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를 뚫고
스프링필드팀 서브 스토리 1
......
서바이벌 매치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고 2시간 후, 그리폰 카페.
어머, 어서 와요 97식. 뭘로 주문하겠어요?
스프링필드 언니! 나랑 같이 시합 나가요!
시합...? 그게 무슨 얘기예요?
서바이벌 매치요! 우승하면 상금 1천만 크레딧이래요!
와아... 꽤 솔깃한 이야기네요. 하지만 그거 허위 광고 아닌가요?
그야... 그럴 수도 있지만, 만약 진짜라면요?
1천만이라고요, 1천만! 카페도 확장하고, 점원도 더 많이 고용하고, 신상품도 왕창 낼 수 있을 돈이에요!
1천만으로 카페를 리모델링이라... 97식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돈의 힘으로 그리폰 스위트 왕국을 초고속 건설!
후훗,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진 않지만 말이죠.
그때, MP7이 카페로 들어섰다.
오! 마침 잘 왔어 MP7! 스프링필드 언니 설득하는 것 좀 도와줘!
지금 무슨 스위트 왕국이 어쩌고 하는 소릴 들었는데.
응! 게임에서 이기기만 하면 스위트 왕국을 만들 수 있어!
아, 그 서바이벌 매치?
너도 벌써 들었구나! 그럼 이야기가 빠르지!
우승해서 상금을 받으면, 이 카페를 웅장한 스위트 왕국으로 탈바꿈시킬 거야!
빵을 벽돌로 쓰고, 창문은 얼음과자로 만들고, 커튼은 솜사탕, 기와는 생크림...
내가 사탕을 좋아하긴 해도 그 정돈 아닌데.
포섭 수단이 먹히지 않자, 97식은 눈알을 굴리면서 MP7의 귓가에 대고 소곤대며 말을 이었다.
카페를 스위트 왕국으로 만들면 점원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다구! 신메뉴도 매일같이 나올걸?
게다가 많아진 간식으로 적을 유혹해서 싸움이 더 쉬워질 수도...
......
(이런... 저 애도 넘어가 버렸네.)
네? 그러니까 스프링필드 언니도 같이 해요! 오늘은 모두 게임에 참가할 게 뻔한데, 하루 정돈 카페 쉬어도 괜찮잖아요?
응, 나도 춘전이랑 같이 그 게임에 참가하고 싶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와 함께인데, 분명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못 이기겠네요... 알았어요, 대신 딱 한 판만이에요.
아싸~!
......
미국, 맨해튼.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만 같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눈발은 점점 커져 바람에 휘날리지 못하고 바닥에 내려앉아 갔다.
그리고 간단한 준비를 마친 4명의 새로운 참가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경고. 체온 저하.
우와, 춥다!? 여긴 체온 설정도 있구나... 따뜻해질 만한 것부터 찾는 편이 좋을까?
매뉴얼의 설명보다 훨씬 환경이 열악하네요.
오, 바닥에 빛나는 게 있어!
조심해요 97식, 우리 모두 이 게임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잖아요. 위험한 함정일 수도 있어요.
에이 스프링필드 언니도 참, 너무 걱정 말아요. "브라이트 소울"이나 "블리딩본"도 아닌데 설마 막 나온 플레이어를 죽이려 들진 않을 거라고요.
어디 보자... 물이랑, 탄산음료랑, 옷감...? 이게 다 뭐지?
물자를 찾으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선 보급품을 활용해 바이탈 사인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요원님.
아하, 보급 물자였군요.
옷감은 바로 몸에 두를 수 없고, 다른 것과 조합해야 하나 보네요. 지금 우린 반짇고리 같은 것도 없으니 아무래도 다음 거점에서 사용 가능한 도구가 있는지 확인해야겠어요.
옷감만으론 추위를 해결 못한다면, 다른 물건을 쓰면 되지 않을까?
일단 물부터 마셔봐야지!
97식은 단숨에 물병을 비웠다.
어때? 뭐 달라진 게 느껴져?
푸하아... 오오!?
97식, 괜찮아요? 갑자기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위험해요, 적이 듣고 올지도 몰라요.
궁극이... 궁극이 보인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여!
변태.
