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를 뚫고
M870팀 서브 스토리 2
00시 12분. 머리 위에 뜬 "공복" 표시가 사라진 Vector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귓가엔 오직 차가운 바람의 소리만이 들렸다.
.....
P...
요원님?
...너구나.
동료를 잃어 매우 유감입니다.
PP-90...
조금 전, 스프링필드 팀이 요원님 근처를 지나갔습니다.
그들도 다크존으로 향했구나.
네.
지금쯤, 아직 생존한 팀이라면 모두 다크존으로 이동하고 있겠죠.
...알았어. 그럼 우선 터미널에서 R93 조와 합류해야겠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브라이언트 파크.
후우... 후우...
이 겁만 잔뜩인 생쥐놈들, 스킬 포인트를 전부 도주에 찍었냐!?
헥... 헥...
화가 아주 단단히 난 M870은 그대로 옆에 있던 민간인의 멱살을 잡았다.
야! 여기서 도둑놈처럼 생긴 인형놈들 지나가는 거 못 봤냐?!
......
......
하지만 행인들은 M870의 말에 반응하긴커녕,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얌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누님이 안 보이냐고! 야!
......
어쭈,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야?
그만해 M870, 이 NPC들이랑은 상호작용이 불가능해.
M870은 화풀이 삼아 두 행인들의 몸에 벌금 딱지를 잔뜩 붙였다.
P7, ART556, 너넨 저쪽을 정찰해. 놈들이 남긴 흔적은 없나 찾아봐.
......
P7? ART556?
아직도 못 따라왔어...
이래서 키가 평균 미만인 애들이랑은 같이 일하기 싫다고!
꼭 중요한 때에 안 보여서, 찾으러 가면 맨홀에 빠졌거나 이상한 데에 끼었던가 한단 말이야...
둘을 찾으러 가야 해.
뭔 맨날 유치원 앞을 지키는 아줌마 같은 소릴 하냐?
걱정일랑 마셔, 걔네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자기 앞가림 정돈 할 줄 알아.
누, 누가 매일 유치원 앞에 있었다고...!
그리고 방금 둘에게 통신해봤는데, 연락이 닿질 않아. 신호가 차단당했어.
아 글쎄 조급해하지 말라니까? 좀만 더 있으면 납치범이 몸값 요구하려고 전화할 테니까 냅둬.
......
아이, 분위기 전환 겸 농담으로 한 소린데 정색하지 마.
어쩌면 먼저 다크존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아까부터 계속 시스템 알림 뜨잖아?
누가 다크존으로 진입했다고 말이야.
그럼 상황이 더 심각하지 않아?
그 애들만으로는 다크존에서 버티지 못할 거야.
맞습니다, 그 두 요원만으론 다크존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으익, 야! 대뜸 통신창 띄우지 마! 놀라서 자빠질 뻔했네!
어... 죄송합니다, 요원님.
아무튼, 이후의 임무 수행을 위해서도 즉시 두 요원님을 수색하는 것을 건의합니다.
알았으니까, 그만 끊어.
빨리 다크존으로 가자.
어휴... 알았어, 알았다고. 다크존으로 가면 될 거 아니야.
VSK-94의 눈빛을 보곤 어물쩡 넘어갈 수 없음을 깨달은 M870은,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동의했다.
그리고 때마침 다크존으로 이동 중이던 Vector가 브라이언트 파크에 도달했다.
쥐 죽은 듯 조용한 공원에서, 두 인형이 각자의 물품을 정리하는 것도 보였다.
저건... 우리 전술인형들?
그리폰에 저렇게 조용한 녀석이 있었나?
Vector는 표정을 가다듬고 두 인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건의할 사항이 있어.
뭔데?
체포 대상은 상의해서 정하자.
웃기지 마, 결정권은 당연히 대장인 나한테 있어. 뭔데? 내 자리 뺏을 셈이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저 네가 꽤 자주 충동적으로 행동한단 생각이 들어서.
충동... 너 말 다 했냐?
M870과 VSK-94가 느닷없이 언쟁을 벌이는 통에, Vector는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다.
......
몇 마디 안 들었는데도 마인드맵이 다운될 거 같아.
역시 그만두자, 나처럼 재수없는 인형은 모르는 사람한테 괜히 말 걸지 말자.
Vector는 슬쩍 방향을 틀어, M870과 VSK-94를 우회하려 했다.
대드는 게 아니야.
