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야간
망했다.
그것이 당신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망했다.
야심차게 준비 중인 라이브 하우스 앞에서 당신은 넋이 나가 전화기를 쥔 손을 떨궜고, 수화기 너머에선 사쿠라가 패닉에 빠져 "우야꼬 우야꼬"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하아......
오늘이 바로 프랑슈슈 최후의 날이 되는 것일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탈해진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공연 시작까지, 앞으로 30분.
30분...
무슨 수를 써도 늦어...
그래도 혹시나 싶어, 항상 휴대하는 사가 지도를 꺼내 전략을 짜고자 머리를 최대로 굴렸다.
먼저, 편의점.
타에와 사쿠라는 지금 편의점의 창고에 갇혀 버렸다.
원래대로라면 편의점 알바를 끝낸 타에를 사쿠라가 마중해 함께 공연장으로 왔어야 했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지휘관! 우, 우리 창고에 갇혀 뿌렀어요!
아아... 어어어... (상황 파악 못 하는 중.)
타에가 물건 나르는 걸 좀 도와주려다가 그만...
고개 잠깐 돌렸다가 창고 문이 잠겨 뿌렀어야! 타에가 들이받아도 안 열려요!
우야꼬 우야꼬 우야꼬!!
사쿠라가 초조함에 막 뛰기 시작했고, 여전히 사태 파악이 안 된 타에도 덩달아 같이 뛰면서 창고 안에 초소형 허리케인이 생성됐다.
니카이도 사키는 치킨집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바이크로 그냥 지나가는 지점으로, 공연장까지 고작 10분 거리였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아 내 탓 아니여! 왔더니 분위기 장난 아닌 걸 우짜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듣질 않는다길래 부상자 나올까 극정대서 내가 껴들어서 한소리 좀 했더니...
이 자식들 나까지 끌어들였다고!
하필이면 이럴 때, 험악한 분위기로 대치 중이던 두 폭주족 무리와 마주쳤다 그대로 휘말려 버린 것이었다.
나보고 이놈들 리더랑 결판을 내라 시비 터는디 이걸 어케 참아!?
후딱 해치우고 갈 테니께 쫌만 기다리고 있어! 끊어!
사키가 호쾌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말 결판을 내고 올 셈인 것 같았다.
유우기리와 릴리는 저택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프랑슈슈의 공연복을 가지고 공연장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히이잉... 릴리 분명 거기다 옷 뒀다니까!
리허설하러 가기 전에 릴리가 직접 확인까지 했는데...
돌아와서 보니까 없어졌어!
울지 말고 진정하시와요. 침착하게 한 번 더 찾아보도록 해요.
분명 어딘가에 공연복이 있을 거예요...
훌쩍... 그치만 벌써 일곱 번이나 뒤져봤는데...
공연복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둘이 현재 맨틀까지 파낼 기세로 찾고 있었다.
아이와 준코는 안무 연습장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마지막 안무 체크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올 예정이었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지휘관! 당장 파운데이션 하나 보내 줄 순 없어?
죄송해요, 제 실수 때문에...
준코가 언제 바닥에 쏟아졌는지 모를 클렌징 워터에 미끄러져 화장이 벗겨지고 말았다.
게다가 바깥에 사람들이 많아 함부로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아이 양 먼저 가세요, 여기서 시간 낭비 말고...
안 돼! 우린 한팀이야, 누구 한 명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아이는 화장이 지워진 준코를 데리고 좀비임을 들키지 않으면서 행인들을 돌파에 공연장에 와야만 했다.
......
당신은 이 급성 스트레스의 파도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번 라이브에 실패한다면 프랑슈슈는 그대로 파멸을 맞게 될 터였다.
그런데 어느 쪽도 해결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고, 한 쪽을 해결한다 해도 그들만으로 공연을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 살려...
벌써부터 앞으로 며칠간 신문 1면에 실릴 내용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충격! 지방 아이돌 프랑슈슈, 월드 클래스 그레이 트리를 상대로 거만한 노쇼!?"
"마지막 그날 밤, 지리멸렬한 프랑슈슈는 무얼 하고 있었나?"
"프랑슈슈 3호, 4호의 농성을 목격했다는 증언......"
아냐 아냐 아냐 이럴 순 없어!
방법이 있을 거야! 빨리, 뭐라도 해야 해!
멀리 내다봐! 좀 더 넓게 봐!
