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을 뚫는 자
M1911
저번의 그 지역에서의 진행될 경계 작전에는, 기업 보안 업무 경험이 있는 인형들을 선발해 특별 임무를 맡겨야――
......
최근 후방지원팀의 예산 초과 문제는 스프링필드와 논의한 결과, 다음의 몇 가지 방안을 고안했어. 우선――
............
다음으로, 이 시간대의 근무표 편성에 관해서는――
..................
...M1911, 질문 사항이라도 있어?
회의가 절반 넘게 진행되고 나서야 그로자는 참석 인형 중 한명의 이상 상태를 눈치챘다.
그로자의 목소리가 어떤 도화선에 불을 붙인 듯, M1911이 몸을 떨었다.
더...
더?
더는 못참아아아!!!
특근에 특근에 특근에 특근!!
요즘 계에에속 특근밖에 안 했어요! 제가 상하차 직원인지 착각이 들 정도란 말이에요!!
파자마 파티도 취소! 단체 여행도 취소! 많이 먹기 대회도 결국 흐지부지되어버리고!
즐길 거리가 요만~큼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살라는 거예요?!
어... 그, 그래도 요즘은 싸움도 없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평화로운 만큼 더예요! 무슨 이벤트라도 없으면 저 진짜 마인드맵 코어 뜯어버릴지도 모른다고요!
으아아, 일단 좀 진정해 봐!
...그것도 벌써 며칠 전의 일이었다.
회의 도중에 그렇게 성질 부려 놓고, 잘도 안 혼났네요.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하잖아요? 결과도 괜찮았고 말예요.
달링은 고작 이런 일 가지고 혼내지 않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답니다♪
"아이"요? 저보다 선배면서 정신은 아직 어리단 건가요?
말에 뼈가 있는 거 같은데요...
아무튼 다들 좋아하잖아요, 정말 오랜만의 파티인데.
그래서, Zas 씨와는 무슨 일로 싸웠어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M21이랑 사이 좋은데요~?
후후.
스프링필드는 더 말하지 않고 손에 쥔 컵의 물기를 마른 행주로 닦았다. 추궁 없는 무형의 압박에, M1911은 숨이 턱 막혔다.
아아아 그래 그래! M76이랑은 좀 트러블이 있었어요.
여흥 코너 기획 건 때문인데, 그 녀석 말버릇이 진짜진짜 짜증나던 거 있죠?
동료와의 다툼은 옳고 그름만 따지면 그만이 아닌 거 알잖아요.
카리나 씨한테 들었는데, 각자 기획서를 따로 제출했다면서요?
네, 그리고 "각자 장단점이 있으니 합치는 게 좋겠다"고도 했죠.
저야 상관없어요. 그렇게 심하게 다툰 것도 아닌데, 파티 끝날 때쯤이면 자연스레 화해하게 될 거예요.
지금은 그것보다 훠~얼씬 중요한 일이 있어요!
그게 뭔데요?
무도회요! 무! 도! 회! M76이 꼭 무도회를 열겠대요, 스프링필드!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죠. 카리나 씨도 동의했댔죠?
맞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엄청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달링한테 어떻게 같이 춤 추자 초대하죠?
지휘관님을요?
달링이랑 춤추고 싶어서 꼬시려 들 인형들이 분명 줄을 설 텐데... 스프링필드도 그렇잖아요?
저요?
으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도 지휘관님과 함께 추고 싶죠.
거 봐요!
하지만 종합근무팀의 업무량이 적은 것도 아닌데, 연회며 무도회가 워낙에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전 아마 드레스 입을 시간도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이 종업원 복장인 채로 초대하긴 너무 예의 없지 않겠어요?
아아... 그렇군요.
이렇게 말하긴 미안하지만, 강력한 라이벌이 한 명 줄어서 다행이네요.
아무튼, 어떤 식으로 초대할지가 고민인 거네요?
타이밍도 중요하죠.
그래서 파티가 한창인데 찾아온 거군요.
그렇게 제 의견이 듣고 싶으세요?
그야 스프링필드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 최대의 라이벌이니까죠.
동시에 가장 좋은 상담가이기도 하고요.
흐음... 제가 보기엔, 너무 고민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면 된다고 봐요.
너무 쑥스럽다 싶으면 대충 이유를 둘러대도 되겠죠. 예를 들자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상으로라던가요.
하지만 전 일 너무 많다고 성질냈는걸요...
그래 놓고 뻔뻔하게 그런 이유를 대기엔 좀...
그냥 예시라니까요.
알아요... 아, 하나 생각났다.
고마워요 스프링필드! 역시 당신이랑 상담하면 용기가 생긴다니까요!
네, 과감하게 해보세요.
그리고...
그리고?
M76을 잊지 마세요.
그 아인 이따금씩 고집불통일 때가 있거든요.
당신처럼 쉽게 고민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답니다.
어휴... 알았어요, 적당히 선배 노릇 할게요.
M1911은 대충 손을 내저으며 스프링필드에게 인사하고 떠났다.
......
후후후후훙~♪
좋은 방법이 생각난 M1911은 그대로 싱글벙글 웃으며 연회가 한창인 대강당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지휘관과 함께 댄스 플로어 위에서 우아하게 춤출 생각을 하니, 그녀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했다.
...어라?
그때, M1911은 정원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상한 그림자를 발견했다.
......
......
다~알링~!
우왓?! M1911이었구나, 깜짝 놀랐잖아...
달링, 저랑 대결해요.
대결?