처음에 AK-47 선배들을 음주운전 혐의로 검거하려 한 건 나도 이견 없어.
계속 말해 봐.
하지만 스프링필드 팀은 그저 물자를 모으는 중이었고, 수사에도 협조적이었잖아?
그런데 네가 무작정 위협하는 바람에 그들을 도망치게 만들었어.
그야 도둑이 제 발 저려서 도망친 거지!
그리고, 그때 소통하지 않아서 P7과 ART556이 우리와 흩어지게 됐어.
안 그래도 머릿수가 부족한데, 이래서는 업무 속행이 불가능해.
시끄럽네 진짜, 왜 갑자기 설교야?
설교가 아니라,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자는 말이야.
넌 신참이고 대장은 나야!
신병이랍시고 내가 언제까지고 봐줄 거 같아?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고, 이 M870의 땅에선 내 법대로 행동해.
계속 이 누님을 따라오고 싶다면, 얌전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으로 "정의 행사"를 하겠다고?
아무래도, 서로 정의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른 거 같네.
그때, M870을 향해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다행히 빨리 발견하고 피해 다치지는 않았다.
뭐야, 누구야? 감히 누가 겁도 없이 경찰한테 상해를 입히려 들어!?
야, 거기 있는 인형! 너냐?!
거기 하얀 머리! 너 말이야, 너!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Vector는 반사적으로 멈춰섰다.
그냥 도망칠까?
Vector가 어떡할지 망설이는 사이에, M870은 VSK-94를 끌고 순식간에 달려왔다.
용의자, 닉네임을 밝혀라!
..."전술인형Vector".
엑... 농담이지? 시대가 어느 땐데 닉네임을 본명으로 짓는 녀석이 있어?
나강 할매도 서핑(그러니까 웹서핑)할 때 요상한 닉네임을 짓는데...
내 닉네임 가지고 뭐라는 건 상관없는데, 그 괄호는 뭐야?
신경쓰지 마, 원래부터 막말하기 좋아하는 녀석이라서.
뭐 임마? 옆에서 목소리 낮춘다고 못 들을 거 같냐!?
저기, 난 지금 길이 급한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Vector는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서 벗어나려 했다.
어딜 가시려고!
하지만 M870이 잽싸게 Vector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 어째 수상하다?
......
또 뭘 어쩌려고.
야 신참, 너 방금 내가 생사람 잡는다고 뭐라 했지?
그렇다면 보여 주지, 내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범죄자를 검거하는지를 말이야...
M870은 눈을 가늘게 뜨고, Vector를 위아래로 찬찬히, 그리고 유심히 훑어보았다.
용의자, 질문에 대답해라!
......
용의자는 나를 말하는 거야?
그래 너, 바로 너! "전술인형Vector"!
너는 방금 내가 신참과 상황을 토의하던 틈을 노려서, 몰래 공무원을 습격하고 도주하려던 거 맞나?!
자의식 과잉이네. 난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
그걸 누가 믿어!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불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지?
......
심문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해도 되는 거야?!
신참은 빠져, 내가 지금 모범적인 범인 검거 절차를 시범하고 있잖아!
난 지휘관에게 이 서바이벌 매치에서 우승하라는 임무를 받아 수행 중이야.
그걸 어떻게 증——
꼭 증명이 필요하다면 지금 여기서 널 사살하고 현실로 돌려보내 줄 테니, 가서 지휘관에게 직접 물어봐.
오호라, 공무원 폭행 미수도 모자라 재차 공무원을 폭행하시겠다?
네가 말하는 그 공무원 폭행이란 게 마인드맵에서 널 죽이는 시뮬레이션을 연산하는 걸 말한다면... 맞아, 이미 공무원 폭행죄를 수백 번은 저질렀어.
......
흥, 말솜씨가 제법이네.
근데 잠깐, 지휘관이 너 하나만 보냈어?
세... 두 명 더 있지만, 잠시 따로 행동 중이야.
그래서, 다른 질문은 없어, 경관 나으리?
왜 따로 행동 중인데.
아마 내가 재수없어서겠지.
푸하핫! 너처럼 자격지심 있는 녀석은 마음에 든다니까!
끄응... 그래도 재수없다고 체포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
크흠... 지,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인데?
다크존.
......
M870의 심문은 난항에 빠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조금이라도 혐의를 씌울 거리를 찾아내려고 Vector를 집중해서 살펴봤지만...
그만 가도 되지?
급한데 방해해서 미안해, 이만 가도 좋아.
