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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건슬링거 걸

새 포크

2/2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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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넓을 것 같았던 건물의 내부는, 바깥의 햇빛마저 전혀 들어오질 않아 방향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발밑의 단단한 바닥의 촉감마저 없었더라면, 지금 내가 똑바로 서 있는지도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지휘관

<color=#00CCFF>카리나, 이 구역 스캔 가능해?</color>

카리나

<color=#00CCFF>잠시만요... 됐어요. 이 공간의 서브 도메인인 모양인데, 권한 할당이 뒤죽박죽인 게 마치 누가 사전에 마구잡이로 설정을 덮어씌워 놓은 것 같아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color>

카리나

<color=#00CCFF>그러니까, 지금 지휘관님이 계신 구역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연극처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각본"이 미리 다 정해진 상태예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연극이라...</color>

지휘관

헨리에타?

아직 앞에 있지?

내 부름에 대답하듯, 헨리에타는 내 손을 잡은 그 부드럽고 작은 손에 살짝 힘을 주면서 계속 나를 어디론가 안내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달으니 안심이 되었다.

지휘관

여기에 전등이라든가는 없니?

헨리에타

없어요.

"어둠 속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상상력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라고 마르코 씨가 말씀하셨어요.

지휘관

마르코가, 누구였더라...?

헨리에타

안젤리카의 담당관이요.

죠제 씨, 혹시 어디 편찮으세요? 과로로 건망증이라도 생기신 거예요?

지휘관

아, 아니, 난 괜찮아. 그냥 잠깐 기억나지 않았을 뿐이야.

헨리에타

흐음... 죠제 씨도 의외로 칠칠치 못한 면이 있었군요.

너무 깜깜해서 무서우신 건가요? 그럼 제가 노래를 불러드릴게요.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지휘관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으로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을 좋아하는구나?

헨리에타

그날, 모두 함께 유성우를 보면서 불렀어요.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이 노래를 부르면 즐거웠던 그때가 기억나서 마음이 편안해져요.

지휘관

괜찮은 방법이네.

이런 대화가 꽤나 즐거운지,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헨리에타가 걸음을 멈췄다.

헨리에타

다 왔어요. 안젤리카의 "비타"가 제일 가까워서 쉽게 찾았네요.

지휘관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헨리에타

여기 문이 있잖아요, 정말 안 보이세요?

헨리에타가 나와 맞잡은 손을 뻗자, 정말 문이 열린 것처럼 어둠 너머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헨리에타

들어가요, 죠제 씨.

그 빛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시끄러운 소음과 한층 더 눈부신 빛이 나를 덮쳤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나는 발을 더 내딛지 못하고 손으로 눈을 가려야만 했다.

카르카노M1891

마르코 씨~! 빨리 안 오시면 두고 갈 거예요!

지휘관

마르코...?

<color=#A9A9A9>마르코는 안젤리카의 담당관의 이름일 텐데?</color>

그나저나, 카노 너 여기 있었구나...

카르카노M1891

갑자기 무슨 말이세요? 전 계속 여기 있었는데요?

아직도 잠이 덜 깨셨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카노와 함께 낯선 거리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유리로 된 빌딩도, 대형 스크린도 없는, 소박하면서도 튼튼하게 세워진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 이곳에서 눈부신 것은 저 하늘의 태양이 전부였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아직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여기는 3차 대전 이전의 로마다.

그리고 어찌 된 영문인지 헨리에타가 돌연 모습을 감췄다. 당황한 나는 주위를 두리번댔지만,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

<size=30>헨리에타?</size>

헨리에타의 목소리

저 여기 있어요, 죠제 씨 옆에요. 그런데 어째선지 죠제 씨도, 다른 물건도 만질 수가 없어요.

죠제 씨는 제가 안 보이세요?

다른 사람의 "비타"에 들어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게 정상인지 잘 모르겠어요...

