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점심
2시 방향, 수는 넷. 목표는 현재 식사 중으로 경계가 해이해진 상태지만, 모두 전술인형임을 고려하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음.
가늘게 뜬 눈에 보이는 것은 당신의 부하였던 인형들, 허나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저들을 문자 그대로 눕혀버릴 궁리였다.
10분 전 팬으로 가장해 저 "그레이 트리"와 접촉해 봤지만, 나이트 카페 때처럼 저들은 당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팬들처럼 친절하게 사인도 해 줬다.
(오히려 좋아.)
(차라리 이런 편이 마음 놓고 해치울 수 있으니...)
당신은 얼음이 든 물컵을 들었다, 얼음 조각이 흔들려 컵의 벽면에 부딪혀 달달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신의 부하였던 인형들을 해치워야 하는 일에 죄악감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
(원망 마라, 너희가 너무 강한 탓이니까...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다시피 하다고.)
(전술적 우위를 점할 특별한 수단을 쓰는 수밖에...)
당신은 잠깐 시선을 치우면서 방금 느꼈던 충격을 떠올렸다.
몇 시간 전, 당신은 저택에 단 한 대뿐인 컴퓨터로 그레이 트리의 팬사이트에 접속했다.
록 밴드로 유명하지만 아이돌은 아이돌. 어쩌면 프랑슈슈의 공연 스타일과 그리 차이나지 않을 수도 있어.
어디 약점이라도 없는지부터 알아볼까... 그게 마침 딱 프랑슈슈의 강점일지도 모르니...
당신은 낙관적인 태도로 그레이 트리의 라이브 콘서트의 아카이브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두두두둥――
매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폭발적이면서도 절제된 비트를 연주하는 드러머.
짙은 선글라스로 눈빛을 감춘 채, 씨익 웃으며 흑마법처럼 요란한 반주를 더하는 기타리스트.
그리고 입을 연 그 순간, 차갑게 식힌 보드카처럼 화끈하고 진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메인 보컬. 묵직한 기관총처럼 쏟아내는 노래는 폭발적인 드럼과 요란한 기타를 제압할 정도였다.
신랄하면서도 정확하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그들의 음악은 차가운 형벌 도구처럼 관중들의 청각을 채찍질했다.
......
영상이 끝났는데도 당신은 혼이 빠진 것처럼 한참이나 정지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래, 해치우자.
당신이 지금 그레이 트리를 관찰하며 손을 쓸 타이밍을 노리는 중인 것은 이러한 경위였다.
다만 경계가 해이해졌다곤 해도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저 네 소녀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어쩌다 합석한 남남들처럼 아무런 대화 없이, 불판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M1897은 부지런히, 선글라스에 김이 서려도 절대 집게를 놓지 않고 고기를 굽는 중이었고...
맞은편의 M1887은 불판 위의 고기를 싸늘한 눈초리로 흘겨봤다. 지금 막 M1897이 뒤집은 것인데, 멀리서 봐도 덜 익은 것이 분명했다.
80식은 안경까지 벗고선 불판을 주시하며, M1897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듯 손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MG5는 겉으론 시큰둥해 보였지만, 당신만큼은 그녀가 지금 이 소리 없는 전쟁의 흐름을 파악하고 어떻게 승리를 쟁취할지 고민 중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이다, 다들 정신이 딴 데 팔렸을 때――
저어, 손님?
점원이 불쑥 나타나 당신의 시야를 가려버리자, 당신은 절호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분노로 점원에게 눈을 부라렸다.
저기 손님, 불판의 고기가 다 타버렸는데요...
식사 다 하신 건가요? 아니면...
뭣?!
그 말에 화들짝 놀라 테이블의 불판으로 고개를 돌리니, 육즙 가득 쫄깃쫄깃했던 닭고기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숯덩이로 변한 지 오래였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지금 이대로 떠날 순 없었다.
...1인분 더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점원이 사라지고 시야가 다시 회복되자 보인 광경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여전히 말이 없지만 잠깐 사이에 분위기가 더욱 살벌해진 그레이 트리였다.
선글라스에 양념이 잔뜩 묻은 M1897은 지금 분명 아무것도 안 보일 텐데도 고집스럽게 집게를 쥐고 허공을 뒤집어댔고...
M1887은 눈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다 익은 고기가 담긴 접시를 단단히 붙잡고 80식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런 80식의 기세도 당연히 M1887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줄다리기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그녀가 테이블 아래로 슬쩍 드론을 가동하는 것이 보였다.
한편 한층 더 험악해진 얼굴인 MG5는 왼손으론 티슈 몇 장을 뽑아 머리에 튄 양념을 닦고, 움켜쥔 오른손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부들댔다.