몸은 왜 가리는데... 그게 아니라, 지형지물이 투명하게 보인다고.
저쪽 엄폐물 뒤에 물자가 있어. 저 교차로 옆의 집 안이랑, 가로등 뒤에도! 여기 물자 엄청 많구나?!
음식에 특수 효과가 있군요.
지금 눈이 엄청 맑아요! 그야말로 "백랑의 눈"!
어서 가요! 이 세계의 신비를 파헤치러, 출바――알!!
나쁘지 않네요. 모두, 움직이죠.
경고. 체온 저하.
에이, 또 경고네... 잠깐 기다려 봐, 내가 다른 거 써볼게.
MP7이 탄산음료를 마셔봤다.
음... 물이랑 효과가 똑같은 거 같은데. 아무튼 꽝이야, 체온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그럼 더 서둘러서 탐색하자! 백랑의 눈 ON! 눈보라 속에서 생존의 희망을 찾는다!
쟤 벌써부터 저거 맛들렸네...
97식, 혼자 너무 앞서 나가면 위험해요.
스프링필드의 충고에도 97식은 앞장서서 도로 위를 달렸다.
앗, 조심해!
걱정 마시라, 나도 봤어! 저 엄폐물 뒤에 숨은 녀석! 분명 뭘 드랍할 테니까 얼른 해치우자!
그럼 미리 말을 해... 저 녀석이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주면 좋겠는데.
인형 넷이 집중 사격을 퍼붓자, 엄폐물 뒤에 숨었던 적은 반격할 틈도 없이 쓰러져 빛나는 루팅 포인트가 되었다.
응? 방금 무슨 소리야?
내가 스샷 찍은 소리.
초콜릿이랑 통조림, 또 옷감이랑... 진통제도 있어.
초콜릿? 그거라면 열량 보충이 되겠네. 하나 먹어볼게.
...게이지가 하나 줄었는데 체온은 아닌 것 같아.
우물우물... 이거 꽤 맛있네. 줄었다는 거 공복 게이지 아니야? 배고프고, 춥고... 이게 바로 진짜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건가.
하지만 아직도 방한 문제를 해결 못했어요. 어떡할까요? 근처에 안전 가옥이 있는 모양인데 그쪽으로 가볼까요?
그 안전 가옥에서 추위를 해결할 물건을 못 찾으면 얼어 죽는 건 마찬가지 아니에요?
지금은 우리가 물건을 모을 수 있는대로 싸그리 싹싹 모으자고요! 어쩌면 우리가 아직 못 찾은 물자에 뭔가 있을지도 몰라요!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시대는 바야흐로 탐색의 시대다! 모두 전속 전진!
잠깐만요, 97식! MP7! 하아...
하는 수 없지 뭐, 우리도 얼른 쫓아가자. 저 둘이 길 잃고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우리 둘만으론 뭘 하기도 힘들 거야.
정말이지... 네, 어서 가요.
잠시 후.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종합해 보면, 음식은 4가지, 약품은 2가지가 있네요. 그리고 방금 불붙은 기름통과 자동차를 지나칠 때, 체온이 상승하는 걸 확인했고요.
하지만 눈보라 때문에 가시거리가 짧으니, 유사시 외엔 되도록 그룹으로 행동하면서... 97식, 또 어디 가요?
그야 물론 물건 더 주으러죠! 버프를 계속 유지하면 물자를 찾는 동시에 체력도 회복되니까 남들보다 훨씬 유리해요!
이 근방에서 웬만큼 챙겼잖아. 이 정도면 한동안은 끄떡없을걸?
안 돼, 아직 모자라! 우리가 더 많이 챙기는 만큼 경쟁자들이 불리해질 거라고!
보급을 지배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한다! 추워서 체력 닳아도 약 써서 회복하면 돼!
MP7는 한숨을 쉬었다.
춘전이가 쟤 좀 말려 봐...
우린 시합하러 여기 온 거지, 소꿉놀이나 하러 온 게 아니잖아.
물자 확보는 저도 찬성이에요.
이런 방식의 게임은 초반에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게 우선이잖아요?
헤이 골초, 네 생각은 어때?
눈보라 때문에 좋은 각도가 영 안 나오네... 응? 스샷 찍느라 못 들었네, 무슨 얘기 중이었어?