저기요, 거기서 뭐하십니까?
당신이 벽을 연타하던 중 누가 붙잡았다.
나 좀 냅둬!
펑크는 나중에 하시고, 그레이 트리의 인터뷰가 끝났으니까 이제 프랑슈슈 차례입니다.
...헉.
왜 그러십니까? 시작 전 인터뷰 있을 거라고 미리 고지했잖습니까.
어... 그게, 지금 좀 사정이 생겨서...
선곡이 겹쳤나요? 악기에 문제 생겼습니까? 아님 멤버 중에 갑자기 배탈 난 사람이라도...?
다... 다 아니야...
그럼 설마 누가 어디 갇혀서 못 온다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
............
스크립터의 상큼한 웃음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니지!?
아니야...
휴, 깜짝 놀랐네.
모두, 각자, 다른 장소에, 갇혀 버렸어...
......
당신은 리허설이 끝나고 모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전부 스크립터에게 설명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공연 시작까지 30분도 안 남았는데 죄다 못 온다고!?
근데 닌 짐 여서 뭐하는 기가!? 빨랑 움직여야 할 꺼 아니여!!
......어디부터 가야 하지?
......
왠진 몰라도 당신보다 스크립터가 더 안절부절 못했다. 30초가량 제자리서 뜀걸음을 하던 그는 갑자기 우뚝 멈추더니, 기록판을 당신에게 휙 던졌다.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어! 넌 시간을 끌어라!
뭣... 못 오면 어떡하고?
프랑슈슈를 믿어라! 반드시 올 테니까!
부탁한다! 어떻게든 1초라도 더 시간을 끌어!!
백스테이지는 프랑슈슈의 늦장으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당신은 용기를 내어, 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있는 총괄 책임자에게 다가갔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이에 당신은 세상 하찮다는 듯 짝눈을 뜨고 팔짱을 꼈다.
뭘 재촉하십니까? 월드 클래스 록 밴드는 툭하면 지각하는 거 몰라요?
시간 약속 꼬박꼬박 지키는 건 전혀 ROCK하지 않아요.
아니 이 사람이 뭔 똥폼이야!?
내가 록 콘서트 한두 번 해보는 줄 알아? 그딴 헛소리 듣도보도 못했어!
그럼 우리가 첫번째가 되겠다!
이 사람이 보자보자 하우왁?!
책임자가 성질내며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것을 당신이 팍 눌러 다시 앉허벼렸다.
아익, 그리고 프랑슈슈가 무슨 월드 클래스야! 고작해야 사가에서 이름 좀 알려졌을 뿐이잖아!
될 겁니다.
뭐?
프랑슈슈는 가까운 미래에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월드 클래스 아이돌 그룹이 될 겁니다!
허...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책임자는 당신을 거칠게 밀치곤 무대 쪽으로 향했다.
되고 자시고, 그레이 트리 차례 끝날 때까지 프랑슈슈 못 왔으니 공연 취소라 안내할 수밖에 없수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이에 당신은 호들갑을 떨며 무대 아래를 가리켰다.
그보다 지금 더 시급한 일이 있습니다!
아니 공연자가 지각하는 것보다 급한 일이 뭐가 있어요?
아까 오다 들었는데, 관객석의 누가 케첩으로 그레이 트리한테 테러를 하겠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관객들 입장 때 휴대품 검사 철저하게 했는데.
진짜 들은 걸 어떡해요, 그리고 만일이란 게 있잖습니까.
월드 클래스 스타인 그레이 트리한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소속사가 소송이라도 걸면 어떡할 거예요?
......
책임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무전기를 들었다.
보안팀장, 관객석에 누가 뭐 이상한 거 안 들고 있나 순찰 좀 해 봐.
네.
그래서, 프랑슈슈는 언제 옵니까?
그리고 여기 서서 저쪽을 한번 보세요, 그레이 트리의 메인 보컬 바로 위의 조명이 흔들거리죠?
아아? 하나도 문제 없어 보이는구만 무슨...
아뇨 아뇨 방금 분명 흔들렸어요,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쓰읍...
설비 담당, 캣워크 올라가서 무대 중앙 조명 확인해 봐.
네.
그래서 프랑슈슈는 언제――
그리고 또——
또 또 또 뭐!! 말 좀 그만 돌려!!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그레이 트리 차례 끝날 때까지 프랑슈슈 못 왔으니 공연 취소라 안내하는 걸로 아쇼.
