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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를 뚫고

M870팀 서브 스토리 1

-43-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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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시 06분, 뉴욕 맨해튼.

한차례의 격전이 끝난 뒤, 한 형체가 산처럼 쌓인 시체 더미를 밟고 주차장 한가운데에 버려진 자동차 위로 올라섰다.

M870

크하하하핫! 우리가 왔다!

맨해튼의 얼간이들아, 각오해라!

P7

뭐야 이게, 무슨 삼류 영화의 악당 등장 씬도 아니고...

ART556

에이, 악당이 없으면 게임에 재미가 없지~♪

뒤이어 두 명의 작은 형체가 나타나, 조금 힘겹게 차 지붕 위로 올랐다.

M870

스톱! 대사 또 틀렸잖아! 왜 자꾸 대사를 멋대로 바꿔대!?

너네의 마인드맵 용량이 작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좀 심각한 거 아니야?

몇 마디도 안 되는 대사에 리허설까지 잔뜩 했는데 또 까먹었어?!

P7

아니 그게 아니라, 네... 누님이 짠 대사가 너무 쪽팔린단 말이야.

ART556

아무렴 어때, 등장 씬은 스킵하고 바로 맨해튼 침공을 개시하자!

ART556이 가리킨 손가락 앞에는, 21세기 초 맨해튼의 560번 지하 주차장이 펼쳐져 있었다.

P7

흥, 수십 년 전의 주차장은 이런 꼴이구나?

그리폰의 지하 창고랑 별반 다를 바 없네.

ART556

뭐랄까, 고전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걸?

M870

착각하지 마셔 아가씨들, 여기 주차칸 하나만 해도 너네가 몇 년을 프레임 빠지게 일해도 살 수 있을까 말까니까.

ART556

뭐어? 이딴 데를 누가 돈 주고 사?

P7

누님, 이 게임 엄청 오래된 작품인데, 정말 우리 말고도 접속한 사람이 있을까?

M870

그야 당연하지! 내가 왜 "맨해튼 순찰대"를 만들어서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고 너희를 불렀겠어?

ART556

후후후, 그래서 원래 하려던 일도 미루고 누님을 따라 왔다구.

게임 속에서라도 경찰 놀이 실컷 해보고 싶었어!

P7

경찰 행세를 하면서 횡포를 부리는 거야♪

그런데 정말 우승 상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M870

행세라니 말조심해라! 그리고 상금이야 받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신나게 즐기기니깐♪

이 누님만 믿으라고, 상금이 아니어도 벌금 딱지로 질리게 벌 수 있어! 크흐흐흐...

P7

그래 그래, 모처럼 무슨 짓을 해도 안 혼나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까짓 돈이 중요해? 우히힛♪

ART556

옳소 옳소! 그럼 모두 함께 잘해보자!

ART556

헤헤헤헤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세 인형은 서로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상쾌하게 "순찰"의 시작을 선언했다.

하지만 시선이 분산된 순간, ART556은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P7의 등에 몰래 점착폭탄을 붙였다.

ART556

<color=#A9A9A9>헤, 헤, 헤... 어디 실력 좀 보자고, P7...</color>

P7

아 참, 깜빡할 뻔했네. ART556, 네 명성은 전부터 많이 들었어! 이렇게 협력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람들이 "말썽쟁이 양대산맥"이네 뭐네 해서 나중에는 대결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니까?

ART556

하하하, 이런 게 바로 인연이란 거지! 앞으로도 잘 부탁해♥

M870

인연은 무슨, 내가 안 불렀으면 어디서 빈둥대고 있었을 녀석들이.

P7

응, 다 M870 누님 덕분이야!

ART556

고마워 누님! 우리의 만남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방금 주운 식량을 나눠...

ART556

...주려고 했는데 주차장 입구에다 두고 왔네.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P7

잠깐!

P7은 찰나에 스친 그 위험한 기운을 놓치지 않았다.

P7

나도 들어 줄게, 같이 가자!

ART556

괘, 괜찮아! 나 혼자서 다 가져올 수 있어!