그 말에 M870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VSK-94에게 고개를 돌리니, "신참"의 얼굴에는 경멸과 아니꼬움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이를 당장 만회하지 않으면 이 녀석까지 잃고 만다는 예감이, M870의 마인드맵을 스쳤다.
스톱!
M870이 다시 Vector를 불러세웠다.
......
어느 쪽인지 확실하게 하지?
싸우고 싶으면 얼른 덤벼, 1 대 1이든 2 대 1이든 얼마든지 받아 줄 테니까.
흥! 네가 아무리 오리발 내빌어 봤자, 내 예리한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너의 혐의는 밝혀졌다, 전술인형Vector!
응?
힐끔 바라본 VSK-94의 눈에는 당혹스러움과 의혹이 비쳤다.
M870은 상황을 타개할 첫 단추가 끼워졌음을 느꼈다.
더 이상 설명따윈 필요 없지, 내 머릿속에 이미 답이 떠올랐으니까.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진실!"
......
그리고 "진실은 단 하나!"
너 스킬 선쿨 왜 이리 길어?
너의 혐의는——!!
바로 바로——!!
불법 총기 소지죄다!!!
......
......
차갑던 공기가 순식간에 더욱 얼어붙었다.
......하?
불법 총기 소지!? 마인드맵이 탄산에 절여서 피클이라도 됐어?!!
뭐, 뭐야, 왜 나한테 화내는데? 너 지금 누구 편이야?
더는 못 참아.
진절머리가 난 VSK-94 바로 배낭을 매고 떠나려 했다.
어, 야! 어디 가려고!
ART556과 P7을 구하러.
난 가도 되지?
가긴 누구 맘대로 가?!
어?
헛소리 그만해, 네가 날 막을 수는 있어?
흥, 그럼 어디 한번 해보시지!
내 허락도 없이 갈 수 있나 해보라고!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었구나.
그럼 난 이만――
하지만 M870이 자신의 배낭을 냅다 Vector의 품에 던졌다.
결투다 짜샤, 일루 와.
진 사람은 이긴 사람한테 무조건 복종하기, 불만 없지?
지고서 울면서 빌지나 마.
VSK-94도 배낭을 벗어, Vector에게 건넸다.
......
내가 재수없다는 건 알지만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M870이 선수를 쳐, VSK-94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예상했던 VSK-94는 공원의 벤치를 밟아 뛰어올라, 멋지게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흐트러짐 없이 착지한 VSK-94는 공원 깊숙이로 뛰어 들어갔다.
거리를 벌려서 날 저격하려고? 어림도 없지!
M870이 바로 VSK-94의 뒤를 쫓았다.
혼자 남겨진 Vector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곤, 무거운 가방들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
총소리에 놀란 새들이 모조리 도망가, 숲은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VSK-94는 이미 몸을 숨겨 보이지 않았고, 낙엽으로 가득한 오솔길에도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자신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을 잘 아는 M870은 속도를 늦춰, 신경을 곤두세우고 VSK-94의 종적을 찾았다.
......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낙엽 몇 장이 떨어졌다.
M870은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깜짝이야.
그리고 그녀가 경계를 늦춘 바로 그때, 바로 옆의 나무 위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M870은 황급히 방패를 들어 방어하는 동시에 위를 향해 발포했다.
기습에 실패한 VSK-94는 이번에도 멋지게 피하면서 사라졌다.
깜짝 놀라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M870은 억지로 허세를 부렸다.
급소만 딱 골라서 조준하고, 신참 주제에 아주 인정사정 안 봐주네? 하지만 아직 멀었어!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말이야, 이 누님이 그 꽐라들한테서 널 꺼내――
또 다시 위에서 급소를 노린 공격이 날아들었다.
M870은 아슬아슬하게 피해 직격은 면했지만, 그 한 방에 HP가 절반이나 날아갔다.
더는 입방정을 떨 여유가 없어진 M870은 그대로 몸을 굴려, 나무 기둥 뒤에 숨어 대책을 궁리했다.
이대로는 분명 내가 지고 말아...
이 대치 상태를 어떻게든 돌파해서, 녀석이 가까이서 모습을 드러낼 때 공격해야겠어.
자존심 상하지만, 우선 엄살 부리면서 녀석의 적개심을 누그러뜨리고, 말을 들어주겠다고 항복하는 척을 할까. 꼬맹이들 얘기면 충분하려나?
