...너,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네 표정도 만만찮구만 뭘. 그래서 말인데, 보안 임무하는 김에 내 의뢰도 받을 생각은 없어?
우선 듣고 판단할게.
별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래서, RMB-93을 고용해서 M950A가 술주정 부리는 영상을 찍어 달라 했다고?
당연히, 그리폰의 사내 규정에 위배되는 거 하나도 없었지. 있었으면 하지도 않았어.
백업본도 있겠지?
없거든? 그리즐리가 필름째로 사 갔다고 했잖아.
있는 거 아니까 내놔.
진짜 없다니까 그러네? 지휘관 나 못 믿어?
네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지. 얼마 전에 RMB-93의 통장에 입금이 됐더라?
으익... 흥! 지휘관한테 그냥 주면 내가 손해잖아, 안 줘!
어휴 진짜... 그럼 그것도 내가 살 테니까, RMB-93이 가진 것까지 전부 줘.
치이... 알았어. 근데 지휘관, 사람이 그렇게 끈덕지게 굴면 여자애한테 미움받는다?
알았으니까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나 계속 말해.
발렌타인 파티가 한창인 와중, 관제실. 스테츠킨은 "점검 중"이라 표시된 콘솔 화면 앞에서 하염없이 그불게를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내 룸메가 갑자기 사람만한 족제비가 됐는데 어캄?"... 노잼.
"합법으로 기지 안에서 승마 연습하는 법"... 딱 봐도 누군지 알겠네.
이건 또 뭐야, "카드 게임에 필승법 있나?" 하아? 그야 당연히 밑장빼기지.
아 진짜, 한심한 녀석들뿐이네...
점검 완료. 시스템을 재부팅합니다...
아, 됐다 됐다! 감시 카메라도 돌아왔겠다, 어디 이 시간에 술주정 부리는 사람 있나 볼까?
독서실... 훈련실... 칫, 다 텅텅 비었네.
음...? 잠깐, 방금 그게 뭐였지?
화면을 휙휙 돌리던 스테츠킨은 어떤 "이상함"을 포착하고, 황급히 감시 영상 중 하나를 역재생했다.
어, 내가 잘못 봤... 아, 여깄다, 이거야!
지휘관의 방 창문의 이 그림자... 절대 지휘관이 아니야.
이렇게 늦은 밤에 지휘관의 방에 누가 있다니... 후후후, 이 토픽감을 놓칠 수야 없지!
그리고 그 영상 클립을 네가 그불게에 올려서, 네트워크에 연결된 인형들 모두가 푸시 알림을 받게 했단 거지?
푸시 알림은 내 탓 아니거든!? 조회수가 폭증하는 게시글은 자동으로 알림이 발송되도록 알고리즘을 짠 사람 잘못이지!
하지만 글을 올린 건 너잖... 아니 됐다, 그건 추궁 않도록 하지.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진, 우리 모두 아는 대로지?
얼마나 놀랐다고,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인 게 웨딩드레스를 입은 너여서.
후후후... 카노랑 마카로프한테 꿰여서긴 했지만, 엄청 예뻤지?
확실히 예뻤지.
이틀 전.
좋아요! 주사위는 진작에 던져졌으니 지금부터 파티의 뒷풀이를 시작할까요 여러분!
거창한 말 이런 데다 남용하지 마...
그리고 뒷풀이라니? 왜 수사관인 나까지 입으라는 거야?
그야 당연히,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죠!
이름하여 "지휘관님 짝 찾기 대작전"!
난 빠져도 되지?
물론 안 돼죠! 먼저 말하셨으니까 Zas 씨 먼저 마음데 드는 드레스를 골라 보세요!
이렇게 많은 웨딩드레스는 다 어디서 난 거야?
저번에 리엔필드랑 G36C가 어딜 조사하다 유령을 만나고, 전리품으로 거기 있던 온갖 웨딩드레스를 가져왔단 얘기를 들었는데... 설마 이게 그 전리품이야?
아무리 아름다운 옷이라도, 입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
그러니 이 기회에 입어 줘서 함께 아름다움을 뽐내 봐요! 자아 꽃처럼 예쁜 아가씨들, 가서 마음껏 고르세요! 사이즈 안 맞으면 제가 고쳐 줄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난 사양할래.