책임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무대로 향했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이에 당신은 곧장 몸을 날려 책임자의 허벅지를 와락 껴안고는 목 놓아 울었다.
뭐, 뭐하는 겁니까?!
아이고 책임자니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쇼!
우리 애들은 금방 올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그 금방이라는 게 언젠데요! 프랑슈슈 다음에 나갔어야 할 그레이 트리가 지금 시간 채우고 있는 거 안 보입니까?
길어도 5분입니다, 5분 지나서도 안 오면 일 접을 준비나 하쇼!
꺼이꺼이... 아이고 책임자님, 저희도 정말 힘듭니다요!
저희 같은 마이너 그룹이 살아남으려고 얼마나 많은 풍파와 모멸을 견디고 버티는지 아시잖습니까!
그런데도 우리 프랑슈슈 애들은 이를 악물고 지금까지 버티면서 작은 무대 하나라도 더 오르려고――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난 오늘 콘서트 망하는 꼴 절대 못 봐! 내 장사 망치려는 놈들은 내가 가서 모가지 다 날려버릴 거여! 알았어!?
책임자는 팍 성질내며 시계를 확인하곤 일어나 무대로 나가려 했다.
시간 다 됐으니까 프랑슈슈는 공연 취소라고 안내할 거여!
차라리 제 시체를 넘어가십쇼!!
당신은 몸을 굴려 무대로 나가는 길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들리지!? 그레이 트리 공연 다 끝났어! 더는 프랑슈슈를 못 기다려 줘!
제가! 제가 나갈게요! 제가 노래하고 춤추고 개인기도 선보이겠――
까고 자빠졌넴마!!
당신은 필사적으로 총괄 책임자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지만, 속도만 늦출 뿐 멈추지 못했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당신은 의연하게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미 와 있습니다.
왔다고? 그럼 얼른 무대 안 오르고 뭐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엉?
그들의 정신이, 사념이, 공기처럼 그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롸아악 스피리이잇!!!
...야, 얘 헤까닥헀나 보다. 끌고 나가.
스태프 몇 명이 달려와 당신을 끌고 나가려 했고, 당신은 당연히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이거 놔!! 사실을 말한 게 뭐가 나빠!
됐고, 그레이 트리 차례 끝날 때까지 프랑슈슈 못 왔으니 공연 취소라 안내하는 걸로 아쇼.
책임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무대로 향했다...
투웅.
그레이 트리가 내려온 순간, 갑자기 스테이지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뭐, 뭐야?
조명은 몇 초 후 다시 돌아와 스테이지를 밝혔다.
프랑슈슈 전원이 준비를 마치고 오른 무대를.
뭣... 나 참, 컨셉 한번 괴상하게도 잡았구만?
흠흠... 실례했습니다.
늦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백스테이지의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시작한 프랑슈슈를 관찰하는 당신의 눈에, 문제가 바로 포착됐다.
역시 너무 급하게 무대에 오른 탓인지, 사쿠라는 마이크 대신 메가폰을 들고 있었고, 준코는 양쪽 뺨의 피부 톤이 딱 봐도 달랐다.
아이는 공연 시작 전부터 가쁜 숨을 헐떡였고, 사키는 한쪽 손에 여전히 바이크 장갑을 낀 채였다.
그나마 릴리, 유우기리, 타에는 평소대로, 연습했던 대로와 비슷한 상태였다.
쓰읍...
당신은 가슴을 졸였다.
쥐 죽은 듯 조용하던 관객석으로부터 프랑슈슈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당신으로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부담감.
프랑슈슈가 지금까지 맞서 왔던 부담감이었다.
안녕하세요, 프랑슈슈입니다!
잘 부탁한다!!
관객석에선 호응 대신 웅성임이 들려왔다.
프랑슈슈든 프린츄츄든 됐으니까 그레이 트리나 다시오라 해! 앵콜! 앵콜!
사쿠라가 애써 침착하며 떨리는 손으로 메가폰을 들었다.
프랑슈슈의 첫 공연, 첫 야외 라이브, 첫 다툼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해온 그 메가폰이었다.
그녀는 메가폰을 들어 입 가까이에 대고,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 뒀던 울분을 단숨에 토해냈다.