......
아 몰라, 나 갈래.
앗, MP7? 지금 단독 행동은 위험해요.
걱정 마, 전방 정찰 다녀오려는 거야. 천재는 앞만 보고 달릴 줄밖에 모르는 바보랑은 다르다고.
MP7은 지치지도 않고 물자를 뒤지는 97식의 옆을 지나, 눈보라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오, 뒷모습 멋지네. 한 장 더.
눈발이 휘날리는 게 조금만 덜했어도... 에이, 나중에 보정하지 뭐.
흐음... 이 블록의 실외 물자는 거의 다 발견한 것 같군요.
식량과 옷감은 충분한데, 탄약이 영 부족하네요.
다음 블록으로 이동하기 전에 좀 더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요.
경고. 체온 저하. 저체온증 위험도 상승.
그러나저러나, 이러다 정말 얼어 죽는 거 아니야?
야 97식, 호기심은 잠시 접어 둬. 진지하게 대책을 생각해야 해.
알았어. 그치만 저체온증에 걸려도 계속 음식을 먹으면 대충 대처할 수 있잖아? 저체온증 Plus라도 있는 게 아닌 이상은...
Plus든 아니든 걱정되네요.
X 플레이어 "핑크냥냥펀치"이(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X
......
......
뭐야? 이 게임, 인형도 얼어 죽을 수 있는 거였어!?
어떡해 어떡해! 우린 얼어 죽기까지 얼마나 남았어?!
요원님, 건물 내부에서는 추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체온이 떨어졌다면 건물 안에서 잠시 휴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튜토리얼 한번 친절하네... 근처에 문 열리는 집 있어?
농담 아니라 우리 진짜 얼어 죽게 생겼어.
으아아아!! 따뜻해질 만한 물건 있어?! 모닥불 지필 수는 없을까!?
가능하더라도 지금 우리에겐 재료가 없어요. 오른쪽으로 가보죠, 저 안에서라면 쉴 수 있을지도...
...이런, 문이 없네요.
경고. 저체온증 위험도 상승.
망했다망했다망했다 문 어딨어! 인형 살려어어어!!
97식이 안절부절 못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한 그때, 눈보라를 뚫고 날아든 섬광이 그녀의 발치에 불꽃을 튀겼다.
꺄악!? 적습이다! 에라 모르겠다 다 덤벼!
죽더라도 몇 놈은 때려잡고 죽을 거야!
진짜 바보들뿐이네...
따라와, 안전 가옥 찾았어.
......
일행은 MP7이 찾아낸 안전 가옥에 무사히 도달했다.
따뜻한 공기가 그들을 반기자, 인형들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MP7은 문을 닫은 뒤 보초를 섰고, AA-12는 꽤 멀쩡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으드드드드드드드...
곧 나아질 테니 조금만 참아요.
어디 보자... 여태까지 모은 옷감으로 우리 모두에게 옷을 두 벌씩 제작할 수 있겠네요. 장비는... AA-12, 장비는 우선 97식과 MP7에게 맡기려는데, 괜찮죠?
......
AA-12?
응? 아 미안, 라디오 채널 찾고 있었어. 아무래도 디마의 통신 채널 말곤 없는 것 같네...
아무튼, 지금 뭐랬어? 일단 식량이랑 물은 잔뜩 있어.
제작하는 장비를 우선 MP7과 97식에게 줘도 괜찮은지 물었어요.
그리고 게임이라지만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으니, 라디오 방송을 할 여유도 없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네요.
역시 좀 아쉬운 디테일이니, 이 시합이 끝나면 따로 찾아보죠.
97식이랑 MP7... 7 더하기 7. 14가 네 행운의 숫자야?
아, 어제 심야 라디오에서 소개한 테스트군요?
후훗, 그 계산법이라면 다시 1과 4를 떼어 더해 5가 나와야죠.
오, 너도 그거 듣는구나? 반가운걸.
네, 가끔씩 들어요. 그럼 선두를 맡는 저 둘에게 먼저 장비를 주고, 그 다음 건 당신께 줄게요. 이렇게 하면 팀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겠죠. 다른 의견 있나요?