카리나

<color=#00CCFF>역시 그렇구나...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사전에 설정된 상태라, 각본에 없는 사람이 "이야기"에서 제외된 거예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그럼 내가 카노와 대화할 수 있는 건 어째서지?</color>

카리나

<color=#00CCFF>방금 그 안으로 들어서실 때 지휘관님의 계정이 저절로 그 "마르코"란 사람의 것으로 전환됐어요. 그것도 사전 설정 때문 아닐까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그러니까, 이 공간에서 또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거야?</color>

카리나

<color=#00CCFF>그런 셈이죠... 아, 아무튼 힘내세요!</color>

헨리에타의 목소리

죄송해요... 죠제 씨한테 "비타"로 들어가자 한 건 저인데, 전혀 도와드릴 수가 없어서...

지휘관

괜찮아,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내가 또... 바로 기억 못하는 게 있을 때, 아는대로 대답해 주겠니?

헨리에타의 목소리

아...! 네!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지휘관

<color=#A9A9A9>좋았어... 그럼 이 "마르코"의 연기를 해볼까.</color>

카르카노M1891

마르코 씨...? 왜 갑자기 말이 없으세요?

혹시 제가 두고 간다고 해서 화나셨어요? 농담인데...

지휘관

아, 아니, 화 안 났어.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카르카노M1891

으응? 저야 당연히 아무 일도 없죠. 마르코 씨 오늘따라 이상해요.

아차!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가는 열차를 놓치고 말아요!

늦게 돌아가면 마르코 씨 또 쟝 씨한테 혼날 거예요!

쟝 씨가 화나서 마르코 씨 쫓아내면 어떡해요!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카노를 따라, 나는 헐레벌떡 로마의 거리를 달렸다.

아무래도, 카노는 나를 그리폰의 전술지휘관이 아니라 이 세계의 담당관 "마르코"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기억이 수정된 건가? 그래서 인형들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건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밝혀내려 왔건만, 오히려 의문만 쌓여 갔다.

카르카노M1891

오늘 일과 훈련 끝났습니다!

지휘관

작전 기록 확인했어. 훌륭해.

카르카노M1891

헤헤헤, 카노는 최고의 의체라고요!

마르코 씨 마르코 씨, 오늘 잘했으니까 약속한 상 주세요!

지휘관

상...? 무슨 상?

카르카노M1891

에――이, 마르코 씨 벌써 까먹었어요?

훈련 성적 좋으면 저번의 그 동화책 다음 권 사 주신다고 했잖아요!

지휘관

동화책이라니?

카르카노M1891

아이 참! "파스타 왕자 이야기" 말이에요!

편리하게도, 이 계정에는 이 공간의 시간을 조작하는 권한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이 "비타"에 들어왔을 때의 시간대로부터 사흘가량 지난 시점이다.

각본을 일시정지시키니, 카노는 내 앞에서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시 한번 설정을 확인해본 결과, "파스타 왕자"란 이 마르코라는 담당관이 자신의 의체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임을 알아냈다.

하지만, 지금 시점으로선 그 동화책이 시장에 출판되진 않았을 터다.

지휘관

헨리에타, 너도 그 이야기 아니?

헨리에타의 목소리

공사에서 엄청 인기 있는 동화예요.

지휘관

하지만 바깥에서 사 온 책은 아니지? 마르코와 다른 직원들이 함께 지어낸 이야기잖아.

헨리에타의 목소리

네... 그렇지만, "비타"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해요.

지휘관

그렇구나. 다 사전 설정 때문이란 건가...

나는 다시 각본을 재생했고, 카노는 계속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지휘관

...그래, 깜빡하고 있었네.

오늘은 정말 잘했으니, 당연히 상을 줘야겠지.

카르카노M1891

그럼...!

지휘관

지금 바로 사러 갈까?

카르카노M1891

와아! 마르코 씨 최고!

신이 난 카노는 폴짝폴짝 뛰면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실, 난 이미 이 "각본"을 몇 번이고 훑어봤다. 하지만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까 싶어 시간대를 변경해 봐도, 전혀 소득이 없었다.