으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포효가 칼바람처럼 관객들의 뺨을 마구 때렸다. 프랑슈슈의 모든 분노, 서운함, 신념이 한 덩어리로 뭉쳐, 관객들의 눈과 귀에 쑤셔 박혔다.
이건 예술이 아닌, 반강제적이고 일방적인 "교감"이었다.
세상에, 저게 뭐야...?
목이... 저런 각도로 꺾일 수 있던가?!
프랑슈슈——!!
관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사쿠라가 먼저 냅다 관객석으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다이빙?! 벌써 다이빙을 해!?
롸아아아아아——!!!
정신 나간 헤드뱅잉과 말도 안 되는 포효에 휩쓸려, 관객들도 순식간에 자아를 잃고 이 광란에 합세했다.
꼬꼬댁——!!
꼬꼬대애액——!!
이 광란의 도가니 한가운데서 우렁찬 닭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건... 콧코 군!?
와이어에 매달린 콧코 군이 관객들의 머리 위를 날아 무대에 착지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바닥의 끊어진 전선 한 가닥을 집어, 전설의 엑스칼리버인마냥 번쩍 들어올렸다.
그 순간 백스테이지의 모니터가 꺼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전기가 나갔어!?
주위의 모두가 갑작스런 정전에 당황했지만, 당신은 무슨 일인지 알기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프랑슈슈의 샤이닝 모드였다.
............
공연이 끝난 뒤, 당신은 라이브 하우스의 조용해진 복도에서 홀로 벽에 기대고 있었다.
네... 네,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당신은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통화 상대에게 대답했다. 하루 종일 고생하고 간신히 휴식을 취하는 프랑슈슈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예 예, 문제 없습니다. 그럼 이만.
전화를 끊은 당신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어떠냐? 모레의 공연장은 탈환했나?
어우 깜짝야 제발 좀 얼굴부터 들이밀지――
대답부터 해!
어, 주최 측에서 계속 프랑슈슈와 협업하자 한 건 물론이고, 신기획까지 제안했어.
어떤 기획이지?
자선 콘서트다. 방송국의 공연 중계 수익 일부를 사가의 홍보 예산으로 쓰는 거지.
전통문화재 보존이나 역사문물 유지보수, 지방 특산물의 상품화, 기타등등.
......크흡.
닌자의 검은 복면에서 두 줄기의 젖은 자국이 번졌다.
여태까지... 고생한 보람이 있었구나...
그래, 오늘 밤도 수고 많았다.
......호오.
눈치챘나?
그걸 누가 몰라?
뚜벅뚜벅...
복도 반대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어디 있어요~
애들이 날 찾으러 온 모양이네, 마침 잘 됐으니 인사라도...
...닌자?
닌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 여기 계셨네요.
어어, 바람 좀 쐬러 나왔어. 하도 환호해서 머리에 산소가 부족해진 거 같아서.
다들 지휘관만 기다리고 있어, 빨리 가자.
다들 뒤풀이 연회를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래, 어서 가자!
모두와 함께 프랑슈슈의 휴게실로 발을 옮기던 그때, 사쿠라가 몇 걸음 가다 멈춘 것을 눈치챘다.
방금 당신이 닌자와 대화하던 창가 앞에 멍하니 서서,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쿠라?
아, 죄송해요. 잠깐 멍때려 뿌렀으요.
갑자기 무슨 사색에 잠기었는지?
그냥... 오늘은 신기한 일이 많았구나 혀서요.
타에랑 창고에 갇혀서 우야꼬 우야꼬 하다가 보니 문이 절로 열렸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러네, 나랑 준코도 연습실에서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창밖에서 파운데이션 통이 하나 휙 날아든 거 있지?
톤이 좀 달랐지만 다시 화장할 수는 있었어.
우리도 그렇네요. 그토록 찾던 공연복이 요술처럼 문 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으니.
릴리가 까무러칠 뻔했지 뭐예요.
......
당신은 싱긋 웃으며, 함께 밤이 깊어진 창밖을 바라봤다.
프랑슈슈를 지켜보는 수호천사가 있는 거겠지.
전체 대사 보기 (213줄)
망했다.
그것이 당신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망했다.
야심차게 준비 중인 라이브 하우스 앞에서 당신은 넋이 나가 전화기를 쥔 손을 떨궜고, 수화기 너머에선 사쿠라가 패닉에 빠져 "우야꼬 우야꼬"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하아......
오늘이 바로 프랑슈슈 최후의 날이 되는 것일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탈해진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공연 시작까지, 앞으로 30분.