심호흡한 후, M870은 아파 죽겠다는 듯이 비명을 지르고 몸을 부딪히면서 나무를 흔들었다. 역시, VSK-94는 바로 이쪽으로 총을 쏘지 않았다.
후후, 작전 1단계 성공.
그리고 상대가 볼 수 있도록 총을 멀리 던지면서, 마음에도 없는 목숨 구걸을 시작했다.
으아앙, 너무 아파! VSK, 쏘지 마!
나 안 싸울래! 방금 봤지? 총도 버렸어!
M870은 일부러 VSK-94에게 보이도록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총탄은 날아들지 않았다.
히히히, 저 녀석의 사고 패턴은 이미 완전히 파악했다고!
그럼 이제——
M870이 나무 뒤에서 조심스레 내밀자...
길고 시커먼 총구가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체크메이트.
VSK-94는 M870이 던졌던 총을 꾹 밟은 채,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엑?! 아니 어떻게...!?
아직도 저항하려고? 그럼――
자자자자잠깐!! 말로 하자, 말로!
그래 그래, 내가 그 꼬맹이들을 내버려둬서 화난 거지?
알았어, 같이 걔네를 찾으러 가자, OK?
......
네가 그랬잖아, 걔네 둘만 다크존으로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그럼, 너 혼자 남으면 더 승산이 없지 않아?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면――
그 말, 진심이야?
M870의 이마를 찌르던 총구에 힘이 살짝 풀렸다.
진심이고 말고!
어서 가자, 걔네가 이미 다크존으로 들어갔다면 얼른 찾아내야지!
여기서 계속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다간, 우리 귀염둥이들이――
X 순경No.7이(가) NPC에게 사망했습니다. X
X 순경No.556이(가) NPC에게 사망했습니다. X
......
......
점점 힘이 들어가는 VSK-94의 총구에 M870은 이마가 꿰뚫릴 것만 같았다.
이, 일단 진정해 봐...
그러니까... 그 귀염둥이들 말고 다른 애들을 찾으면...
하하하...
보기 드물게 당황한 M870의 얼굴이 비치는 VSK-94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
저, 정말 안 되면 내가 네 귀염둥이 되어 줄 테니까... 으응...?
......
M870의 계획이 실패했음은 불 보듯 뻔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
M870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연기력을 쥐어짜내, 순진무구한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VSK-94를 바라보면서, 슬그머니 그녀 발 밑의 총으로 손을 뻗었다.
속셈 다 보여.
VSK-94는 M870의 산탄총을 멀리 차 버렸다.
하지만 설마 M870이 그걸 노리고 수류탄을 던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케헷♪ 이 누님을 얕보지 말라고!
......
수류탄을 던지고 M870은 재빠르게 몸을 뒤로 굴려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VSK-94는, 공중에 떠오른 수류탄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M870에게 몸을 던져 덮쳤다.
으엑!? 무무무무슨 짓이야?! 꺄아아아악!!!
퍼엉――!!
폭발에 새들이 다시 놀라 날아올랐고, 공원 정문 앞의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던 Vector까지 깨웠다.
X 뉴욕경찰청장이(가) 유괴범아님믿어주셈을(를) 처치했습니다. X
X 뉴욕경찰청장이(가) 수류탄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X
흠큼... 뭐지?
카리나의 중계가 한창인 지휘실.
으아악 내 도오오온!!!
VSK――!! 너만은 믿었는데――!!
아하하하하하! 나, 나 웃겨 죽을 거 같아!
힘내라 힘내라 Vivi~! 잘한다 잘한다 Vivi~!
희비가 교차하는 인형들의 함성을 배경으로, 카리나는 끝을 모르고 치솟는 숫자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으흐흐흐... M870도 겁먹을 때가 다 있네요!
이거 경기가 점점 재밌어지네.
자 자 자, 여러분!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떡하겠어요? 시합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집중해요, 아직 팀이 많이 남았잖아요!
이미 잃은 돈 때문에 울 바에야, 다음에 대박날 기회를 노리세요!
자아, 어서 투표하세요! 이번 베팅으로 인생 대역전의 찬~스!
눈에 달러 마크를 띄운 카리나를 보며,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지갑을 움켜쥐었다.
전체 대사 보기 (205줄)
00시 12분. 머리 위에 뜬 "공복" 표시가 사라진 Vector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귓가엔 오직 차가운 바람의 소리만이 들렸다.
.....
P...
<color=#00CCFF>요원님?</color>
...너구나.