카노의 기억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고, 이 "비타"의 원래 주인인 안젤리카도 아예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각본 내의 공사에 등록된 의체 명단에마저 안젤리카의 이름이 없었고, 그 아이가 등장해야 할 장면을 어째선지 카노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사와 의체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휘관

<color=#A9A9A9>의체는 역시 인형에 비해서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군. 인체 개조 덕분에 소녀의 몸으로 신체 능력이 일반 성인 남성을 아득히 뛰어넘지만, 이 정도는 신분을 위장한 특수 기관으로서나 쓸모 있는 수준이야.</color>

<color=#A9A9A9>그리고 무엇보다, 비인도적 행위가 도를 넘어섰어. 수명을 대폭 단축시키면서까지 정신에 족쇄를 채운 주제에,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양 생활 환경은 또 멋들어지게 꾸미다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기관을 만든 거지?</color>

카리나

<color=#00CCFF>지휘관님, 들리시나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뭣 좀 찾아냈니?</color>

카리나

<color=#00CCFF>그 공간의 설정을 살펴봤는데, 수정은 해당 권한 소유자만 가능한 것 같아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외부에서는 수정이 일절 불가능해?</color>

카리나

<color=#00CCFF>외부에서의 접근을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어요. 제 생각엔,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그 안젤리카란 아이부터 찾아야 할 거 같아요.</color>

<color=#00CCFF>"각본"이 아직 진행 중이니, 이야기의 끝을 본다면 설정도 해제되지 않을까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이야기를 정해진 결말로 이끌어 가야만 한단 거군.</color>

카리나

<color=#00CCFF>그런 셈이죠.</color>

<color=#00CCFF>왜 이야기의 주인공인 안젤리카의 역할을 카노가 대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도 등장인물인 이상 분명 만나게 될 거예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정말 그럴까?</color>

카리나

<color=#00CCFF>이건 각본 있는 이야기니까요. 어떤 장르라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언제까지고 자리를 비우지 않는 법이에요.</color>

지휘관

<color=#00CCFF>너무 형이상학적인 논리인데... 뭐, 다른 수도 없으니 일단 그렇게 해볼게.</color>

카르카노M1891

후아아... 왠지, 엄청 오랜만에 외출하는 기분이에요!

밖은 나올 때마다 못 보던 게 생기는 것 같다니까요.

지휘관

매일같이 임무로 바빠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지.

카르카노M1891

그야 공사의 임무가 최우선이니까요!

그래도 일이 끝났으면 이렇게 즐겁게 걸어야죠!

지휘관

카노는 참 낙천적이라니까.

그건 그렇고 책을 이렇게 잔뜩 샀는데, 갖고 싶은 책은 하나 아니었어?

카르카노M1891

모처럼 만의 외출이라서, 클라에스랑 다른 애들이 대신 책을 사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제가 돈 내는 것도 아니니까, 주문을 몽~땅 받아 줬죠! 히히히.

지휘관

하여간...

그래도, 걸으면서 책 읽으면 위험하잖니. 돌아가고 나서 읽으렴.

카르카노M1891

너무 궁금한걸 어떡해요! 빨리 안 보면 궁금해서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카노는 싱글벙글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동화책에 정신이 팔려, 길모퉁이에서 웬 여자애와 커다란 개와 함께 달려나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

하하하! 천천히 가, 페로!

예쁜 옷을 입은 소녀가 달리면서, 구두가 바닥과 맞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햇빛도 그 아이의 머리와 옷을 비추어, 더욱 눈부시게 반짝여 보였다.

???

아앗!

멍멍!!

개가 짖는 소리와 함께, 카노는 그 소녀와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카르카노M1891

아야야... 아앗! 미, 미안해! 괜찮아?!

카노는 벌떡 일어나, 넘어진 그 아이를 부축했다.

???

응, 괜찮아.

긴 갈색 머리의 소녀는 꽤 세게 부딪혀 넘어졌음에도, 교양 있는 부잣집의 따님처럼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소녀는 치마를 가볍게 털고 일어서, 놀란 개를 진정시키면서 카노와 대화했다.

헨리에타의 목소리

아.

지휘관

헨리에타? 왜 그래?

헨리에타의 목소리

안젤리카예요. 왜 저기서 나왔지?

나도 직감적으로 이 소녀의 정체를 눈치채긴 했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등장은 확실히 좀 의아했다.

등장인물인 이상, 분명 언젠가는 이야기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건 안젤리카 본인의 이야기일 터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빼다니, 무슨 의도지?

카르카노M1891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안젤리카

후훗, 정말 괜찮대도. 페로도 다친 데 없지?