30분...
무슨 수를 써도 늦어...
그래도 혹시나 싶어, 항상 휴대하는 사가 지도를 꺼내 전략을 짜고자 머리를 최대로 굴렸다.
먼저, 편의점.
타에와 사쿠라는 지금 편의점의 창고에 갇혀 버렸다.
원래대로라면 편의점 알바를 끝낸 타에를 사쿠라가 마중해 함께 공연장으로 왔어야 했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지휘관! 우, 우리 창고에 갇혀 뿌렀어요!
아아... 어어어... (상황 파악 못 하는 중.)
타에가 물건 나르는 걸 좀 도와주려다가 그만...
고개 잠깐 돌렸다가 창고 문이 잠겨 뿌렀어야! 타에가 들이받아도 안 열려요!
우야꼬 우야꼬 우야꼬!!
사쿠라가 초조함에 막 뛰기 시작했고, 여전히 사태 파악이 안 된 타에도 덩달아 같이 뛰면서 창고 안에 초소형 허리케인이 생성됐다.
니카이도 사키는 치킨집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바이크로 그냥 지나가는 지점으로, 공연장까지 고작 10분 거리였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아 내 탓 아니여! 왔더니 분위기 장난 아닌 걸 우짜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듣질 않는다길래 부상자 나올까 극정대서 내가 껴들어서 한소리 좀 했더니...
이 자식들 나까지 끌어들였다고!
하필이면 이럴 때, 험악한 분위기로 대치 중이던 두 폭주족 무리와 마주쳤다 그대로 휘말려 버린 것이었다.
나보고 이놈들 리더랑 결판을 내라 시비 터는디 이걸 어케 참아!?
후딱 해치우고 갈 테니께 쫌만 기다리고 있어! 끊어!
사키가 호쾌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말 결판을 내고 올 셈인 것 같았다.
유우기리와 릴리는 저택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프랑슈슈의 공연복을 가지고 공연장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히이잉... 릴리 분명 거기다 옷 뒀다니까!
리허설하러 가기 전에 릴리가 직접 확인까지 했는데...
돌아와서 보니까 없어졌어!
울지 말고 진정하시와요. 침착하게 한 번 더 찾아보도록 해요.
분명 어딘가에 공연복이 있을 거예요...
훌쩍... 그치만 벌써 일곱 번이나 뒤져봤는데...
공연복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둘이 현재 맨틀까지 파낼 기세로 찾고 있었다.
아이와 준코는 안무 연습장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마지막 안무 체크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올 예정이었다.
헌데 하늘도 무심하게...
지휘관! 당장 파운데이션 하나 보내 줄 순 없어?
죄송해요, 제 실수 때문에...
준코가 언제 바닥에 쏟아졌는지 모를 클렌징 워터에 미끄러져 화장이 벗겨지고 말았다.
게다가 바깥에 사람들이 많아 함부로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아이 양 먼저 가세요, 여기서 시간 낭비 말고...
안 돼! 우린 한팀이야, 누구 한 명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아이는 화장이 지워진 준코를 데리고 좀비임을 들키지 않으면서 행인들을 돌파에 공연장에 와야만 했다.
......
당신은 이 급성 스트레스의 파도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번 라이브에 실패한다면 프랑슈슈는 그대로 파멸을 맞게 될 터였다.
그런데 어느 쪽도 해결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고, 한 쪽을 해결한다 해도 그들만으로 공연을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 살려...
벌써부터 앞으로 며칠간 신문 1면에 실릴 내용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충격! 지방 아이돌 프랑슈슈, 월드 클래스 그레이 트리를 상대로 거만한 노쇼!?"
"마지막 그날 밤, 지리멸렬한 프랑슈슈는 무얼 하고 있었나?"
"프랑슈슈 3호, 4호의 농성을 목격했다는 증언......"
아냐 아냐 아냐 이럴 순 없어!
방법이 있을 거야! 빨리, 뭐라도 해야 해!
<size=50>멀리 내다봐! 좀 더 넓게 봐!</size>
저기요, 거기서 뭐하십니까?
당신이 벽을 연타하던 중 누가 붙잡았다.
나 좀 냅둬!
펑크는 나중에 하시고, 그레이 트리의 인터뷰가 끝났으니까 이제 프랑슈슈 차례입니다.
...헉.