에이~ 일등공신인 당신도 마땅히 자격이 있다고요!
아이 Zas 씨, 몰래 도망치려 하지 마세요!
도대체 왜? 앗, 잠깐, 카노, 옷 잡아당기지 마.
스스로 못 정하시겠다면, 제가 대신 골라드릴게요! 누구한테 뭐가 제일 잘 어울릴지 미리 봐 뒀거든요! 분명 엄청 예쁠 거예요!
내 말은 전혀 안 듣고 있잖아...
...뭐, 가끔은 이런 장난에 어울리는 것도 나쁘진 않으려나.
난 어울려 줄 생각 없어.
그럼 내 몫도 있어?
물론이죠, 골라 보세요!
흐음... 한번 볼까...
...이걸로 할래.
오, 안목이 좋군요! 순정적이면서도 과감한 디자인! 그런데 이건 겉치마만 있어서 따로 안에 입을 게 필요하겠네요.
그럼 일단 가서 수치부터――
동작 그만.
엥?
드레스를 품에 안은 스테츠킨은, 몇 발짝도 떼기 전에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는 마카로프에게 뒷덜미를 붙잡혔다.
드레스 가지고 어디 가?
어디 가긴, 방금 말 못 들었어?
카노도 입어 보라는데 입어야지.
그럼 저기 피팅룸에서 입으면 되잖아. 어디로 가져가려고?
안에 입을 게 필요하대잖아, 카노 말을 어디로 들었어?
안에 입을 옷도 다 여기 있어. 카노가 알아서 찾아다 줄 거야.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뭐야? 생인형 잡지 마셔!
찾았다! 이 검정색 전신 타이츠가 딱이겠어요. 여기요 스테츠킨!
저 봐, 어울리는 거 있대잖아. 저기서 갈아입어.
......
왜 그러세요?
타이츠는 마음에 안 드나요?
그럴 리가! 이 타이츠, 촉감이 비단결처럼 매끄러운 거 보니 엄청 고급이네? 마음에 들어, 당장 가서 입어볼게.
스테츠킨은 검은색 타이츠를 낚아채 허겁지겁 피팅룸으로 들어갔고, 카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마카로프에게 고개를 돌렸다.
별거 아냐, 생쥐 녀석이 또 스리슬쩍하려는 걸 막았을 뿐이지.
어쨌거나, 지휘관도 곧 오지? 뭐라 설명했어?
지휘관님께는 웨딩드레스 촬영회를 할 테니 의상 선정을 봐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정말 촬영회까지 하려고?
한다면 해야죠! 특별히 G36C와 데저트 이글 씨도 불러서 포즈 지도해 달라 했다고요.
데저트 이글은 그렇다 쳐도, G36C까지 가세하면 "스페이스 웨딩 3021"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것도 좋잖아요?
오, 스테츠킨 벌써 나왔네요!
나는 카노가 그 말을 할 때 즈음 촬영회 현장에 들어섰다.
역시 나라니까. 내가 봐도 끝내주네.
촬영 준비됐어?
네! 모두에게 스테츠킨의 눈부신 모습을 보여 주세요!
짜짠!
카노는 맞장구 치며 손뼉을 쳤고, 마카로프는 나를 흘깃 보면서 덩달아 박수를 쳤다.
어때, 지휘관? 엄청 예쁘지?
스테츠킨은 내 앞으로 와 치맛자락을 들고 한바퀴 빙글 돌았고, 주위에 뿌려진 꽃잎들도 흩날리며 드레스와 함께 팔랑거렸다.
음, 정말 예뻐.
역시 스테츠킨, 보는 눈이 있군요! 제가 생각했던 디자인보다 훨씬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르셨네요!
응, 괜찮네.
그럼... 지휘관, 그저께 밤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해.
...응?
그날의 회상을 마치고, 나는 다시 눈앞의 스테츠킨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틈도 없이 마카로프한테 끌려가서 취조받았지...
그치그치? 마카로프처럼 끈질기게 매달리는 녀석은 진짜 밥맛이라니까.
이상한 점 있으면 꼭 꼬치꼬치 따지고 말이야. 아니, 지휘관씩이나 되는 사람 방에 한밤중에 여자가 들어올 수 있는 거 아니야? 안 그래?
아니 그건 아니지...