그럼 언니가 마지막인데, 안 춥겠어요?
다음 안전 가옥이 가까운 위치길 바라야죠.
이견 없어. 그보다 난 저 눈보라가 언제 그칠지가 더 궁금해.
그런데, 왜 자꾸 MP7은 식량도 안 챙기고 달려나가다가 길가에서 굶어 죽을 거 같단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네.
지금 시비 거는 거야? 그딴 식으로 창피하게 탈락한다면 그 인형은 전술인형 일이 전혀 안 맞는 바보란 뜻이라고.
그 "핑크냥냥펀치"처럼?
아, 게임 시작하자마자 얼어 죽은 애!
어느 팀인진 몰라도 정말 안 됐다.
천재까진 아니어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플레이어라면 그런 상황까지 안 가.
그건 아니에요, MP7. 우리 중에서도 이 게임을 해본 사람은 몇 안 되잖아요?초심자가 가이드를 깜빡할 수도 있죠.
하아... 그래서, 이 게임은 서로 야만스럽게 싸우는 것 말고 달리 즐길거린 없는 거야?
무슨 소리야, 경쟁도 하나의 재미라고!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자, 나 좀 봐봐.
왜?
받아라 로케트박치기――!
AA-12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97식은 이마를 쥐어싸고 바닥을 뒹굴었다.
꺄아아아아...아? 어라, 안 아프네?
게임이니까. 여기의 시뮬레이션은 통각 시스템도 없고 출혈 같은 부상도 없는 모양이야.
어... 그렇담 마음껏 부딪히면서 놀아도 된단 뜻이네?
망했다, 얘 벌써 머리가 고장났어.
뭐 어때~ 이왕 노는 김에 이 게임의 모든 요소를 파악해 둬야 승산도 높아지는 법 아니겠냐구!
그야말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너희들, HP에 주의는 하고 있어?
HP? 어... 아, 이거구나. 어라, 떨어졌네?
잠깐만, 설마 이게 체력이야?
참 빨리도 눈치챘다.
너 말이야, 엘리트 전술인형으로서의 관찰력을 전부 행동력으로 바꿔 먹기라도 했어?
으... 평소에 머리 쓰는 일은 95식 언니랑 지휘관이 대신 해 주는걸... 난 그냥 힘 쓰는 일에만 전념하면 된다구.
그리고, 게임인데 재밌게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하지!
날 꼬실 때의 말이랑 전혀 다른데.
어찌 됐든, 기왕 이렇게 된 거 재밌게 즐기고 힘내서 이기면 되는 거지 뭐.
그래요. 자, 두 분도 와서 초콜릿 드세요.
그땐 어떻게든 널 끌어들이고 싶어서 되는대로 말했어.
얌마.
넌 강하고 믿음직스럽잖아, 너랑 함께면 이런 건 누워서 떡 먹기 아니야?
...맞는 말도 할 줄 아네.
딱 봐도 서바이벌에 도가 텄어.
그러나저러나, 왜 우린 같은 팀인데도 서로한테 피해를 줄 수 있어? 이러면 팀킬도 되는 거 아니야?
음... 정확히는, 시스템적으로 우리는 동맹 상태가 아니에요.
즉...?
즉, 우리는 서로의 신뢰만으로 결성된 팀이지, 시스템적으로 인정된 파티가 아니란 뜻이죠.
물론 저는 여러분을 믿어요. 갑자기 등에 칼을 꽂는다든지는 안 할 거죠?
히이익! 그 말 들으니까 무서워졌어!
스프링필드 언니, 그렇게 무턱대고 아무나 믿으면 안 돼요! 인형한테도 어두운 면은 있는 법이라고요!
어머, 그렇다는 말은...?
기선제압엔 선제필승―― 이얍!
97식은 스프링필드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가 싶더니, 몸을 홱 돌려 AA-12의 등을 덮쳤다. 이번엔 AA-12도 피하지 못했고, 두 인형은 서로 엉겨붙어 안전 가옥 안에서 난리를 피웠다.
너 이 녀석 기습이라니 비겁해!
후후, 기만도 전술이라고!
어휴 진짜, 내가 뭐하러 여기 왔는지 까먹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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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매치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고 2시간 후, 그리폰 카페.