지금이다, 다들 정신이 딴 데 팔렸을 때――
어, 프랑슈슈의 매니저다!
......어, 안녕.
시야가 다시 가려졌다. 땅콩 같은 몸집이면서 대체 어떻게 이토록 시야를 가리는 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혼자 여기서 뭐해? 오늘 밤 프랑슈슈가 그레이 트리랑 라이브 배틀한다던데 정말이야?
어? 어어, 어.
근데 여기서 팔자 좋게 혼자 고기 구워 먹고 있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오, 뭔데뭔데? 나한테만 슬쩍 알려 주라.
그건... 사업 기밀이니까 좀 비켜 봐!
결국 당신은 참지 못하고 가면 소녀의 고개를 옆으로 쭉 밀어 치우면서 그레이 트리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M1897의 선글라스는 양념이 닦였다기보단 가장자리로 밀어낸 형태에, 마침내 집게를 내려놓고 M1887을 필사적으로 껴안아 제지하고 있었다.
M1887은 결국 폭발했는지 아예 테이블을 넘어 80식을 걷어찰 기세였지만 M1897에게 붙잡혀 바둥거렸다.
그리고 80식은 햄스터처럼 빵빵한 볼로 누가 입을 억지로 벌려 끄집어내기라도 할까 고기를 우걱우걱 씹어 먹고 있었다.
MG5는 오히려 무표정이었다. 다만 머리엔 양념이 그대로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양손으로 80식의 목덜미와 그녀의 드론을 붙잡고 있기에,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는 중인 게 확실했다.
제기랄, 이대로라면 겨우 잡은 기회를 날려 먹게――
뭐야, 왜 혼자 중얼거려?
가면 소녀가 다시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 저리 좀... 앗! 저기에 나이트 카페가!
아, 나 이미 탈덕했어.
뭣...?
그리고 새로 입덕했지...
가면 쓴 소녀의 머리를 눌러 내리고 눈앞에 나타난 것은...
손님, 주문하신 닭고기 1인분 나왔습니다. 바로 불판에 올려드릴까요, 아니면...?
......
테이블에 두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네~
야! 내 말 듣고 있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목을 뽑아 바라본 그곳엔...
그레이 트리가 이미 자리에 앉아 얌전히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M1887과 80식이 머리에 양념 스매싱을 당한 것을 빼면.
계산.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망했다...
마지막 기회까지 놓쳐 버렸어...
당신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그레이 트리가 가게에서 나가는 모습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어~ 저거 그레이 트리잖아.
......
근데 내가 보기엔 말이야, 그레이 트리는 프랑슈슈 못 이길 거 같아.
그러게 말——
――뭐라고?
방금 말했잖아, 새로 입덕했다고.
난 이제부터 프랑슈슈 팬이란 말씀!
어???
너 참 이상한 매니저구나? 1등급 열혈 팬을 보고서도 뭔 반응이 그따구야?
어, 어디가 마음에 들었길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소녀는 신이 나서 MP4 플레이어를 꺼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다름아닌 야마다 타에와 콧코 군의 솔로 배틀 영상이었다.
당신도 본 적 있는, 확실히 멋진 대결이었다고 생각하던 것이었다.
흐음...
그리고! 이거 전의 데스메탈! 미쳤어 진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 록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니까?
그럼 그레이 트리의 공연은 별로라 생각해?
무슨 헛소리야, 그레이 트리의 실력과 재능은 당연히 아무도 못 따라잡지. 하지만, 헤비메탈 밴드로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뭣... 뭔데? 그게 뭔데!?
소녀는 매우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성공했어.
......엉?
그레이 트리가 뜨고 난 뒤론 무대도 환호성도 부족할 걱정 없고, 어딜 가나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게 됐다구.
지하 클럽 인디 밴드 시절의 분노는 없어져 버린 지 오래야.
그런 게 문제가 된다고는 전혀 못 느끼겠는데?
록에는 분노가 필요해! 어필이 필요해! 운명에 저항하는 샤우팅이 필요하다고!
하는 일마다 잘 되는 녀석들의 외침 따위, 분노 없는 기만일 뿐이야!
그런데 프랑슈슈한텐 그 분노가 흘러 넘치더라.
그런가...?
우여곡절, 파란만장! 재수가 옴 붙은 그들의 울부짖음을 빨리 듣고 싶어!
소녀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당신은 다시 화면 속의 타에와 콧코 군의 "대결"을 바라봤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하하...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전체 대사 보기 (93줄)
2시 방향, 수는 넷. 목표는 현재 식사 중으로 경계가 해이해진 상태지만, 모두 전술인형임을 고려하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음.