P7

에이, 사양 말고~ 우리, "같은 편"이잖아?

ART556은 차 지붕에서 뛰어내려 도망치려 했지만, P7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놓질 않았다.

다른 한 손에 리모컨을 쥐고 있는 ART556으로선 붙잡힌 팔로 P7을 밀어낼 수밖에 없었고, 둘의 실랑이는 점점 격해졌다.

ART556

물건 안 많으니까 넌 여기서 누님 말상대나 하고 있어!

P7

그게 무슨 소리야~? 혼자 가면 위험하지~!

M870

야, 니들 뭐하냐? 나 놔두고 드라마라도 찍어?

쓸데없는 실랑이에 짜증난 M870이 두 꼬맹이들을 떼어냈다.

예상치 못하게 밀쳐진 탓에 ART556은 실수로 리모컨을 떨어뜨렸고, 분위기는 그대로 바깥의 겨울 날씨보다도 싸늘해졌다.

ART556

......

<color=#A9A9A9>망했다.</color>

P7

......

<color=#A9A9A9>내 이럴 줄 알았지. ART556 이 녀석, 벌써 이렇게 나왔구나!</color>

M870

이건 또 뭐――?!

리모컨을 주으려 허리를 숙이는 M870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P7과 ART556이 동시에 리모컨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빠악! 두 머리가 충돌했다.

그리고 세 인형은 서로 엉겨붙은 채로 차 위에서 굴러떨어졌다.

P7

끄아아아악!!

ART556

아으으으으...

아직 눈앞이 번쩍이는 와중, ART556은 P7의 등에 있어야 할 점착폭탄이 차 창문에 붙은 것을 보았다.

ART556

<color=#A9A9A9>들키기 전에 회수하면 넘어갈 수 있어!</color>

M870

아야야... 뭐야 너네들, 이거 하나 뺏으려고 그렇게 치고박고 싸웠어?

뭔데 이게, 안에 캣닢이라도 들었냐?

아무것도 모르는 M870은 리모컨을 쥐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ART556

헉!

P7

잠깐만 누님! 그건――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M870은 무심코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그 시각, 지하 주차장 밖.

A91

야아, 와서 좀 봐봐아, 빨리이...

VSK94

...또 "한 병 더" 당첨됐어?

A91

아니 그게 아니라! AK-47 좀 보라고오...

VSK-94는 갸우뚱하며 AK-47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AK47

어디 보자, 다크존으로 가려면 앞으로...

시모노프

으에, 이렇게나 머러!? 이 에이스더러 맨발로 거기까지 걸어가란 마리야?!

AK47

아니 이 밥팅아, 그건 맨해튼 끝까지고! 우리가 갈 곳은 여기라니까 그러네...

AK-47은 시모노프와 함께 지도를 보면서 논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VSK94

무슨 문제라도 있어?

A91

손... AK-47 손 좀 잘 봐봐...

여전히 갸우뚱하며, VSK-94는 이번엔 초점을 지도 위 AK-47의 손가락에 집중했다.

AK47

흐음... 지금 우리의 행군 속도라면 대략 잡아 8시간 정도 걸리겠다.

시모노프

그럼 더 서둘러야지!

그 사이에 좋은 자리 다 뺏기겠다!

AK47

그러체! A91, VSK! 속도를 올린다!

VSK94

알았어.

시모노프

동지드――을! 승리를 향해 전진이드아!

살을 에는 칼바람을 맞으며, AK-47은 위풍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녀 옆의 시모노프는 또 다시 탄산음료 한 병을 단숨에 비웠다.

시모노프

아이 진짜, 여기 술은 물을 너무 많이 탔네...

A91

방금 봤지이...?

VSK94

AK-47 선배의 손가락이 늘어났단 소리거든 제발 하지 말아 줘.

A91

아니아니아니, 손가락이 몇 개 줄었짜나!

한쪽 손가락이 5개야! 근데 이거 봐, 내 이쪽 손은 손가락이 8개라구!

VSK94

......

A91의 손가락 사이로, VSK-94는 시모노프가 휘청이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시모노프

전진! 전진! 목표를 향해 전진!