어머, 어서 와요 97식. 뭘로 주문하겠어요?
스프링필드 언니! 나랑 같이 시합 나가요!
시합...? 그게 무슨 얘기예요?
서바이벌 매치요! 우승하면 상금 1천만 크레딧이래요!
와아... 꽤 솔깃한 이야기네요. 하지만 그거 허위 광고 아닌가요?
그야... 그럴 수도 있지만, 만약 진짜라면요?
1천만이라고요, 1천만! 카페도 확장하고, 점원도 더 많이 고용하고, 신상품도 왕창 낼 수 있을 돈이에요!
1천만으로 카페를 리모델링이라... 97식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돈의 힘으로 그리폰 스위트 왕국을 초고속 건설!
후훗,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진 않지만 말이죠.
그때, MP7이 카페로 들어섰다.
오! 마침 잘 왔어 MP7! 스프링필드 언니 설득하는 것 좀 도와줘!
지금 무슨 스위트 왕국이 어쩌고 하는 소릴 들었는데.
응! 게임에서 이기기만 하면 스위트 왕국을 만들 수 있어!
아, 그 서바이벌 매치?
너도 벌써 들었구나! 그럼 이야기가 빠르지!
우승해서 상금을 받으면, 이 카페를 웅장한 스위트 왕국으로 탈바꿈시킬 거야!
빵을 벽돌로 쓰고, 창문은 얼음과자로 만들고, 커튼은 솜사탕, 기와는 생크림...
내가 사탕을 좋아하긴 해도 그 정돈 아닌데.
포섭 수단이 먹히지 않자, 97식은 눈알을 굴리면서 MP7의 귓가에 대고 소곤대며 말을 이었다.
카페를 스위트 왕국으로 만들면 점원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다구! 신메뉴도 매일같이 나올걸?
게다가 많아진 간식으로 적을 유혹해서 싸움이 더 쉬워질 수도...
......
(이런... 저 애도 넘어가 버렸네.)
네? 그러니까 스프링필드 언니도 같이 해요! 오늘은 모두 게임에 참가할 게 뻔한데, 하루 정돈 카페 쉬어도 괜찮잖아요?
응, 나도 춘전이랑 같이 그 게임에 참가하고 싶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와 함께인데, 분명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못 이기겠네요... 알았어요, 대신 딱 한 판만이에요.
아싸~!
......
미국, 맨해튼.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만 같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눈발은 점점 커져 바람에 휘날리지 못하고 바닥에 내려앉아 갔다.
그리고 간단한 준비를 마친 4명의 새로운 참가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경고. 체온 저하.
우와, 춥다!? 여긴 체온 설정도 있구나... 따뜻해질 만한 것부터 찾는 편이 좋을까?
매뉴얼의 설명보다 훨씬 환경이 열악하네요.
오, 바닥에 빛나는 게 있어!
조심해요 97식, 우리 모두 이 게임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잖아요. 위험한 함정일 수도 있어요.
에이 스프링필드 언니도 참, 너무 걱정 말아요. "브라이트 소울"이나 "블리딩본"도 아닌데 설마 막 나온 플레이어를 죽이려 들진 않을 거라고요.
어디 보자... 물이랑, 탄산음료랑, 옷감...? 이게 다 뭐지?
<color=#00CCFF>물자를 찾으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선 보급품을 활용해 바이탈 사인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color>
<color=#00CCFF>행운을 빕니다, 요원님.</color>
아하, 보급 물자였군요.
옷감은 바로 몸에 두를 수 없고, 다른 것과 조합해야 하나 보네요. 지금 우린 반짇고리 같은 것도 없으니 아무래도 다음 거점에서 사용 가능한 도구가 있는지 확인해야겠어요.
옷감만으론 추위를 해결 못한다면, 다른 물건을 쓰면 되지 않을까?
일단 물부터 마셔봐야지!
97식은 단숨에 물병을 비웠다.
어때? 뭐 달라진 게 느껴져?
푸하아... 오오!?
97식, 괜찮아요? 갑자기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위험해요, 적이 듣고 올지도 몰라요.
궁극이... 궁극이 보인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여!
변태.
