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야간
공연 시작 5분 전, 프랑슈슈는 오프닝 준비를 위해 무대 백스테이지로 이동했다.
당신은 그들을 배웅한 뒤, 바로 나이트 카페의 VVIP 대기실로 직행했다.
대기실에 나이트 카페는 없었지만, 대신 눈살을 찌푸리고 업무를 보는 중인 사람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당신은 한참을 준비했던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저 더없이 익숙한 얼굴을 이렇게 다시 보니 문자 그대로 목이 메였다.
평소대로 지휘실의 문을 열고 매일 보는 그녀를 부를 때처럼 이름을 불렀을 때, 한순간 이미 그리폰 기지로 돌아온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카리나...
예에 무슨 일이신... 음?
키보드를 두들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카리나"는 당신을 보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미간을 좁혔다.
드디어 다시 보네...
정말 미안해, 지난 며칠 내내 날 찾느라 고생 많았지...?
......?
떨리는 다리로 카리나에게 다가간 당신은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았다.
너, 너희는 대체 어떻게 여기로 왔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얼른 기지로 돌아가자! 약속할게, 다신 꾀병 부려서 일 안 떠맡길 테니까!
............
카리나는 의미심장하게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확 가늘어지는 동시에 붙잡힌 손을 홱 뺐다.
누구시죠?
뭐? 무, 무슨 소리야, 며칠 못 봤다고 내 얼굴 벌써 까먹었어? 네 지휘관이잖아.
지휘관... 지휘관님...?
생각났어?
카리나의 눈이 익숙한 금빛으로 번쩍였다.
혹시 군에서 나오셨나요!?
......엉?
위문 공연이나 해외 순방 공연 섭외 건으로 오셨나요? 정말 끝내주는 타이밍에 오셨네요!
사가에서의 스케줄 이후 몇 개월 정도는 나이트 카페도 그레이 트리도 아직 예정이 확정된 게 없거든요~ 이참에――
그리폰&크루거 안전계약사! 군대와는 관계 없어!
넌 내 부관이잖아, 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해?
그리폰? 왠지 빈곤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이름인걸요...
......
(분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다...)
어쨌든, 예산 규모가 1천만 엔 미만이라면 제 시간 빼앗지 말아 주세요. 이래 봬도 바쁘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리나는 무심하게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고,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의 이런 태도를 믿을 수 없어 주의를 다시 돌리고자 되는대로 말했다.
내가 알기론 보통 아이돌의 수입은 아이돌 본인과 소속사가 받고, 매니저는 얼마 못 받을 테지?
뭐어, 현재 아이돌 업계는 보통 그런 식이죠.
그런 너에게 내가 일자리 하나 소개시켜 줄게! 쉽고 편하면서 봉급은 어마어마하고, 유급 휴가도 매년 엄청 나와!
흐음... 자세한 업무 내용은요?
가끔씩 흘러들어오는 철혈 찌끄레기 정도나 쫓아내는 걸 도와주면 돼.
수입에 대해선, 기지의 재정 관리 권한을 네게 전권 위임하고!
하하하, 그것 참 재미있는 얘기네요.
그치? ...잠깐, 뉘앙스가 다른데.
카리나는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당신에게 돌렸다.
잘 모르시나 본데, 전 여타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하곤 차원이 다르답니다. 그냥 나이트 카페와 그레이 트리의 매니저가 아니에요.
주식회사 "카리나 엔터테인먼트"의 CEO예요.
엑... 네, 네가 사장이라고?!
얘네가 벌어들이는 수입 한 푼 한 푼이 전부 제 돈이에요.
그게 어떻게 전부 네 돈이야?! 완전 악덕 사장이네, 노동법 무시하냐!?
카리나는 오만방자하게 코웃음치며 테이블 옆의 경보기를 눌렀다.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한다! 단계적 목표도 구상해놨어!
단계적 목표요?
그래! 뭐든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잖아? 그래서 작은 규모의 목표부터 정하자고.
어떤 시장 말이신가요? 일본 시장 점령이라면 이미 달성했는데요.
일단 매출 1억부터 찍는다!
......
카리나의 눈동자에서 익숙한 금빛이 아주 잠깐 반짝였다 바로 사라졌다.
사기 같네요.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서 궁금하지도 않아?
뭐어... 어디 한번 들어나 보죠.
먼저 날 그리폰으로 돌려보내 주면 찬찬히 설명해 줄게.
아아, 예에...
카리나는 체념한 듯한 미소를 짓더니, 재빠른 속도로 테이블 옆의 경보 버튼을 눌렀다.