왜 그러십니까? 시작 전 인터뷰 있을 거라고 미리 고지했잖습니까.
어... 그게, 지금 좀 사정이 생겨서...
선곡이 겹쳤나요? 악기에 문제 생겼습니까? 아님 멤버 중에 갑자기 배탈 난 사람이라도...?
다... 다 아니야...
그럼 설마 누가 어디 갇혀서 못 온다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
............
스크립터의 상큼한 웃음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size=50>아니지!?</size>
아니야...
휴, 깜짝 놀랐네.
모두, 각자, 다른 장소에, 갇혀 버렸어...
......
당신은 리허설이 끝나고 모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전부 스크립터에게 설명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공연 시작까지 30분도 안 남았는데 죄다 못 온다고!?
<size=50>근데 닌 짐 여서 뭐하는 기가!? 빨랑 움직여야 할 꺼 아니여!!</size>
......어디부터 가야 하지?
......
왠진 몰라도 당신보다 스크립터가 더 안절부절 못했다. 30초가량 제자리서 뜀걸음을 하던 그는 갑자기 우뚝 멈추더니, 기록판을 당신에게 휙 던졌다.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어! 넌 시간을 끌어라!
뭣... 못 오면 어떡하고?
프랑슈슈를 믿어라! 반드시 올 테니까!
<size=50>부탁한다! 어떻게든 1초라도 더 시간을 끌어!!</size>
백스테이지는 프랑슈슈의 늦장으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당신은 용기를 내어, 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있는 총괄 책임자에게 다가갔다.
여기서부터는 당신에게 달렸다. 어떡해서든 프랑슈슈가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이에 당신은 세상 하찮다는 듯 짝눈을 뜨고 팔짱을 꼈다.
뭘 재촉하십니까? 월드 클래스 록 밴드는 툭하면 지각하는 거 몰라요?
시간 약속 꼬박꼬박 지키는 건 전혀 ROCK하지 않아요.
아니 이 사람이 뭔 똥폼이야!?
내가 록 콘서트 한두 번 해보는 줄 알아? 그딴 헛소리 듣도보도 못했어!
그럼 우리가 첫번째가 되겠다!
<size=50>이 사람이 보자보자 하우왁?!</size>
책임자가 성질내며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것을 당신이 팍 눌러 다시 앉허벼렸다.
아익, 그리고 프랑슈슈가 무슨 월드 클래스야! 고작해야 사가에서 이름 좀 알려졌을 뿐이잖아!
될 겁니다.
뭐?
프랑슈슈는 가까운 미래에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월드 클래스 아이돌 그룹이 될 겁니다!
허...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책임자는 당신을 거칠게 밀치곤 무대 쪽으로 향했다.
되고 자시고, 그레이 트리 차례 끝날 때까지 프랑슈슈 못 왔으니 공연 취소라 안내할 수밖에 없수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이에 당신은 호들갑을 떨며 무대 아래를 가리켰다.
그보다 지금 더 시급한 일이 있습니다!
아니 공연자가 지각하는 것보다 급한 일이 뭐가 있어요?
아까 오다 들었는데, 관객석의 누가 케첩으로 그레이 트리한테 테러를 하겠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관객들 입장 때 휴대품 검사 철저하게 했는데.
진짜 들은 걸 어떡해요, 그리고 만일이란 게 있잖습니까.
월드 클래스 스타인 그레이 트리한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소속사가 소송이라도 걸면 어떡할 거예요?
......
책임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무전기를 들었다.
보안팀장, 관객석에 누가 뭐 이상한 거 안 들고 있나 순찰 좀 해 봐.
<color=#00CCFF>네.</color>
그래서, 프랑슈슈는 언제 옵니까?
그리고 여기 서서 저쪽을 한번 보세요, 그레이 트리의 메인 보컬 바로 위의 조명이 흔들거리죠?
아아? 하나도 문제 없어 보이는구만 무슨...
아뇨 아뇨 방금 분명 흔들렸어요,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쓰읍...
설비 담당, 캣워크 올라가서 무대 중앙 조명 확인해 봐.
<color=#00CCFF>네.</color>
그래서 프랑슈슈는 언제――
그리고 또——
또 또 또 뭐!! 말 좀 그만 돌려!!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그레이 트리 차례 끝날 때까지 프랑슈슈 못 왔으니 공연 취소라 안내하는 걸로 아쇼.