몸은 왜 가리는데... 그게 아니라, 지형지물이 투명하게 보인다고.
저쪽 엄폐물 뒤에 물자가 있어. 저 교차로 옆의 집 안이랑, 가로등 뒤에도! 여기 물자 엄청 많구나?!
음식에 특수 효과가 있군요.
지금 눈이 엄청 맑아요! 그야말로 "백랑의 눈"!
어서 가요! 이 세계의 신비를 파헤치러, 출바――알!!
나쁘지 않네요. 모두, 움직이죠.
경고. 체온 저하.
에이, 또 경고네... 잠깐 기다려 봐, 내가 다른 거 써볼게.
MP7이 탄산음료를 마셔봤다.
음... 물이랑 효과가 똑같은 거 같은데. 아무튼 꽝이야, 체온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그럼 더 서둘러서 탐색하자! 백랑의 눈 ON! 눈보라 속에서 생존의 희망을 찾는다!
쟤 벌써부터 저거 맛들렸네...
97식, 혼자 너무 앞서 나가면 위험해요.
스프링필드의 충고에도 97식은 앞장서서 도로 위를 달렸다.
앗, 조심해!
걱정 마시라, 나도 봤어! 저 엄폐물 뒤에 숨은 녀석! 분명 뭘 드랍할 테니까 얼른 해치우자!
그럼 미리 말을 해... 저 녀석이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주면 좋겠는데.
인형 넷이 집중 사격을 퍼붓자, 엄폐물 뒤에 숨었던 적은 반격할 틈도 없이 쓰러져 빛나는 루팅 포인트가 되었다.
응? 방금 무슨 소리야?
내가 스샷 찍은 소리.
초콜릿이랑 통조림, 또 옷감이랑... 진통제도 있어.
초콜릿? 그거라면 열량 보충이 되겠네. 하나 먹어볼게.
...게이지가 하나 줄었는데 체온은 아닌 것 같아.
우물우물... 이거 꽤 맛있네. 줄었다는 거 공복 게이지 아니야? 배고프고, 춥고... 이게 바로 진짜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건가.
하지만 아직도 방한 문제를 해결 못했어요. 어떡할까요? 근처에 안전 가옥이 있는 모양인데 그쪽으로 가볼까요?
그 안전 가옥에서 추위를 해결할 물건을 못 찾으면 얼어 죽는 건 마찬가지 아니에요?
지금은 우리가 물건을 모을 수 있는대로 싸그리 싹싹 모으자고요! 어쩌면 우리가 아직 못 찾은 물자에 뭔가 있을지도 몰라요!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시대는 바야흐로 탐색의 시대다! 모두 전속 전진!
잠깐만요, 97식! MP7! 하아...
하는 수 없지 뭐, 우리도 얼른 쫓아가자. 저 둘이 길 잃고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우리 둘만으론 뭘 하기도 힘들 거야.
정말이지... 네, 어서 가요.
잠시 후.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종합해 보면, 음식은 4가지, 약품은 2가지가 있네요. 그리고 방금 불붙은 기름통과 자동차를 지나칠 때, 체온이 상승하는 걸 확인했고요.
하지만 눈보라 때문에 가시거리가 짧으니, 유사시 외엔 되도록 그룹으로 행동하면서... 97식, 또 어디 가요?
그야 물론 물건 더 주으러죠! 버프를 계속 유지하면 물자를 찾는 동시에 체력도 회복되니까 남들보다 훨씬 유리해요!
이 근방에서 웬만큼 챙겼잖아. 이 정도면 한동안은 끄떡없을걸?
안 돼, 아직 모자라! 우리가 더 많이 챙기는 만큼 경쟁자들이 불리해질 거라고!
보급을 지배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한다! 추워서 체력 닳아도 약 써서 회복하면 돼!
MP7는 한숨을 쉬었다.
춘전이가 쟤 좀 말려 봐...
우린 시합하러 여기 온 거지, 소꿉놀이나 하러 온 게 아니잖아.
물자 확보는 저도 찬성이에요.
이런 방식의 게임은 초반에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게 우선이잖아요?
헤이 골초, 네 생각은 어때?
눈보라 때문에 좋은 각도가 영 안 나오네... 응? 스샷 찍느라 못 들었네, 무슨 얘기 중이었어?