어라, 너네 언제 우리보다 앞서 가써?

VSK94

......

선배가 반대 방향이야.

VSK-94는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양손에 각각 A91과 시모노프의 손을 끌고 AK-47을 따라잡았다.

잠시 후, 지하 주차장 입구 부근에서 AK-47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AK47

흐흐흐... 여기다, 560번 지하 주차장.

A91

이얏호~!

시모노프

8기통 타고 가즈아――!!

AK47

시동 걸리는 것만 찾아내면 이동 시간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어!

VSK94

저기...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본 차량은 전부 작동 안 했단 걸 잊진 않았지?

AK47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찾아봐야지!

세기의 명마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아!

VSK-94는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의 입구와 잔뜩 흥분한 팀원들을 번갈아 보았다.

빠르게 돌아가는 그녀의 마인드맵이, 팀이 온갖 방식으로 허무하게 전멸하는 시뮬레이션을 수도 없이 연산했다.

잠시 후, VSK-94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VSK94

그럼 내가 먼저 정찰하고 올게.

지금 우리 상태로는 무작정 들어갔다간 아마 살아 나오지 못할 거야.

AK47

아 글쎄 걱정 말라니까? 저 봐, 무지 조용하잖아!

그렇게 걱정되면 술병 하나 던져서 반응 없나 보자고.

VSK94

그런 단순무식한 방법이 통하려나...

AK-47이 주차장 입구의 내리막길로 막 비운 병을 굴려 보내고 귀를 기울였다.

AK47

봐, 아무 일도 없잖――

퍼――엉!!

바로 근처에서 일어난 폭발이 AK-47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AK47

......

VSK94

......

시모노프

내가 몇 뻔을 말해써 AK-47!

술병 함부로 버리면 천벌받는대찌!

VSK94

탄산음료인데.

A91

으흐흐, 반응 한번 격하네!

까다로운 싸움이 되겠어. 모두 비켜! 이 전장은 내가 지배한다!

난데없이 목소리가 험악해진 A91이 비수를 뽑아 들어, 날카로운 칼날을 앞으로 뻗었다.

A91

야 이 겁쟁이드라아아! 당장 튀어나와아아!

AK47

잘한다 A91! 바로 그 기세야!

시모노프

가라 A91~!

VSK94

선배, 피스톨 소드 거꾸로 잡았어! 그렇게 잡고 쏘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VSK-94가 자리를 박차고 뛰어가 A91을 저지해, 파지법을 고쳐 주려 했다.

VSK94

NRS-2는 칼끝을 자신한테 향해야 해!

A91

아앙? NRS가 뭔데? 엥, 뭐야, 이거 놔!

하지만 A91은 VSK-94가 칼을 뺏으려는 줄 알고 반발했다.

시모노프

이바 신참! A91이 전투 모드일 때 가까이 가면 위험해!

AK47

야, 너네 뭐하는 거야?!

아래에 있는 놈들이 총 쏘면 어쩌려고 그래!

결국 AK-47와 시모노프까지 비수 쟁탈전에 끼어들었다.

A91

뭐야, 비겁하게 10 대 1이냐아아!!

시모노프

엥, 10명? 어디!? 아무튼 모두 손 놔아!!

AK47

손톱으로 내 손 찌르지나 마!

VSK94

내가 할 테니까 다들 방해 좀 말아 봐!

A91

이게... 여럿이서 덤비면 내 칼을 뺏을 수 있을 줄 알고?!

얼른 안 놔!? 나 몰로토브 칵테일 잔뜩 있어!

VSK94

...뭐?!

시모노프

네가 다 마신 술병 마리야? 그거 내가 다 버려써!

A91

뭐어? 이 나쁜 자식, 그러지 마! 왜 자꾸 내 술병 버려대!

시모노프

AK-47이 술병 던지면 항상 귀차는 일이 생긴단 말야!

AK47

아니 그거랑 나랑 뭔 상관인데?!

시모노프

아... 잠깐만. AK-47, 너 방금 마신 술병 어디 가써?