가늘게 뜬 눈에 보이는 것은 당신의 부하였던 인형들, 허나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저들을 문자 그대로 눕혀버릴 궁리였다.
10분 전 팬으로 가장해 저 "그레이 트리"와 접촉해 봤지만, 나이트 카페 때처럼 저들은 당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팬들처럼 친절하게 사인도 해 줬다.
<color=#A9A9A9>(오히려 좋아.)</color>
<color=#A9A9A9>(차라리 이런 편이 마음 놓고 해치울 수 있으니...)</color>
당신은 얼음이 든 물컵을 들었다, 얼음 조각이 흔들려 컵의 벽면에 부딪혀 달달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신의 부하였던 인형들을 해치워야 하는 일에 죄악감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
<color=#A9A9A9>(원망 마라, 너희가 너무 강한 탓이니까...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다시피 하다고.)</color>
<color=#A9A9A9>(전술적 우위를 점할 특별한 수단을 쓰는 수밖에...)</color>
당신은 잠깐 시선을 치우면서 방금 느꼈던 충격을 떠올렸다.
몇 시간 전, 당신은 저택에 단 한 대뿐인 컴퓨터로 그레이 트리의 팬사이트에 접속했다.
록 밴드로 유명하지만 아이돌은 아이돌. 어쩌면 프랑슈슈의 공연 스타일과 그리 차이나지 않을 수도 있어.
어디 약점이라도 없는지부터 알아볼까... 그게 마침 딱 프랑슈슈의 강점일지도 모르니...
당신은 낙관적인 태도로 그레이 트리의 라이브 콘서트의 아카이브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두두두둥――
매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폭발적이면서도 절제된 비트를 연주하는 드러머.
짙은 선글라스로 눈빛을 감춘 채, 씨익 웃으며 흑마법처럼 요란한 반주를 더하는 기타리스트.
그리고 입을 연 그 순간, 차갑게 식힌 보드카처럼 화끈하고 진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메인 보컬. 묵직한 기관총처럼 쏟아내는 노래는 폭발적인 드럼과 요란한 기타를 제압할 정도였다.
신랄하면서도 정확하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그들의 음악은 차가운 형벌 도구처럼 관중들의 청각을 채찍질했다.
......
영상이 끝났는데도 당신은 혼이 빠진 것처럼 한참이나 정지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래, 해치우자.
당신이 지금 그레이 트리를 관찰하며 손을 쓸 타이밍을 노리는 중인 것은 이러한 경위였다.
다만 경계가 해이해졌다곤 해도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저 네 소녀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어쩌다 합석한 남남들처럼 아무런 대화 없이, 불판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M1897은 부지런히, 선글라스에 김이 서려도 절대 집게를 놓지 않고 고기를 굽는 중이었고...
맞은편의 M1887은 불판 위의 고기를 싸늘한 눈초리로 흘겨봤다. 지금 막 M1897이 뒤집은 것인데, 멀리서 봐도 덜 익은 것이 분명했다.
80식은 안경까지 벗고선 불판을 주시하며, M1897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듯 손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MG5는 겉으론 시큰둥해 보였지만, 당신만큼은 그녀가 지금 이 소리 없는 전쟁의 흐름을 파악하고 어떻게 승리를 쟁취할지 고민 중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이다, 다들 정신이 딴 데 팔렸을 때――
저어, 손님?
점원이 불쑥 나타나 당신의 시야를 가려버리자, 당신은 절호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분노로 점원에게 눈을 부라렸다.
저기 손님, 불판의 고기가 다 타버렸는데요...
식사 다 하신 건가요? 아니면...
<size=50>뭣?!</size>
그 말에 화들짝 놀라 테이블의 불판으로 고개를 돌리니, 육즙 가득 쫄깃쫄깃했던 닭고기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숯덩이로 변한 지 오래였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지금 이대로 떠날 순 없었다.
...1인분 더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점원이 사라지고 시야가 다시 회복되자 보인 광경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여전히 말이 없지만 잠깐 사이에 분위기가 더욱 살벌해진 그레이 트리였다.
선글라스에 양념이 잔뜩 묻은 M1897은 지금 분명 아무것도 안 보일 텐데도 고집스럽게 집게를 쥐고 허공을 뒤집어댔고...
M1887은 눈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다 익은 고기가 담긴 접시를 단단히 붙잡고 80식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런 80식의 기세도 당연히 M1887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줄다리기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그녀가 테이블 아래로 슬쩍 드론을 가동하는 것이 보였다.