......
아 몰라, 나 갈래.
앗, MP7? 지금 단독 행동은 위험해요.
걱정 마, 전방 정찰 다녀오려는 거야. 천재는 앞만 보고 달릴 줄밖에 모르는 바보랑은 다르다고.
MP7은 지치지도 않고 물자를 뒤지는 97식의 옆을 지나, 눈보라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오, 뒷모습 멋지네. 한 장 더.
눈발이 휘날리는 게 조금만 덜했어도... 에이, 나중에 보정하지 뭐.
흐음... 이 블록의 실외 물자는 거의 다 발견한 것 같군요.
식량과 옷감은 충분한데, 탄약이 영 부족하네요.
다음 블록으로 이동하기 전에 좀 더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요.
경고. 체온 저하. 저체온증 위험도 상승.
그러나저러나, 이러다 정말 얼어 죽는 거 아니야?
야 97식, 호기심은 잠시 접어 둬. 진지하게 대책을 생각해야 해.
알았어. 그치만 저체온증에 걸려도 계속 음식을 먹으면 대충 대처할 수 있잖아? 저체온증 Plus라도 있는 게 아닌 이상은...
Plus든 아니든 걱정되네요.
X 플레이어 "핑크냥냥펀치"이(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X
......
......
뭐야? 이 게임, 인형도 얼어 죽을 수 있는 거였어!?
어떡해 어떡해! 우린 얼어 죽기까지 얼마나 남았어?!
<color=#00CCFF>요원님, 건물 내부에서는 추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체온이 떨어졌다면 건물 안에서 잠시 휴식하는 것이 좋습니다.</color>
튜토리얼 한번 친절하네... 근처에 문 열리는 집 있어?
농담 아니라 우리 진짜 얼어 죽게 생겼어.
으아아아!! 따뜻해질 만한 물건 있어?! 모닥불 지필 수는 없을까!?
가능하더라도 지금 우리에겐 재료가 없어요. 오른쪽으로 가보죠, 저 안에서라면 쉴 수 있을지도...
...이런, 문이 없네요.
경고. 저체온증 위험도 상승.
망했다망했다망했다 문 어딨어! 인형 살려어어어!!
97식이 안절부절 못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한 그때, 눈보라를 뚫고 날아든 섬광이 그녀의 발치에 불꽃을 튀겼다.
꺄악!? 적습이다! 에라 모르겠다 다 덤벼!
죽더라도 몇 놈은 때려잡고 죽을 거야!
진짜 바보들뿐이네...
따라와, 안전 가옥 찾았어.
......
일행은 MP7이 찾아낸 안전 가옥에 무사히 도달했다.
따뜻한 공기가 그들을 반기자, 인형들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MP7은 문을 닫은 뒤 보초를 섰고, AA-12는 꽤 멀쩡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으드드드드드드드...
곧 나아질 테니 조금만 참아요.
어디 보자... 여태까지 모은 옷감으로 우리 모두에게 옷을 두 벌씩 제작할 수 있겠네요. 장비는... AA-12, 장비는 우선 97식과 MP7에게 맡기려는데, 괜찮죠?
......
AA-12?
응? 아 미안, 라디오 채널 찾고 있었어. 아무래도 디마의 통신 채널 말곤 없는 것 같네...
아무튼, 지금 뭐랬어? 일단 식량이랑 물은 잔뜩 있어.
제작하는 장비를 우선 MP7과 97식에게 줘도 괜찮은지 물었어요.
그리고 게임이라지만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으니, 라디오 방송을 할 여유도 없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네요.
역시 좀 아쉬운 디테일이니, 이 시합이 끝나면 따로 찾아보죠.
97식이랑 MP7... 7 더하기 7. 14가 네 행운의 숫자야?
아, 어제 심야 라디오에서 소개한 테스트군요?
후훗, 그 계산법이라면 다시 1과 4를 떼어 더해 5가 나와야죠.
오, 너도 그거 듣는구나? 반가운걸.
네, 가끔씩 들어요. 그럼 선두를 맡는 저 둘에게 먼저 장비를 주고, 그 다음 건 당신께 줄게요. 이렇게 하면 팀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겠죠. 다른 의견 있나요?