AK47

어딨긴, 여기... 우왁!?

술병을 찾는 AK-47에게 모두의 주의가 끌린 그때, A91이 몸부림쳐 모두를 밀쳐냈다.

그리고 시모노프가 넘어진 순간, 내리막길을 따라 빈병 몇 개가 A91의 발치로 굴러들었다.

A91

찾았다, 내 칵테일!

A91은 반가운 마음에 몸을 앞으로 숙였다.

...다시 지하 주차장 내부. 폭발 후, 세 "경찰"들은 바닥에 뻗어 있었다.

M870

......

누구 짓이니――?

ART556

......

P7

쟤요.

M870

너냐?

ART556

아... 그게...

M870은 천천히 일어나, ART556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살기 그 자체였다.

ART556

누, 누님? 일단 제 말부터 들어――

M870

듣긴 뭘 들어! 걸레짝된 피통가지고 어떻게 공무 집행하란 거야!

P7

지, 진정해 누님! 이 정도 체력으로 충분한 허접들이야 널리고 널렸을 테니까...

M870

허접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이 상태로 누굴 이겨?! 아주 술에 절은 놈들 아니면――

떼구르르르...

그때, 어디선가 유리병이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M870은 하던 말을 멈추고, 곧장 P7과 ART556을 덥썩 집어 들어 함께 차량 뒤로 몸을 숨겼다.

ART556

뭐, 뭐였어?

M870

쉬잇. 누가 온다.

세 인형들은 정신을 곤두세우고 주차장의 입구를 주시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P7

잘못 들은 거 아니야?

ART556

폭발로 청각 모듈 고장나기라도 했어?

M870

입 다물고 주위 경계해.

잠시 후.

P7

나 무릎 아파...

ART556

아무 일도 없네. 이제 됐지 누님?

M870

아 글쎄 기다려 보라고.

그리고 마침내, 주차장 입구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

와아아아아——

???

아하하하――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아~!!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소리에 M870 팀이 경악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뭉치"가 주차장으로 굴러들어왔다.

P7

저거... 뭐야?

ART556

그 꽐라 녀석들 같은데? 아니 근데, 이 게임 아이템 중에 술이 있던가?

M870

꽐라들이 취하는데 술이 필요하겠냐? 쟤넨 그냥 생수 한 병 줘도 헤롱헤롱댄다고.

저 봐라 저, 사이다를 술마냥 퍼마시고 앉았지.

ART556

헤헤, 딱 좋은 목표가 굴러들어왔네!

P7

음? 저기 쟤는 처음 보는데, 누구야?

ART556

저 금발머리? VSK-94란 앤데, 우리 기지에 새로 온지 얼마 안 됐대.

그런데 왜 하필 쟤네랑 같이 있는 거지...

M870

정신도 말짱한 게, 꽤 강해 보이는걸.

P7

누님, 우리 승산 있을까?

ART556

저 꽐라들 셋뿐이었으면 낙승이었겠지만...

M870

뭘 무서워하는 거야? 오히려 잘됐어, 저 VSK란 애를 우리 팀에 영입하면 더 대놓고 활보할 수 있지! 꺄하핫!

P7

아, 생각났다. 내가 전에 들었는데...

주차장의 다른 쪽. 엉켜 있던 인형들이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났다.

A91

니들 대체 뭐야아?

이거 그냥 칼이거드은? 왜 뺏으려고 이 난리야아?

VSK94

뭐...? 그냥 칼?

VSK-94가 A91의 팔을 붙잡고 다시 확인했다.

언뜻 보기엔 NRS-2 피스톨 소드와 매우 비슷했지만, 그저 비슷하기만 할 뿐 평범한 비수였다.

VSK94

......

AK47

푸하하핫! 신참, 봤지?

우리랑 함께면 서프라이즈가 잔뜩이라구!

VSK94

......

오히려 호러야...

그래도 방금 있었던 폭발을 잊지 않은 VSK-94는 주차장을 경계하며 적이 숨었을 만한 곳을 찾았다.