책임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무대로 향했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이에 당신은 곧장 몸을 날려 책임자의 허벅지를 와락 껴안고는 목 놓아 울었다.
뭐, 뭐하는 겁니까?!
<size=50>아이고 책임자니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쇼!</size>
<size=50>우리 애들은 금방 올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size>
그 금방이라는 게 언젠데요! 프랑슈슈 다음에 나갔어야 할 그레이 트리가 지금 시간 채우고 있는 거 안 보입니까?
길어도 5분입니다, 5분 지나서도 안 오면 일 접을 준비나 하쇼!
꺼이꺼이... 아이고 책임자님, 저희도 정말 힘듭니다요!
저희 같은 마이너 그룹이 살아남으려고 얼마나 많은 풍파와 모멸을 견디고 버티는지 아시잖습니까!
그런데도 우리 프랑슈슈 애들은 이를 악물고 지금까지 버티면서 작은 무대 하나라도 더 오르려고――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난 오늘 콘서트 망하는 꼴 절대 못 봐! 내 장사 망치려는 놈들은 내가 가서 모가지 다 날려버릴 거여! 알았어!?
책임자는 팍 성질내며 시계를 확인하곤 일어나 무대로 나가려 했다.
시간 다 됐으니까 프랑슈슈는 공연 취소라고 안내할 거여!
<size=50>차라리 제 시체를 넘어가십쇼!!</size>
당신은 몸을 굴려 무대로 나가는 길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들리지!? 그레이 트리 공연 다 끝났어! 더는 프랑슈슈를 못 기다려 줘!
제가! 제가 나갈게요! 제가 노래하고 춤추고 개인기도 선보이겠――
<size=50>까고 자빠졌넴마!!</size>
당신은 필사적으로 총괄 책임자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지만, 속도만 늦출 뿐 멈추지 못했다...
프랑슈슈 아직 안 왔습니까?
당신을 바라보는 책임자는 눈에서 빔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당신은 의연하게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미 와 있습니다.
왔다고? 그럼 얼른 무대 안 오르고 뭐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엉?
그들의 정신이, 사념이, 공기처럼 그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
<size=50>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롸아악 스피리이잇!!!</size>
...야, 얘 헤까닥헀나 보다. 끌고 나가.
스태프 몇 명이 달려와 당신을 끌고 나가려 했고, 당신은 당연히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때, 무대 쪽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 트리의 공연이 거의 다 끝난 모양이었다.
이거 놔!! 사실을 말한 게 뭐가 나빠!
됐고, 그레이 트리 차례 끝날 때까지 프랑슈슈 못 왔으니 공연 취소라 안내하는 걸로 아쇼.
책임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무대로 향했다...
투웅.
그레이 트리가 내려온 순간, 갑자기 스테이지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뭐, 뭐야?
조명은 몇 초 후 다시 돌아와 스테이지를 밝혔다.
프랑슈슈 전원이 준비를 마치고 오른 무대를.
뭣... 나 참, 컨셉 한번 괴상하게도 잡았구만?
흠흠... 실례했습니다.
늦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백스테이지의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시작한 프랑슈슈를 관찰하는 당신의 눈에, 문제가 바로 포착됐다.
역시 너무 급하게 무대에 오른 탓인지, 사쿠라는 마이크 대신 메가폰을 들고 있었고, 준코는 양쪽 뺨의 피부 톤이 딱 봐도 달랐다.
아이는 공연 시작 전부터 가쁜 숨을 헐떡였고, 사키는 한쪽 손에 여전히 바이크 장갑을 낀 채였다.
그나마 릴리, 유우기리, 타에는 평소대로, 연습했던 대로와 비슷한 상태였다.
쓰읍...
당신은 가슴을 졸였다.
쥐 죽은 듯 조용하던 관객석으로부터 프랑슈슈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당신으로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부담감.
프랑슈슈가 지금까지 맞서 왔던 부담감이었다.
안녕하세요, 프랑슈슈입니다!
<size=50>잘 부탁한다!!</size>
관객석에선 호응 대신 웅성임이 들려왔다.
프랑슈슈든 프린츄츄든 됐으니까 그레이 트리나 다시오라 해! 앵콜! 앵콜!
사쿠라가 애써 침착하며 떨리는 손으로 메가폰을 들었다.
프랑슈슈의 첫 공연, 첫 야외 라이브, 첫 다툼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해온 그 메가폰이었다.