큰 개

멍멍!!

카르카노M1891

다행이다... 그럼 우린 이만 실례할게, 책 산 거 얼른 읽어야 해서!

안젤리카

아, 잠깐만. 그 책은...?

카르카노M1891

응? 이거?

"파스타 왕자 이야기"인데, 유명한 책이잖아. 본 적 없어?

안젤리카

본 적... 없어... 그런데...

카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동화책을 안젤리카에게 건네주었다.

안젤리카

왠지... 왠지 모르게... 엄청 익숙한 기분이...

헨리에타의 목소리

"파스타 왕자 이야기"는 마르코 씨가 안젤리카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인데, 왜 전혀 기억 못하는 거죠?

뭐... 기억 못하더라도 안젤리카의 잘못이 아니란 건 모두가 알지만요. 물론 마르코 씨 잘못도 아니고...

지휘관

그럼 누구를 탓해야――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이 공간에 들어오고서 아직까지 적의를 보이는 존재와 마주친 적이 없었지만, 저 기세에 카노도 바로 진지해진 것으로 보아 절대 우호적인 놈들이 아니다.

이내 발걸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우리를 포위할 셈이었다.

지휘관

카노! 당장 안젤리카를 데리고 여길 벗――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향해 총탄이 날아들었다.

지휘관

윽?!

그와 동시에 누가 뒤에서 세게 잡아당겨, 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총탄은 내 머리를 스치고 벽에 날아가 튕겼고, 도탄되는 그 소리에 고막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한편, 카노는 이미 무기를 뽑아 들어 적에게 반격을 가하는 중이었다.

카르카노M1891

마르코 씨 괜찮아요?! 제5공화국파의 습격이에요!

지휘관

난 괜찮으니까 놈들에게 집중해!

고개를 돌려 보니, 안젤리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방금 나를 잡아당겨 총탄을 피하게 해 준 사람은 분명 이 아이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반응 속도였지만, 안젤리카는 지금 완전히 겁에 질린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지휘관

덕분에 살았다, 고마워.

안젤리카

저... 방금 그건...

안젤리카는 주저앉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더니,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안젤리카

마르코 씨...?

지휘관

내가 누군지 알겠어?

안젤리카

부, 분명 처음 보는데... 그런데 이 느낌은 대체...

안젤리카의 눈빛이 바뀌었다. 더는 방금까지 순수하던 아가씨가 아니었다.

안젤리카

놈들을 접근시켜선 안 돼요. 마르코 씨, 총 주세요.

지휘관

하지만 넌...

안젤리카

저도 싸울 수 있어요! 총 주세요!

난 잠시 입을 다무는 것도 잊어버리고 주저하다, 내 수중의 총을 안젤리카에게 건넸다.

안젤리카는 총을 받자마자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능숙한 몸놀림으로 카노 곁에 다가가 측면을 엄호했다.

헨리에타

담당관을 지키는 의무는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조금 의심이 들었는데, 착각이었네요. 제가 아는 안젤리카가 맞아요.

녹음

"통장에 돈이 다 떨어졌어..."

"겨우 좀 빌리긴 했지만,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니 어떻게든 절약하면서..."

......

녹음

"여보가 방법을 좀 생각해 봐! 당신이 가장이잖아!"

"하아... 이렇게 된 이상, 달리 방법이 없어..."

......

녹음

"뭐야, 빌렸다던 돈 다 어디 갔어?"

"그 돈으로 안젤리나에게 보험을 몇 개 들었어."

......

녹음

"살림을 다시 차리면, 더 예쁜 아이가 생길 거야."

"잘 자렴, 우리 귀여운 안젤리나."

......

녹음

"의체가 되기 전의 과거는 모조리 잊게 되네. 자네가 새로 이름을 지어 주게.

"저 애의 부모가 딱 하나 잘한 일이 있다면, 이름을 '천사'라 지어준 거겠지... 이름은 안젤리카로 하자."

???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파스타 왕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에는 파스타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왕자님이 살았는데, 매일같이 파스타만 먹었답니다.

그런데 파스타 왕국엔 포크가 1개밖에 없어서, 왕자님은 늘 똑같은 포크로만 먹어야 했습니다.