정말 날 잊어버린 거니, 카리나...?
내가 그리폰에 막 입사했을 땐 너도 막 부관이 된 참이어서, 함께 기지에서 업무를 차근차근 배워 나갔잖아...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서 우리 모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
함께 인형들 걱정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밤을 같이 지세웠는지...
내 의지가 흔들리고 무너질 것 같을 땐 항상 네가 곁에서 응원해 줘서 이겨낼 수 있었는데...!
......
팔디스키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던 일은 기억해?
그렇게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너는――
잠깐 스톱이요.
기, 기억났니?!
지금 하는 얘기에서, 제가 추가 수당은 받았나요?
응? 어어... 사칙에 추가 수당 관련 조항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제가 당신의 부관으로 일하면서 승진이나 연봉 인상은 받은 적 있나요?
......아니.
카리나는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쉬더니,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테이블 옆의 경보기를 연타했다.
경비원, 이 사람 내보내 주세요!
자, 잠깐만!!
정장을 입은 거한 2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 당신을 번쩍 들어올렸다.
지금 막 알아봤는데요...
당신, 오늘 오프닝 공연을 맡은 프랑슈슈의 임시 매니저시네요?
어... 그게 그러니까...
먼저 당신의 그룹부터 신경쓰시는 게 어때요? 지금 무대 상황 안 좋아 보이는데.
카리나가 무대 확인용 CCTV 화면을 틀었고, 거기에 비친 프랑슈슈는 오프닝 무대 공연을 하는 중이었는데... 뭔가 잘못됐다.
뻣뻣하고 어색한 안무, 초조함과 절망감이 선명한 얼굴들, 그리고 노래까지 완전히 묻어버리는 무대 아래 관객들의 야유까지...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제 나이트 카페를 염탐하러 왔든 콜라보레이션 기회를 찾으러 왔든...
먼저 당신의 프랑슈슈부터 우리와 같은 무대에 오를 실력을 쌓은 다음에나 얘기하도록 해요.
카리나!
안녕히 가세요, 지휘관 씨. 당신은 지금 돈 버는 데 방해만 돼요.
카리나가 울부짖는 당신을 무시하고 손짓하자, 경비원들은 그대로 당신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당신은 그저, 돈 세는 일에 푹 빠진 그녀의 얼굴이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밤이 깊은 오래된 저택.
돌아온 프랑슈슈는 그대로 로비에 주저앉아버렸다. 화장을 지운 그들의 얼굴에는 좀비임에도 피곤함이 역력했다.
당신은 거의 30분가량 로비를 서성이며 성질을 부려, 소파에 화풀이로 내지른 주먹 자국이 골고루 찍혔을 지경이었다.
뭐냐고! 같은 아이돌 그룹인데 왜 이렇게 대우차가 심한 거야!!?
그리고 그 카리나도!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지휘관... 속 풀어요...
......
사쿠라의 말에 그제서야 당신은 정신을 차렸다. 지금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무대에서 굴욕을 겪은 프랑슈슈였으니까.
당신은 계속 서성이던 발을 우뚝 멈춰, 계속 당신 뒤를 따라다니며 다독이던 사쿠라를 돌아보았다.
우리... 다 망쳐부렀다야...
사쿠라...
에헤헤... 코타로 씨, 지금 여기 있었으믄 "바~보 바~보 바아아보 좀비~!"라고 놀려댔을 틴디...
사쿠라가 애써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쓰디 쓴 마음이 입꼬리를 짓눌렀다.
무리하지 마렴, 울고 싶으면 울면 돼.
지휘관... 지휘관이 나보다 더 울상이면서...
타에가 이미 축축해진 티슈를 당신의 얼굴에 불쑥 들이밀었다. 한숨을 푹 쉬며 그걸 받은 당신은 또 그제서야 모두가 당신 주위로 모인 것을 알아챘다.
으어어... (울지 말라는 것 같다.)
울 게 뭐 있어, 우리 실력이 나이트 카페보다 한참 모자란 게 사실인데.
잔혹한 현실이지만... 마주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모두 함께 힘내요, 아직 완전히 지진 않았아요.
바로 나흘 뒤에 또 기회가 있잖아요?
응! 우리라면 분명 해낼 수 있어!
여태까지의 시련도 다 극복해냈잖아!
사쿠라 곁에 온 아이와 준코는 표정은 어두워도 그 눈빛만큼은 굳은 결의와 용기로 빛났다.