AK47

안심해, 적이 있었으면 진작부터 쏴댔을 테니까.

시모노프

퍽이나 안심이 대게따!

내가 술병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몇――번을 말했는데, 엉!?

A91

시모노프...? 왜 내 멱살을 잡아?

AK47

하하하! 미안 미안, 다음엔 조심할게!

아무튼 주차장에 무사 진입한 걸 축하하는 뜻으로, 다 같이 건배~!

VSK94

뭐? 예정보다 훨씬 지체했는데 여기서 또 마신다고?

시모노프

이게 바로 보드카 스피릿이란 거지!

모르겠음 일단 마시고 봐!

AK47

신참, 술은 우리가 우정과 팀워크를 다지는 방식이라고.

우리랑 더 잘 어울리고 싶으면 너도 얼른 한잔해!

아 참, 근데 나 술 다 떨어졌어. A91, 신병한테 한 병 따 줘!

A91

어엉? 내 거 주라고...?

A91이 흠칫하며 자신의 배낭을 뒤졌다. VSK-94는 배낭 속을 휘적이는 그녀의 손 사이로 반짝이는 탄산음료병들을 분명히 봤지만, A91은 끝내 뻔뻔한 얼굴로 배낭의 지퍼를 닫았다.

A91

어떡하지, 나도 다 떨어졌네에...

시모노프

나도 이게 마지막이야.

VSK94

그, 그럼 난 주변을 정찰하고 올게!

AK47

하는 수 없지. 갔다 와~

VSK-94는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후다닥 주차장 안으로 향했다.

AK47

자아~ 그럼,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걸 축하하면서!

A91

우리를 기다리는 승리를 위하여~ 건배!

시모노프

마셔 마셔, 쭉쭉 마셔! 취할 때까지 마신다아――!

M870 팀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앞에서, 주정뱅이 인형들은 탄산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AK47

꿀꺽꿀꺽... 캬하――!! 조오~아쓰, 나 저 차 시동 걸리나 보고 오께에... 꺼억.

시모노프

안이 넓은 차로 부타캐~

짭새한테 쪼낄 때 낑기기 싫어어...

A91

소용없어, AK-47이 핸들을 잡으면 아무리 자리가 널버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거얼~

AK47

아 시꺼! 술 마시고 운전하는 거 또 카리나한테 걸렸다간――

...잠깐, 여긴 게임 안이었지? 에헤헤...

시모노프

으흐흐, 그럼 지히간도 카이나도 머라 못하겠네에~

A91

야 이 쫄보드랑, 혼나는 게 무서버서 술 안 마실 거냐!

AK47

머래, 누가 혼나는 게 무섭다고.

들켜 봤자 금주 교정 프로그램 이수받는 게 다구마안...

시모노프

어디 쬐끄만 방에다 가둬 노코, 하루 좽~일 교통 안전법 교육 영상 틀어 놓고, 술 한 방울도 안 주는 거밖에 안 대는데 머!

이 그리폰의 에이스가 그딴 걸 무서워하겠어?!

A91

그치 그치...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자, 주정뱅이 인형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리고 그때, 눈부신 서치라이트와 함께 우렁찬 고함이 그녀들을 덮쳤다.

???

<size=40>거기 모두 손 들어!</size>

<size=45>그렇게 취하고도 운전할 생각이냐!?</size>

<size=50>누구도 도망칠 생각 마라!</size>

낯선 세 모습이 AK47 옆의 자동차 지붕 위에 나타났다.

M870

NYPD다, 꼼짝 마!

음주운전 집중 단속 기간에 배짱 한번 좋구나!

P7

경찰이다!

ART556

손 들어!

AK47

......

시모노프

......

A91

......

M870

얌마! 리액션 좀 해봐!

AK47

제기랄! 오늘 집중 단속 날이었어!?

시모노프

잔말 말고 빨랑 튀어!

A91

시모노프! 출구 이쪽이야!

AK47

잠까아안! 여기 게임 안이잖아?

시모노프

아, 맞다. 뭐야 그럼, 왜 경찰이 여기 있어?