그녀는 메가폰을 들어 입 가까이에 대고,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 뒀던 울분을 단숨에 토해냈다.
<size=50>으아아아아아아——!!!</size>
<size=50>아아아아아아아아——!!!</size>
포효가 칼바람처럼 관객들의 뺨을 마구 때렸다. 프랑슈슈의 모든 분노, 서운함, 신념이 한 덩어리로 뭉쳐, 관객들의 눈과 귀에 쑤셔 박혔다.
이건 예술이 아닌, 반강제적이고 일방적인 "교감"이었다.
세상에, 저게 뭐야...?
목이... 저런 각도로 꺾일 수 있던가?!
<size=50>프랑슈슈——!!</size>
관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사쿠라가 먼저 냅다 관객석으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다이빙?! 벌써 다이빙을 해!?
<size=50>롸아아아아아——!!!</size>
정신 나간 헤드뱅잉과 말도 안 되는 포효에 휩쓸려, 관객들도 순식간에 자아를 잃고 이 광란에 합세했다.
꼬꼬댁——!!
<size=50>꼬꼬대애액——!!</size>
이 광란의 도가니 한가운데서 우렁찬 닭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건... 콧코 군!?
와이어에 매달린 콧코 군이 관객들의 머리 위를 날아 무대에 착지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바닥의 끊어진 전선 한 가닥을 집어, 전설의 엑스칼리버인마냥 번쩍 들어올렸다.
그 순간 백스테이지의 모니터가 꺼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전기가 나갔어!?
주위의 모두가 갑작스런 정전에 당황했지만, 당신은 무슨 일인지 알기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프랑슈슈의 샤이닝 모드였다.
............
공연이 끝난 뒤, 당신은 라이브 하우스의 조용해진 복도에서 홀로 벽에 기대고 있었다.
네... 네,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당신은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통화 상대에게 대답했다. 하루 종일 고생하고 간신히 휴식을 취하는 프랑슈슈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예 예, 문제 없습니다. 그럼 이만.
전화를 끊은 당신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어떠냐? 모레의 공연장은 탈환했나?
어우 깜짝야 제발 좀 얼굴부터 들이밀지――
대답부터 해!
어, 주최 측에서 계속 프랑슈슈와 협업하자 한 건 물론이고, 신기획까지 제안했어.
어떤 기획이지?
자선 콘서트다. 방송국의 공연 중계 수익 일부를 사가의 홍보 예산으로 쓰는 거지.
전통문화재 보존이나 역사문물 유지보수, 지방 특산물의 상품화, 기타등등.
......크흡.
닌자의 검은 복면에서 두 줄기의 젖은 자국이 번졌다.
여태까지... 고생한 보람이 있었구나...
그래, 오늘 밤도 수고 많았다.
......호오.
눈치챘나?
그걸 누가 몰라?
뚜벅뚜벅...
복도 반대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어디 있어요~
애들이 날 찾으러 온 모양이네, 마침 잘 됐으니 인사라도...
...닌자?
닌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 여기 계셨네요.
어어, 바람 좀 쐬러 나왔어. 하도 환호해서 머리에 산소가 부족해진 거 같아서.
다들 지휘관만 기다리고 있어, 빨리 가자.
다들 뒤풀이 연회를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래, 어서 가자!
모두와 함께 프랑슈슈의 휴게실로 발을 옮기던 그때, 사쿠라가 몇 걸음 가다 멈춘 것을 눈치챘다.
방금 당신이 닌자와 대화하던 창가 앞에 멍하니 서서,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쿠라?
아, 죄송해요. 잠깐 멍때려 뿌렀으요.
갑자기 무슨 사색에 잠기었는지?
그냥... 오늘은 신기한 일이 많았구나 혀서요.
타에랑 창고에 갇혀서 우야꼬 우야꼬 하다가 보니 문이 절로 열렸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러네, 나랑 준코도 연습실에서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창밖에서 파운데이션 통이 하나 휙 날아든 거 있지?
톤이 좀 달랐지만 다시 화장할 수는 있었어.
우리도 그렇네요. 그토록 찾던 공연복이 요술처럼 문 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으니.
릴리가 까무러칠 뻔했지 뭐예요.
......
당신은 싱긋 웃으며, 함께 밤이 깊어진 창밖을 바라봤다.
프랑슈슈를 지켜보는 수호천사가 있는 거겠지.