그래... 지금까지의 훈련 스케줄이 너무 보수적인 탓이야.
앞으로 나흘 뒤에 있을 라이브 콘서트에 대비하려면 스케줄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겠어...
나랑 같은 생각이네? 스스로 깨우치다니 이제 프로듀서 다 됐는걸.
어... 그런가?
오늘의 경험을 떠올리자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일상"으로 돌아갈 열쇠를 찾았다 생각해 모든 걸 내던지고 문턱까지 왔건만, 그제서야 다 절박함에서 비롯된 허상임을 깨달았다.
그 문 너머에 있던 것은 당신을 전혀 모르는 인형들과 카리나였다.
지금 당신에게 있는 것은 프랑슈슈와의 유대뿐이다.
그러니까 인상 펴라 임마!
우리야 한숨 푹푹 쉴 수 있어도 네가 그럼 안 대제! 우릴 이끌고 전진해야 될 거 아니야!
여기서 무너지지 말라고!
사키도 털털하게 등을 퉁퉁 치며 격려해 주었다. 그런데 괜한 착각일까, 왠지 평소보다 힘이 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부드럽고 상냥한 한 쌍의 손이 다른 어깨 위에 올려졌다.
걱정 마시와요, 이런 상황이 처음도 아닌걸요.
프랑슈슈가 활동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조롱과 비난도 많이 받았사와요. 덕분에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 익숙해졌답니다.
게다가, 이번엔 지휘관님이 함께 방도를 강구해 주시니 우리가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사와요.
기운 내! 기운 없으면 노래 못 불러!
당신에게 모인 손길들에, 다시 한 번 쓴웃음이 지어졌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건 프랑슈슈이건만, 오히려 당신에게 이들에게 격려를 받았다니.
하지만 확실히, 그런 말을 들으니 지치고 좌절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좋았어... 그럼 모두 함께 힘내볼까!
마음을 다잡은 당신은 손을 내밀어, 프랑슈슈의 손을 하나로 모았다.
이는 당신의 장엄한 맹세, 프랑슈슈를 떠받쳐 구름 너머로 높이 띄워 줄 약속이었다.
오늘의 굴욕은 반드시 갚는다!
카리나 녀석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전체 대사 보기 (115줄)
공연 시작 5분 전, 프랑슈슈는 오프닝 준비를 위해 무대 백스테이지로 이동했다.
당신은 그들을 배웅한 뒤, 바로 나이트 카페의 VVIP 대기실로 직행했다.
대기실에 나이트 카페는 없었지만, 대신 눈살을 찌푸리고 업무를 보는 중인 사람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당신은 한참을 준비했던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저 더없이 익숙한 얼굴을 이렇게 다시 보니 문자 그대로 목이 메였다.
평소대로 지휘실의 문을 열고 매일 보는 그녀를 부를 때처럼 이름을 불렀을 때, 한순간 이미 그리폰 기지로 돌아온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카리나...
예에 무슨 일이신... 음?
키보드를 두들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카리나"는 당신을 보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미간을 좁혔다.
드디어 다시 보네...
정말 미안해, 지난 며칠 내내 날 찾느라 고생 많았지...?
......?
떨리는 다리로 카리나에게 다가간 당신은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았다.
너, 너희는 대체 어떻게 여기로 왔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얼른 기지로 돌아가자! 약속할게, 다신 꾀병 부려서 일 안 떠맡길 테니까!
............
카리나는 의미심장하게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확 가늘어지는 동시에 붙잡힌 손을 홱 뺐다.
누구시죠?
뭐? 무, 무슨 소리야, 며칠 못 봤다고 내 얼굴 벌써 까먹었어? 네 지휘관이잖아.
지휘관... 지휘관님...?
생각났어?
카리나의 눈이 익숙한 금빛으로 번쩍였다.
혹시 군에서 나오셨나요!?
......엉?
위문 공연이나 해외 순방 공연 섭외 건으로 오셨나요? 정말 끝내주는 타이밍에 오셨네요!
사가에서의 스케줄 이후 몇 개월 정도는 나이트 카페도 그레이 트리도 아직 예정이 확정된 게 없거든요~ 이참에――
그리폰&크루거 안전계약사! 군대와는 관계 없어!
넌 내 부관이잖아, 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해?
그리폰? 왠지 빈곤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이름인걸요...
......
<color=#A9A9A9>(분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다...)</color>
어쨌든, 예산 규모가 1천만 엔 미만이라면 제 시간 빼앗지 말아 주세요. 이래 봬도 바쁘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리나는 무심하게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고,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의 이런 태도를 믿을 수 없어 주의를 다시 돌리고자 되는대로 말했다.