A91

그럼 왜 그러케 걸음아 나 살려라야?

AK47

이건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거고!

시모노프

경찰이란 소리만 들으면 나도 모르게 도망치게 되더라!

A91

으이이 너네 두우울, 나보다 빨리 튈 생각 마아아!

눈 깜짝할 새에, 세 주정뱅이 인형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황량한 주차장엔 어안이 벙벙한 M870 팀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P7

......

ART556

...저거, 인형이 낼 수 있는 속도야?

M870

와 씨, 핵 쓴 줄 알았네!

VKS94

선배들, 나 돌아왔어!

P7

앗, 누님! VSK 왔어!

ART556

어떡하지?!

M870

침착해!

VSK-94가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AK-47 일행은 온데간데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는 낯선 세 인형이 그녀를 맞이했다.

M870

NYPD다, 음주운전 집중 단속 중이야!

거기 너! 손 들어!

P7

손 들어!

ART556

번쩍 들어!

VSK94

......

VSK-94는 체념한 듯 얌전히 손을 들고, M870이 들이댄 음주측정기를 불었다.

M870

...흥, 정상 수치네.

VSK94

저기... 경찰 동지, 혹시 내 팀 못 봤어?

조금 전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M870

여기서 사이다로 술판 벌이던 그 꽐라들 말이야?

VSK94

...응, 맞을 거야.

P7

우릴 보자마자 도망치더라!

ART556

슝~ 하고 사라졌어!

VSK94

역시...

어이없어하는 VSK-94의 모습을 살피면서, M870은 P7과 ART556에게 눈치를 줬다.

M870

NYPD 맨해튼 담당 M870이야. 그리고 얘네는 내 부하 P7이랑 ART556이고.

P7

반갑습니다 아가씨, 순경 P7이라고 합니다.

ART556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순경 ART556입니다.

VSK94

어... 너희도 그리폰 인형 맞지?

왜 뉴욕 경찰을 사칭해?

M870

이게 우리 임무니까지. 임무를 받은 이상, 제대로 수행해야지 않겠어?

게임 속 폐허가 된 도시라 해도, 경찰로서 정의 수호에 앞장서야지.

P7

옳소!

ART556

맞아 맞아!

VSK-94는 이 경찰 행세를 하는 인형들이 상처투성이인 것을 발견했다.

VSK94

......

M870

아, 이 상처? 좀 전에 술 취한 폭도들을 처단하던 중에 폭발에 휘말려서 생긴 거야.

P7

맞아 맞... 응?

<size=25>그런 설정 있었나?</size>

ART556

<size=25>애드리브 몰라? 애드리브!</size>

VSK94

...고생하네.

M870

하아아... 안 그래도 인력 부족인데, 내 부하들은 경험 부족이라서 말이지...

VSK94

맨해튼만 해도 엄청 넓은데 너희들뿐이라고?

다른 경찰들은 다 떠났어...?

M870

그래, 너도 오면서 지금 뉴욕이 어떤 상황인지 봤지?

VSK94

응, 엄청 심각했어...

M870

우리들만으로라도 도시의 정의를 수호하면서 동료를 모으고 있지만, 역시 일이 잘 안 풀리네.

VSK94

......

M870

우리 얘기는 이쯤하고...

M870

아가씨, 네 친구들은 다 도망가버렸는데 이제 어떡할 거야?

VSK94

난...

내면의 갈등을 겪는 VSK-94에게, P7과 ART556이 타이밍 좋게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에, VSK-94는 그 주정뱅이들의 흐리멍텅한 눈이 떠올랐다.

M870

범죄자라지만, 일말의 주저도 없이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는 놈들은 처음 봤다니까.

걱정 마, 우린 어려움에 처한 시민을 끝까지 도울 거니까.

혼자 행동하기 무섭다면, 그 녀석들을 찾을 때까지 우리가 같이 있어 줄게.

P7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ART556

우리의 영광입니다!

VSK94

......아니, 됐어.

그 술고래들한테 보드카 살 돈을 쥐여 주느니, 너희와 함께 도시의 정의를 수호할래.