"가끔은 다른 포크로도 먹어 보고 싶어."

왕자님은 포크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지휘관

<color=#A9A9A9>이건... 카노가 보던 동화책의 내용?</color>

<color=#A9A9A9>계정의 원래 주인이 남긴 주석인가?</color>

카르카노M1891

마르코 씨! 나쁜 놈들 전부 해치웠어요!

지휘관

과연 카노야, 깔끔했어.

안젤리카

허억... 허억...

지휘관

안젤리카, 괜찮니?

안젤리카

마르코 씨... 이름밖에 안 떠오르지만, 제 몸... 움직임...

마르코 씨, 저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리지 않았나요?

이 총도... 왜 이걸 들고 있으면 안심이 되죠?

저... 두 분과 만난 적 없는 거 맞나요?

손에 든 총을 바라보는 안젤리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안젤리카

분명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있는 거죠? 제발 가르쳐 주세요!

헨리에타의 목소리

의체는 담당관을 잊어서는 안 돼요. 죠제 씨, 전부 다 말해 주세요.

지휘관

......

헨리에타의 목소리

죠제 씨?

지휘관

안젤리카.

안젤리카

네...?

지휘관

네 말대로, 우리는 전에 만난 적이 없어.

너처럼 이런 쪽의 재능이 뛰어난 아이는 나도 처음 보는걸?

안젤리카

네?

지휘관

하지만, 이건 네가 쥐고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란다.

네게 나쁜 기억을 만들어 버려서 미안해.

안젤리카

하, 하지만... 마르코 씨...

나는 안젤리카의 손에서 무기를 되돌려받고,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때마침 순찰차들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다.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몰려온 경찰들에게 나는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내가 공사의 요원임을 확인한 경찰들은 경계심을 풀고 총을 내렸다.

그리고 공사에서도 연락이 와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하니, 즉시 복귀하란 지시를 받았다.

지휘관

이 아이는 소동에 휘말린 민간인입니다. 보호 부탁드립니다.

경찰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지휘관

카노, 돌아가자. 아무래도 나머지 책들은 다음에 사야겠다.

카르카노M1891

끄응... 어쩔 수 없죠. 아, 마르코 씨, 그전에 쟤랑 마지막으로 인사해도 돼요?

지휘관

얼른 갔다 오렴.

카노는 안젤리카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녀의 작은 손을 양손으로 붙잡고는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카르카노M1891

너 정말 대단하더라! 아까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마르코 씨도 무사할 수 있었어! 이걸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

안젤리카

그... 그럼... 괜찮다면, 그 동화책... 나 주면 안 돼?

카르카노M1891

"파스타 왕자 이야기" 말이야?

안젤리카

응... 왠진 모르겠지만, 그 동화책이 엄청 신경 쓰여...

카르카노M1891

헤헤헤, 덕분에 살았는데 물론이지! 줄게!

이야기가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카노는 동화책을 안젤리카의 손에 쥐여 준 뒤,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다.

안젤리카는 멍하니 동화책을 바라보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들었다.

안젤리카

저, 저기! 또 만날 수 있을까?

카르카노M1891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면, 분명 어디선가 또 만나게 될 거야!

공사의 차량이 도착해, 나는 카노와 함께 차에 올랐다. 카노는 차문이 닫히고서도 창문을 통해 계속 안젤리카에게 손을 흔들었다.

차가 출발하면서, 시야가 점점 새하얗게 변했다. 아무래도 이것이 이 "이야기"의 끝인 모양이었다.

???

안젤리카는 이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했어. 그러다 보니, 모두 모여서 이야기를 더 길게, 더 많이 지어내게 됐지.

그게 헛수고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 애는 이미 이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게 됐더군.

하지만, 어쩌면... 전부 잊는 편이 그 아이에게 있어 행복일지도 몰라. 그 애를 버렸던 나 같은 놈은 끼어들 구석 없는, 그 아이만의 행복한 삶.

원래 세계에서 그 애의 부모는 구제불능인 쓰레기였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지.

그러니, 이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 평범한 여자애로서 살아간다면, 그걸로 된 거야.

이게... 내가 안젤리카에게 지어 줄 수 있는, 마지막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