......
내가 알기론 보통 아이돌의 수입은 아이돌 본인과 소속사가 받고, 매니저는 얼마 못 받을 테지?
뭐어, 현재 아이돌 업계는 보통 그런 식이죠.
그런 너에게 내가 일자리 하나 소개시켜 줄게! 쉽고 편하면서 봉급은 어마어마하고, 유급 휴가도 매년 엄청 나와!
흐음... 자세한 업무 내용은요?
가끔씩 흘러들어오는 철혈 찌끄레기 정도나 쫓아내는 걸 도와주면 돼.
수입에 대해선, 기지의 재정 관리 권한을 네게 전권 위임하고!
하하하, 그것 참 재미있는 얘기네요.
그치? ...잠깐, 뉘앙스가 다른데.
카리나는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당신에게 돌렸다.
잘 모르시나 본데, 전 여타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하곤 차원이 다르답니다. 그냥 나이트 카페와 그레이 트리의 매니저가 아니에요.
주식회사 "카리나 엔터테인먼트"의 CEO예요.
엑... 네, 네가 사장이라고?!
얘네가 벌어들이는 수입 한 푼 한 푼이 전부 제 돈이에요.
그게 어떻게 전부 네 돈이야?! 완전 악덕 사장이네, 노동법 무시하냐!?
카리나는 오만방자하게 코웃음치며 테이블 옆의 경보기를 눌렀다.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한다! 단계적 목표도 구상해놨어!
단계적 목표요?
그래! 뭐든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잖아? 그래서 작은 규모의 목표부터 정하자고.
어떤 시장 말이신가요? 일본 시장 점령이라면 이미 달성했는데요.
일단 매출 1억부터 찍는다!
......
카리나의 눈동자에서 익숙한 금빛이 아주 잠깐 반짝였다 바로 사라졌다.
사기 같네요.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서 궁금하지도 않아?
뭐어... 어디 한번 들어나 보죠.
먼저 날 그리폰으로 돌려보내 주면 찬찬히 설명해 줄게.
아아, 예에...
카리나는 체념한 듯한 미소를 짓더니, 재빠른 속도로 테이블 옆의 경보 버튼을 눌렀다.
정말 날 잊어버린 거니, 카리나...?
내가 그리폰에 막 입사했을 땐 너도 막 부관이 된 참이어서, 함께 기지에서 업무를 차근차근 배워 나갔잖아...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서 우리 모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
함께 인형들 걱정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밤을 같이 지세웠는지...
내 의지가 흔들리고 무너질 것 같을 땐 항상 네가 곁에서 응원해 줘서 이겨낼 수 있었는데...!
......
팔디스키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던 일은 기억해?
그렇게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너는――
잠깐 스톱이요.
기, 기억났니?!
지금 하는 얘기에서, 제가 추가 수당은 받았나요?
응? 어어... 사칙에 추가 수당 관련 조항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제가 당신의 부관으로 일하면서 승진이나 연봉 인상은 받은 적 있나요?
......아니.
카리나는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쉬더니,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테이블 옆의 경보기를 연타했다.
경비원, 이 사람 내보내 주세요!
<size=50>자, 잠깐만!!</size>
정장을 입은 거한 2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 당신을 번쩍 들어올렸다.
지금 막 알아봤는데요...
당신, 오늘 오프닝 공연을 맡은 프랑슈슈의 임시 매니저시네요?
어... 그게 그러니까...
먼저 당신의 그룹부터 신경쓰시는 게 어때요? 지금 무대 상황 안 좋아 보이는데.
카리나가 무대 확인용 CCTV 화면을 틀었고, 거기에 비친 프랑슈슈는 오프닝 무대 공연을 하는 중이었는데... 뭔가 잘못됐다.
뻣뻣하고 어색한 안무, 초조함과 절망감이 선명한 얼굴들, 그리고 노래까지 완전히 묻어버리는 무대 아래 관객들의 야유까지...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제 나이트 카페를 염탐하러 왔든 콜라보레이션 기회를 찾으러 왔든...
먼저 당신의 프랑슈슈부터 우리와 같은 무대에 오를 실력을 쌓은 다음에나 얘기하도록 해요.
<size=50>카리나!</size>
안녕히 가세요, 지휘관 씨. 당신은 지금 돈 버는 데 방해만 돼요.