M870

뭐...? 그럼...!

VSK94

내 이름은 VSK-94, 그리폰에 들어오기 전에 한동안 파출소에서 일한 적 있으니 내 경험이 도움이 될 거야.

나도 너희 팀에 끼워 줘.

M870

얼마든지! 우리야 대환영이지!

VSK94

그럼 잘 부탁할게.

P7

만세!

ART556

잘됐다!

M870

고마워, 넌 우리 맨해튼 순찰대의 큰 힘이 될 거야!

VSK94

응.

VSK-94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앞장서 움직였다.

그런 그녀 뒤에서, 세 인형들은 사악한 안광을 번뜩였다.

P7

헤헤, 성공이다.

ART556

싱겁다 싱거워!

M870

이게 다~ 이 누님의 완벽한 계획 덕분 아니겠냐!

십몇 분 전.

P7

아, 생각났다. 내가 전에 들었는데...

ART556

뭔데?

P7

얼마 전에 경찰 몇 명이 기지로 와서 지휘관을 찾았는데, 지휘관 표정이 무지무지 심각하길래 궁금해서 사~알짝 엿들었거든?

대충 요약하자면, AK-47네 녀석들이 과속 음주운전하다 단속 중이던 경찰한테 잡혀 왔더라고.

벌금 왕창 깨져서 카리나는 혼절할 뻔했고, 지휘관도 어~엄청 화나서 걔네를 아주 호되게 혼냈어.

ART556

그러니까, 저 녀석들은 경찰을 무서워한다?

M870

푸히히히힛, 진짜 웃긴다!

뭐, 저 꽐라들 상대하는덴 딱이겠네.

하지만 저 VSK-94란 녀석은 아는 게 없으니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네...

ART556

우리 셋이서 쟤 한 명을 못 이기겠어?

M870

네 폭탄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지금 여기서 쭈그리고 있을 필요 없었거든?

ART556

우으으... 미안하다니까...

P7

오! 누님, VSK가 딴 데 갔어!

ART556

운이 따라 주네. 그럼 가 보실까.

P7

VSK가 갑자기 돌아오면 어떡해?

M870

흐흥~ 좋은 수가 떠올랐으니까 괜찮아.

ART556

뭔데?

M870

지금 가서, 저놈들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하는 거야.

그럼 우린 정당하게 범죄자를 처벌하는 쪽이 되지.

P7

VSK가 자기 동료들을 구하려 할 텐데?

M870

염려 붙들어 매셔, 걔가 돌아왔을 땐 우리가 정의를 행사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될 테니까.

M870

그리고 저 녀석, 전직 경찰이 분명해. 분명 정의를 거역할 순 없겠지!

ART556

그러니까... 우리가 정의인 척해서 VSK를 꼬드기자고?

M870

그 말 당장 취소해!

지금부터 우리는 진짜 정의의 사도다!

알았나!

ART556

알겠슴다!

P7

문제없슴다!

M870

후후후, 좋았어... 지금이다!

거기 모두 손들어!

중계 스트리밍 중인 지휘실.

카리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카리나

그 괴로운 기억을 되살리지 마아아아...!

으으으... 그때 진짜 돈 엄청 깨졌는데...

지휘관

진정해 카리나, 다 예전 일이잖니.

카리나

그래도 그때 벌금으로 잔고에서 빠져나간 액수를 다시 떠올리자니...

너무 가슴 아파요! 히잉...

지휘관

그럼 저 베팅 화면을 봐봐, 기분이 어때?

카리나

와하! 우헤, 우헤헤...

탐스러운 숫자에, 카리나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바로 증발했다.

카리나

좋았어, 그럼 실시간 투표를 계속할까요!

지금 생중계를 보고 계신 인형 여러분! 현재 두 팀 사이에서 중대한 인원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AK-47 팀 소속의 VSK-94가 M870 팀의 회유에 넘어가 전향했네요!

유능한 팀원을 잃은 AK-47 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M870 팀에겐 과연 이것이 전환점이 되어 줄까요?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된 참입니다, 채널 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