<color=#00CCFF>동료를 잃어 매우 유감입니다.</color>
PP-90...
<color=#00CCFF>조금 전, 스프링필드 팀이 요원님 근처를 지나갔습니다.</color>
그들도 다크존으로 향했구나.
<color=#00CCFF>네.</color>
<color=#00CCFF>지금쯤, 아직 생존한 팀이라면 모두 다크존으로 이동하고 있겠죠.</color>
...알았어. 그럼 우선 터미널에서 R93 조와 합류해야겠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브라이언트 파크.
후우... 후우...
이 겁만 잔뜩인 생쥐놈들, 스킬 포인트를 전부 도주에 찍었냐!?
헥... 헥...
화가 아주 단단히 난 M870은 그대로 옆에 있던 민간인의 멱살을 잡았다.
야! 여기서 도둑놈처럼 생긴 인형놈들 지나가는 거 못 봤냐?!
......
......
하지만 행인들은 M870의 말에 반응하긴커녕,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얌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누님이 안 보이냐고! 야!
......
어쭈,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야?
그만해 M870, 이 NPC들이랑은 상호작용이 불가능해.
M870은 화풀이 삼아 두 행인들의 몸에 벌금 딱지를 잔뜩 붙였다.
P7, ART556, 너넨 저쪽을 정찰해. 놈들이 남긴 흔적은 없나 찾아봐.
......
P7? ART556?
아직도 못 따라왔어...
이래서 키가 평균 미만인 애들이랑은 같이 일하기 싫다고!
꼭 중요한 때에 안 보여서, 찾으러 가면 맨홀에 빠졌거나 이상한 데에 끼었던가 한단 말이야...
둘을 찾으러 가야 해.
뭔 맨날 유치원 앞을 지키는 아줌마 같은 소릴 하냐?
걱정일랑 마셔, 걔네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자기 앞가림 정돈 할 줄 알아.
누, 누가 매일 유치원 앞에 있었다고...!
그리고 방금 둘에게 통신해봤는데, 연락이 닿질 않아. 신호가 차단당했어.
아 글쎄 조급해하지 말라니까? 좀만 더 있으면 납치범이 몸값 요구하려고 전화할 테니까 냅둬.
......
아이, 분위기 전환 겸 농담으로 한 소린데 정색하지 마.
어쩌면 먼저 다크존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아까부터 계속 시스템 알림 뜨잖아?
누가 다크존으로 진입했다고 말이야.
그럼 상황이 더 심각하지 않아?
그 애들만으로는 다크존에서 버티지 못할 거야.
<color=#00CCFF>맞습니다, 그 두 요원만으론 다크존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color>
으익, 야! 대뜸 통신창 띄우지 마! 놀라서 자빠질 뻔했네!
<color=#00CCFF>어... 죄송합니다, 요원님.</color>
<color=#00CCFF>아무튼, 이후의 임무 수행을 위해서도 즉시 두 요원님을 수색하는 것을 건의합니다.</color>
알았으니까, 그만 끊어.
빨리 다크존으로 가자.
어휴... 알았어, 알았다고. 다크존으로 가면 될 거 아니야.
VSK-94의 눈빛을 보곤 어물쩡 넘어갈 수 없음을 깨달은 M870은,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동의했다.
그리고 때마침 다크존으로 이동 중이던 Vector가 브라이언트 파크에 도달했다.
쥐 죽은 듯 조용한 공원에서, 두 인형이 각자의 물품을 정리하는 것도 보였다.
저건... 우리 전술인형들?
그리폰에 저렇게 조용한 녀석이 있었나?
Vector는 표정을 가다듬고 두 인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건의할 사항이 있어.
뭔데?
체포 대상은 상의해서 정하자.
웃기지 마, 결정권은 당연히 대장인 나한테 있어. 뭔데? 내 자리 뺏을 셈이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저 네가 꽤 자주 충동적으로 행동한단 생각이 들어서.
충동... 너 말 다 했냐?
M870과 VSK-94가 느닷없이 언쟁을 벌이는 통에, Vector는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다.
......
몇 마디 안 들었는데도 마인드맵이 다운될 거 같아.
역시 그만두자, 나처럼 재수없는 인형은 모르는 사람한테 괜히 말 걸지 말자.
Vector는 슬쩍 방향을 틀어, M870과 VSK-94를 우회하려 했다.
대드는 게 아니야.
처음에 AK-47 선배들을 음주운전 혐의로 검거하려 한 건 나도 이견 없어.