그리고 기회 생기니까 좋다고 말 돌리지 마, 미스 동백꽃. 판다는 물건 어딨어?
그럼 지휘관부터 자꾸 나 그렇게 부르지 마! 그건 부계정이라니까 그러네...
지휘관이야말로 일부러 나 창피하게 하려는 거지?
나도 설마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널 붙잡을 줄은 몰랐다고.
어차피 나한테 준 건데, 처분도 내 마음대로 아니야?
현장에서 입어봤지, 촬영회도 했지, 그럼 이젠 쓸모 없잖아.
다시 입기는 싫어?
매일 입을 것도 아닌데 뭘. 그거 입고 전장에 나가 봐, 새하얘서 조준당하기 딱이지.
그렇다고 옷장에 둬 봤자 먼지만 쌓일 텐데, 차라리 팔아서 돈으로 바꾸면 나중에 무슨 일 생기더라도 한동안 먹고 살 걱정 없잖아.
그 정도로 미래가 걱정돼?
두말하면 잔소리지! 갑자기 기억이 뚝뚝 끊어지면 누구라도 걱정할걸?
방금 전까지 열차에서 전투 준비하고 있었는데, 눈 감았다 뜨니 그리폰의 수복 캡슐이고, 모두한테 싸움 끝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들어 봐... 지휘관이어도 안 불안할 자신 있어?
......
그러니까 미래를 위해 미리미리 대비하는 거야.
하지만 정말 그렇게 걱정된다면, 퇴사하거나... 또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도망치면 되지 않아?
그러고 싶어도 못하네요, 내 핵심 명령은 지휘관을 지키는 거니까.
내가 아무리 돈을 밝혀도, 그게 더 중요해.
그때도 그렇게 말했지...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래서야 아무리 저축해 둬도 소용없지 않아?
만약 네가 파괴된다면...
......
으아악, 로직 모순 때문에 머리가 터지겠어!
...헤헤, 농담이야. 역시 지휘관한텐 숨길 수가 없네. 뭐라 변명해도 소용이 없어...
그래서, 드레스는 가져왔어?
뭐야, 압수하려고?
안 돼! 이건 내 사유재산이야!
카노도 너한테 "빌려" 준댔지, 너 가지라곤 안 했거든? 그리고 그 드레스는 그리폰 소유야.
끄응... 그, 그래도 지금은 내 거야.
억지로 뺏을 생각은 없어.
너도 그 옷이 엄청 마음에 들지?
그건... 그렇지. 예쁘기도 하고, 입은 모습으로 칭찬도 받았고...
정말 간직하고 싶은 마음 없어?
...좋은 추억은 영원히 남지만, 재산은 별개야.
입어봤고 좋은 추억도 남겼으니까 충분해.
내가 부족하다 한다면?
부족하다니?
네가 제시한 가격에 그 웨딩드레스를 사도록 하겠어. 단, 또 그리폰의 사유재산을 빼돌리려 했으니, 징계로 휴일에 그걸 입은 모습을 내게 보여 줘.
응...?
그 드레스가 너한테 정말 잘 어울려서, 더 보고 싶거든.
어... 아, 지휘관도 참 무슨 소릴~
입은 사람이 누군데, 당연하지!
그럼, 거래 성립이니?
예쁜 옷을 입으면서 돈도 받는다고? 무조건 해야지!
나중에 큰돈 썼다고 후회하지나 마!
후회 안 해. 그럼 내친 김에 지금 바로 입어 줄 수 있어?
잠시 후.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 그녀인가 싶어 뒤를 돌아봤다.
에이, 놀래키려 했더니 들켰네. 어때? 예쁘지?
역시, 다시 봐도 정말 예쁘다.
헤헷...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짜로 보여 주는 건 좀 그렇지만, 지휘관한테 칭찬받으니까 기분 좋네.
그럼... 눈 좀 감아 봐.
그 틈에 도망치려는 건 아니지?
도망치긴 누가! 정말 속상하네 진짜, 돈도 아직 못 받았는데 내가 왜.
아무튼, 눈 감아.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뭔가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볼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쪽.
히히... 이건 사은품.
정말 고마워, 지휘관...
앞으로도 평~생, 지휘관 곁에서 함께할게. 작전이든 일상생활이든, 우리의 같은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