그럼 언니가 마지막인데, 안 춥겠어요?
다음 안전 가옥이 가까운 위치길 바라야죠.
이견 없어. 그보다 난 저 눈보라가 언제 그칠지가 더 궁금해.
그런데, 왜 자꾸 MP7은 식량도 안 챙기고 달려나가다가 길가에서 굶어 죽을 거 같단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네.
지금 시비 거는 거야? 그딴 식으로 창피하게 탈락한다면 그 인형은 전술인형 일이 전혀 안 맞는 바보란 뜻이라고.
그 "핑크냥냥펀치"처럼?
아, 게임 시작하자마자 얼어 죽은 애!
어느 팀인진 몰라도 정말 안 됐다.
천재까진 아니어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플레이어라면 그런 상황까지 안 가.
그건 아니에요, MP7. 우리 중에서도 이 게임을 해본 사람은 몇 안 되잖아요?초심자가 가이드를 깜빡할 수도 있죠.
하아... 그래서, 이 게임은 서로 야만스럽게 싸우는 것 말고 달리 즐길거린 없는 거야?
무슨 소리야, 경쟁도 하나의 재미라고!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자, 나 좀 봐봐.
왜?
받아라 로케트박치기――!
AA-12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97식은 이마를 쥐어싸고 바닥을 뒹굴었다.
꺄아아아아...아? 어라, 안 아프네?
게임이니까. 여기의 시뮬레이션은 통각 시스템도 없고 출혈 같은 부상도 없는 모양이야.
어... 그렇담 마음껏 부딪히면서 놀아도 된단 뜻이네?
망했다, 얘 벌써 머리가 고장났어.
뭐 어때~ 이왕 노는 김에 이 게임의 모든 요소를 파악해 둬야 승산도 높아지는 법 아니겠냐구!
그야말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너희들, HP에 주의는 하고 있어?
HP? 어... 아, 이거구나. 어라, 떨어졌네?
잠깐만, 설마 이게 체력이야?
참 빨리도 눈치챘다.
너 말이야, 엘리트 전술인형으로서의 관찰력을 전부 행동력으로 바꿔 먹기라도 했어?
으... 평소에 머리 쓰는 일은 95식 언니랑 지휘관이 대신 해 주는걸... 난 그냥 힘 쓰는 일에만 전념하면 된다구.
그리고, 게임인데 재밌게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하지!
날 꼬실 때의 말이랑 전혀 다른데.
어찌 됐든, 기왕 이렇게 된 거 재밌게 즐기고 힘내서 이기면 되는 거지 뭐.
그래요. 자, 두 분도 와서 초콜릿 드세요.
그땐 어떻게든 널 끌어들이고 싶어서 되는대로 말했어.
얌마.
넌 강하고 믿음직스럽잖아, 너랑 함께면 이런 건 누워서 떡 먹기 아니야?
...맞는 말도 할 줄 아네.
딱 봐도 서바이벌에 도가 텄어.
그러나저러나, 왜 우린 같은 팀인데도 서로한테 피해를 줄 수 있어? 이러면 팀킬도 되는 거 아니야?
음... 정확히는, 시스템적으로 우리는 동맹 상태가 아니에요.
즉...?
즉, 우리는 서로의 신뢰만으로 결성된 팀이지, 시스템적으로 인정된 파티가 아니란 뜻이죠.
물론 저는 여러분을 믿어요. 갑자기 등에 칼을 꽂는다든지는 안 할 거죠?
히이익! 그 말 들으니까 무서워졌어!
스프링필드 언니, 그렇게 무턱대고 아무나 믿으면 안 돼요! 인형한테도 어두운 면은 있는 법이라고요!
어머, 그렇다는 말은...?
기선제압엔 선제필승―― 이얍!
97식은 스프링필드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가 싶더니, 몸을 홱 돌려 AA-12의 등을 덮쳤다. 이번엔 AA-12도 피하지 못했고, 두 인형은 서로 엉겨붙어 안전 가옥 안에서 난리를 피웠다.
너 이 녀석 기습이라니 비겁해!
후후, 기만도 전술이라고!
어휴 진짜, 내가 뭐하러 여기 왔는지 까먹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