계속 말해 봐.
하지만 스프링필드 팀은 그저 물자를 모으는 중이었고, 수사에도 협조적이었잖아?
그런데 네가 무작정 위협하는 바람에 그들을 도망치게 만들었어.
그야 도둑이 제 발 저려서 도망친 거지!
그리고, 그때 소통하지 않아서 P7과 ART556이 우리와 흩어지게 됐어.
안 그래도 머릿수가 부족한데, 이래서는 업무 속행이 불가능해.
시끄럽네 진짜, 왜 갑자기 설교야?
설교가 아니라,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자는 말이야.
넌 신참이고 대장은 나야!
신병이랍시고 내가 언제까지고 봐줄 거 같아?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고, 이 M870의 땅에선 내 법대로 행동해.
계속 이 누님을 따라오고 싶다면, 얌전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으로 "정의 행사"를 하겠다고?
아무래도, 서로 정의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른 거 같네.
그때, M870을 향해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다행히 빨리 발견하고 피해 다치지는 않았다.
뭐야, 누구야? 감히 누가 겁도 없이 경찰한테 상해를 입히려 들어!?
야, 거기 있는 인형! 너냐?!
거기 하얀 머리! 너 말이야, 너!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Vector는 반사적으로 멈춰섰다.
<color=#A9A9A9>그냥 도망칠까?</color>
Vector가 어떡할지 망설이는 사이에, M870은 VSK-94를 끌고 순식간에 달려왔다.
용의자, 닉네임을 밝혀라!
..."전술인형Vector".
엑... 농담이지? 시대가 어느 땐데 닉네임을 본명으로 짓는 녀석이 있어?
나강 할매도 서핑(그러니까 웹서핑)할 때 요상한 닉네임을 짓는데...
내 닉네임 가지고 뭐라는 건 상관없는데, 그 괄호는 뭐야?
신경쓰지 마, 원래부터 막말하기 좋아하는 녀석이라서.
뭐 임마? 옆에서 목소리 낮춘다고 못 들을 거 같냐!?
저기, 난 지금 길이 급한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Vector는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서 벗어나려 했다.
어딜 가시려고!
하지만 M870이 잽싸게 Vector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 어째 수상하다?
......
또 뭘 어쩌려고.
야 신참, 너 방금 내가 생사람 잡는다고 뭐라 했지?
그렇다면 보여 주지, 내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범죄자를 검거하는지를 말이야...
M870은 눈을 가늘게 뜨고, Vector를 위아래로 찬찬히, 그리고 유심히 훑어보았다.
용의자, 질문에 대답해라!
......
용의자는 나를 말하는 거야?
그래 너, 바로 너! "전술인형Vector"!
너는 방금 내가 신참과 상황을 토의하던 틈을 노려서, 몰래 공무원을 습격하고 도주하려던 거 맞나?!
자의식 과잉이네. 난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
그걸 누가 믿어!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불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지?
......
심문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해도 되는 거야?!
신참은 빠져, 내가 지금 모범적인 범인 검거 절차를 시범하고 있잖아!
난 지휘관에게 이 서바이벌 매치에서 우승하라는 임무를 받아 수행 중이야.
그걸 어떻게 증——
꼭 증명이 필요하다면 지금 여기서 널 사살하고 현실로 돌려보내 줄 테니, 가서 지휘관에게 직접 물어봐.
오호라, 공무원 폭행 미수도 모자라 재차 공무원을 폭행하시겠다?
네가 말하는 그 공무원 폭행이란 게 마인드맵에서 널 죽이는 시뮬레이션을 연산하는 걸 말한다면... 맞아, 이미 공무원 폭행죄를 수백 번은 저질렀어.
......
흥, 말솜씨가 제법이네.
근데 잠깐, 지휘관이 너 하나만 보냈어?
세... 두 명 더 있지만, 잠시 따로 행동 중이야.
그래서, 다른 질문은 없어, 경관 나으리?
왜 따로 행동 중인데.
아마 내가 재수없어서겠지.
푸하핫! 너처럼 자격지심 있는 녀석은 마음에 든다니까!
<size=25>끄응... 그래도 재수없다고 체포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size>
......
크흠... 지,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인데?
다크존.
......
M870의 심문은 난항에 빠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조금이라도 혐의를 씌울 거리를 찾아내려고 Vector를 집중해서 살펴봤지만...
그만 가도 되지?