한편 한층 더 험악해진 얼굴인 MG5는 왼손으론 티슈 몇 장을 뽑아 머리에 튄 양념을 닦고, 움켜쥔 오른손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부들댔다.
지금이다, 다들 정신이 딴 데 팔렸을 때――
어, 프랑슈슈의 매니저다!
......어, 안녕.
시야가 다시 가려졌다. 땅콩 같은 몸집이면서 대체 어떻게 이토록 시야를 가리는 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혼자 여기서 뭐해? 오늘 밤 프랑슈슈가 그레이 트리랑 라이브 배틀한다던데 정말이야?
어? 어어, 어.
근데 여기서 팔자 좋게 혼자 고기 구워 먹고 있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오, 뭔데뭔데? 나한테만 슬쩍 알려 주라.
그건... 사업 기밀이니까 좀 비켜 봐!
결국 당신은 참지 못하고 가면 소녀의 고개를 옆으로 쭉 밀어 치우면서 그레이 트리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M1897의 선글라스는 양념이 닦였다기보단 가장자리로 밀어낸 형태에, 마침내 집게를 내려놓고 M1887을 필사적으로 껴안아 제지하고 있었다.
M1887은 결국 폭발했는지 아예 테이블을 넘어 80식을 걷어찰 기세였지만 M1897에게 붙잡혀 바둥거렸다.
그리고 80식은 햄스터처럼 빵빵한 볼로 누가 입을 억지로 벌려 끄집어내기라도 할까 고기를 우걱우걱 씹어 먹고 있었다.
MG5는 오히려 무표정이었다. 다만 머리엔 양념이 그대로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양손으로 80식의 목덜미와 그녀의 드론을 붙잡고 있기에,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는 중인 게 확실했다.
제기랄, 이대로라면 겨우 잡은 기회를 날려 먹게――
뭐야, 왜 혼자 중얼거려?
가면 소녀가 다시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 저리 좀... 앗! 저기에 나이트 카페가!
아, 나 이미 탈덕했어.
뭣...?
그리고 새로 입덕했지...
가면 쓴 소녀의 머리를 눌러 내리고 눈앞에 나타난 것은...
손님, 주문하신 닭고기 1인분 나왔습니다. 바로 불판에 올려드릴까요, 아니면...?
......
테이블에 두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네~
<size=50>야! 내 말 듣고 있어!?</size>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목을 뽑아 바라본 그곳엔...
그레이 트리가 이미 자리에 앉아 얌전히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M1887과 80식이 머리에 양념 스매싱을 당한 것을 빼면.
계산.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망했다...
마지막 기회까지 놓쳐 버렸어...
당신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그레이 트리가 가게에서 나가는 모습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어~ 저거 그레이 트리잖아.
......
근데 내가 보기엔 말이야, 그레이 트리는 프랑슈슈 못 이길 거 같아.
그러게 말——
――뭐라고?
방금 말했잖아, 새로 입덕했다고.
<size=50>난 이제부터 프랑슈슈 팬이란 말씀!</size>
<size=50>어???</size>
너 참 이상한 매니저구나? 1등급 열혈 팬을 보고서도 뭔 반응이 그따구야?
어, 어디가 마음에 들었길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소녀는 신이 나서 MP4 플레이어를 꺼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다름아닌 야마다 타에와 콧코 군의 솔로 배틀 영상이었다.
당신도 본 적 있는, 확실히 멋진 대결이었다고 생각하던 것이었다.
흐음...
그리고! 이거 전의 데스메탈! 미쳤어 진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 록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니까?
그럼 그레이 트리의 공연은 별로라 생각해?
무슨 헛소리야, 그레이 트리의 실력과 재능은 당연히 아무도 못 따라잡지. 하지만, 헤비메탈 밴드로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뭣... 뭔데? 그게 뭔데!?
소녀는 매우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성공했어.
......엉?
그레이 트리가 뜨고 난 뒤론 무대도 환호성도 부족할 걱정 없고, 어딜 가나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게 됐다구.
지하 클럽 인디 밴드 시절의 분노는 없어져 버린 지 오래야.
그런 게 문제가 된다고는 전혀 못 느끼겠는데?
록에는 분노가 필요해! 어필이 필요해! 운명에 저항하는 샤우팅이 필요하다고!
하는 일마다 잘 되는 녀석들의 외침 따위, 분노 없는 기만일 뿐이야!
그런데 프랑슈슈한텐 그 분노가 흘러 넘치더라.
그런가...?
우여곡절, 파란만장! 재수가 옴 붙은 그들의 울부짖음을 빨리 듣고 싶어!
소녀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당신은 다시 화면 속의 타에와 콧코 군의 "대결"을 바라봤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하하...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