네, 대결이요.
게임 코너에서 풍선 사격 게임이 있거든요? 이따가 저랑 그거로 한판 겨뤄요!
인형과 사격 대결이라... 엄청 하드한걸.
제가 이기면, 상으로 저랑 같이 한 곡 춰 주세요.
내가 이긴다면?
그럼 어쩔 수 없이, 제가 달링과 한 곡 어울려 줘야죠~
그냥 나랑 춤추고 싶어서 이유 대는 게 아니고?
싫어요?
하하, 싫을 리가. 하지만 대결에서 질 생각 없다?
호호호... 건방지군요 달링, 그럼 이따 명사수 인형의 실력이 어떤지 똑똑히 보여 주겠어요!
M1911은 생긋 웃으며 지휘관의 손을 잡아 끌었다. 하지만 그 반짝이는 눈빛에서, 한순간 의미심장한 기색이 스쳤다.
......
약 30분 후.
제 실력을 똑똑히 보았겠죠~ 달링?
아무리 그래도 점수차가 그렇게까지...
이거 괜시리 자존심 상하네.
헤헤헤, 그러니까 인형은 대단하다 했잖아요. "일부러 봐줄" 필요 없다고요?
그러는 거 꼴사납답니다, 달~링♪
정말 내가 이기면 네가 망신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랬지.
괜한 걱정이었어...
그럼~ 약속대로 저랑 한 곡 춰 주실 거죠, 달링?
그래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휘관은 못 이기는 척 웃으며 M1911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곡 어울려 주시겠습니까, M1911 양?
영광이에요, 지휘관님♪
M1911이 손을 지휘관의 손에 얹었다.
무도회가 시작되자, 댄스 플로어의 저마다 파트너를 찾은 인형들이 춤을 추며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어때, 이제 기분 좀 나아졌어?
기분이요?
요즘 임무가 바빴으니, 나도 언제 한번 푹 쉴 시간을 만들어 줄까 고민하던 참이었거든.
너와 Saiga 덕분에 이렇게 파티를 열 수 있었어. 정말 고맙다.
어휴 정말, 이런 때에 그런 감동적인 말을 하면...
쑥스러워서 발 밟을지도 몰라요?
지금 밟았잖아...
지휘관의 표정이 고통으로 잠깐 일그러졌지만, 다시 M1911을 리드하면서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
항상 수고가 많다.
달링도 수고 많으세요.
두 사람은 그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음악에 맞춰 사람들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겉보기엔 어린 아가씨 같은 M1911이지만, 지휘관의 리드에도 그녀의 스텝은 전혀 뻣뻣하지 안았다.
어때~ 나 꽤 잘 추지?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M1911은 조금 우쭐대며 시선을 흘려 아까 보았던 그 모습을 찾았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선 자신에게 선수를 빼앗기다니, 한심하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응?
하지만 우쭐하던 M1911은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때마침 음악도 막바지에 이르렀기에, 그녀의 표정을 본 지휘관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러니?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안해요 달링, 둘만의 시간인데 한눈팔아서.
괜찮아. 무슨 신경 쓰이는 일 있나 봐?
눈치챘어요?
내 지휘관 경력을 얕보면 안 되지.
풋, 폼 잡기는.
하하하.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는 건 아니에요.
음악이 끝나, 두 사람은 천천히 플로어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이 일을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M1911은,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곤 체념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게... 어느 멍청이가 마지막까지 용기를 못 낸 모양이어서요. 그래서 기분이 좀 상했어요.
멍청이라니, 누가? 용기를 못 냈다니?
M76이요, Zas M76. 낮에 걔가 정원에서 춤 연습하는 걸 봤어요.
그래서 걔도 달링한테 초대하려 하는 줄 알았더니...
초대는커녕, 무도회에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네요.
아하...
저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고...
딱히 선배 티를 낼 생각도 없지만...
그 멍청이가 이토록 한심한 걸 보니, 김 팍 샜어요.
......
지휘관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M1911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 생각엔 그게 아닐 것 같아.
네?
......
M1911은 지휘관의 손을 잡은 채로 무도회 현장에서 나와, 텅 빈 복도를 따라 정원에 다다랐다.
역시.
어휴 저 바보...
M1911는 이마를 짚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걱정했구나.
걱정 따위 안 했다니까요.
M1911은 콧방귀를 뀌며 정원을 바라봤다.
달빛을 받으며, Zas M76은 홀로 정원 한가운데서 춤을 추고 있었다.
제가 봤을 때만 해도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만약에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기서 계속 연습한 거라면...
분명, 쟤도 엄~청 달링이랑 춤추고 싶었던 거겠죠.
무도회를 놓친 걸 알면 엄청 속상해하겠네.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M1911이 팔짱을 끼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선배로서 아량을 베풀어 잠깐 달링을 양보해줄게요.
뭐? 그럼 넌?
아직 화해 안 해서 말이죠. 옆에 있으면 괜히 틱틱 시비 걸기만 할걸요?
그리고, 달링이 다른 애랑 춤추는 거 보기 싫어요.
그거 진심 아니지?
...자꾸 그렇게 추궁하면 미워할 거예요?
자, 저 맘 바뀌기 전에 얼른 가서 저 바보 좀 위로해 주세요.
M1911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여자애를 너무 기다리게 해서도 안 된답니다.
응, 알고 있어.
지휘관이 정원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난 뒤, M1911도 뒤로 돌았다.
M76, 나한테 빚진 거다?
흥겹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M1911은 혼자서 연회장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