급한데 방해해서 미안해, 이만 가도 좋아.
그 말에 M870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VSK-94에게 고개를 돌리니, "신참"의 얼굴에는 경멸과 아니꼬움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이를 당장 만회하지 않으면 이 녀석까지 잃고 만다는 예감이, M870의 마인드맵을 스쳤다.
스톱!
M870이 다시 Vector를 불러세웠다.
......
어느 쪽인지 확실하게 하지?
싸우고 싶으면 얼른 덤벼, 1 대 1이든 2 대 1이든 얼마든지 받아 줄 테니까.
흥! 네가 아무리 오리발 내빌어 봤자, 내 예리한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너의 혐의는 밝혀졌다, 전술인형Vector!
응?
힐끔 바라본 VSK-94의 눈에는 당혹스러움과 의혹이 비쳤다.
M870은 상황을 타개할 첫 단추가 끼워졌음을 느꼈다.
더 이상 설명따윈 필요 없지, 내 머릿속에 이미 답이 떠올랐으니까.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진실!"
......
그리고 "진실은 단 하나!"
너 스킬 선쿨 왜 이리 길어?
너의 혐의는——!!
바로 바로——!!
<size=50>불법 총기 소지죄다!!!</size>
......
......
차갑던 공기가 순식간에 더욱 얼어붙었다.
......하?
<size=50>불법 총기 소지!? 마인드맵이 탄산에 절여서 피클이라도 됐어?!!</size>
뭐, 뭐야, 왜 나한테 화내는데? 너 지금 누구 편이야?
더는 못 참아.
진절머리가 난 VSK-94 바로 배낭을 매고 떠나려 했다.
어, 야! 어디 가려고!
ART556과 P7을 구하러.
난 가도 되지?
가긴 누구 맘대로 가?!
어?
헛소리 그만해, 네가 날 막을 수는 있어?
흥, 그럼 어디 한번 해보시지!
내 허락도 없이 갈 수 있나 해보라고!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었구나.
그럼 난 이만――
하지만 M870이 자신의 배낭을 냅다 Vector의 품에 던졌다.
결투다 짜샤, 일루 와.
진 사람은 이긴 사람한테 무조건 복종하기, 불만 없지?
지고서 울면서 빌지나 마.
VSK-94도 배낭을 벗어, Vector에게 건넸다.
......
내가 재수없다는 건 알지만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M870이 선수를 쳐, VSK-94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예상했던 VSK-94는 공원의 벤치를 밟아 뛰어올라, 멋지게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흐트러짐 없이 착지한 VSK-94는 공원 깊숙이로 뛰어 들어갔다.
거리를 벌려서 날 저격하려고? 어림도 없지!
M870이 바로 VSK-94의 뒤를 쫓았다.
혼자 남겨진 Vector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곤, 무거운 가방들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
총소리에 놀란 새들이 모조리 도망가, 숲은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VSK-94는 이미 몸을 숨겨 보이지 않았고, 낙엽으로 가득한 오솔길에도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자신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을 잘 아는 M870은 속도를 늦춰, 신경을 곤두세우고 VSK-94의 종적을 찾았다.
......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낙엽 몇 장이 떨어졌다.
M870은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깜짝이야.
그리고 그녀가 경계를 늦춘 바로 그때, 바로 옆의 나무 위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M870은 황급히 방패를 들어 방어하는 동시에 위를 향해 발포했다.
기습에 실패한 VSK-94는 이번에도 멋지게 피하면서 사라졌다.
깜짝 놀라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M870은 억지로 허세를 부렸다.
급소만 딱 골라서 조준하고, 신참 주제에 아주 인정사정 안 봐주네? 하지만 아직 멀었어!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말이야, 이 누님이 그 꽐라들한테서 널 꺼내――
또 다시 위에서 급소를 노린 공격이 날아들었다.
M870은 아슬아슬하게 피해 직격은 면했지만, 그 한 방에 HP가 절반이나 날아갔다.
더는 입방정을 떨 여유가 없어진 M870은 그대로 몸을 굴려, 나무 기둥 뒤에 숨어 대책을 궁리했다.