카리나가 울부짖는 당신을 무시하고 손짓하자, 경비원들은 그대로 당신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당신은 그저, 돈 세는 일에 푹 빠진 그녀의 얼굴이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밤이 깊은 오래된 저택.
돌아온 프랑슈슈는 그대로 로비에 주저앉아버렸다. 화장을 지운 그들의 얼굴에는 좀비임에도 피곤함이 역력했다.
당신은 거의 30분가량 로비를 서성이며 성질을 부려, 소파에 화풀이로 내지른 주먹 자국이 골고루 찍혔을 지경이었다.
<size=50>뭐냐고! 같은 아이돌 그룹인데 왜 이렇게 대우차가 심한 거야!!?</size>
<size=50>그리고 그 카리나도!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size>
지휘관... 속 풀어요...
......
사쿠라의 말에 그제서야 당신은 정신을 차렸다. 지금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무대에서 굴욕을 겪은 프랑슈슈였으니까.
당신은 계속 서성이던 발을 우뚝 멈춰, 계속 당신 뒤를 따라다니며 다독이던 사쿠라를 돌아보았다.
우리... 다 망쳐부렀다야...
사쿠라...
에헤헤... 코타로 씨, 지금 여기 있었으믄 "바~보 바~보 바아아보 좀비~!"라고 놀려댔을 틴디...
사쿠라가 애써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쓰디 쓴 마음이 입꼬리를 짓눌렀다.
무리하지 마렴, 울고 싶으면 울면 돼.
지휘관... 지휘관이 나보다 더 울상이면서...
타에가 이미 축축해진 티슈를 당신의 얼굴에 불쑥 들이밀었다. 한숨을 푹 쉬며 그걸 받은 당신은 또 그제서야 모두가 당신 주위로 모인 것을 알아챘다.
으어어... (울지 말라는 것 같다.)
울 게 뭐 있어, 우리 실력이 나이트 카페보다 한참 모자란 게 사실인데.
잔혹한 현실이지만... 마주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모두 함께 힘내요, 아직 완전히 지진 않았아요.
바로 나흘 뒤에 또 기회가 있잖아요?
응! 우리라면 분명 해낼 수 있어!
여태까지의 시련도 다 극복해냈잖아!
사쿠라 곁에 온 아이와 준코는 표정은 어두워도 그 눈빛만큼은 굳은 결의와 용기로 빛났다.
그래... 지금까지의 훈련 스케줄이 너무 보수적인 탓이야.
앞으로 나흘 뒤에 있을 라이브 콘서트에 대비하려면 스케줄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겠어...
나랑 같은 생각이네? 스스로 깨우치다니 이제 프로듀서 다 됐는걸.
어... 그런가?
오늘의 경험을 떠올리자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일상"으로 돌아갈 열쇠를 찾았다 생각해 모든 걸 내던지고 문턱까지 왔건만, 그제서야 다 절박함에서 비롯된 허상임을 깨달았다.
그 문 너머에 있던 것은 당신을 전혀 모르는 인형들과 카리나였다.
지금 당신에게 있는 것은 프랑슈슈와의 유대뿐이다.
그러니까 인상 펴라 임마!
우리야 한숨 푹푹 쉴 수 있어도 네가 그럼 안 대제! 우릴 이끌고 전진해야 될 거 아니야!
여기서 무너지지 말라고!
사키도 털털하게 등을 퉁퉁 치며 격려해 주었다. 그런데 괜한 착각일까, 왠지 평소보다 힘이 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부드럽고 상냥한 한 쌍의 손이 다른 어깨 위에 올려졌다.
걱정 마시와요, 이런 상황이 처음도 아닌걸요.
프랑슈슈가 활동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조롱과 비난도 많이 받았사와요. 덕분에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 익숙해졌답니다.
게다가, 이번엔 지휘관님이 함께 방도를 강구해 주시니 우리가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사와요.
기운 내! 기운 없으면 노래 못 불러!
당신에게 모인 손길들에, 다시 한 번 쓴웃음이 지어졌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건 프랑슈슈이건만, 오히려 당신에게 이들에게 격려를 받았다니.
하지만 확실히, 그런 말을 들으니 지치고 좌절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좋았어... 그럼 모두 함께 힘내볼까!
마음을 다잡은 당신은 손을 내밀어, 프랑슈슈의 손을 하나로 모았다.
이는 당신의 장엄한 맹세, 프랑슈슈를 떠받쳐 구름 너머로 높이 띄워 줄 약속이었다.
오늘의 굴욕은 반드시 갚는다!
<size=50>카리나 녀석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s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