<color=#A9A9A9>이대로는 분명 내가 지고 말아...</color>
<color=#A9A9A9>이 대치 상태를 어떻게든 돌파해서, 녀석이 가까이서 모습을 드러낼 때 공격해야겠어.</color>
<color=#A9A9A9>자존심 상하지만, 우선 엄살 부리면서 녀석의 적개심을 누그러뜨리고, 말을 들어주겠다고 항복하는 척을 할까. 꼬맹이들 얘기면 충분하려나?</color>
심호흡한 후, M870은 아파 죽겠다는 듯이 비명을 지르고 몸을 부딪히면서 나무를 흔들었다. 역시, VSK-94는 바로 이쪽으로 총을 쏘지 않았다.
<color=#A9A9A9>후후, 작전 1단계 성공.</color>
그리고 상대가 볼 수 있도록 총을 멀리 던지면서, 마음에도 없는 목숨 구걸을 시작했다.
으아앙, 너무 아파! VSK, 쏘지 마!
나 안 싸울래! 방금 봤지? 총도 버렸어!
M870은 일부러 VSK-94에게 보이도록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총탄은 날아들지 않았다.
<color=#A9A9A9>히히히, 저 녀석의 사고 패턴은 이미 완전히 파악했다고!</color>
<color=#A9A9A9>그럼 이제——</color>
M870이 나무 뒤에서 조심스레 내밀자...
길고 시커먼 총구가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체크메이트.
VSK-94는 M870이 던졌던 총을 꾹 밟은 채,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엑?! 아니 어떻게...!?
아직도 저항하려고? 그럼――
자자자자잠깐!! 말로 하자, 말로!
그래 그래, 내가 그 꼬맹이들을 내버려둬서 화난 거지?
알았어, 같이 걔네를 찾으러 가자, OK?
......
네가 그랬잖아, 걔네 둘만 다크존으로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그럼, 너 혼자 남으면 더 승산이 없지 않아?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면――
그 말, 진심이야?
M870의 이마를 찌르던 총구에 힘이 살짝 풀렸다.
진심이고 말고!
어서 가자, 걔네가 이미 다크존으로 들어갔다면 얼른 찾아내야지!
여기서 계속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다간, 우리 귀염둥이들이――
X 순경No.7이(가) NPC에게 사망했습니다. X
X 순경No.556이(가) NPC에게 사망했습니다. X
......
......
점점 힘이 들어가는 VSK-94의 총구에 M870은 이마가 꿰뚫릴 것만 같았다.
이, 일단 진정해 봐...
그러니까... 그 귀염둥이들 말고 다른 애들을 찾으면...
하하하...
보기 드물게 당황한 M870의 얼굴이 비치는 VSK-94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
저, 정말 안 되면 내가 네 귀염둥이 되어 줄 테니까... 으응...?
......
M870의 계획이 실패했음은 불 보듯 뻔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
M870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연기력을 쥐어짜내, 순진무구한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VSK-94를 바라보면서, 슬그머니 그녀 발 밑의 총으로 손을 뻗었다.
속셈 다 보여.
VSK-94는 M870의 산탄총을 멀리 차 버렸다.
하지만 설마 M870이 그걸 노리고 수류탄을 던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케헷♪ 이 누님을 얕보지 말라고!
......
수류탄을 던지고 M870은 재빠르게 몸을 뒤로 굴려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VSK-94는, 공중에 떠오른 수류탄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M870에게 몸을 던져 덮쳤다.
으엑!? 무무무무슨 짓이야?! 꺄아아아악!!!
퍼엉――!!
폭발에 새들이 다시 놀라 날아올랐고, 공원 정문 앞의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던 Vector까지 깨웠다.
X 뉴욕경찰청장이(가) 유괴범아님믿어주셈을(를) 처치했습니다. X
X 뉴욕경찰청장이(가) 수류탄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X
흠큼... 뭐지?
카리나의 중계가 한창인 지휘실.
으아악 내 도오오온!!!
VSK――!! 너만은 믿었는데――!!
아하하하하하! 나, 나 웃겨 죽을 거 같아!
힘내라 힘내라 Vivi~! 잘한다 잘한다 Vivi~!
희비가 교차하는 인형들의 함성을 배경으로, 카리나는 끝을 모르고 치솟는 숫자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으흐흐흐... M870도 겁먹을 때가 다 있네요!
이거 경기가 점점 재밌어지네.
자 자 자, 여러분!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떡하겠어요? 시합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집중해요, 아직 팀이 많이 남았잖아요!
이미 잃은 돈 때문에 울 바에야, 다음에 대박날 기회를 노리세요!
자아, 어서 투표하세요! 이번 베팅으로 인생 대역전의 찬~스!
눈에 달러 마크를 띄운 카리나를 보며,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지갑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